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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림의 앤티크 스타일 17]봄 햇살 초대하는 유리 이야기

2018-03-17 16:02

글 : 백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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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핑크와 그린 컬러가 조화로운 와인잔(빈티지)
2) 스털링 오버레이 디저트볼
3) 스털링 오버레이 저그(아르누보)
4) 스털링 오버레이 센터피스
5) 핑크와 그린의 조화가 아름다운 와인잔(아르누보)

입춘이 지나면서 길게만 느껴지던 밤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고 있다. 오후 6시도 되기 전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던 한겨울과는 달리 밤은 조금 여유를 주며 찾아오고 있다. 추워서 거리를 두던 아파트 베란다에도 아침 햇살이 온기를 더해 우리를 창가로 유혹하고 있다. 바야흐로 봄이 사부작사부작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어 봄을 가장 먼저 느끼게 해주는 것은 아마도 창가로 들어오는 햇볕일 것이다. 유난히 춥던 겨울이 지나고 3월을 맞이하니 창가로 들어오는 봄볕이 평안함과 함께 화사한 봄날을 꿈꾸게 한다. 창가 바로 밑에 놓아둔 화분 속 노란색 수선화가 제일 먼저 봄을 기약하며 매일 행복한 아침을 열어주고 있다. 유리창 너머 풍경은 아직 겨울이지만 따뜻한 봄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문을 열지 않고도 바깥세상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유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공기처럼 우리가 고마운 생각 없이 당연하게 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유리다.

유리의 역사는 무척 길지만 창문으로 쓰이는 판유리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서양에서 비싼 사치품에 부과하는 특별소비세 격인 유리세가 폐지된 것은 1845년으로, 그전까지만 해도 유리는 상류층의 대표적인 신분 과시용 공예품이었다. 기원전 1세기경 로마에서 ‘유리불기(glass blowing)법’이 발명되어 본격적인 생산이 이루어졌고, 꽃병, 접시, 물병, 술잔 등 다양한 유리 제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당시 귀족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포도주를 유리잔에 담아 마실 수 있었다. 4세기경 로마인의 블로잉 기법은 실크로드를 거쳐 중국 귀족에게까지 건너가 오늘날 중국의 귀중한 유물로 발굴되기도 하니 유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구나 열망하며 소유하고자 했던 것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수천 년 전부터 그 시대 최고 수준의 예술문화를 낳았던 유리는 인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귀한 것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장식품으로 쓰이던 유리는 7세기경이 되어서야 중동지역에서 창이나 천장의 건축 부자재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때 쓰이던 색유리는 그 후 유럽에 전해져 우리가 알고 있는 홀리글래스(holy glass) 즉, 스테인드글라스 형태로 교회 건축의 상징물이 되었다. 이렇게 유리는 창과 결합되어 건축의 중요 부분을 차지함으로써 인류에게 실내에서 볕을 누리는 큰 선물을 선사한다. 한지로 된 창호를 달아서 햇볕을 자연스럽게 집안으로 끌어들이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운 한옥과 달리 서양 건축물은 햇볕이 들어오기 힘든 육중한 돌로 지어졌다. 햇볕을 실내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판유리를 끼운 창이 필요한데, 1700년대 이전까지 햇볕이 많이 들어올 수 있는 큰 창을 채울 만한 판유리 제작 기술은 여의치 않았다. 그런 이유로 서양 건축물은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햇볕만 들어오는 창 구조를 갖게 되었고, 이는 그 시대 사람들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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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핑크와 그린의 조화가 아름다운 와인잔(아르누보)
2) 크리스털 와인잔(아르데코)
3) 그린과 핑크 컬러가 조화로운 와인잔(아르누보)
4) 나비 핸드페인팅의 프로스티드 크리스털 디저트 접시(아르누보)
5) 약절구와 물확에 심은 봄꽃, 수선화와 새덤(조선 후기)

프랑스를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르는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거울의 방은 유리의 높았던 몸값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15세기 이르러 거울은 베네치아에서 우수한 품질로 거듭나는데, 당시 베네치아 거울은 이전의 희미하던 금속 거울과는 차원이 다른 평면거울로 만들어져 획기적인 발명품이 되었다. 엄청나게 비싼 유리 거울 가격은 평민과의 차별과 구별을 원하던 귀족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신분 과시용 아이템이 되었다. 귀족들은 앞다투어 더 큰 거울을 소유하기를 원했고, 부로써 귀족들을 누르고자 했던 루이14세는 베르사유의 한 방을 대형 거울로 장식했다.

19세기를 마감하는 1890년 무렵부터 곡선의 자연주의를 표방하며 시작된 ‘새로운 예술’ 즉, 아르누보라는 예술사조에서 유리는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며 많은 아름다운 작품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 아르누보 작가 중 랄리크, 갈레 그리고 도움 등은 특히 샐러드볼이나 화병 같은 유리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이것은 샐러드볼이나 화병의 수요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음습한 날이 많은 유럽에서 신선한 채소와 과일 그리고 꽃을 파티에 내놓는다는 것은 판유리가 끼워진 온실을 소유하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기에 그것은 곧 집주인의 부를 과시하는 확실한 징표가 되었다. 부의 상징인 싱싱한 채소와 생화를 꽂을 볼과 화병의 수요는 이런 이유로 점점 늘어났다.

이렇듯 귀한 물품이던 유리는 오늘날 다양한 글라스와 창문 그리고 거울 형태로 우리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유리 제품 중에서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은 집안 꾸미기의 시작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특히 집안에서 가장 잘 보이는 거실 창은 집안 안주인으로서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정성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될 수 있다. 한겨울 추워서 멀리하던 베란다 창 앞에 봄을 알리는 새덤, 수선화, 산수유, 산매화를 꽂아 화사한 봄을 미리 즐겨보자. 부엌이나 자녀 방의 비교적 작은 창 또한 조금만 신경 쓰면 생활의 즐거움을 더하는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옛 시간 속의 행복한 가족 모습이 담긴 사진틀 하나가 산당화를 꽂은 유리 화병과 함께 창가에 있다면 공부와 일로 힘든 가족에게 힘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가장 귀한 것은 금도 은도 아닌 지금! ‘현재가 선물(present is present)’이라고 하지 않던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의 많은 일들 속에서 현재를 가장 잘 즐기는 법은 나를 가장 편안하게 맞이해주는 ‘마이 홈’을 내가 좋아하는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리라. 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봄볕이 사랑스러운 요즘, 창가를 꾸미는 것에 하루쯤 푹 빠져보자. 오랜만에 들를 꽃시장에는 이미 봄이 활짝 피어나서 저마다의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창가 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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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린과 핑크 컬러가 조화로운 저그(아르누보)
2) 화기로 쓴 오버레이 디저트볼
3) 파트 수르 파트 기법의 디너 접시와 스튜벤 크리스털 수프볼(아르데코)
4) 티파니사의 스털링 커틀러리(1900년)
5) 핑크와 그린 컬러가 조화로운 와인잔(아르누보)

1 계절을 알리는 파수꾼으로 창가를 활용하자. 3월에는 봄을 알리는 수선화나 새덤 같은 봄꽃으로 가족들에게 봄을 먼저 선물하자.
2 자녀 방 창문턱에는 추억 어린 작은 사진틀을 놓아보자. 지나간 세월의 추억과 함께 가족의 정겨움은 배가된다.
3 부엌 창가에는 올해 받은 달력 중에서 가장 예쁜 달력을 놓아 중요한 메모장으로 사용해보자. 깜박하고 놓치는 일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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