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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앞북 어쩌다 뒷북 12]진짜 ‘핀란드식’이 뭔지 알고 싶다면...

정경화의 <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

2020-03-06 16:59

글 : 이상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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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이 준다고들 하지만 편집부로 배송되는 책이 여전히 많다. 온라인 서점에 가보면 매일 쏟아지는 책이 더 부지기수다. 세상에 던져진 소통과 공감의 노력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건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여전히 안타까운 일이다. 가능하면 하루 걸러 한 번씩이라도 새 책을 소개하기로 했다. 신간을 앞서 소개하니 '앞북'이다. 손이 빌 때마다 집 서가에, 회사 책꽂이에 쌓인 밀린 책들도 소개하려 한다. 뒤에 읽는 책이니 '뒷북'이다. '어쩌다 뒷북'을 몇 차례 써오고 있었다. 내공이 일천해 간판만 바꾸고 거기 업혀가기로 했다.

책을 받아들면 목차를 먼저 훑어보는 습성이 있다. 그 다음은 지은이와 역자 소개. 또 그 다음은 프롤로그다. 본격적인 책 읽기에 앞서 빠뜨리지 않는 독특한 의식(?)은 온라인서점 사이트를 찾아가 책 소개 글과 출판사 리뷰를 읽어보는 일이다. 말하자면 가이던스를 수집하는 하는 행위인데, 그리 성실한 독자도 아닌 주제에 몸부터 사리는 ‘쫄보’ 짓 같아 내놓고 말하긴 부끄러웠다. 초입의 의식을 치르다가 읽지도 않고 그냥 던져버린 책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럼에도 이 책 <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이 계속 손에 걸린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핀란드’ 글자가 보여서, 둘째는 ‘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라는 표현에 시선이 꽂혀서였을 것이다. 핀란드라는 나라, 늘 우리의 부러움을 사는 나라 아니었던가. 소문난 고수준의 교육, 탄탄한 복지, 청정자연... 날씨 추운 것 빼고는 어느 것 하나 꺼릴 게 없는 동경 대상이었을 터.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동네’라니…. 핀란드가 그런 토양에서 천국을 만들었다니…. 문외한인 나로서는 맥락이 닿지 않는 수사요 제목이었다. 일단 신문기자의 10년 관찰기를 믿고 떠나는 수밖에.  

 

이 책은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핀란드의 교육, 노키아 이후 다시 도약하고 있는 경제와 자립하는 시민을 돕는 복지, 그리고 핀란드 사회의 근간인 신뢰와 그 가치에 대한 파트다. 이를 통해 핀란드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 ‘핀란드만의 길(The Finnish Way)'를 찾는 과정을 보여 준다. 핀란드만의 길, The Finnish Way… 보는 순간, 우리는 우리만의 길이 있던가 반문하게 됨은 어쩔 수 없다.

 

우리만의 길이 없기에 핀란드 같은 나라를 롤 모델로 삼아왔다. 지금도 정치인들이나 교사들이 연수 명목으로 핀란드를 찾는다. 하지만 우리는 핀란드의 제도를 이식하기 어려운 나라다. 그동안 그 인구와 경제 규모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인구 550만의 핀란드와 5,000만이 넘는 한국이 핀란드의 제도를 수용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핀란드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혹은 외면해서다. 핀란드는 정부와 사회에 대한 신뢰가 높은 나라다. 정부가 세금을 제대로 쓸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높은 세율을 수용한다. 무상 교육이나 복지는 나와 이웃이 내는 돈이라는 생각에 결코 공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복지가 가능하다. 자기 몫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사회 전체의 높은 신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는 확률도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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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도에서 자유롭게 수업을 받는 핀란드 학생들. 사진/핀란드 교육문화부

 

‘핀란드’ 하면 우리가 젤 부러워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게 그들의 교육이다. 핀란드의 교육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사회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200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1위를 하면서부터다. 사교육 없이, 영어 구사 인구가 77퍼센트에 달하고, 무상 교육을 실시하며, 대학에 가지 않아도 직업을 가지는 데 어려움이 없는 나라. 한국 교육이 직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한 나라가 핀란드처럼 보인다. 그래서 핀란드는 교사 연수 코스로 인기가 높다. 그런데 최근 핀란드의 학교들은 무료였던 외국 연수단의 학교 방문을 유료로 진행하기로 했다. 핀란드 학교 입장에서는 외국 연수단 방문에서 얻을 것은 없고 방해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왜 한국 연수단은 10년째 똑같은 질문만 하나요?’라는 현지 교육 관계자의 푸념을 인용했다. “핀란드에서도 교사가 인기 직업인가?” “정말 숙제를 안 내주나?” 같은 인터넷으로도 찾을 수 있는 질문만 하고 돌아온다는 것.

 

핀란드의 교육은 낙오자를 만들지 않고 자기 몫을 다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데 목표가 있다. 낙오자가 생기면 사회에서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이는 결국 정부에 의존하는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기 때문이다. 성적을 올려 좋은 대학에 가는 게 목표인 한국과는 철학 자체가 다르다. 사교육을 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사교육을 해서 내 아이가 1등을 하면, 다른 아이는 낙오된다. 그러면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의 몫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철학을 전 국민이 공유한다.


핀란드도 대학입시가 있다. 사교육도 있긴 하다. 주당 사교육 시간은 6분. 한국의 3.6시간에 비할 바 아니다. 그들도 입학정원이 있는 제한된 인기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열공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핀란드의 교육은 국가 전체를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해 골격 하에 운용된다. 서열화 된 대학에서 좋은 학교를 나와야만 시민의 역할을 하는 건 아니라는 의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니, 단순히 한두 가지 제도나 교육 프로그램만 연구해서는 한국에 적용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저자는 역설했다.

 

저자는 핀란드를 하나씩 뜯어보면서, 교육과 복지 제도를 하나씩 놓고 비교해 보면 한국이 나은 것도 있다고 말한다. 다만 다른 지점은 핀란드인들의 ‘태도’다. 저자가 취재한 사람들은 법과 제도, 정부, 정치인, 공무원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뛴다고 믿는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사익을 취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우리와는 정반대라는 것.


어쩌면 핀란드인들의 이런 태도는 척박한 환경 때문일지 모른다. 서로 믿고 의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신뢰는 생존의 문제다. 상대의 행동과 반응을 예측할 수 있고 예측대로 이뤄져야 한다. 상대의 기대를 벗어나는 행위는 억제해야 한다. 이 공동체의 결속은 단단하지만 그만큼 폐쇄적이기도 하다. 이런 면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게 11월 1일의 ‘질투의 날’이다. 전 국민의 전년도 총소득과 세금 납부 내역이 공개된다. 누구든 국세청에 찾아가서 열람을 신청하면 다른 사람의 납세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간접적이긴 하지만 사유재산이 다 드러나는 셈이다.

 

스스로의 정직성을 축하하고, 다른 사람들도 정직한지 확인하는 사람들, 그런 일을 날을 정해 태연히 이어가는 공동의 룰. 핀란드는 이러한 약속과 신뢰를 기본으로 천국을 만들어 나아간다. 저자는, 이런 특징을 모르면 핀란드를 제대로 배우는 것이 아니며, 그곳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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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 정경화. 틈새책방. 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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