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간 배너
  • 이벤트
  • 동영상
  • 카드뉴스
  • 조선뉴스프레스멤버십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COLUMN
  1. HOME
  2. COLUMN

[저질리더 이상문의 어쩌다 뒷북 1]어느새 나도 중독? 끝은 어디일까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 무엇이 당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색하게 만드는가

2019-08-13 17:49

글 : 이상문 부장

  • 메일보내기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책을 좋아하지만 바쁜 일과 느릿한 습성 탓에 신간 따라잡기가 버겁다. 나온 지 좀 된 책, 오래오래 묵은 고전, 빛 보지 못하고 숨어있는 도서를 읽고 간헐적으로 감상문을 쓴다. 뒤늦게 읽는 책들이라 ‘뒷북’ 이야기라 이름 붙였다. 여유 될 때마다 때론 ‘앞북’도 쓴다.
딱 하나밖에 없는 아드님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을 게다.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는데, 아이와 마주한 식탁에서 전에 없던 기우가 생겼다. 스마트폰이 골칫거리로 등장한 것. 아빠와 엄마와 눈을 맞출 새 없이 스마트폰에 고개를 꺾고 있는 예가 많아졌다. 저학년 때부터 사달라고 조르던 그 물건을 미루고 미루다 뒤늦게 장만해주니, 아이는 신세계를 발견한 듯했다. 
 
애 엄마는 매번 애면글면 끌탕이었다. 식사시간에 폰은 내려놓으라는 잔소리는 이미 놈의 귀에 못을 박은 터였다. 아들의 그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없었던 아빠는 그제서야 슬슬 걱정스러워진다. 조용히 ‘엄마 말대로 그러자’고 타일렀고, 아이는 군말 없이 폰을 내려놓고 밥그릇에 고개를 처박곤 했다. 정체돼 있던 수저질도 쾌속으로 빨라지는데, 아마도 빨리 먹고 엄마 잔소리 없는 곳으로 도망가 다시 폰을 열어볼 요량이었을 터. 스마트폰이 초래한 전쟁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장면은 바뀌어 지난 주말 저녁 식탁. 딱 하나밖에 없는 아드님은 이제 고3 수험생이 되었고, 아이의 부모는 일곱 해만큼 더 늙었다. 말복 앞둔 날이라 점심은 밖에서 1차 보양식, 저녁은 가정식으로 2차 보양식탁이다. 한데, 아들놈이 별로 배고프지 않다고 깨작대는 꼴이 엄마는 내내 못마땅하다. 남편으로 활동 중인 내게 가끔씩 전해지는 그 말 ‘주먹이 운다’가 또 귓전을 스쳐갔다.
 
거기까지면 좋았을 것을.... 아들의 한 쪽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는 게 사달이었다. 급기야 무한전쟁이 시작됐다. 엄마가 또 뿔났다.
“폰 좀 내려놓을 수 없니?”
“네에...”
“밥 먹을 때마다 꼭 똑같은 잔소릴 해야겠니? 도대체 몇 번을 얘기해야 하는 거야!”
“알았다고요. 안 하잖아요... 근데...”
“근데 뭐?”
“엄마아빠도 폰 쥐고 있잖아, 지금...”
“...... 잠깐 확인할 게 있어서 그렇지...”
“아빠는?”
“아빠도 일 때문에... 메시지 응답해줘야 돼.”
 
아이의 한 방에 부부가 머쓱해지는 이 풍경은 불과 7년 사이의 확연한 변화다. 그때만 해도 스마트폰이 어른인 그녀와 나의 일상을 지배하진 않았던 것 같다. 아이가 게임과 채팅, 동영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될까 우려했을 뿐. 하나 이제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모바일 스마트폰에 복속돼 있다. 이메일, 메신저, SNS, 동영상, 게임, 알람, 기상예보… 오감과 이성을 자극하는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기에 들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아보니 탁상 알람시계를 버린 지도 십수 년이 훌쩍 넘은 것 같다.
 
디지털 중독. 예전엔 밀레니얼 세대에나 해당되는 얘기일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업무 때문이기도 하지만 몇 년 새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은 내 일상을 온통 지배한다. 아내는 한때 광적인 ‘애니팡’ 여사였다. 이후론 200조를 벌어들인 ‘한판맞고’ 도사였지만 고작 킬링타임 게임으로 몰입했을 뿐이다. 디지털 문맹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엊그제 저녁 그녀의 폰 화면엔 유튜브와 뉴스, 소설이 번갈아 자리를 바꿔 꿰차고 있었다. 아들놈에게만 폰을 ‘쥐어라 놓아라’ 쥐락펴락할 수 없는 형국이다.
 
뉴욕대학교에서 마케팅과 심리학을 가르치는 저명한 교수의 책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애덤 알터, 부키)이 던지는 경고와 메시지는 친절하지만 엄중하다. 저자는 “2000년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중독 현상이 출현해 우리의 일상생활과 일, 인간관계와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일갈한다. 그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하루 평균 3시간 휴대폰을 사용하고 곁에 없으면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기까지 한다. 직장인은 근무시간 중 4분의 1을 이메일 정리에 쓰고 1시간에 36번이나 이메일을 확인한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비디오게임을 하느라 먹지도 자지도 않거나 애써 번 돈을 게임머니로 날린다. 아이들은 소셜미디어의 가상현실에 빠져 실제 세계의 사회적 교류 능력을 발달시키지 못한 채 자란다. 저자는 이를 ‘뇌가 시들어간다’고 표현한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그 자체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하지만 편익을 주는 대신 중독을 유발하는 해악을 언제까지 도외시할 것인지, 저자는 심각하게 묻고 있다.
 
책은 무의식적으로 일상화된 우리의 디지털 액션을 ‘행위중독’이라고 표현한다. 행위중독 매커니즘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목표와 피드백, 향상, 난이도 지향, 미결에 대한 미련, 관계 유지 등 현대인의 욕구와 집착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보통사람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과 소셜은 사람마다 내재된 그 불안을 가상공간으로 끌어내는데 몰두한다. 그로써 외로움을 털어내고 위안 받고 비교하고 인정하는 행태 자체가 악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약이 될 수도 있으니.
 
하지만 모르핀, 헤로인, 코카인 같은 물질중독의 결말이 그렇듯 행위중독의 결말은 장기적으로는 해악에 가까울 것 같다. 극단적일지 모르나, 계속 이러다가는 문자나 채팅 말고 입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법을 모르는 신인류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술자리에서 친구의 표정과 몸짓을 살피며 배려하고 공감하는 풍경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자제력을 무너뜨리는 디지털마케팅 전문가의 꼬임에 빠져 입지도 않을 옷으로 옷장을 채우는 쇼핑중독자가 될 수도 있고, 운동중독에 빠져 애플워치가 가리키는 목표대로 냅다 뛰다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고, 각설하고 휴대폰 없이는 절대 아무 일도 못하는 바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각종 행위중독과 스마트폰 중독에서 헤어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법은 의외로 간단히 정리된다. ‘목표’ 대신 ‘체계’를 세우고 살라고 저자는 권한다. SNS 팔로워 1000명 달성 같은 거창함 욕심보다 매일 자신의 소박한 삶을 규칙적으로 실행하는 데에 신경을 쓰라는 식이다. 침대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는 습관도 고쳐볼만하다. 어디엔가 박혀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탁상시계를 소환하면 될 일이다.
 
책머리에 소개됐듯이, 애플의 신화 스티브 잡스는 자녀들에게 아이패드 사용을 제한했다. 트위터를 만든 에번 윌리엄스도 아이들에게 책은 수백 권 사 주었지만 아이패드를 사 주진 않았고, 애널리틱스를 창립한 레슬리 골드 역시 학교숙제용 외엔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했다고 한다. 공인된 세계 최고의 테크놀로지 전문가인 그들이 왜 그랬을까.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중독성을 알고 이미 공포증에 시달렸던 것은 아닐까.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상태를 ‘노모포비아(nomophobia)’로 부르는 신조어도 나왔다. 미국의 앱 개발자 라미트 차올라는 소셜미디어의 ‘좋아요’ 버튼을 ‘최초의 디지털 마약’이라고 명명했다. 기기를 열어 수시로 확인하고 검색해야 직성이 풀리는 습관도 똑같은 마약이다.
 
그러고 보니 난 오늘도 출근길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밴드까지 3종의 마약을 흡입한 셈이다. 집에 있을 아내와 학교에 간 아들도 예외가 아닐 텐데…. 그 끝은 어디일까. 행여 식탁도 필요 없고 각자 폰으로 주문해 각자 먹는 날이 오려나?
끝이 없다면, 과연 이 해악의 비탈길에서 멈출 수는 있을까? 
 
본문이미지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 무엇이 당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색하게 만드는가>
애덤 알터 지음, 홍지수 옮김, 부키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글쓴이 :      비밀번호 :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이번호 커버이미지
이번호
서점 이벤트
  • 예스24
  • 교보문고
  • 인터파크
  • 알라딘
  • 이달의 목차
  • 지난호보기
  • 정기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