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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앞북 어쩌다 뒷북 20]런 웨이도 광고도 연극도, 이제는 칠두 스타일~

시니어모델 김칠두의 마이웨이 스토리 <아이캔두! 김칠두!>

2020-05-08 15:09

글 : 이상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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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실 점원, 나이트클럽 웨이터, 수금사원, 니트공장 직원, 주택 공사 현장 관리인, 일용잡역부, 미니슈퍼 주인, 순댓국집 주인, 복집 사장... 줄잡아 10개 이상의 직업을 두루 거쳤다. 고생은 좀 했겠다 싶었지만 키 크고 멀끔한 용모 덕에 그리 험하진 않았을 듯했는데,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시니어 모델의 대명사이자 핫한 시니어 셀럽으로 알려진 모델 김칠두(65) 이야기다. 

 

데뷔 2주년을 맞아 출간된 자서전 <아이 캔 두! 김칠두!>(도서출판 은빛)는 화려한 런 웨이와 광고 화면으로 익숙해진 모습과 사뭇 다른 파란만장한 과거와 속내를 보여준다. 데뷔 전에 순댓국집을 운영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27년 간 ‘먹는 장사’를 해왔고 한때 대단히 성공한 외식사업가였다. 하지만 트레이드 마크인 긴 머리와 수염, 깊이 파인 주름, 테리우스처럼 멋진 외모에 숨겨진 인생사가 그리 복잡다단했을 줄이야. 도전과 졸전과 패전 그리고 반전의 연속... 손에 든 책을 한 번도 내려놓지 않고 '칠두의 전쟁사'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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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웨이를 당당히 걷는 시니어 모델 김칠두. 

 

중학교는 통학거리가 너무 길었다. 몸도 지치는데 지각이 잦아지면서 선생님에게 혼나는 일이 늘었고 그래서 학교 가기가 싫었다. ‘땡땡이’가 시작되더니 급기야 가출과 노숙도 해봤다. 4년 만에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고등학교도 가기 싫었다. 아무 계획 없던 그를 억지로 일으켜 세운 건 엘리트 대학생이던 사촌 형.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며 소매를 잡아끌고 가 상업고등학교에 원서를 넣고 돌아왔다. 원체 공부엔 관심 없었지만 멋내기와 친구들과 어울리기는 좋아했다. 고교 3년이 그에게 남긴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놀아주는 소중한 친구들이다.


고교 졸업 후 모델을 지망했다. 하지만 하나도 뜻대로 되질 않았다. 포기하고 이후론 의상실 점원, 나이트클럽 웨이터, 영어회화 카세트테이프 수금사원, 니트공장 직원, 지퍼회사 ‘술상무’, 채소 장수, 미니슈퍼 주인 등 다양한 직종을 경험한다. 반짝 성공한 일도 있었지만 대개 끝은 실패였다. 이후 순댓국집을 열어 직접 순대를 만들고 국밥을 말아내며 경기 지역 곳곳에서 대박집을 일궈내지만, 방심했던 탓일까. 잇따른 사업 실패로 빈털터리가 되어 상경해 노동판을 전전하기도 했다. 공장 기술자와 직원으로 만나 결혼한 아내는 그 때문에 평생 고생바가지를 썼다. 될 만하면 부러지고 잘 될라치면 욕심과 변덕 때문에 주저앉는 남편의 바깥일 패턴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됐다. 한때 대성한 외식프랜차이즈사업가였던 그이지만 모델로 일어서기 직전까지는 다시 쇠락해 백수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 사이 두 아이가 잘 자라주었다.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딸이 보다 못해 아빠를 챙기기 시작했다. 아빠의 용모가 평범치 않으니 모델을 해보라고 권유한 것. 빠듯한 살림 때문에 당연히 반대했을 엄마 몰래 부녀가 손잡고 강남의 모델학원에 등록한 것이 2018년 2월. 120만 원은 가난한 부녀에겐 거금이었다. 딸은 아빠의 프로필 사진을 미리 찍어두었다. 디지털 세대답게 SNS를 활용했다. 60대 늙은 아빠는 다시 꿈꾸기 시작했고 딸은 기꺼이 공모자가 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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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인생 2막의 문을 열어준 큰딸 린이와 함께.


학원 등록 한 달 만에 무대에 설 기회가 열렸다. 흰 수염과 긴 머리를 휘날리는 시니어 모델의 캣 워킹은 바로 화제가 되었다. 딸은 SNS에 아빠의 사진을 실어 나르기에 바빴다. 아빠의 못다 이룬 꿈을 기억한 딸 덕분에 인생 제2막이 시작됐다. 특유의 개성과 카리스마로 런 웨이에서 주목받으며 방송 출연과 광고 모델 섭외가 쏟아진 것. 지금 김칠두는 7만 명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SNS 스타이기도 하다. 


젊은 날 모델을 꿈꿨지만 현실에 발목잡혀 꿈을 접어야 했던 그는 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야 제 길을 가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니 더 없이 행복하다. ,<아이 캔 두! 김칠두!>는 그가 진솔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롤러코스터 인생 스토리와 현재의 감동이 담겨 있다. 자서전을 꽉 채운 그의 인생 이야기는 꽤 촘촘하다. 수많은 희망과 좌절, 웃음을 자아내는 객기와  시행착오, 그러나 그때마다 벌떡 일어서는 순발력과 오뚜기 근성,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끼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이어져 있다. 책을 읽는 이 누구라도 그 끼에 주목하게 될 텐데, 김칠두는 떡잎부터 ‘패피’였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옷을 좋아하고 디자인과 패션을 사랑했다. 실패를 거듭하고도 돈이 생길 때마다 남대문과 동대문 의류상을 기웃거렸던 한 남자의 미련 또는 열정은 왠지 짠하고 사랑스럽다. 


그래도 끝이 좋으면 그만. 스스로 ‘고치에서 나오자마자 하늘을 향해 나는 한 마리의 나비’라고 생각한다니 다행 아닌가. 30년을 기다려왔다는 그가 이제 훨훨 날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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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캔두! 김칠두!> 김칠두 이헌건. 도서출판 은빛. 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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