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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바보 이정수의 행복다짐 05]맛있게 져주세요

2017-05-13 09:30

글 :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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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프로를 보면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옵니다. 유머의 기술로 보자면 공격과 수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문용어(?)로 까서 웃기는 사람(공격)과 까여서 웃기는 사람(수비)이죠. 하지만, 두 부류 중에 어떤 쪽이 더 대단하냐를 놓고 보자면, 까여서 웃기는 사람입니다. 더 대단한 능력자예요. 까는 건 아무나 깔 수 있지만, 까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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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이는 사람이 불쌍해 보이면 더 이상 유머가 아닙니다. 그래서 공격할 때도 좀 강해 보이는 사람을 공격해야 한다는 유머의 룰이 있습니다. 좋은 예가 박명수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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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 씨는 수비적 측면에서 대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맛있게 까이죠.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맛있게 까인다는 표현을 순화하자면 ‘맛있게 져준다’라고 할 수 있겠죠. 행복한 결혼생활에도 이게 필요합니다. 질 거면 맛있게 져주세요.
 
일전에 우리 집에서 홈파티를 할 때였습니다. 집에 놀러 온 제 친구 부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흥이 터져서 못하는 술도 한계치까지 마셨습니다. 그리고 기분 좋을 때 나오는 제 버릇이 나왔죠. 퍼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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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나 제 가족이 이제는 잘 안 쓰거나 우리 집에 딱히 필요가 없어 보이는 좋은 물건들을 그냥 신나서 줍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는 사랑 표현 방식입니다. 아마도 우리 아버지께 물려받은 성격 같습니다. 아무튼 그날도 딸 리예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 장난감을 선물로 줬습니다. 그리고 기억을 잃었죠. 다음 날 우리 아내가 그걸 왜 줬느냐고 합니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준 것 같더라고요.
 
“아! 그거?! 그거 그냥 주면 안 되는 건가?”
 
“그거 비싼 거라서 중고로 내놔도 되는 거란 말이야.”
 
“아!! 미안!! 아하… 그 생각을 못 했네. 미안해!! 내가 묻지도 않고 저질러서 미안! (굽실굽실) 사죄합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쇼.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ㅋㅋㅋ 아냐. 어쩔 수 없지 뭐.”
 
사실 그 장난감은 제가 산 겁니다. 하지만 아내에게 묻지도 않고 그렇게 한 것은 부부로서 실수를 한 거죠. 누가 샀어도 집에 들어오면 가족의 것이니까요. 이렇게 뻔히 잘못한 일을 “그거 쫌 주면 어떠냐? 이제 잘 쓰지도 않는 건데. 그리고 내가 사 온 거잖아! 내 맘대로도 못 해?!”라고 했다면, 이건 뭐 끝까지 해보자는 거죠.
 
우리는 이런 상황과 종종 마주합니다. 내가 질 만한 상황 말이죠. 이런 상황이 온다면 그냥 져주세요. 그리고 기왕이면 맛있게 져주세요. 상대가 묘하게 승리의 기쁨이라도 누리게요. 그럼 상대도 더 이상 싸움을 만들지 않을 겁니다.
 
부부 생활이 예능버라이어티가 되느냐, 아침드라마가 되느냐는 어떻게 져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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