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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캄보디아 등지에 7개교 세운 하은맘의 S프로젝트

2018-05-23 09:58

취재 : 이윤경  |  글 : 김아름ㆍ김선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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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개발국가에 학교를 짓기 위해 똘똘 뭉친 엄마들이 있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캄보디아, 필리핀, 네팔 등 6개국에 7개를 개교했고, 10년 안에 학교 100개를 세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도 품었다. 평범한 엄마들의 비범한 학교 짓기 프로젝트.
“오늘 네팔로 떠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지난 3월 2일, 인천공항에서 연락해온 김선미 씨는 목소리가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떨림과 벅찬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공항에 모인 21명의 엄마들은 네팔에 학교를 세운 주역들. 완공식도 보고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네팔로 떠나는 날이었다.

엄마들이 일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부터 1호 캄보디아 깜뿟 방과후 교실을 시작으로 필리핀 톤도 도서관, 태국 야소튼 콕싸앗 CDP데이케어 센터, 미얀마 쉐빠욱깐 밝은미래 아동센터, 인도네시아 땅그랑 나환자촌에 유치원을 지었다. 올해는 네팔 사러다 학교와 시버성거 학교를 건립했고, 2018년 말까지 코트디부아르, 태국, 케냐에 3개 학교를 추가로 개교한다. 학교 하나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은 1400만~6000만원. 모두 500여 명의 엄마들이 자발적 모금으로 마련했다. 학교 짓기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하은맘’ 김선미 씨가 있다.
 

육아 멘토, 기부로 엄마들의 구심점이 되다

김선미 씨는 베스트셀링 육아서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저자이자 11년 차 재무설계사다. 결혼 후 6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얻은 그는 예상치 못한 고된 육아 분투기를 온라인 페이지에 여과 없이 기록해 큰 인기를 얻었다. 블로그 내용을 토대로 엮은 책 두 권이 20만 부 이상 팔렸다. 3년간 아이를 끼고 기르는 ‘애착 육아’, 독서만으로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책 육아’의 성공 사례로 800회 넘게 강연도 했다. 그의 육아법에 공감하고 추종하는 이른바 ‘조직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귀한 딸 하은이를 갖게 되었지만 독박육아로 제 삶은 점점 피폐해졌어요. 아이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미안해서 눈물 흘리며 사과하는 일이 반복되었죠. 자괴감이 심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태어났는가’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에 이르렀어요. 책 속에 길이 있다고 생각해 아이에게도 읽어주고, 저도 닥치는 대로 읽어나갔어요. 그러다 운명처럼 기부에 대한 내용을 접했죠.”

우연찮게 책 인세를 기부하면서 가슴속 공허감이 채워지는 걸 느꼈다. 예쁜 옷을 사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만족감과 비교되지 않았다.

잘나가는 고소득 재무설계사이기도 한 그는 한 구호단체를 통해 빈민국 어린이들과 결연을 맺고 6년 동안 3억 이상 기부할 정도로 나눔에 매료되었다. 그러다 아이들에게 돈 이상의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지어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 하은이 또래들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주자!’ 이것이 ‘하은맘 S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김 씨는 고객들에게 기부 사실을 알렸다. “당신이 내는 보험료의 10%는 자동으로 빈민국 어린이에게 전달된다”고 이야기하자 좋은 일에 뜻을 모으고자 하는 고객이 늘어났다. 지금은 십시일반으로 매달 2만원, 3만원씩 후원하는 ‘조직원’들이 전국적으로 500명에 이른다. ‘배려 육아’와 ‘책 육아’를 추종하고 김 씨의 삶의 방식에 공감하는 엄마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나이도 직업도 사는 지역도 모두 다르다. 부산과 제주도 그리고 미국에서도 참여의 손길이 잇따른다.

“보통 트립 한 번에 15~20명이 떠나요. 프로젝트 동참 회원 400명이 한 달에 1000만원가량 모으면 기관과 연계해 2~3개월에 걸쳐 학교 하나를 지을 수 있습니다. 함께 현지로 떠나죠. 200만원씩 내고 비행기 티켓을 끊고, 5일씩 시간을 내어 해외봉사를 다녀온다는 게 가정과 직장이 있는 여성들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일생일대에 다시없을 값진 여정이란 걸 알기에 선뜻 동참하죠. 1년 만기 적금을 드는 사람도 있고, 이번에 함께 간 멤버 중에는 아이 초등학교 입학식도 빠지고 온 엄마도 있었다니까요.(웃음)”
 

네팔 해외봉사에서 느낀 숭고함 그리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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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1호 학교인 캄보디아 우) 김선미 씨

이번에 완공한 사러다 초등학교와 시버성거 초등학교는 네팔 공항에 도착해 버스로 8시간을 이동해야 할 만큼 오지에 위치한다. 현지에 도착하자 후원아동들이 한국에서 온 엄마들을 함박웃음으로 반겼다. 이들은 한데 어우러져 학교 외벽에 그림을 그렸다. 이번 네팔행에 동행한 김 씨의 딸 하은이가 벽화 팀장을 맡았다. 건물에 현판을 붙이고 준공식도 열었다. 현판에는 후원자들의 이름을 새긴다. 본인의 이름, 자녀의 이름을 새긴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엄마들은 낮에 봉사활동을 하고 저녁에는 숙소에 둘러앉아 하루를 복기(復碁)했다. 차원이 다른 숭고함과 스스로의 위대함에 감탄사를 쏟아내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서로 머리를 맞댔다. 그는 “한 명씩 돌아가며 감회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눈가가 촉촉히 젖어 있다”고 말한다.

“네팔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무척 가난한 나라이지만 대자연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풍요로워요. 아이들은 신발도 없이 흙길을 5시간씩 걸어 다니면서도 얼굴에는 순수한 웃음이 가득해요. 엄마들도 불행해하기는커녕 표정이 밝아요. 반면 우리는 많은 것이 갖춰진 환경에 살면서도 늘 근심 어린 표정으로 살아가잖아요. 사교육에 찌든 아이들, 자녀를 성적으로 줄 세우는 엄마들 모습과 오버랩되어 마음이 아팠어요.”

현지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엄마들의 마음속엔 깊은 울림이 자리한다. 아이를 옭아매려던 욕심을 내려놓고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한다. 능력의 한계를 뚫어냈다는 데 자부심은 덤이다. 육아에 찌든 엄마들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육아(育我)’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수년째 건강한 가치관과 참된 행복을 장착해 선한 영향력의 주체가 되어가는 ‘조직원’들을 지켜보는 것도 김 씨의 보람이다. 

“돈이 많아서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는 게 아니에요. 저희끼리 정해놓은 원칙이 있어요. 외식 최소화하기, 미니멀리즘 실천하기, 1년에 책 100권 읽기, 소셜미디어 끊기, 2G폰 쓰기 등이에요. 반대로 사교육은 지양하죠. 엄마가 3년간은 무조건 끼고 키우기, 책 많이 읽기만 잘해도 충분히 인성 좋고 똑똑한 아이로 키울 수 있어요. 아낀 돈으로 학교 짓기에 후원도 하고 열심히 모아뒀다가 나중에 자녀 유학자금이나 등록금, 창업지원금 등 진짜 필요할 때 짠하고 내놓으라고요. 재테크는 자연스럽게 되겠죠?”

김선미 씨는 향후 10년 안에 빈민국에 학교 100개 짓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가난해도 꿈을 꾸고, 태초에 타고난 무한한 재능을 꽃피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프로젝트에 함께하며 엄마들 역시 올바른 방향으로 본인과 아이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사교육 없이도 지난해 16세의 나이로 수능을 치를 정도의 수재에다 인성까지 바른 아이 하은이가 산 증인이다.

“훗날 ‘S프로젝트’가 계속되어 주니어들도 참여하면 더욱 뜻깊지 않을까요? 하은이도 벌써 해외봉사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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