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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의 피아노 비밀노트 08]피아니스트 성공의 2가지 열쇠

"너만의 남자, 아이, 안식처 모두를 포기해야..."

2017-03-18 11:38

글 : 이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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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
 
“넌 여자야. 여자에게는 하늘이 내린 세 가지 축복이 있어. 너만의 남자, 너만의 아이, 너만의 안식처.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어쩌면 너는 그 세 가지를 모두 포기해야 할지도 몰라.”
 
20대 중반, 피아니스트가 되고자 하는 저에게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입니다. 그 말을 듣던 그 순간에는 너무나 슬펐지만, 어쩌면 피아니스트의 고독한 삶에 대해 일찍부터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피아니스트로서의 성공에 숨겨진 열쇠 첫 번째는 인간관계입니다.
 
저는 오자와 선생님의 도움으로 국제 콩쿠르 우승 없이도 일본에 진출해 카네기홀, 산토리홀 등에서 여러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협연했던 지휘자들과의 인연으로 음악적인 조언을 비롯해 많은 가르침도 얻을 수 있었지요. 저에게는 이것이야말로 귀한 천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중한 분들의 도움으로 많은 무대에 오를 수 있었고 그 무대들이 피아니스트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 어떤 가르침보다도 ‘소중한 인연’을 맺은 은인들이 만들어준 무대가 더 큰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20대 때부터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던 연주가들로부터 ‘살아 있는 조언’을 많이 듣던 행운아였습니다. 대부분 뼈아픈 충고였지만 “음악이 참 좋다, 이제 음악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느낄 때는 마흔이 훨씬 넘은 뒤야. 너는 아직 가야 할 길이 20년도 넘게 남았고 그때를 지난 뒤에야 너 스스로 피아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을 거야” 하는 말을 들었을 때가 가장 무서웠습니다. 그 이후로도 그때의 마음을 항상 기억하며 음악을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연주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노력해왔습니다. 이런 노력들로 인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의 성공, 두 번째 열쇠는 건강입니다. 많은 수의 훌륭한 작곡가나 연주자들이 갑작스럽게 단명하거나 정신적으로 폐인이 되기도 하고, 특히 암과 같이 무거운 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도 합니다. 한때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많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아르헨티나의 여류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 그녀의 불같이 정열적인 연주와 강한 카리스마는 무대에 함께 서는 지휘자조차 놀라게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만큼 아르게리치는 강한 연주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갑작스럽게 피부암을 선고받고 무대에서 멀어집니다. 그렇게 강하던 아르게리치도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살아온 무대 위의 삶을 돌이켜 보니 나는 나 자신에게 혹독한 일을 시키고 있었다. 다시는 그 무서운 세상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오랜 투병을 끝내고 그녀는 건강을 회복했지만, 무대공포증이 생겨 좀처럼 무대에 서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하는 음악회에만 가끔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무대에 올라서도 꼭 악보 앞에서만 연주를 하지요.
 
아무리 건강하고 ‘강철 같은’ 인간이라 할지라도 무대 위의 삶에는 보이지 않는 공포가 있습니다. 바로 이 두려움이 연주가들의 정신과 신체를 갉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의 노예가 되지 않고 음악을 사랑하기에, 음악이 즐겁기 때문에 연주하는 음악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험난한 예술의 길을 걷고 있는 음악가를 격려하고 보살펴줄 수 있는 보다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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