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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하시죠 07]‘혼멍’(혼자 멍 때리기) 휴가

2017-08-26 10:01

글 : 이창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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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어딘가를 다녀온 것은 아니고 집에서 혼자 멍 때리고 있다가 왔습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아내가 장기간 해외여행을 갔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청소해라’ ‘화분에 물 줘라’ ‘벤(반려견)과 산보하고 와라’ 등등 아내의 등쌀에 잠시도 쉴 틈이 없었을 겁니다.

해서 한참 늘어지게 자다가 일어나서 아내가 사놓은 1인용 햇반으로 끼니를 간단하게 때우고, 거실 소파에 기대어 멍하니 앉아 있다가 잠시 졸아보는 여유를 가졌습니다. 심심하다 싶으면 밴드 한답시고 장만한 일렉기타를 앰프에 연결해 이 노래 저 노래 연습하다가, 다시 소파에 기대어 거실 베란다에 펼쳐진 북한산 도봉산 불암산 수락산 중 한 곳을 멍하니 쳐다도 봤습니다. 휴가 중 읽기로 한 책들도 나름 꼼꼼히 들여다보다 졸리면 과감하게 잠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인근에 거주하는 어머니를 모셔 와서 한 끼 대접해드렸습니다.

물론 아내가 휴가를 떠나며 당부한 목록들인 벤에게 약 먹이고 가끔 놀아주기, 화분에 물 주기, 설거지 및 음식물 찌꺼기 처리 등도 알아서 잘 해냈습니다. 그때그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일하는 내내 짜증이 나지 않더군요.

내 휴가를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친구들은 한결같이 ‘진정한 휴가를 보내고 있다’며 ‘좋아요’를 꾹꾹 눌러주었습니다.

멍 때리면 그동안 뇌가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오히려 창의력 강화에 좋다고 합니다. 2001년 미국의 신경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사람이 눈을 감고 아무런 생각이 없는, 소위 멍 때리기 상태에 빠졌을 때 뇌의 특정 부위가 바빠지는 것을 뇌 PET 촬영 중에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부위를 전문 용어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Default Mode Network)’라고 합니다. <멍 때려라!>의 저자인 신동원 성균관대학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멍 때리는 순간에 내측 측두엽, 내측 전두엽, 후측 대상피질 등 일명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부위가 활성화된다”고 말합니다.

‘혼멍 휴가’로 내 DMN이 얼마나 활성화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딜 가야 하나?’ ‘뭐 먹지?’ ‘차가 왜 이리 막히는 거야?’ ‘뭐 그렇게 시키는 게 많아? 좀 쉬자!’ 등등의 스트레스 없는 휴가를 보낼 수 있어 좋았다는 겁니다.

한편 집 안에서만 보내는 휴가로 하나 더 체득한 것이 있습니다. 청소, 빨래, 설거지, 화분&반려견 키우기, 끼니 운영 등등 제대로 된 집 안 살림을 하려면 얼마나 계획적이고 부지런해야만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묵묵히 대한민국의 가정을 꾸려나가시는 주부님들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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