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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소확행’ 순간들

소소한 즐거움에서 행복을 찾은 셀럽 4인의 스토리

2018-03-06 13:25

취재 : 황혜진 기자  |  사진(제공) : 셔터스톡, 각 인터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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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을 소(小), 확실할 확(確), 행복 행(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말한다. 불확실하고 큰 행복을 바라는 대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4명의 셀러브리티들이 전하는 ‘소확행’ 순간을 함께해보자.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말은 깨끗한 팬티가 잔뜩 쌓여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작기는 하지만 확고한 행복의 하나가 아닐까….”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을 처음 세상에 내놓았다. “겨울밤 이불 속으로 들어온 고양이의 감촉” “갓 구워낸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새 셔츠를 뒤집어쓸 때의 기분”이 그가 언급한 소확행들이다.

소확행은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의미하는 덴마크의 ‘휘게’나 소박하게 공간을 채워나가는 삶의 방식을 뜻하는 스웨덴의 ‘라곰’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보잘것없이 느껴질지 모르지만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소확행’이라는 태그를 검색해보니 약 2만 건의 글이 나왔다. 잘 씻어 그릇에 담은 딸기 한 접시, 눈 오는 날 강아지들과의 산책, 좋아하는 캐릭터 제품으로 사무실 책상 꾸미기, 아이와 함께 하는 거품 목욕 등이 일상에서 공유되는 작은 행복들이다.

4명의 셀러브리티들에게 소확행의 순간을 물었다. 정신과 전문의가 추천하는 소확행 리스트도 소개한다.
 
 

아이를 품에 안고
살을 비비며 잠드는 순간

작가 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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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식판식> <엄마도 처음이라서 그래> 등의 저자다. 아이가 하는 말을 기록하고 엄마의 마음을 적어 <하루 10분 엄마의 시간>도 펴냈다.

아이를 키우며 소소한 행복감이 느껴지는 순간은? 밤에 불을 끄고, 아이를 품에 안고 살을 비비며 잠드는 순간을 꼽고 싶어요. 하루의 고된 시간이 한순간에 사르르 녹지요.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대체할 것도 없는, 오로지 이 공간에서 우리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행복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아이와 살을 맞대고 잘 수 있을까,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면 하루하루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이가 하는 말을 기록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육아에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육아는 부모가 일방적으로 아이를 기르는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와 대화하는 순간부터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엄마로서 삶도 힘들지만 아이 역시 아이로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았죠. 아이의 말 한마디로 인해 웃고 우는 일이 많아지면서 아이에게 의지하고 힘을 얻는 일도 생겼습니다. 아이 말이 육아를 한결 가볍게 해주었어요. 저에게 힘을 주는 아이 말들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아이와 함께한 일상이 무척 감사했음을 계속 깨달으며 살고 싶어요.
 
아이가 한 말 중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한 말은 뭔가요? 아이가 처음으로 “행복하다”는 말을 했을 때가 잊히지 않습니다. 내가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저 자신의 존재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어요. 나 때문에 행복이라는 감정을 배워나가는 아이를 보며 제 삶이 더 소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하는 말을 적어두고 생각하고 글을 쓰며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아이 말을 더 귀담아듣게 됐습니다. 무심코 내뱉는 가벼운 한마디 말 속에도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배웠죠. 그냥 듣는 것과 귀담아듣는 것은 다릅니다. 흘려들었다면 몰랐을 아이의 마음을 잘 알 수 있거든요. 아이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도 아이가 하는 말을 기록해두고 있어요.

아이들은 말이 많은데요.(웃음) 아이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아이가 하는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나가버리면 다시 없는 시간이고, 훗날 그리움으로 남을 테니까요. 온종일 아이가 엄마를 향해 종알종알 떠드는 말들이 이 순간뿐이라는 걸 염두에 두면 좀 더 수월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후회할 수 있는 시간을 지금부터 줄여나가고 싶어요.

바쁜 일상 중에도 소소한 행복을 찾고 싶은 엄마들에게 한마디한다면. <하루 10분 엄마의 시간> 프롤로그 한 구절로 답을 대신합니다. “힘들기만 할 줄 알았던 시간들이 어느 순간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변했다. 지금까지 아이와의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 거 같은데 앞으로 남은 시간들은 더 빠른 속도로 흐르겠지. 저만큼 앞서 뛰어가는 아이의 뒤를 쫓아가고 싶지만 내 걸음은 자꾸만 느려진다. 나는 이제 아이를 안는 대신 아이와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품는다. 매일이 아쉬워 지금 이 순간을 사랑스럽게 매만진다. 현재 고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이 책이 숨어 있는 행복을 일깨워주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마시는
와인 한 잔

배우 조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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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춘향선발대회 춘향 진으로 선발된 후 걸그룹 파이브돌스, 다이아로 활동했다. 연기를 하고 싶어 배우로 전향했고, 최근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출연했다. 발효주를 사랑해 국제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발효주로 어떤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나요. 강추위 속에 촬영을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왔을 때,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와서 마시는 와인 한 잔은 굳어 있던 온몸의 피로를 녹여주는 신의 선물 같아요.
 
발효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친척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막걸리를 접했어요. 술을 막걸리로 먼저 배운 거죠. 그리고 <올레>라는 영화를 찍을 때 제주도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했는데요. 함께 출연하신 선배님들(신하균, 박희순, 오만석)이 모두 막걸리를 좋아해서 하루도 안 빼고 제주도 막걸리를 마셨어요. 유쾌한 술자리 분위기 덕분인지 막걸리가 입에 착 붙었죠. 지금도 생각하면 문득문득 웃음이 나는 즐거운 추억이에요. 그렇게 막걸리를 마시다 발효주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막걸리 덕분에 소믈리에라는 새로운 목표도 갖게 됐다고요. 막걸리를 좋아해서 발효주를 배워볼까 생각했어요. 그때 ‘해와 달’이라는 와인 레스토랑 대표님께서 “같은 발효주인 와인을 함께 공부해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적극적으로 권하셨죠. 한  달에 서너 번씩 와인 클래스에서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국내외 소믈리에 대회에서 1위를 석권하신 선생님들과 함께 이론과 테이스팅을 병행하는데요.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와인 소믈리에가 되었으니 이제는 막걸리 소믈리에에도 도전하려고 합니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 자격증을 취득했다고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소믈리에 자격증 실기시험을 보던 날 드라마 대본 리딩이 잡혀 있었는데 못 갔어요. 시험을 마치고 나왔는데 첫눈이 내리더라고요. 열심히 시험을 준비한 나에게 주는 하늘의 선물 같았어요.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그때 눈이 너무 예쁘게 내려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았는데 정말 시험에 합격했죠.

좋아하는 막걸리나 와인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지평막걸리 좋아해요. 막걸리는 보통 전이랑 많이 먹는데요, 저는 수육을 안주로 먹는 걸 더 좋아해요. 따끈하게 삶은 수육 한 점에 지평막걸리 한 잔이면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예요. 미세 먼지 많은 날 먹어도 좋은 메뉴랍니다. 와인은 샴페인 태탕저 녹턴, 태탕저 시티라이트를 즐겨 마셔요. 요즘 딸기가 제철이잖아요. 딸기를 곁들여 먹으면 천상의 맛을 보실 수 있어요. 요즘 자주 마시는 와인은 도멘 드 뱅상 코트 뒤론(Domaine St. Vincent Cotes du Rhone)이에요. 육류와 잘 어울리고 가성비 또한 훌륭합니다.
 
 

걱정 근심 없이
그리기에 몰두하는 시간

배우 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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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비밀> <그녀는 예뻤다> 등에 출연한 데뷔 13년 차 배우. <파도야 파도야>에서 의리 있고 정 많은 청년 오정태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작품을 쉬는 동안에는 그림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때 엄마가 정해주신 커리큘럼에 따라 피아노 학원, 태권도 학원, 미술 학원 등을 다녔었어요. 제 의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3년 전부터예요. 동창 중에 화가로 활동하는 친구가 있어요. 베스트 프렌드인데 그 친구의 영향을 받아 우연히 다시 붓을 잡았습니다.

잠자는 시간만 빼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고요. 모든 사물과 풍경이 그림 소재로 보였어요. 영화를 보거나 전시를 보면서도 영감을 받고,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캔버스와 연습장에 마구 그리기도 했죠. 작업 과정이 무척 재미있고 결과물을 보니 보람 있어서 진작 그림을 그렸더라면 화가를 꿈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떤 그림을 그리고 어떤 식으로 작업하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처음에는 예쁜 사진이나 직접 찍은 사진 등을 보고 그렸어요. 그다음에는 풍경에 한 남자나 연인의 실루엣을 여러 감정 상태로 배치하는 시리즈를 그렸죠. 1년 전쯤부터는 저를 주제로 한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은 제 방에 이젤을 세우고 그리는 경우가 많고, 가끔은 카페에 죽치고 앉아 그리는 때도 있어요. 캔버스에 아크릴로 작업을 합니다.

그림 그리기의 어떤 부분이 소소한 행복감을 가져다주나요? 음… 배우라는 직업은 공백기가 가장 힘들거든요. 불안하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하루하루 정해진 스케줄도 없죠. 그렇다고 마냥 멍 때리고 보낼 수는 없고요. 헬스로 몸을 가꾸고 드라마나 영화 모니터라도 해야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어요. 그런 공백기에 그림 그리기는 심적으로 안정감을 찾는 데 도움을 줘요. 그림 그리는 순간만큼은 걱정 근심 없이 몰두할 수 있어서 좋거든요. 아! 촬영이 끝나고 집에 오면 여운이 남아 잠들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그때도 도움이 되고, 또 한 작품이 끝나고 나서 맡았던 역할의 감정을 정리하는 데에도 그림이 도움을 줍니다.

2016년 말 인터뷰했을 때 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최근 그 꿈을 이루었어요. 코엑스홀에서 열린 서울국제예술박람회라는 전시였어요. 아까 이야기한 화가 친구랑 코엑스홀에서 전시를 관람하면서 언제 이런 곳에서 전시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정말 그곳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서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전시 기간에 찾아와주신 지인들, 그림에 관심 가져주신 관람객분들 그리고 전시를 할 수 있게 도움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려요.

앞으로 그림을 통해 꿈꾸는 것이나 목표가 있다면. 우선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파도야 파도야>에 집중할 계획이고요. 드라마가 끝나면 또 새로운 작업들을 할 예정입니다. 사람들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그림,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올 수 있는 중의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전시도 하고 싶고, 그림이 많아지면 개인전도 하고 싶습니다. 나중에는 그림과 제 사진, 제가 찍은 사진에 에세이를 엮어서 책을 내고 싶어요.
 
 

내 옆에 자리 잡은 강아지들의
그릉그릉 숨소리

스타일리스트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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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교양, 홈쇼핑, 광고를 넘나드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14살인 요크셔테리어와 6살인 말티즈를 키운다. 강아지 모양을 한 푸드 플레이팅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어 3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예쁜 도시락을 싸고 감각적인 플레이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엄마가 평소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내가 나를 잘 대접해야 다른 사람에게도 대접받는다”고요. 그 말씀을 들어서인지 밥을 혼자 먹어도 제대로 그릇에 담아서 먹고, 커피 한잔을 마셔도 예쁜 잔에 담아 마시게 됐죠. 도시락은 인스타그램을 하고부터 혼밥을 한 그릇에 담아보자고 생각했는데요. 촬영하고 난 후 푸드 스타일리스트에게 선물 받아 갖고 있던 양은 도시락에 밥을 담아본 게 시작이었어요.

그릇도 수집한다고요. 밥상을 예쁘게 차리면서 그릇에도 관심을 갖게 된 건가요? 직업상 출장을 자주 다니는데요. 젊을 때는 옷이나 소품을 사는 데 열중했었는데 서른이 넘으면서 그 나라 음식과 그릇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출장 갈 때마다 하나 둘 모으게 됐죠. 파리 출장 때는 일부러 방브 벼룩시장을 찾아가 빈티지 그릇들을 샀어요. 그릇에 음식을 예쁘게 담아보고 싶어서 푸드 스타일리스트나 테이블 스타일리스트가 일할 때 유심히 보면서 눈으로 배웠죠.

김태희 스타일리스트의 소확행 순간은? 집에 있을 때는 강아지들과 거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요. 제 옆에 각각 자리를 잡은 강아지들의 그릉그릉 하는 숨소리를 듣거나, 편안하게 저마다의 포즈로 잠든 강아지들 모습을 볼 때 행복감이 느껴져요. 제 존재의 의미를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죠. 소개 좀 해주세요. 올해 14살인 여자아이 요크셔테리어 순이와 6살인 남자아이 말티즈 초롱이에요. 두 마리 모두 두 살 때 저에게 왔어요. 순이는 강아지와 함께 살아보고 싶어 알아보던 중 한 PD님이 사정이 생겨서 입양을 보내야 한다고 해서 데리고 왔어요. 첫눈에 반했다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그때부터 함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동행하는 최고 친구가 됐죠. 순이가 나이 들면서 하나보다는 둘이 서로 의지되겠다 싶어서 초롱이도 입양했어요. 가끔 예전 순이 엄마가 순이가 그리울 때 제 카카오톡 프로필을 본다고 해서 프사는 항상 강아지들 사진으로 해놓아요. 성격도 좋고 애교도 많아서 산책 나갈 때마다 사랑받는 두 녀석입니다.

강아지 모양으로 밥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요? 어느 순간 휴대전화에 제 사진보다 강아지들 사진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예뻐하니 관찰하게 되고요. 다른 캐릭터 도시락 몇 가지를 만들다 문득 강아지 모양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만들기 쉬운 비숑을 만들어보고 자신감이 생겨서 제 휴대전화 속 순이의 리즈 시절 사진을 모델로 도시락을 만들었어요. 그 도시락이 여기저기 포털이나 페이스북에 많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강아지들과 함께하면서 유기견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사지 말고 입양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만의 소확행을 찾고 계신가요?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의 저자, 정신과 전문의 유은정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이른바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현대인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가장 공통적인 부분은 바로 현재에 머무르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현재에 머물러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충분히 음미하고 오감으로 느끼며 만족감을 얻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과거에 대한 후회로 보내지요.

현재 시점에 머무른다 해도 외부 소음과 주변에서 들려오는 메시지에 정신이 분산됩니다. 내가 원하는 곳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못하는, ‘늘 바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지요. 미래에 대해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상상하며 불안해하거나 재정적 또는 본인 안전에 대한 과도한 염려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에너지를 많이 빼앗길 뿐 아니라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을 쉽게 지치게 만듭니다.

멀티태스킹을 멈추고 빡빡한 일정 속에서 잠시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의도적으로 의식하고 시간을 따로 만들지 않으면 일상의 작은 여유는 지나쳐버리기 쉽습니다.

자신만의 소확행을 찾으려면 삶의 속도가 느리던 시절 우리가 흔히 해오던 일을 떠올려보세요. 식사를 하면서 맛을 음미하는 일.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 온 가족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식사하는 일. 신선한 식재료들을 나만의 레시피로 천천히 준비하고 요리해서 먹는 일. 잠자리에 깔아놓을 이불을 세탁하고 향기를 맡는 일. 자기 전 입욕을 하며 어깨 근육을 푸는 일. 목욕제 향을 맡으며 오늘 하루 안 좋은 일이나 생각을 씻어내는 일. 집 앞 빵집에서 갓 구운 빵을 한입 베어 무는 일. 점심 시간 따뜻한 햇살을 느끼는 일. 걸음을 멈추고 길가에 피어있는 꽃이나 풀내음을 맡는 일, 천천히 산책하며 호흡이 들어가고 내쉬는 것에 집중하는 일, 산들바람이 내 뺨에 와 닿는 것을 느끼며 하늘을 쳐다보고 기지개를 켜는 일, 애완견이나 아이들을 안아주는 촉감에 집중하는 일 등이 모두 소확행의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 많이 언급되는 마인드 풀니스라는 개념이 바로 이렇게 현재 순간에 몰입하고 오감으로 경험하는 알아차림, 명상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취미 생활로 캘리그래피, 독서, 음악듣기를 하는 등 그 순간에 머물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도움이 됩니다.
 
 

 
소확행 찾는 데 도움 주는 책들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003 <소소한 즐거움>
The School of Life,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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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알랭 드 보통이 세운 인생학교에서 선정한 ‘작은 기쁨의 원천’ 52가지가 담겨 있다. 무화과 맛보기, 옷을 입고서 하는 사랑 게임 등 아기자기하고 엉뚱 발랄한 소확행 리스트를 만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단순하게 살기>
오쿠나카 나오미, 진선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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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꽃, 카페, 도시락 등 사진을 올려 27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인스타그래머가 쓴 책이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상의 도구, 음식, 집안일, 인테리어, 계절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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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보스턴 근교 대학 마을 케임브리지에서 2년간 생활하며 일상을 솔직하게 담아낸 16편의 에세이를 담았다. 마라톤 참가, 이웃집 고양이, 보험회사 직원과의 실랑이 등 일상의 단상이 담겨 있다.
 

트렌드에서 찾는 추천 소확행
 
마이크로 산책(Micro Walks)
최근 브루클린에서 유행하고 있는 산책의 유형. 걷기 위해 멀리 나서는 것이 아니라 집 반경 100m 이내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구석구석을 매일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이다. 어제 본 풀이 하루 만에 잎사귀를 피웠다든지, 개미집의 구멍이 몇 개로 늘었다든지 등 사소한 풍경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살피며 걷는다.
 
플로깅(Plogging)
스웨덴에서 시작돼 유럽에서 인기 몰이 중이다. 줍다(pick up)와 조깅(jogging)이 합쳐진 단어로 작은 가방이나 봉지를 들고 나가 달리는 동안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다. 쓰레기를 집을 때 앉았다 일어나기 때문에 스쿼트 같은 운동 효과를 낼 수 있고,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케렌시아(Querencia)
케렌시아는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 귀소본능을 뜻하는 단어다. 투우가 진행되는 동안 소가 위험을 피하고 혼자 조용히 숨을 고르는 장소를 지칭한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케렌시아를 만들고 있다. 거실의 데이베드부터 단골 카페의 구석 자리까지 스트레스를 날리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케렌시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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