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간 배너
  • 이벤트
  • 동영상
  • 카드뉴스
  • 조선뉴스프레스멤버십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COLUMN
  1. HOME
  2. COLUMN

[이정원 변호사의 법으로 사는 세상살이 2]‘성인지 감수성’과 강간·화간의 경계선

2019-06-21 06:32

글 : 이정원

  • 메일보내기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기존 형법상 강간죄의 대상은 ‘부녀’였습니다. 남성에 대한 강제추행죄는 성립할 수 있지만 강간죄 성립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2012년 12월 18일(시행 2013년 6월 19일 시행) 형법 개정으로 강간죄의 대상이 ‘사람’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동시에 사람의 구강, 항문 등 신체의 내부에 성기를 넣는 등의 행위를 처벌하는 유사강간죄도 신설하였습니다. 곧이어 2013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더라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아내를 간음한 경우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면서 배우자에 대한 강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종전 판례를 변경합니다.

성폭력 범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인격권을 말살하는 범죄로서 엄히 처벌해야 합니다. 국회의 입법 추세 및 법원의 판결 경향도 성폭행 범죄에 대하여 더 넓게, 더 강하게 처벌하는 쪽으로 바뀌어왔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형량이 대폭 강화된 특별법을 적용합니다. 실무적으로도 수사기관은 성폭력 범죄의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있습니다. 요즘 중범죄를 다루는 형사 합의부 사건(사형, 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 대부분이 성폭행 사건이랍니다.
 

처벌 수위 높아진 성폭력 범죄… 무고죄도 동반 증가

성희롱, 성폭행 사건의 경우 대부분 목격자가 없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만 존재할 뿐인데 서로 전혀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 그래서 강간인지 화간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를 악용하는 무고죄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전 연인으로부터 성폭행으로 고소당했으나 무고로 밝혀진 사건, 현재 연인이 외박한 것을 알고 추궁해 ‘성폭행당했다’고 거짓말한 사건, 평소 친하게 지내던 교수가 성적을 짜게 주자 성추행당했다고 고소한 사건, 클럽에서 원나잇을 즐겼는데 강간으로 고소된 사건 등이 해당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하면서, 성희롱 사건에서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피해자 진술을 판단할 때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 피해 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한 경우, 신고 후에도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 심지어 성폭력을 당한 직후 웃거나 가해자의 팔짱을 끼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경우라도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최근의 경향을 반영한 원칙론적 판결입니다만, 강간과 화간의 경계선을 그어내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진실이 밝혀져 가해자들이 그에 상응하는 죗값을 받고, 이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없으려면 말입니다.
 
 

 
이정원 변호사는…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재단 사무총장직을 맡아 사회인권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특별수사관 출신이다.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글쓴이 :      비밀번호 :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