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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림의 앤티크 스타일 27]우리 집 겨울 정원 베란다 가꾸기

2019-01-23 09:47

글 : 백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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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톤 아르누보 화병과 조선의 옛돌에 담겨진 물풀들,그리고 추운겨울 따뜻함을 느끼게해주는 레드 화병들(모두 아르누보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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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아름다운 조선의 나주소반과 아르누보 시대의 크리스탈 스프볼과 물컵의 조화가 아름답다
유난히 아름다웠던 가을을 아쉽게 보내고, 12월을 맞아 겨울준비를 생각했는데 어느새 송년모임의 러시 속에서 2018년이 저물었다. 지난 일들을 추억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며 정갈한 마음으로 새해 마음가짐을 할 때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말처럼 새로운 마음가짐이란 단정한 자세와 습관에서 나오고, 그것은 주변 정리에서 시작될 수 있다. 책상 앞에 놓인 수첩과 노트를 정리하고 휴대폰 전화번호부도 정리한다. 한편으로는 집 안 거실 공간을 정리하고, 그동안 무심히 보아온 베란다 화초들도 추운 겨울 유리창 너머 햇살 아래에서 싱그럽게 자라도록 정돈하자. 유리로 된 아파트 통창에서 생활하다 보면 특히 겨울철에는 문을 꼭꼭 닫아놓아 실내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런 겨울철에 베란다에서 화초를 가꾸며 느끼는 따스함은 추운 겨울의 쌀쌀함과 답답함을 잊게 해주는 마음의 난로 같은 느낌이다.
 
1월이면 백화점의 옷들이 봄옷으로 바뀌는 것처럼 벌써 봄을 기대하는 마음을 대변하듯 딸기, 냉이, 달래가 식탁에 오른다. 제철 나물, 제철 과일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시대다. 오히려 딸기가 제철인 4월쯤에는 딸기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6∼7월이 제철인 참외가 과일가게의 새로운 주인공이 된다. 모두 온실이라는 특별한 시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요즘은 근교에 상업용 온실이 대부분이고 합성수지 발달로 비닐하우스가 주류를 이루지만 전통적인 온실은 유리와 철골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맥락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자연 친화적인 건물의 주요 자재로 사용하며, 신축 대형 건물들 로비를 온실처럼 꾸미고 있다.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 집을 방문할 때 정원의 한켠을 멋지게 차지하고 있던 유리로 된 전통적인 온실은 나에게 이국적인 신세계였다. 유리라는 소재를 통해 바깥세상과 소통하면서도 추위와 별개의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 희귀한 열대식물과 화초가 자라는 이국적인 세상은 꿈의 공간이었다. 생각해보면 유리만큼이나 우리에게 낭만과 기쁨을 주는 것이 없을 듯하다. 키가 큰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마시는 커피 한 잔, 좁은 아파트 공간에 살지만 베란다 유리창을 통해 보는 바깥 풍경은 늘 실제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모두 유리와 햇살이 함께 만들어내는 묘한 매력 덕분이다.

산업혁명이 유럽인의 삶에 많은 변화를 이끌어낸 1850년에는 유리 역사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다. 유리제조 산업에서 대량생산과 규격화가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일종의 특별소비세격인 유리세가 폐지되었다. 중산층에게는 평생 로망이던 유리를 끼운 그릇장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것을 채우고 꾸미려는 소비생활이 사회변화를 이끌 정도였다. 생활 전반에서 값싸진 판유리의 활용이 커지면서 건축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유리와 철골을 주재료로 한 ‘마르퀴즈’라고 불리는 새로운 건축양식이 도입되어 철도의 플랫폼과 지하철 입구 그리고 저택의 현관 지붕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그리고 대형 판유리의 대량생산과 규격화는 더 나아가 철골과 유리를 주재료로 사용한 대형 건물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1851년 영국에서 개최한 세계 최초의 박람회에 유리로 된 수정궁이 등장한 것은 19세기 신건축 운동의 역사에서도 큰 획을 그은 중요한 일이었다. 수정궁은 한 번도 건물의 주재료로 나선 적이 없는 유리와 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대미문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렇게 역사적인 건물인 수정궁을 지은 사람은 누구일까? ‘조지 팩스턴’이라는 인물로 그는 본래 온실 건축가였다. 어떻게 온실 건축가가 국가의 가장 큰 사업의 대표 건물을 짓게 되었을까? 18세기와 19세기에 건설된 유럽 저택을 방문할 때면 정원의 한켠에서 거의 마주치게 되는 온실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유럽의 음습한 기후는 사람들로 하여금 햇볕을 갈망하는 정서를 갖게 했다. 그리고 따뜻한 햇볕이 있어야 재배 가능한 생화와 야채는 연중 흐린 날이 많은 유럽 기후에서 1년 중 잠깐만 만날 수 있는 귀한 것이었다. 산업혁명으로 부를 축적한 상류층은 연일 파티를 열어 손님을 초대했고, 부를 과시하고 일반인과 차별화를 위해 사시사철 생화로 집과 식탁을 장식하며 싱싱한 과일과 야채를 식탁에 올리고 싶어 했다. 이러한 열망을 가능케 해준 것이 온실이었고, 이 온실의 건설에는 유리 중에서도 귀한 몸값을 자랑하던 판유리를 썼다. 이런 이유로 온실과 그 온실이 있어야만 사시사철 만날 수 있는 생화와 과일, 야채는 부의 상징이 되었고, 온실 건축은 상류층의 필수 과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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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자기위에 스털링으로 아름답게 핸드페인팅 된 디너접시위에 현대의 방짜 실버 스프볼을 얹고 아름다운 초 장식을했다
2) 클리어 디캔터와 레드 화병은 모두 아르누보
3) 초록 트리밍이 싱그러운 민튼사의 디너접시 위에 올려진 티잔은 그린과 골드의 매치가 고급스러운 티파니사의 것으로 모두 빅토리안시대의 것이다
4) 쎈터를 장식하고있는 스털링 슈거볼과 크림기는 초장식을 해서 만찬의 분위기를 더욱 북돋우고있다(아르데코)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연말도 지나 1년 중 가장 추운 두 달을 앞두고 있다. 온실을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생화와 싱싱한 야채, 과일을 늘 접할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다른 사람이 누릴 수 없는 것으로 지위와 부를 드러내고 싶어 하던 근대 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이 겨울 어떻게 따뜻한 볕을 집으로 끌여들여 싱그러움을 누릴 수 있을까? 햇볕과 가장 잘 만나는 공간인 거실, 베란다를 정성껏 꾸며 우리 가족만의 온실 정원을 꾸며보는 것은 어떨까? 아파트라는 공간이 익숙해졌지만 때로는 바깥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이 그리운 것도 사실이다. 한겨울 싱그러운 바깥 공기를 식구들에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은 베란다의 작은 공간을 초록 식물로 꾸미는 것이다. 식물을 담는 화분이 세월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옛 돌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꽃시장에서 사온 흔한 화분이면 또 어떠랴. 창밖은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한겨울이지만 내 집의 안락함과 따뜻함을 가족에게 느끼게 해주는 공간을 내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을 누려보자. 지금 필자의 집 베란다에는 여름 내내 정원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던 물풀과 새덤들이 추위를 피해 조선의 옛 돌 속에서 자라며 집 안에 싱그러움을 주고 있다. 옛 조상들이 곡식을 씻는 데 사용하던 자배기 또한 여름을 빛내던 물풀들을 너그럽게 보듬으며 실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사나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이지만 햇살을 더 따뜻하게 해주는 묘한 매력을 가진 유리창 너머로 보는 세상은 내 가족의 안락함과 행복을 확인이라도 해주듯 더없이 온화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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