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벤트
  • 동영상
  • 카드뉴스
  • 조선뉴스프레스멤버십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COLUMN
  1. HOME
  2. COLUMN

[백정림의 앤티크 스타일 28]따뜻한 홈문화 트렌드, 뉴트로

2019-02-17 11:37

글 : 백정림

  • 메일보내기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본문이미지
1) 빅토리안 샐러드 접시에 레이어드된 아르누보 디저트 접시
2) 산당화를 꽂은 화병으로 사용한, 에칭 무늬가 아름다운 빅토리안 디캔터
3) 레드가 매혹적인 아르데코 크림 저그
4) 아르누보 크리스털 화병
5) 금도금 트리밍의 아르데코 크리스털 와인잔
6) 조선시대 혼례에서 쓰던 목안(나무기러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2019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새해가 되면 늘 그렇듯이 올해도 새해 트렌드가 될 키워드는 무엇인가가 화두다. 서점에는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도 몇 권씩 나오게 마련이다. 사람은 오늘을 열심히 살기 위해 과거를 회상하고 내일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나 역시 작년 한 해를 생각하며 올해는 어떤 것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까 궁금한 마음에 서점에 들러 책을 집어 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뉴트로’였다. 뉴(new)와 레트로(retro)를 합성한 말로 ‘새로움’과 ‘복고’라는 테마를 융합한 말이다.

앤티크를 사랑해 오랫동안 수집해온 컬렉터로서 ‘복고’라는 말이 2019년을 밝힐 핫한 단어로 떠올랐다는 것이 내심 기뻤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되어 빠르게 변화하며 새로운 것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우리는 어쩌면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디지털 기술 덕분에 언제 어느 때 어느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고, 재미있는 볼거리로 인해 우리 눈과 귀는 늘 열려 있다. 그로 인한 즐거움과 편리함을 마다할 리 없겠지만 때로는 그 어지럼증으로부터 탈피하고픈 심정도 사실일 것이다. 이런 우리 심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몇 해 전에는 88서울올림픽 때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지 않았던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전성기인 1980~90년대에 유행했던 당구장, 볼링장과 롤러스케이트장들이 요즘 현대 시설로 꾸며 부활하고 있다. 장년층에게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넘어 1020세대에게 새로운 경험과 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은 빠른 시대 변화 속에서 주변의 온갖 새롭고 낯선 사물에 이방인처럼 고독을 느끼며, 익숙하고 친숙한 과거 기억과 흔적을 은연중에 갈구한다. 그리고 그 해답은 복고와 앤티크에서도 새롭게 찾을 수 있다.
 
본문이미지
흑칠 나전칠기 이단 옷장과 조선시대 흑칠 서류함의 조화가 품격 있다.

이러한 복고 경향은 해마다 바뀌어야 직성이 풀리는 패션계에서도 두드러졌다. 특히 해외 명품 브랜드에서는 복고 취향과 함께 동양의 전통적인 모티프인 색동이나 화조 문양을 도입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우리가 구식이라 여겨 촌스럽다는 말로 버려둔 색동과 꽃무늬가 늠름하게 돌아와 명품의 브랜드를 빛나게 하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사실 복고풍으로 앤티크를 즐기거나 수집하고 집을 꾸미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늘 그래온 트렌드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류층은 항상 오래된 골동품과 그림으로 집 안 장식하기를 즐기며 자신의 위상을 차별화하려고 했다. 애써 모은 그림이나 골동품을 가끔 꺼내보거나 친한 지인에게만 보여주며 그들만의 식견과 품격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한 상류층의 문화 취향은 새롭게 경제적 풍요를 누리기 시작한 평민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어왔다.

19세기 빅토리안 시대에도 산업혁명으로 경제적 발전의 혜택을 누린 신흥 부유층이 많아졌다. 이 시기에는 복고와 이국적 취향이 상류층의 모든 문화를 지배했다. 거실 바닥과 계단은 인도산 카펫이 장식했고, 벽면에는 바로크 시대에 유행하던 태피스트리가 걸렸다. 일본 취향이 풍미하던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듯 태피스트리 옆에는 일본산 부채와 우산을 장식했다. 모든 사람이 마치 ‘여백 공포증’에라도 걸린 듯 온 벽면과 공간은 갖가지 앤티크 물건으로 채워졌다. 19세기에 살지만 17세기와 18세기 물건으로 가득 찬 집에 살고 있는 빅토리안 시대 사람을 꼬집어 1836년 알프레드 뮈세는 <세기의 산 증인으로서의 고백>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부자들의 방은 골동품 진열장이다. 고대, 고딕, 르네상스, 루이 18세 등 우리 시대의 것만을 빼고 모든 세기의 골동품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당시 상류층이 골동품을 얼마나 좋아했는가를 잘 표현한 말이다.
 
본문이미지
1) 스털링 홀더의 메뉴 홀더
2) 정교한 조각의 스털링 받침이 있는 센터피스(아르데코)
3) 수정 손잡이의 아름다운 디저트 포크(빅토리안)
4) 스털링 홀더의 크리스털 센터피스(아르데코)
5) 실버 오버레이 디너 접시(아르데코)
6) 스털링 홀더의 핸드페인팅 센터피스(빅토리안)
7) 퓌포카 스털링 초콜릿 포트(아르데코)
8) 퓌포카 스털링 크림 저그(아르데코)
9) 스털링 이단 티어드 접시(빅토리안)
10) 샐러드 접시와 수프볼(빅토리안)

빅토리안 시대 사람들은 유난히 품격 있는 집 안 꾸미기와 손님 초대에 집착했다. 이 또한 상류층을 따라 하고픈 평민들의 오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급격한 사회 변화와 도시화로 치열해진 사회의 생존 경쟁으로부터 돌아온 남편들은 따뜻하고 품격 있는 홈문화를 통해 휴식 취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사회적 성공의 증거로 자신을 치장하기보다는 집 안 치장하는 것을 즐겼고, 그렇게 꾸민 집에 사람들을 초대해서 부를 자랑했다. 페르시안 카펫과 사람의 허리춤까지 오는 중국산 도자기 화병들로 거실을 채웠다. 열정을 바쳐 성공한 빅토리안 시대 사람들이 꿈꾸던 마지막 종착점은 품격 있고 따뜻한 스위트홈이었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아늑한 공간에서 앤티크를 통해 과거에 대한 안락한 경험을 느끼고 이국적인 풍물을 바라보며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더하지 않았을까?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요즘, 우리의 집 안 꾸미기는 이와는 정반대인 듯 느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라는 비슷한 공간에 살면서 단순하고 천편일률적인 가구를 배치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우리만의 격조 있는 옛 문화를 잊어버리고 서양의 간편한 문화만을 좇으며, 집밥처럼 따뜻하고 아늑한 홈문화를 잃어버리고 있다. 마침 불어오는 복고의 물결 속에서 편리함과 빠름에 양보한 우리의 따뜻한 홈문화를 되돌아보고 다시 한 번 보듬어볼 일이다. 과거의 시간이 모두 아름다울 리 없으나 시간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과거를 아름답게 채색해준다. 과거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가 일상의 고단함과 삶의 치열함을 위로받을 수 있음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2019년 새로운 1년이 우리에게 펼쳐졌다. 어물쩍하는 사이 또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힐링이라는 말로 외식과 드라이브를 즐겨온 우리지만 올해는 가족과 함께 집 안에서 단란함을 즐겨보자. 식탁 한켠에 예쁜 찻잔을 올려놓고 언제든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여유를 누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찬바람이 매서운 겨울 한가운데 있지만 올 한 해 우리 집은 어린 시절 맛나게 먹었던 호빵만큼이나 따뜻한 안식의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예쁜 잔에 각설탕을 넣어 마시던 엄마의 홍차가 늘 그리움으로 남아 있듯이, 남편과 아이들에게 추억할 수 있는 홈문화를 선사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글쓴이 :      비밀번호 :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