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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앞북 어쩌다 뒷북 17]포노 사피엔스여, 호모 사피엔스로 돌아오라!

만프레드 슈피처의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

2020-04-20 12:08

글 : 이상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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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이 준다고들 하지만 편집부로 배송되는 책이 여전히 많다. 온라인 서점에 가보면 매일 쏟아지는 책이 부지기수다. 세상에 던져진 소통과 공감의 노력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건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여전히 안타까운 일이다. 가능하면 하루 걸러 한 번씩이라도 새 책을 소개하기로 했다. 신간을 앞서 소개하니 '앞북'이다. 손이 빌 때마다 집 서가에, 회사 책꽂이에 쌓인 밀린 책들도 소개하려 한다. 뒤에 읽는 책이니 '뒷북'이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경고는 이미 익숙하다. 문명화 된 모든 인류가 어느새 스마트폰 없이는 하루도 살기 힘든 종족이 되었다는 경고조차 스마트폰을 통해 보고 듣는 세상이다. 아직 2G 폴더폰을 쓰는 몇몇 친구 녀석이 있긴 하지만, 그들이라고 스마트폰 세상에서 태연하기만 한 건 아니다. 기본적인 생활의 편리를 제공하는 메신저와 앱을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불편과 소외를 감수해야 한다. 친구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사회적 관계 침해자라는 오명을 써야 한다. 그들은 겉으론 건재하되 건재하지 못한 셈이다. 

 

베스트셀러 <디지털 치매> 저자의 신작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원제: Die Smartphone-Epidemie)>가 출간됐다. 노모포비아란 케임브리지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로, '노 모바일폰 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의 줄임말이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 초조해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뜻한다.

이 책의 저자인 만프레드 슈피처는 독일 뇌 과학계의 일인자다. 사회 문제를 정신과학적, 뇌 과학적,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설득력 있게 호소하는 세계적 학자다. 그가 이번에는 스마트폰을 둘러싸고 ‘파괴적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폭주하는 세계적 IT 기업들의 꼼수를 고발했다. 당장의 편리함 때문에 외면 받는 우리의 건강과 인간성, 민주주의의 회복을 촉구한다. 우리의 건강과 인간성? 민주주의의 회복까지? 이건 무슨 말일까. 너무 극단적인 비약 아닐까 싶은데, 책을 열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 전혀 몰랐던 사실은 아니다. 알고는 있되 외면해왔던 사실, 만프레드 슈피처는 그 불편한 진실을 다시 제대로 꺼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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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스마트폰은 지구상의 인구보다 더 많이 생산됐고, 이용자 수는 40억 명이 넘는다. 또한 세계 인류의 상당수는 깨어 있는 시간의 약 3분의 1을 세상에 나온 지 10여 년밖에 안 된 이 작은 기계를 만지작거리며 보낸다. 괜히 만지작거리는 게 아니다. 관심과 시선 안에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생활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디지털 치매와 지능 지수의 하락, 공감과 배려의 상실, 우울증이 생기고, 거기에 여론의 양극화, 그리고 민주주의의 위기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의 위험은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슈피처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어린아이와 청소년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우려한다. 나쁜 자세와 근시, 운동 부족은 물론이다.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졌듯 스마트폰을 그냥 책상 위에 두는 것만으로도 스마트폰의 존재를 생각하느라 집중력과 사고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돼도 부모 세대조차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스마트폰 중독, 즉 노모포비아 때문이라고 슈비처는 강조한다. 사실 지금 태어나는 어린아이 뿐인가. 미래 세대이자 이미 사회의 중심세대가 된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5년 사이 출생자)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자란 세대다. 

 

이 책의 원제는 ‘스마트폰 전염병’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부작용을 epidemic, 즉 전염병으로 규정한 게 눈에 띈다. 그 전염병에는 운동 부족, 잘못된 자세, 근시, 수면 장애, 지능 지수 하락, 사고(事故) 증가, 불안, 주의력 장애, 우울증, 디지털 치매, 고립공포감, 노모포비아 등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가 있다. 슈피처는 곳곳의 사례를 제시했다. 미국에서는 몇 년 사이 젊은 여성들의 자살률이 두 배나 증가했는데,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자살 충동은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튜브는 과격한 추천 알고리즘으로 세계인을 극단화시키고, 페이스북은 아주 빈번하게 세계인의 정보를 훔쳐간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스마트폰이 새로운 사고의 기준이 된 ‘포노 사피엔스’를 등장하게 했다는 말에 저자는 반발한다. 스마트폰이 새로운 사고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게 아니라 아예 사고의 기능을 앗아간다고 강조한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의 도움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진 듯하지만, 결정적으로 깊게 사고하지 않게 됐다는 것. 포노 사피엔스가 늘어간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생각하는 사람, 호모 사피엔스로 존재할 수 있을까? 정보의 단순 검색에 익숙해져 지적 탐구에 어려움을 느끼고, 가짜뉴스를 무비판적 수용함으로써 여론의 극단화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슈피처는 이런 것만 보더라도 편리함과 신속함이라는 무기로 스마트폰이 얼마나 교묘하게 인간을 바보로 만드는지 알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한다.

 

요즘 지구촌 전체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선포돼 있다. 전염병이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발생하거나 대륙을 넘어 퍼질 경우 이를 대유행병, 즉 팬데믹(pandemic)이라 부른다. 슈피처는 이에 빗대어 새로운 팬데믹으로 ‘근시’의 위험성을 미리 경고하기도 한다. 근시가 사회에 미치는 막대한 비용을 강조한다. 싱가포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년 1인당 근시를 치료하는 데 709달러가 든다고 한다. 이 금액을 2050년 약 100억 명 정도로 예상되는 세계 인구의 절반에 곱하면 근시의 치료비는 무려 3조 5,000억 달러에 달한다. 근시 환자의 10퍼센트는 시력 상실의 위험까지 떠안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대한 추가 비용까지 예상해야 한다. 짐작하겠지만, 슈피처는 새로운 재앙이 될지도 모를 근시의 주요 원인을 스마트폰에서 찾고 있다. 야외보다 실내에서, 그중에서도 가장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아이들과 현대인들의 행태를 꼬집고 우려한 것.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사용하는 한국은 청소년의 90퍼센트 이상이 근시를 앓고 있다. 유럽도 최근 30퍼센트에 이르렀다고 한다.

 

스마트폰은 어른과 아이 모두를 똑똑하게 해주지 않을 뿐더러 더 외롭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나 친구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성장한다. 대화를 나누고, 야외에서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언어적, 비언어적 소통을 배우고, 공감과 사회적 행동을 내면화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디지털 미디어 평균 사용 시간은 9시간 22분, 아이들은 평균 5시간 30분으로, 어른이 결코 아이들의 본보기가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른이 통제하지 못하는 걸 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래도 아이들의 교육을 스마트폰에 맡겨야 하는지, 슈피처는 심각하게 되묻고 있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주의의 파괴와 회복 운운한 점도 이해할 만하다. “가짜 메시지는 진실이 신발 끈을 동여매는 동안 벌써 지구 반 바퀴를 앞서간다.”는 한 미디어의 통찰은 탈진실(post-truth)이 만연한 현대 사회의 속성을 잘 나타낸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슈피처는 스마트폰이 발달시킨 소셜미디어의 사회적·정치적 파장을 염려하며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IT 기업들의 책임 없는 ‘파괴적 혁신’이 낳은 문제점을 논한다. 세계적으로 15억 명이 매일 10억 시간씩 시청하는 유튜브는 ‘조깅’을 검색하면 얼마 뒤 ‘울트라 마라톤’이 추천되고, ‘도널드 트럼프’를 검색하면 순식간에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백인 우월주의를 옹호하는 동영상이 추천되는, 과격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전 세계인을 극단적인 사고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페이스북은 ‘좋아요’ 9개만 있으면 그 사람의 신상 정보를 최소한 직장 동료만큼 알 수 있고, 65개로 확대하면 친구만큼 알 수 있으며, 125개면 정치 성향은 물론 성적 취향까지 가장 내밀한 정보까지 가족만큼이나 알게 된다. 슈피처는 이런 게 모두 광고 산업의 이윤 추구 때문이라고 폭로한다. 이용자를 모니터 앞에 오래 붙들기 위해서, 개인별 맞춤형 광고를 띄우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것. 시쳇말로 그들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는 것이다.

 

슈피처는 하지만 이런 문제적 현상을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이들은 바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우리들이라고 경고한다. 비판 없이 수동적으로 소셜 미디어의 행태를 받아들이는 것도, 과격한 동영상을 보는 것도, 개인 정보를 스스로 제공한 것도 우리이기 때문이다.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는 “질문을 잊고 인터넷을 헤매고 다닌다면, 유튜브에서 개나 고양이 동영상만 보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슈피처도 “우리는 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지, 무엇을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고하고, 행동하고, 질문하고, 답하는 ‘호모 사피엔스’로 돌아가라!”
전문 연구자들과 지성인들의 외침은 하나 버릴 것 없이 타당하다. 하지만 담론 따위야 누군들 못 하랴. 매사 그렇듯 문제는 실천이다. 어른들의 평균 사용시간이 9시간 22분이라니 그거라도 줄여보는 게 첫걸음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보고 있다. 아이들 타박하기 전에 내 걱정부터!

 

노모포비아1.jpg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 만프레드 슈피처. 더난출판사. 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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