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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의 인생美답 15]아이만 잘되는 집은 없다

2017-09-09 09:29

글 :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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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에 가면 엄마들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거 있어요? 꿈이 뭐예요?” 그럴 때 적지 않은 엄마들이 이렇게 말해요.

“저는 별 욕심 없고요. 우리 애만 잘됐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말하는 ‘잘된다’의 기준은 물론 하나입니다. 최소한 ‘인 서울’. 잘되면 소위 말하는 스카이. 애가 좋은 대학에 가면 그 집 전체가 그냥 잘된 거로 치지요. 반면, 애가 인 서울에 실패하면 그 집 아빠가 아무리 잘나가도 주변에서 이런 소리나 듣습니다.

“아무리 높은 자리 올라가면 뭘 해? 애가 그 모양인데.”

비교적 입시전쟁의 외곽에 있는 아빠도 그런데 중심부의 엄마들은 오죽할까요. 엄마로 살아온 20년 세월이 오직 입시 하나로 평가되니 자칫하면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남편한테 ‘당신이 집에서 한 게 뭐냐’는 소리를 듣게 생겼습니다. 그러니 대한민국 엄마들이 다 애들 공부에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것이지요. 애들 대학에 부모의 인생 점수가 달렸으니 ‘애만 잘되면 다 잘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한 것은 다 잘되려고 하는 일이 반대로 집안 전체를 꼬이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동창 A는 전형적인 대치동 엄마였습니다. 학교에서 학원까지 가는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늘 자신의 차로 아이를 실어 날랐지요. 차 안에는 아이가 먹기 좋게 한입 크기 음식으로 만들어진 도시락이 있었고, 바쁠 때는 A가 비닐장갑을 끼고 아이에게 먹여주기까지 했습니다. 대기업 임원인 남편의 월급에서 절반 이상을 첫째 아이에게 몽땅 투자했죠. 가끔은 노후 준비도 못 하고 있는 현실이 걱정돼 남편이 한마디 하면,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는 아내의 차가운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문제는 고3 때 아이의 성적이 점점 떨어지면서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체력이 약한 데다 예민한 아이가 성적이 떨어지자 불안 증세를 보인 것이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매사에 날카로워지면서 가족들과 끊임없이 부딪쳤고 아버지와 몸싸움까지 벌였습니다. 아버지는 노후도 포기하고 모든 것을 투자한 아들이 자신에게 덤벼드는 걸 참을 수 없었어요. 결국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아이는 입시에 실패한 채 집에서 나와 외롭게 혼자 살고 있습니다.

집은 아이 하나만 잘되기 위한 공간이 아니에요. 3분의 1만 크고 온 남편도 커야 하고, 제대로 커보지도 못하고 결혼한 엄마도 어른답게 커야 합니다. 엄마 아빠도, 아이들도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권리가 있어요. 그런데 그 소중한 권리를 빼앗아서 한 사람에게 몰아주면 받은 사람도 뺏긴 사람도 억울해집니다. 하나가 잘되기 위해 나머지가 억울하고 힘들다는 것은 집안의 밸런스 자체가 이미 깨졌다는 얘기예요. 몸뚱이로 치자면 팔 하나만 비대하고 나머지 손발은 너무 작은 모습이지요. 몸의 일부만 커져 버리면 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병들어가듯이 가족도 순환하지 못하면 병들어버립니다. 결국에는 언젠가 문제가 터지고 그 대가를 아프게 치러야 하죠. 부모 병원비가 천만원만 나와도 가족들이 10년간 연을 끊어요. 다른 형제들이 많이 받은 자식을 향해 혼자 다 받았으니 병원비도 혼자 해결하라며 등을 돌리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모두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누군가 넘어졌을 때 손을 잡아줄 여유가 없는 거예요.

반면 누구 하나 억울하지 않게 잘 큰 집들은 순환이 잘됩니다. 집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도 감정의 순환, 배려의 순환, 이해의 순환이 되기 때문에 금방 회복해나가지요. 가족 중 누군가 힘들면 여유 있는 누군가가 도와주고 끌어줍니다. 가족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공평하게 성장했으니 책임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지요. 모두가 억울함 없이 건강하게 골고루 큰 집에서 결국 괜찮은 아이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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