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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인생美답 05]내가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닌데

내 안을 들여다 보기!

2016-11-05 09:00

글 :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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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강의를 가보면 강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젊은 친구들 열 명 중 두세 명은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강사가 되고 싶대요. 실제로 이런 친구들과 얘기를 해보면 정말 똑똑하고 말도 잘하고 끼가 넘치죠. 제가 보기에도 강사 하면 잘할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꼭 한 가지를 물어봅니다.

“꿈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럼 꿈을 이루기 위해 산 넘고 물 건넌 당신만의 콘텐츠를 얘기해봐요.”

그럼 대부분은 아직 없다고 말합니다. 당연하죠.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니까요. 말 잘하는 건 타고난 재능이죠. 원천기술이에요. 그런데 이게 세상에 팔려나가려면 가공을 해야 하는데 가공할 만한 재료는 없고 원천기술만 있는 거예요. 그러면 팔 수가 없는 거죠. 겉을 싸고 있는 재능이 아무리 화려해도 그 안에 있는 콘텐츠가 합쳐져야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거든요.

저도 다행히 말하는 재능을 타고났습니다. 그리고 20대 때 나름대로 콘텐츠를 채우는 노력을 해봤죠. 대출을 얻어서 어렵게 차린 학원을 운영하느라 학교 선생도 안 하는 가정방문을 하고, 매일 새벽까지 학생카드를 보면서 연구를 했어요. 그렇게 피아노학원을 통해 산을 넘고 물을 건넜더니 그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렇게 저는 저만의 콘텐츠와 말 잘하는 장점을 합해 강사로서 첫발을 뗐어요. 원천기술과 가공기술이 합쳐져서 드디어 상품이 된 겁니다. 만약 그때 저만의 스토리가 없었다면 과연 지금까지 강사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이 세상에는 무대에 서도 될 정도로 말 잘하고 퍼포먼스 잘하고 끼 많은 사람들이 넘치게 많아요. 하지만 그 안에 내용이 채워진 사람은 몇 안 됩니다. 오히려 말이 어눌해도 들을 만한 내용이 있으면 비용을 내서라도 듣죠.

강사가 되기에 충분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장점 안에 내용을 채우는 노동으로 들어가야 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친구들은 장점이 자신의 인생이 되고 자신을 먹여 살리는 귀중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견디지 못해요. 가공기술 없이 원천기술로만 거래를 하려다가 금방 벽에 부딪힙니다. 결국 자신의 장점 때문에 도리어 슬프게 사는 친구들을 저는 많이 봤어요. 나 강사 하면 정말 잘했을 사람인데, 지금 왜 이러고 사나….
이건 비단 강사뿐만이 아니에요. 내가 영업했으면 정말 큰 돈 벌었을 텐데, 내가 이런 끼로 예술을 했으면 정말 뭐 하나라도 했을 텐데. 난, 정말 뭐라도 됐을 사람인데. 술만 먹으면 레퍼토리처럼 늘 똑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이 주변에 꼭 있죠. 그럴 때마다 저도 늘 얘기합니다.

“맞아, 너 정말 능력 있고 재주 많아. 100% 인정!”
저도 진심으로 인정하는데 본인은 자기가 능력 있고 괜찮은 걸 얼마나 더 잘 알겠어요.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더 현실이 우울하고 슬퍼지는 겁니다. 장점만 있고 그 안이 텅 비어 있으면 장점이 오히려 나를 파괴하는 독이 되기도 하는 거죠. 반면 원천기술은 부족해도 ‘노력’이라는 가공기술이 뛰어난 사람은 결국 인생을 씩씩하게 꾸려나가더라고요. 재능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결과를 보고 ‘저 까짓것 나도 한다’라는 말을 아주 쉽게 합니다. 하지만 그의 산 넘고 물 건넌 그 눈물 나는 노동, 그 콘텐츠는 죽어도 흉내 낼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요즘 혹시 ‘내가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면 내 안을 한번 들여다보세요. 타고난 재능과 능력에 비해 그 안의 진짜 콘텐츠, 내용이 부족한 건 아닌지, 내 원천기술이 가공기술을 제대로 못 만나 슬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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