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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인생美답 10]엄마는 내 인생의 은인이야

엄마는 아이가 지하로 떨어졌을 때 온몸으로 받쳐주는 첫 번째 은인이 돼야 하는구나.

2017-04-02 09:53

글 :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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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사춘기를 맞으면 엄마는 ‘겁나는 순간’을 수없이 경험하게 됩니다. 저도 막내가 드디어 중1이 됐는데 슬슬 무서워지고 있어요. 위의 애들 둘 키워본 촉으로 볼 때 ‘그분’이 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얄밉게도 그놈의 사춘기는 예고편이 없더라고요. 1년 전쯤부터 미리 사인을 주면 좋으련만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됩니다. 멀쩡히 학교 갔다 온 애가 문을 쾅 닫는 그날부터 길고 긴 터널에 들어가는 거예요.

소파에서 방방 뛰고 엄마 손 꼭 잡고 다니던 내 아이. 그 순진했던 녀석이 갑자기 손을 뿌리치면서 “엄마는 나한테 손대지 마, 엄마 말 틀렸어. 내 말이 다 맞아!”라고 ‘사춘기 선언’을 합니다. 그 순간 엄마들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죠. 특히 시키는 대로 말없이 공부하던 아이가 책을 멀리하기 시작하면 심장이 얼어붙기 시작합니다.

아침마다 학교 앞 빵집에 모여 다른 엄마들에게 우리 애 거기 보낼 거라고 다 얘기해놨는데,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죠. 그나마 현실적으로 10층에 있는 대학 보낼 거 5층 정도로 기대치를 낮춰놨더니 아이는 아예 지하 5층으로 내려가 올라오질 않습니다. 엄마랑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숨통이 트이고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으니 지하 5층으로 뚝 떨어져 버리는 거예요. 그렇게 볕도 들지 않는 지하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방에 들어가면 수도승, 나오면 조폭’인 생활을 계속합니다.

이럴 때 적지 않은 엄마들은 그 자리를 고수합니다. 지하 5층, 지상 5층 합쳐서 10층의 차이가 나는 그 위에서 아이가 들을 수 있게 하려면 소리를 지르는 수밖에 없죠.

“네가 와야 할 곳은 여기잖아. 거기 있으면 안 돼. 올라오라고!”

그러나 지하 5층에 있는 아이에게는 엄마의 목소리가 닿지 않습니다. 자신의 고민과 우울함, 불안 속에 빠져서 타인의 목소리에는 귀가 열리질 않죠. 엄마와의 거리는 이미 너무 벌어졌고 자신은 이미 한심한 사람이 돼버렸잖아요. 게다가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못된 애’라는 죄책감은 더 깊은 우울의 수렁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을 뿐입니다.

그럴 때 엄마의 위치는 과연 어디여야 할까요? 저도 그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저 역시 둘째 녀석이 지하 5층으로 떨어지는 걸 목격했거든요. 위에서 수없이 소리를 질렀지만 아들은 더 거칠어지고 무기력해지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위치를 바꿨어요. 지하 6층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아이의 뜻에 따라 자퇴에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축 자퇴’라는 플래카드를 거실에 붙여놓고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괜찮아, 뮤지션은 자퇴 정도는 해줘야 나중에 먹어준대.”

그렇게 아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지하 6층에 내려가서 온몸으로 받아냈습니다. 그랬더니 아들 녀석은 자기가 지상에 있는 줄 알더군요. 아무리 떨어져도 그 밑에서 엄마가 단단한 땅처럼 받쳐주니 지상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던 거예요. 그리고 천천히 한 계단씩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자라면서 힘든 고비를 지나게 되죠. 운명적인 그 시기가 왔을 때 엄마는 기꺼이 아이들이 밟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땅이 돼줘야 합니다. 얼마 전에 아들 녀석하고 오랜만에 전화 통화를 했어요. 새로 들어간 학교에서 자신을 이해해주는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엄마는 내 인생의 은인이야.”

그 말을 듣고 저도 깨달았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지하로 떨어졌을 때 온몸으로 받쳐주는 첫 번째 은인이 돼야 하는구나. 그래야 세상에 나가서 좋은 스승도 만나고 두 번째, 세 번째 은인을 만날 수 있구나. 그걸 가르쳐준 둘째에게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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