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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해외 한 달 살기 열풍

2019-04-02 10:14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셔터스톡, 양래교, 김지현, 수은서,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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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어느 광고 카피다. 여행은 휴식 혹은 일탈이 아니던가. 이 카피는 여행의 의미를 ‘일상’으로 해석했다. 여행지 현지 시장에서 장을 보고 공원을 거니는 등 일상을 고스란히 경험하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꼭 가봐야 한다는 관광지에 들러 인증샷을 남기고 기념품을 사러 이곳저곳 들르는 여행과 비교하면 참 여유롭다. 살아보는 여행, ‘한 달 살기’엔 여유가 깃든다. 생각과 경험의 농도가 짙어진다. 아이를 둔 엄마가 여행지에서 한 달 살기를 결심하는 이유다. 아이가 더 넓은 세상을 봤으면 하는 바람. 엄마표 한 달 살기가 궁금해졌다.
part1
‘한 달 살기’는 진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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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한 달쯤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잠시 고민해본다. 푹 쉬되, 어쩐지 다르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소셜미디어를 뒤적일 때마다 꾸준히 보이던 ‘#한달살기’가 뇌리가 박힌 게 아닐까.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이 부쩍 는 기분이다. 한 달 살기를 인증하는 소셜미디어 글은 당연하고 경험을 토대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도, 책을 펴내는 사람도 많아졌다.

한 달 살기 붐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2010년 전후부터 대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지방 어딘가에서 새로운 일상을 그리는 문화가 유행했다. 제주도가 단연 인기 장소였다. 한 달 살기가 해외로 번지기 전까진.

이른바 ‘해외 한 달 살기’라고 한다. 언뜻 장기 여행 같지만 살짝 결이 다르다. 말 그대로 ‘살기’이니 말이다. 구체적으로 다른 구석을 찾자면 좀 더 느리게, 가까이, 깊이 현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새 인생 체험’인 셈이다.

엄마들도 시작했다. 아이의, 아이와 인생 체험을 위해 한 달을 떠난다. 영어를 가르칠 목적으로 나서는 한 달 살기도 있지만 견문 넓히기에 무게를 싣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엄마표 한 달 살기’ 흔적은 서점가에서도 쉽게 보인다. <런던×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지형이의 밴쿠버 그림여행> <아이랑 놀며 살며 배우며 사이판 한 달 살기> 등. 체험기 위주의 도서들이다. 저자들은 공통적으로 “아이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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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이랑 놀며 살며 배우며 사이판 한 달 살기>, <런던×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지형이의 밴쿠버 그림여행>

소확행, 한 달 살기 늘렸다

한 달 살기가 불러올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은 방송 프로그램 <잠시만 빌리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의 조정치·정인 부부와 21개월 딸, 핀란드 헬싱키의 박지윤 모녀, 인도네시아 발리의 김형규 부자. 이들이 보여준 일상의 변화는 다르게 살아보는 삶의 가치를 전한다. 이를테면 “아이와 밖에서 식사해본 적이 없다”는 조정치·정인 부부는 딸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건 당연하고, 여유로이 식사를 즐기는 자신들의 모습을 스스로 놀라워했다. 기분 좋은 변화였다.

한 달 살기의 진화 배경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욜로(인생은 한 번뿐이다) 문화의 확산도 빼놓을 수 없다. 밴쿠버에서 한 달 살기를 경험한 주부는 “아이들과 소확행을 찾으려 해도 한국에선 잘되지 않더라.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길 바라면서 결국 내가 길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한 달 살기를 결심한 이유다.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등장도 해외 한 달 살기 확산에 한몫했다. 에어비앤비 숙소는 호텔보다 저렴하고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비해 장기 숙박 공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가정집 숙소가 많아 주방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구하기 쉬운 점도 장점.

실제로 두 자녀와 유럽 한 달 살기를 한 주부는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하루 한 끼 이상 요리가 가능한 숙소를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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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KBS 2TV <잠시만 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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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찾는 도시는 방콕

한 달 살기 흐름은 항공권 수요에서도 나타난다. 인터파크투어가 자사 해외항공권 데이터를 기준으로 흐름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 동안 한 도시에서 한 달간 체류하는 형태의 여행 수요가 198% 늘었다. 이는 현지 삶을 체험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여행이 인기임을 뒷받침한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과거에는 최대한 여러 도시를 다니며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이 인기였다면, 이제는 한곳에 오랜 시간 머무는 여행이 추세다”라고 설명한다. “일상과 잠시 분리된 삶을 통해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고 재충전 시간을 갖고자 하는 사회 분위기의 영향이다”라고 덧붙였다.

한 달 살기 도시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방콕이다. 물가가 비교적 비싸지 않아 가성비 좋은 숙소를 구할 수 있고, 볼거리, 즐길거리 등 여행 인프라가 발달한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뒤이어 인기 도시에 이름을 올린 곳은 필리핀 마닐라, 베트남 호치민, 필리핀 클락, 베트남 하노이 순으로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가 강세였다.

한국인이 살기 좋은 인프라가 있는 곳이라 평가받는 캐나다 밴쿠버,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각각 6, 7위에 오르며 장거리 여행지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part2
경험한 엄마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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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 달 살기 양래교 씨
“비용? 어떻게 지내느냐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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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다녀왔다. 캐나다 한 달 살기. 두 아이를 해외에서 공부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해왔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 권유가 동기가 될 줄이야.

“한번 와보라고 할 때마다 ‘그래, 가고 싶어’라고만 했지 결심한 적은 없어요. 애들이 너무 어리고 제가 영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어서. 친구 부부와 함께 여행을 간 자리에서 친구가 또 권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남편도 허락했겠다 ‘이건 기회다!’ 싶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가보자 했죠.”

떠나기로 마음먹었건만 내내 망설였다. 2018년 5월 중순에 맞춰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한 달 살기’ 준비에 나섰다. 준비할 게 많지 않았다. 한 달 동안 머무는 일정인지라 아이들 언어 교육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 현지 교육기관을 미리 알아보지 않은 이유다. 대신 현지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기 위한 렌터카 예약은 필수였다.

“캐나다는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어요. 아이 둘을 데리고 움직이려면 렌터카는 꼭 있어야 해요. 국제면허증은 한국에서 면허증 들고 경찰청에 가면 1년짜리로 발급해줍니다.”

밴쿠버에서 차로 50분 정도 떨어진 포트무디에서 한 달간 지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경기도 남양주쯤이다.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문화 활동의 범위가 무척 넓었다.

“레크리에이션 센터, 즉 ‘렉센터’라는 곳이 지역마다 있어요. 엄청나게 큰 빙상 경기장도 있고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도 있고요.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거의 렉센터 출신이래요. 일종의 문화센터인데 교육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거죠. 선생님 한 명이 아이 서너 명을 맡아요. 그럼 되게 비쌀 것 같잖아요? 우리나라가 3개월에 12만원대라면 거긴 3만원대예요. 첫애가 체육 활동 두 가지, 만들기, 발레를 배웠어요.”

아이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고, 모국어를 인지하면서 외국어에 거부감이 들기 시작할 때라는 5살이었다. 뜻밖에 아이는 눈치껏 영어를 알아들었다. 영어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큰아이가 문화 체험을 할 때 세 살배기 둘째 아이는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렉센터 옆에 있는 도서관이 주 놀이터였다. 날씨도 아이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딸아이가 기관지가 약한 터라 한국에선 미세먼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면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예요. 큰애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한 번도 아프질 않았어요. 한국에서는 콧물 흘리고 기침했거든요. 공기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죠.”

부족한 영어 실력은 번역 애플리케이션이 메웠다. 해외 한 달 살기를 선뜻 결정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인 ‘언어’는 실제로 문제가 되지 않더란다.

“시내 쪽으로 갈수록 영어를 못 하면 짜증내는 사람도 있긴 하는데 번역기 돌리니까 다 되던걸요.”

캐나다 한 달 살기에 든 비용은 660만원이다. 비행기표부터 렌터카 비용, 식재료비, 현지 입장료 등. 친구 집이 숙소인 덕에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총경비를 말하면 “생각보다 저렴하다”는 반응이 돌아온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북미권 국가는 비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애만 보내도 비용이 꽤 드는 나라잖아요. 저 역시 직접 살아보기 전까진 큰돈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어떻게 생활하느냐가 관건이에요. 외식비는 확실히 한국보다 비싼 반면 식재료는 진짜 저렴해요. 특히 고기! 생선과 채소는 값싼 데다 신선하고요. 공원, 놀이터 등 어딜 가도 사먹을 데가 적어서 음식을 싸가지고 다녔더니 외식비를 아낄 수 있었어요.”

해외에서 한 달 살기란 자신과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젠 정반대다. ‘어디서든 살 수 있다’는 용기와 의지가 가득해졌다. 지난 경험에 힘입어 ‘캐나다 1년 살기’를 준비하고 있다.

“해보는 건 매우 중요해요. 캐나다에 다녀온 뒤로 지인들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꼭 나가서 살아보라’고 말해요. 정말 다른 세상이 열린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요.”

경험자로서 건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현지에 또래가 있는 게 좋아요. 안 된다면 한국에서 또래 가족과 팀을 꾸려서 가는 걸 권합니다. 아이는 시너지를 내고 엄마는 의지할 수 있으니까요.”
 

영국·프랑스 한 달 살기 김지현 씨
“외국어 못 해도 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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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나가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게 오랜 꿈이었다. 말 그대로 꿈이었다.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어딘가로 간다고 생각하면 짐 꾸리기는 당연하고, 현지에서 돌볼 자신이 없어서였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랄 때까지 기다리다 마흔이 코앞에 왔다. 문득, 이때가 아니면 정말 안 될 것 같았다.

“유럽에 가고 싶었어요. 어딜 봐도 다 예술 작품이고 여유가 넘칠 것 같은…. 유럽에서도 어느 나라를 갈지는 고민했어요. 아빠 없이 다녀도 안전한 나라, 놀면서도 무언가 배울 수 있는 나라, 자연 속에서 뛰어놀 수 있는 나라, 가능한 한 영어가 통하는 나라. 영국 런던이더라고요. 유럽까지 간 김에 런던에서 기차로 충분히 갈 수 있는 파리까지 골랐어요.”

비용은 두말할 필요 없는 고민이었다. 평소 여행을 가도 비수기를 선호하는 편이라 항공권 가격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숙소 비용이 난관이었다. 대신 아침과 저녁 식사를 숙소에서 해결한다면 생활비가 많이 들 것 같지 않았다.

“무엇에 더 투자하고 무엇을 줄이면 좋을지 요리조리 생각해봤어요. 밥을 해먹으면 괜찮겠더라고요. 런던은 웬만한 볼거리 입장료도 무료거든요. 여행 자금을 숙소에 조금 더 쓰고 생활비는 아이들 한 달 학원비로 충당하자는 결론을 내렸죠.”

1년 동안 매달 10만원씩 저축한 120만원, 6개월간 아르바이트로 모은 300만원, 어릴 때부터 저금한 아이들 통장에서 인출한 200만원, 두 아이 한 달 학원비와 식비 150만원, 여기에 남편의 지원금을 더해 비용을 마련했는데, 총 860만원이 들었다.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내키는 대로 움직이고 싶어서였다. 세 가족은 아침에 눈을 뜨면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공원으로 나섰다. 유난히 공원이 잘 조성된 나라인지라 아이들이 뛰놀기엔 최고였다. 한바탕 놀고 나면 버스를 타고 박물관, 미술관에 들렀다. 곳곳을 둘러보다 지치면 곧장 나와서 배를 채우고, 또 놀다가 저녁 장거리를 챙겨 귀가했다. 아이들이 할 게 없는 밤이면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간 현지 관련 영화를 보여줬다. 알아들을 수 없는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보다 나았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아이들은 변하고 있었다.

“처음엔 박물관 그림 하나 보는데 집중도 못 하고 아주 난리였어요. 한쪽에서 벌 세웠을 정도니까요.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애들이 스스로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나중엔 ‘엄마, 오늘 덜 봤어. 내일 또 가자’고 하는 거예요. 어릴 때 데려가봤자 다 잊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떻게 경험하느냐의 차이 같아요. 지금도 학교 미술시간에 아는 그림 나오면 자랑한대요.”(웃음)

런던과 파리에서 2주씩 머물렀다. 런던에서 파리까진 유로스타(고속열차)로 4시간 거리다. 두 곳 모두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구했다. 더 좋은 호텔을 구할 수 있어도 아이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런던에서는 2층 버스를, 파리에서는 지하철을 주로 이용했다. 파리 지하철의 위생 상태를 익히 들어왔건만 실제로 마주하니 훨씬 고약하더란다.

외국어라곤 생활영어만 조금 할 줄 아는 엄마다. 영국식 발음에 한 번 놀라고,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 파리에 두 번 놀랐다. 그럼에도 한 달간 사는 데 무리는 없었다.

“다급해지니까 어떻게든 해요. 파리에서 우버 택시를 요청했는데 기사님이 영어를 못 한대요. 옆에 지나는 젊은 여성을 붙잡고 ‘영어 할 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대서 대뜸 부탁한 기억이 나요. 하하.”

한국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두려움이 앞섰다. 혼자 아프거나 일이 생기는 건 견뎌본다 해도 엄마로서 감당해낼 수 있을지가 가장 두려웠다. 웬걸, 바리바리 챙긴 약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은 한 달 내내 감기조차 걸리지 않았다. 너른 자연을 만끽하며 지낸 덕이라 여긴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의 도움도 톡톡히 한몫했다.

“초반엔 하루 한두 가지씩 꼭 현지 투어 가이드를 만났어요. 한국 가이드면 ‘엄마 혼자 애 둘을 데리고 왔느냐’면서 언제든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현지인만 알 수 있는 팁도 주시고요. 예를 들어 무슨 시리얼을 사면 레고 랜드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대요.”

한 달 살기 당시 큰아이는 초등 6학년, 작은아이는 1학년이었다. 한 달 동안 등교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확신했다. 아이들에겐 그 이상의 가치였다고.

“애들 인생에 해외 한 달 살기 기회가 얼마나 올까요? 큰 원에서 점 하나 빠진다고 큰일 날까요? 비록 통장은 가벼워졌지만 아주 묵직한 행복의 시간을 얻었어요. 떠나기 전의 저처럼 고민만 하고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어요. 주저 없이 도전하세요.”
 

베트남·태국 한 달 살기 수은서 씨
“아이와 유대감이 더 깊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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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가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들리지 않는 대신 볼 수 있는 여행을 많이 하게 해주고 싶었다. 애초에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외국은 아이가 부담 없이 지낼 수 있는 곳이다. 해외 한 달 살기는 아이를 위한 여행의 연장선이었다. 2017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2018년 여름방학 중 한 달씩 베트남에서 보냈다.

“아이들이 부담 없이 비행할 수 있고 물가가 저렴한 데가 동남아예요. 최대 보름 단위 여행은 해봤어도 한 달 동안 머문 건 베트남이 처음이죠.”

준비 과정에서 여행자보험 가입은 필수다. 생활 환경이 바뀔 경우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 밖에 특별히 준비한 건 없다. 한국에 비해 물가가 싸서 필요한 물품은 현지에서 구매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3일 분량의 세탁물은 세탁소에 2000원만 지불하면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여행과 한 달 살기는 엄연히 다르다. 여행할 때는 빠듯한 일정에 맞춰 움직인다면, 한 달 살기엔 여유가 깃들더란다. 이를테면 갑작스러운 비 소식이 전해져도 마음 편하게 일정을 미뤘다. 오랜 시간 머물면서 현지인과도 친분이 쌓였다. 덕분에 현지 결혼식에 초대받은 적도 있다.

“우리나라 돌잔치 같다고 해야 하나. 되게 재밌어요. 현지인이 즐기는 음식도 맛봤어요. 염소고기! 하하. 저도 아이들도 색다른 기억이에요.”

베트남의 여름과 겨울을 모두 겪어본 사람으로서 적당한 시기는 ‘여름’을 추천했다. ‘동남아 겨울이 추워봤자’란 생각은 오산이다.

“발리나 푸껫을 떠올리면 안 돼요. 12월의 베트남은 추워도 너무 춥더라고요. 애들이 물놀이를 할 수가 없어요. 여름의 단점이라면 체온 조절? 베트남은 에어컨을 가동하는 곳이 많지 않아서 추위, 더위를 심하게 반복하거든요. 애들이 목감기에 걸리기 쉬워요.”

지난 겨울방학엔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지냈다. 이전 한 달 살기와 다른 점은 영어교육을 더한 것이다. 아이가 무언가를 배웠으면 하는 엄마의 욕심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당 비용을 매기는 영어 선생님을 숙소로 불렀다. 한 시간에 2만원씩. 평균보다 조금 높은 가격이었다.

“저렴하다고 할 순 없는데 현지 영어캠프나 학원과 비교하면 비싸진 않은 것 같아요. 200만원을 훌쩍 넘는 영어캠프도 있다더라고요. 영어 가정교육비도 다 달라요. 시간당 3500원인 경우도 있어요.”

한 달 교육의 효과는 있을까. 그는 “영어 실력보다 아이가 영어에 겁을 내지 않는다”며 나름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이와 유대감이 깊어진 점도 해외 한 달 살기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낯선 곳에 딱 우리 셋이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애들이 의젓해져요. 특히 큰애는 말하지 않아도 제 앞가림을 하고요. 막내는 가끔 ‘가족은 다 함께 하는 거야’라면서 아빠를 챙겨요. 근데 그때뿐이에요. 돌아서면 금방 잊고 놀아요.”(웃음)

한 달 살기는 아이에겐 추억을, 엄마에겐 친구를 남겼다. 현지에서 한 달 여행 중인 또 다른 엄마들과 맺은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엄마 혼자 타지에서 아이를 돌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이번 주말에도 모처에 숙소 잡고 모이기로 한걸요.”
 
 

part3
전문가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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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교육 전문가
“내 아이가 영어를 잘하는 것이 싫다”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외국에서 한 달을 머물더라도 귀가 열렸으면 하는 게 엄마 마음이다. 하지만 “조급해 말라”는 것이 전문가의 이야기다. 윌에듀케이션 정슬기 대표가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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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기’ 증가를 체감하시나요?
“물론이요. 전화, 내방 상담 등 한 달 살기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어요. 실제로 현지에서 유학원 행사를 하면서 한 달 살기 중인 한국인을 전보다 많이 만나고 있고요.”

언어 교육을 목적으로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계획하는 부모들이 선호하는 곳은 어딘가요?
“예전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필리핀이 인기였는데, 요즘에는 치안 문제로 인해 말레이시아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호주, 캐나다, 미국 등지에서도 한 달 살기 경험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물가, 거리 등 이유로 여전히 동남아를 선호하죠.”

유학원 입장에서 추천한다면요?
“말레이시아요. 치안 수준이 싱가포르와 비슷하고 호텔급 부대시설을 갖춘 숙소가 많아요. 무엇보다 영어 배우기에 좋습니다.”

한 달 머무는데 언어 교육에 도움이 될까요?
“언어는 그 나라 문화와 사고에 얼마나 노출되느냐에 따라 학습 결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해외 한 달 살기’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일상에서 만나는 기회이지만, 4주 동안 고급 단어를 암기하거나 다양한 문법을 익힐 순 없는 기간이에요. 분명한 건 외국어로 생활하고 현지 문화를 겪어본 아이는 외국어 학습에 흥미를 갖게 된다는 겁니다.”

아이 혼자 해외 한 달 살기를 하는 경우도 있나요?
“맞벌이 가정의 경우 어학원을 통해 아이만 보내기도 해요. 이땐 안전을 보장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최근 보호자 없이 겨울 한 달 살기에 참여한 아이가 현지 어학원 보조교사로부터 폭행당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고요. 보호자 동행하에 한 달 살기가 가장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믿을 수 있는 업체를 찾으세요.”

현지의 가정방문교사가 한 달간 교육하는 경우라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나요?
“그런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만 대다수 가정방문교사는 정규 교습자격을 갖추지 못한 분들이에요. 티칭 실력과 이력이 불확실하니 권장하지 않습니다. 교사 실력이 부족하고 아이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교사를) 바꿀 만큼 4주는 길지 않다는 점도 기억하세요. 가정방문교사 진행을 원한다면 교원증 보유 여부를 꼭 확인하세요.”

외국어 교육을 바라는 부모에게 한마디 조언한다면요?
“조급해하지 마세요! 아이들 스스로 궁금해서 묻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다양한 문화체험 환경을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국제학교 사전답사를 하고 본인이 그곳에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지 판단할 여유도 주시고요.”
 

#여행 전문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무엇이든 경험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는 건 그래서일 터.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코리아 홍종희 홍보총괄이 13개국의 가족 여행 고수들이 경험하고 건네는 알짜 정보를 전한다.

숙소를 빼놓고 장기 여행을 이야기할 순 없죠?
“내부 편의시설은 당연하고 숙소 위치도 중요한 요소예요. 관광지 외에도 공원, 대중교통시설과 가까운지 확인해야 해요.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주는지도 따지고요.”

일정은 어떻게 짜야 할까요?
“아이 동반 여행에서 가족들이 입을 모으는 원칙은 ‘유연한 태도와 단순하고 무리 없는 일정’입니다. 첫날은 동네 마켓에서 장을 보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방법으로 숙소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해외에서 아이를 꼭 데려가야 하는 곳이 있나요?
“매번 놀이터에 가길 권해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배우거든요. 놀이터에서 현지 아이들과 어울리게 하거나 박물관, 공공도서관의 키즈룸, 어린이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세요.”

현지 음식만 먹어야 기억에 남을까요?
“가끔은 애들과 함께 슈퍼에서 재료를 사다 요리하는 게 좋아요. 여행 중에 일상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이 될 테니까요.”

예상 밖의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요?
“지역 행사를 추천해요. 현지 시장, 박람회, 축제도요. 일정을 미리 확인하면 공원에서 멋진 재즈 공연을 즐기거나 종교 행사 행렬이 지나는 것을 구경할지도 몰라요. 예상하지 못한 경험이 기억에 남는 법이죠.”

좋은 팁, 몇 가지 더 주신다면요?
“일정에 운동을 추가하시길. 자전거나 카약을 대여하는 것도 좋고, 현지 가이드가 진행하는 자전거 투어가 참가하는 것도 괜찮아요. 애들을 동네 실내 수영장에 데려가거나 피트니스 센터 일일 클래스를 수강하는 방법도 있고요. 여행일기를 쓰는 건 또 어때요? 어디서든 휴대할 수 있는 작은 공책이면 되니까요.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거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자투리 시간에 아이들이 간단히 메모할 수 있도록 하세요. 여행을 추억하는 소중한 기념품이 됩니다.”
 
 


<아이랑 놀며 살며 배우며 사이판 한 달 살기>저자 김소라의
이건 꼭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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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숙소, 차량 예약은 필수
“도시마다 차이가 있지만 집과 차는 미리 챙기세요. 예약은 필수입니다. 현지 가서 구할 수 없는 게 이 두 가지예요. 요샌 한 달용 게스트하우스도 많으니까 블로그 정보 검색을 활용해보세요. 다녀온 분들 수기를 참고하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문의하는 방법도 있어요.”
 
비싼 진료비, 비상약품 소지하기
“너무 아프면 병원에 가야겠죠. 근데 보험이 안 돼서 진료비가 아주 비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해요. 비상약품도 꼭 챙기세요. 부족하다면 현지 약국에서 구매하시고요.”
 
의류 짐은 최소화
“바리바리 싸들고 갈 필요 없어요. 특히 옷! 최소화해서 들고 가시길. 현지에서만 쓸 옷을 저렴하게 구매해서 입고 나중에 버리고 돌아오는 게 효율적이에요.”
 
한국 양념 챙기기는 덤
“전체 짐을 줄이면서도 된장, 고추장 같은 양념은 챙겼어요. 애들 입맛 때문에요. 고춧가루를 가져가서 간단한 김치를 담가 먹는 것도 괜찮더라고요. 양념이 있으면 요리하기도 쉽고, 요리해서 먹으면 생활비도 절약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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