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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앞북 어쩌다 뒷북 10]당신의 선지식, 어디까지 와 있나요?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2020-02-14 15:52

글 : 이상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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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이 준다고들 하지만 편집부로 배송되는 책이 여전히 많다. 온라인 서점에 가보면 매일 쏟아지는 책이 더 부지기수다. 세상에 던져진 소통과 공감의 노력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건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여전히 안타까운 일이다. 가능하면 날마다 새 책을 소개하기로 했다. 신간을 앞서 소개하니 '앞북'이다. 손이 빌 때마다 집 서가에, 회사 책꽂이에 쌓인 밀린 책들도 소개하려 한다. 뒤에 읽는 책이니 '뒷북'이다. '어쩌다 뒷북'을 몇 차례 써오고 있었다. 내공이 일천해 간판만 바꾸고 거기 업혀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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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 저자 채사장. 사진/웨일북

 

'알쓸신잡'이라는 TV 프로그램보다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먼저 알았다. 추정컨대,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줄임말 신조어는 '지대넓얕'에서 비롯됐다. 전편인 '지대넓얕' 1,2권을 e-book으로 읽은 건 순전히 만만치 않은 책 두께 때문이었음을 고백해야겠다. 분량도 문제지만 들고 다니며 읽기에는 너무 무거워 꾀가 났던 것이다. 크레마 카르타 단말기는 대체로 이동 중 틈새 독서에 활용했는데, 이 책에 대한 기억은 다르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목전의 일을 미루고 흠뻑 빠지기 일쑤였으니, 부담스러울 듯한 내용과 두께에 비해 읽기 쉬웠던 책에 속한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제목 그대로 넓고 얕다. 굳이 말한다면, 얕다고는 하지만 실은 얕지 않다. 오히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진지한 상량이 깊디 깊기만한데, 아마도 역사와 경제, 철학, 예술 등 인문학 거의 전부를 다루는 범주가 너무 넓은책이라 지레 엄살을 부린 듯하다. 겸손이라는 표현이 나을 듯도 하다. 하여, 나는 이 특이한 책의 제목을 그저 '넓은 지식'이라 읽었고, '지적 대화를 위한'이라기보다 '지적욕구를 더 살찌워 나 혼자 즐기고 싶은' 책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1,2권을 다 읽은 독자의 독후감은 아마도 '(지적)희열' 또는 '(지적)갈증' 정도로 요약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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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채사장. 웨일북. 2020.

 

<지대넓얕>은 200여 만 부에 달하는 누적 판매부수로, 인문학 도서로는 드물게 최장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1권이 '현실' 편으로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분야를 다루었다면, 2권은 '현실너머' 편으로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분야를 다뤘다. 1권은 소수의 지배자와 다수의 피지배자로 세계를 양분했고, 2권은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로 세계를 양분했다. 1권과 2권은 이원론이 지배하는 시간이었으므로 책의 구성도 이원론의 구조를 따랐다.

 

이번에 선보인 신간 '제로' 편은 이원론 전에 훨씬 더 오랜 시간을 지배했던 일원론을 다룬다. 인류 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지식으로 꼽히는 동양의 사상과 인물들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여기에 서양의 사상과 인물들이 연결되면서, 전혀 다른 지식이 하나로 맞물리는 통찰의 순간이 펼쳐진다. 독자는 지금까지의 지식의 근원을 깨닫게 되고, 드디어 지식을 지혜로 전환하게 된다.
'3권'이라 하지 않고 '제로' 편으로 나온 이유가 그것이다. 1권과 2권을 합하면 고대 이후의 사상을 다루는데, 이 역사를 놓고 보면 0.000018%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이다. 지식의 역사에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 '제로'의 의미는 그래서 타당성을 지닌다.

 

짐작하다시피 '제로' 편은 1, 2권이 다루지 못한 고대 이전을 다룬다. 138억 년 우주의 탄생부터, 아니 시간 이전의 시간이라는 가장 최신의 물리학부터 시작해 지구, 인류, 문명이 탄생하기까지 그 방대한 역사를 신명나게 풀어낸다. 이후에는 인류 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인 ‘축의 시대’에 등장한 인물들을 기반으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지식을 들려준다.

 

작가 채사장 특유의 “전체를 꿰뚫기” 방식은 여기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서로 다른 동양의 사상, 철학, 종교와 서양의 사상, 철학, 종교를 하나의 기준 아래 재배열해줌으로써 복잡했던 지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무엇보다 그 속에서 인류가 지금껏 매달려온 하나의 주제와 맞닥뜨리게 함으로써, 인간의 지성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모든 지식의 시작’부터 다루는 이 책이 ‘모든 지식의 완성’을 이루어낼지는 미지수다. 독자의 관심과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저자가 인도하는 길을 온전히 따라간다한들 지식에 완성이 있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끝이 어디든 넒고 오래된 지식을 향하는 동안 우리는 부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제로' 편을 접하니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도 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시리즈를 함께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파잔(phajaan)은 코끼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의식이다. 야생에서 잡은 아기 코끼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둔 뒤 저항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날을 굶기고 구타하는 의식. 절반의 코끼리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지만, 강인한 코끼리는 살아남아 관광객을 등에 태우며 돈벌이의 수단이 된다. 코끼리는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을 테지만, 그들의 영혼은 산산이 부서지고 본능의 심연에서 어렴풋하게 냉혹한 세계를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 엄마를 찾아선 안 된다는 것과, 몽둥이의 고통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코끼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하다. 자유를 향한 자기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하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하는 것이다.

우리는 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파잔 의식을 시행하는 몽둥이를 든 가난한 자들에게 분노가 솟구친다. 하지만 분노에서 멈추지 않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모든 문제가 그러하듯 이것이 단순히 선악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파잔 의식을 시행하는 자들도 피해자일지 모른다. 그들의 영혼도 이미 산산이 부서진 것일지도 말이다. 그들이 처음 아기 코끼리를 구타하는 것을 주저할 때, 그의 가정과 사회는 그에게 친절하게 말했을 것이다. 질문을 멈추라. 그것은 먹고사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네가 지켜야 할 사랑하는 이들의 생존을 위해 어른스럽게 행동하라. 결국 그는 자기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했을 것이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 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은 어느 곳에서는 매 맞는 코끼리였고, 다른 곳에서는 몽둥이를 든 자였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내가 피해자였는지 가해자였는지가 아니라, 우리의 영혼이 이미 파괴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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