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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인생美답 08]오늘 할 말 내일로 미루자

오늘 너무 화가 나서 결판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

2017-02-11 16:49

글 :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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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군가와 ‘결판’을 내고 싶은 순간이 왜 그리 많을까요? 몇 달 전에 아는 분이 그렇게 며느리 때문에 속상해하시더라고요. 그러더니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원장님, 며칠 전에 며느리가 저한테 했던 말이 너무 서운하고 잊히질 않아요. 시어머니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아무래도 오늘 불러서 결판을 내야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뭐라고 말씀드려야 되나 고민하다가 이런 얘기를 해드렸어요.

“저도 50년 넘게 살아보니까 어제 한 말이 오늘 제 생각보다 현명했던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대부분 그 일이 있고 난 다음 날 생각이 훨씬 낫더라고요. 하지 말 걸 왜 그랬을까 후회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오늘 결판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날 하루 참고 넘겨서 다음 날 다시 그 생각을 3일만 더 해보세요. 그럼 3배 더 지혜로워지실 거고 다른 더 좋은 방법을 찾으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랬더니 그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고요. 여전히 화는 나지만 왜 제가 그 말씀을 드렸는지 살아온 세월로 이해하셨던 거죠. 살다 보면 정말 ‘그 인간’과 결판을 내고 싶은 순간이 수도 없이 생깁니다. 당장 전화를 하거나 불러내서 네가 얼마나 못됐는지, 내가 얼마나 억울하고 정당한지 알려주고 싶죠. 가장 가까운 가족도 마찬가지예요. 공부 안 하고 맨날 놀러 다니는 아들놈은 불러다가 당장 그러려면 집을 나가라. 아예 오늘 결판을 내자고 하고 싶죠. 못되게 말하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욱해서 오늘 당장 도장을 찍자 이 말이 정말 목구멍까지 차오르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결판을 내려다가 가족 관계가 ‘결단’ 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제 주변에도 형제끼리, 부모 자식끼리 안 보고 사는 집이 적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가족 관계는 함부로 결판을 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친구도 의절하면 평생 가슴 아프고 속상한데 가족 관계를 결판낸다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죠. 할 말 하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끼리 얼굴 보고 사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사실 결판낸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마음은 10배 복잡해지고 관계는 꼬이고 주변 사람들만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죠.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가장 독한 일을 한 것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오늘 너무 화가 나서 상대방과 결판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일단 두고 잠을 청해보세요. 옳고 그름을 따지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하룻밤 넘기는 거예요. 언뜻 보면 맺고 끊는 것 없이 우유부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것도 엄청난 힘이에요. 결판내지 않는 힘은 다음 국면으로 넘기는 힘이거든요. 결판내려고 한다는 것은 그 순간 관계가 끝나고 ‘다음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단칼에 자르지 않고 실마리를 남겨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가 서서히 회복되기도 하고, 없었던 일처럼 문제가 사라질 수도 있고 굉장히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화합니다. 그 어머니도 몇 달 동안 며느리 안 보는 사이에 마음을 좀 가라앉혀서, 얼마 전부터 손주 핑계로 한 번씩 얼굴 보고 밥도 먹다 보니 지금은 관계가 훨씬 나아졌다고 하더군요. 칼같이 자르지 않았기에 남아 있는 실마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걸 보게 됐던 겁니다.

오늘 내가 하는 그 어떤 결판보다 내일 나는 훨씬 더 지혜로워질 수 있어요. 지혜로운 내일의 나를 믿고 오늘 조금 급하게 행동하려는 스스로를 한 번 더 다독여보면 어떨까요?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가 때로는 최고의 약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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