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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앞북 어쩌다 뒷북 14]멀쩡한 우리, 정말 건강하신 중일까?

엄융의 교수의 <건강공부>

2020-03-30 17:51

글 : 이상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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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이 준다고들 하지만 편집부로 배송되는 책이 여전히 많다. 온라인 서점에 가보면 매일 쏟아지는 책이 부지기수다. 세상에 던져진 소통과 공감의 노력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건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여전히 안타까운 일이다. 가능하면 하루 걸러 한 번씩이라도 새 책을 소개하기로 했다. 신간을 앞서 소개하니 '앞북'이다. 손이 빌 때마다 집 서가에, 회사 책꽂이에 쌓인 밀린 책들도 소개하려 한다. 뒤에 읽는 책이니 '뒷북'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걱정스럽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어가 되어버렸고 어느새 몸이 저절로 그렇게 반응하지만 마음이야 어디 그런가. 내내 불편하고 억울하다. 이러다가 몸도 마음도 그 거리만큼 굳어지는 건 아닐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건강염려증이 더 심해지는 건 아닐지 씁쓸하다. 백세시대를 산다지만 위협의 요소가 그만큼 많은 시대다. 우리는 건강하게 살고 있는지, 정말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반문해보는 요즘, 눈길 가는 책을 한 권 집어들었다.         

 

평생 생리학 연구에 전념한 엄융의 교수의 <건강공부>다. '올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 건강한 스트레스 관리법, 화학물질과 미세먼지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으로 소개됐다. 한마디로 건강에 대한 기본을 알려주는 책. 건강 안내서와 각종 처방, 입소문이 차고 넘치지만 정작 알아야 할 건 모르고 몰라도 될 것을 과장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한다. 엄 교수는 책을 통해 건강의 정의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 우리는 이분법과 정답 찾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몸 아니면 마음, 선 아니면 약, 건강 아니면 질병인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나 인생에 어디 정답이 있나요? 건강과 질병은 배타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분명한 경계가 없지요. 우리는 아직 병이 없는 상태, 즉 '미병' 상태에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미병 상태에서 진정한 건강상태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 머릿말 중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하게 양호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세가지 조건을 다 갖추지 못하면 건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모두 건강하십니까?’라고 질문하며, 단순히 병이 없다고 해서 건강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대인은 균형 잡힌 건강 상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난관에 봉착한다. 개인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문제가 되기도 하며, 스스로 다스리기 어려운 스트레스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문제도 새로운 병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주제에 대한 가짜 뉴스나 사이비 건강요법이 넘쳐난다는 것. 저자는 이렇게 잘못된 건강 정보가 넘쳐나게 된 이유로 한국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엄 교수는 이미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소극적 건강권에만 그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환자들이 손쉽게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 정책이나 대학병원의 2분 진료 관행 등을 고칠 것도 주문한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환경을 개선해 질병을 미리 예방하는 적극적 건강권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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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병원 건강검진 모습. 사진/조선DB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화학물질이 생겨나기도 하고, 이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물질이 다량 축적되거나 다른 물질과 결합해 예상치 못한 말썽을 일으키기도 한다. 현대 의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종 바이러스나 전염병과의 전쟁을 계속해오고 있으며, 이 모든 물질을 둘러싼 연구는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사스나 메르스, 요즘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인류는 전염병과의 사투를 계속 벌여야 할 운명에 처해있다.   

엄 교수는 현대사회의 대표적 화학물질인 환경호르몬, 식품첨가물, 항생제 등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흥미로운 실험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상세히 소개한다. 피부, 소화계, 호흡계 등 여러 경로로 신체에 유입되는 화학물질들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최근 몇년 사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미세먼지 논의의 현 상황도 진단했다. 이에 노출된 개개인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제시하며, 단순히 개인의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공동체가 함께 사회적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질병을 예방하는 기본적인 생활습관, 음식 습관도 차근차근 기본부터 설명했다. 모두 다 건강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부터 설명을 시작해서 읽기 편하다.  

 

특히 꼼꼼히 읽게 된 파트는 장내세균 이야기.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 얘긴 아니지만 눈여겨 볼만하다. 결론은 장내세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장내세균은 우리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균입니다. 수십 조 마리의 장내세균이 우리 몸속에 살아가며 건강과 면역기능 수행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인간에게 유익한 균이죠.'(79p)

 

한 인간 개체가 가진 세포 수가 100개 조인데 장내세균의 수는 50~100조로 추정된다. 체중에서 1~2kg 정도의 무게를 장내세균이 차지하고 있다. 장내세균은 어디서 오는 걸까? 태어나면서 어머니로부터 받게 된다. 특히 자연분만일 경우 산모의 질 속에 있던 세균이 장내세균의 주요 원천이 된다. 그래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자연분만 신생아에 비해 장내세균이 적다. 모유수유도 장내세균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장내세균의 종류는 수천 가지. 그 많은 세균이 해로운 침입자들로부터 장을 보호하고 비타민을 합성하며 섬유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엔 새로운 기능도 발견되어 주목받는다.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여 체중조절에도 도움을 주고, 자가면역질환이나 제1형 당뇨병 예방에도 관여한다는 것.    

 

아쉽고도 흥미로운 사실은, 현대인이 문명생활을 하면서 장내세균 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것. 첫째 원인은 현대인의 섭취 음식물이 옛날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음식을 먹으면서 장내세균에 자극을 줘야 하는데, 익숙한 음식만 제한적으로 섭취한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인간은 25만 가지 식물 중 200가지를 식용으로 사용하는데, 그마저도 열두 가지 식물만 섭취한다. 동물성 음식은 더욱 제한적이어서 다섯가지만 주로 먹는다.  인간에게나 식용 가축에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는 것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저자는 세균 이야기를 접으며 마지막 화두를 던진다. '우리 몸의 주인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이다. 물으나마나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우리 몸의 주인이라고 말하겠지만, 맞고도 틀린 얘기다. 세균도 사람과 공생하는 우리 몸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타당해 보인다.

 

'(...) 인간의 생명 유지에 가장 필수적인 게 뭐죠? 바로 산소입니다. 인간이 호흡하기에 적당한 산소의 농도, 즉 지구상의 산소농도를 21%로 맞춰준 것이 바로 세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균은 온갖 생명체의 시조이자 지구상에서 수십억 년을 살아온 원주 생물이며, 지구의 주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균은 우리의 적이 아니고 우리가 신세를 지고 있는 소중한 생명체라는 것이죠(...),'

 

물론 저자가 말하는 세균은 이미 정체가 밝혀진 우리 몸속 세균이다.  코로나19 같은 신종 바이러스가 아니다.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바이러스 이야기도 아니다. 

현실로 돌아와보면, 우리는 지금 공포의 바이러스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비참한 팬데믹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코로나19는 빨리 없애야 할 바이러스다. 하루 빨리 백신이 마련되고 전파가 멈추길 누구나 희망한다. 하지만 우리도 이참에 세균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더해 무장할 필요는 있겠다. 그리고 자꾸 물어야 한다. 바이러스는 박멸해야 할 대상인가? 완전히 박멸할 수 있기는 한 것인가? 면역력이란 무엇인가? 나는 얼마나 건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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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공부> 엄융의. 창비. 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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