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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하시죠 10]김장하셨나요?

2017-11-25 08:15

글 : 이창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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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집집마다 반드시 치러야 할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내년에 먹을 김치를 담그는 김장을 하는 겁니다. 요즘은 아예 김치를 사먹거나, 김장을 해도 다른 먹거리에 밀린 탓에 소량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제(11월 18일, 토) 저희 집도 김장을 했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분들도 거의 같은 날짜에 김장을 했습니다. 포항에 지진이 일어나지 않고, 수능이 원래대로 11월 16일 치러졌더라면 더 많은 가정이 김장을 했을 겁니다.

저희 집은 어머니, 저, 아내, 딸, 아들 둘 등 어른 여섯용으로 배추 20포기를 담갔습니다. 생배추가 아닌 절임배추를 주문해 김장을 했을 뿐인데 준비에서 마무리까지 24시간이 꼬박 걸렸습니다. 모처럼 큰소리 없이 김장을 무사히 마치고, 이를 기념(?)하는 돼지고기 보쌈과 김장 겉절이로 가족의 화목을 도모했습니다.
어린 시절 저희 집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저, 동생 둘 등 여섯 식구였으나 사정으로 거의 집에 들어오지 못하신 아버지를 제외하면 다섯이 전부였습니다. 그럼에도 김장을 지금보다 10배 이상인 200~250포기를 담갔습니다. 무도 큼지막한 것들로 150여 개에다 그에 준하는 양의 갓, 파 그리고 소금 한 가마니 등 집안의 대형 행사나 다름없었습니다. 당시는 절임배추라는 게 없었기에-있어도 비싸다는 이유로 안 샀을 테지만-생배추를 사다 절이고 씻어 건져 물을 빼고 소를 넣어야 했습니다.

서울 만리동 단독주택이던 우리 집은 큰길에서 250여m에 이르는 오르막길로 이어지는데 차든 리어카든 닿을 수가 없어서 배추와 무 등을 손수 날라야 했습니다. 가족과 온 동네 친구들을 불러 모아 한 포기 또는 한 단씩 집 앞마당까지 옮기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나른 김장용 재료에 큰 고무 다라이, 칼, 도마 등 온갖 부엌용품으로 그렇지 않아도 조그만 앞마당은 한 가득이었습니다.

배추를 절이는 것으로 시작하는 김장은 마지막으로 항아리에 담기까지 이틀이 꼬박 걸렸던 것 같습니다. 집 안이 어수선하기는 했어도 그 시절 김장하는 날은 제겐 명절과도 같았습니다. 특별히 먹거리가 없던 때이다보니 김장 중에 이따금 어머니와 할머니가 절인 배춧잎에 싸주시는 김칫소는 1년에 한 번 맛볼 수 있는 특식이었고, 김장 말미에 등장하는 돼지고기 보쌈은 모처럼 단백질을 맘껏 보충하는 자리였습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잘 마무리하시고, 지진으로 피해입은 포항시민들에게도 따뜻하고 아낌없는 위로와 격려 부탁드립니다. 올 한 해 보내주신 독자님들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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