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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렉터들의 수집 이야기

2020-01-15 09:40

진행 : 박미현  |  사진(제공) : 조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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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괜찮은 것보다 선택된 소수의 확실한 만족이 더 중요한 시대다. 그림, 빈티지 트렁크, 그릇 3가지 각기 다른 컬렉터들이 전하는 나의 수집 이야기.
그림 수집가, 이소영
“그림 컬렉팅은 나를 재발견하는 과정과 같아요”

<미술에게 말을 걸다> 저자이자 소통하는 그림연구소 빅피쉬 아트, 신나는 미술관 대표인 이소영 씨. 그는 삶에 위로가 되는 그림을 소개하는 데 특히 관심이 많은 미술 교육자다. 매일 미술 관련 자료를 탐닉하며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여행을 떠난다. 미술 교육,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학문적 이야기보다 화가들의 삶과 작품을 들여다보는 일에 시간을 소비한다.

“제가 처음 그림을 구입한 건 스물여섯 살 때였어요. 대학원을 막 졸업해 수입이 넉넉지 않을 때라 제일 먼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판화를 구입했죠. 그런데 ‘그림 수집을 아예 안 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 점만 구입하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그림에 한번 빠지면 그림을 계속 수집하게 되는 묘한 매력에 빠지죠.”

그는 그렇게 그림 수집을 시작해 그 외 다른 소비는 줄이면서 일 년에 2~3점씩 그림을 수집했다. 지금은 수입의 거의 대부분을 그림을 구입하는 데 쓴다. 그렇게 작품을 사고팔기를 반복하며 그림의 컬렉션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중이고 60~70점 정도의 그림을 사는 경험을 했다.

“그림을 수집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큰 즐거움을 주는데, 작품의 가격이 오르면 더없이 좋겠죠. 하지만 주식처럼 오르는 것만 사면 그림을 컬렉팅한다고 할 수 없어요. 오르는 것만 구입하는 건 수집보다는 투기와 같죠.”

그는 작품을 고를 때 유명 작품에만 치우치지 말고 자기 판단을 믿으라고 조언한다. 제아무리 전문가가 좋은 그림이라고 해도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진정한 컬렉터가 아니다. 내 판단에 좋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그 작품은 좋은 거다.

“처음에는 추상화나 팝아트를 좋아했어요. 옷도 잘 입는 사람이 다양하게 잘 입을 줄 아는 것처럼 계속 그림을 수집하면 취향 또한 다양해지죠. 그림도 무조건 처음 살 때부터 다 성공하는 게 아니에요. 취향은 실패를 하면서 알게 되는 거 같아요. 그렇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더 잘 맞는 작품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고 그러면서 나도 모르는 나 자신, 취향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죠. 제가 모르는 저의 또 다른 면을 그림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10여 년 동안 모아온 그의 그림은 회화뿐 아니라 사진, 조각 등 다양하다. 작품이 늘면서 이제는 어떤 식의 주제를 가지고 컬렉팅을 하는가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다. 그는 그동안 여성 작가의 작품을 많이 구입했고, 그 콘셉트로 작품 수집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그림을 살 때 어떤 작품을 사는가도 중요하지만 팔 때 역시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컬렉터만의 규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작가가 위험할 때는 팔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시장에 함부로 내놓지 않는다. 이게 바로 신진 작가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유명한 작가는 작품을 조금 싸게 팔아도 그 작가의 인생에 큰 지장을 주지 않지만,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싸게 팔면 그 작가는 위험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 미술계가 발전하려면 컬렉터가 많아야 해요. 값비싼 유명 작품이 아니라고 해도 국내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면 50만~60만원대에 살 수가 있어요. 우선 이렇게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수집을 시작하면 비용적인 부담도 적고, 우리나라 미술계에도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죠. 그림을 하나하나 수집하다 보면 나만의 미술사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원작은 그 작가랑 같이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해요. 저 작가가 어떤 전시를 하나 찾아보고, 그림에 대해 관심을 갖고 더 공부하면서 안목도 높이고 내 취향도 찾아가는 진정한 수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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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빈티지 트렁크 수집가, 이수연
“루이비통 빈티지 트렁크는 하나도 같은 게 없어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기쁨이 있어요”

유명 작가의 아트 프린트부터 소장가치가 있는 전시 포스터 그리고 국내외 신진 작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한 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프론티어 갤러리의 이수연 대표. 그는 가족과 함께 50~60점의 루이비통 빈티지 트렁크를 모으는 수집가다.

“영국에서 미술 공부를 하던 시절, 루이비통 빈티지 트렁크에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작은 사이즈의 루이비통 빈티지 트렁크 하나를 구입했죠. 그런데 막상 그림을 그리려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견고함, 브랜드의 장인정신과 헤리티지 그리고 나에게 맞춘 오더메이드 방식이라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희소성에 큰 매력을 느꼈고 그때부터 가족과 함께 루이비통 빈티지 트렁크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어요.”

루이비통은 1854년, 첫 트렁크를 만들 때부터 한 사람을 위한 제품을 제작했다. 120년 전통의 스페셜 오더 서비스는 지금도 인기를 끌고 있으며, 사용자의 개성과 취향을 담은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루이비통 빈티지 트렁크를 구입하기 위해 지인분 소개로 프랑스에 있는 전문 딜러를 만나게 됐어요. 그분이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 루이비통 빈티지 트렁크를 찾아서 연락을 주시죠.”

그가 루이비통 빈티지 트렁크를 선택하는 기준은 유니크한 디자인도 있지만 내부 상태가 더 중요하다. 내부 상태가 잘 보존돼 깨끗한지를 제일 먼저 체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이 바로 버클의 컨디션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장이 난 것도 있기에 새로 교체하거나 수리하지 않은 처음 그대로의 버클이 달린 것을 고른다. 그리고 명품 브랜드인 만큼 가품에도 주의해야 한다. 작은 버클 하나하나에 루이비통의 로고 각인이 잘 새겨져 있는지, 시리얼 넘버가 기록돼 있는지도 꼼꼼히 본다.

“하나도 같은 게 없다는 게 루이비통 빈티지 트렁크 매력이에요. 그래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죠. 그림이 그려져 있거나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것들도 있고, 내부는 옷장으로 돼 있거나 신발이나 모자를 넣는 칸 등을 살펴보면서 전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그 힌트를 찾아내거나 그때의 삶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어요.”

명품 브랜드의 트렁크를 수집한다는 건 가격적 부담이 크다. 하지만 혼자 모으는 게 아니라 가족이 함께 모으고 있어 부담이 비교적 덜하다. 또 그 수집의 기쁨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 자체도 가족만의 소중한 즐거움이다. 그래서 가족 모두 다른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루이비통 빈티지 트렁크 수집에만 투자를 한다.

그렇게 모아온 루이비통 빈티지 트렁크는 그가 운영하는 프론티어 갤러리 쇼룸에 진열돼 있다. 한 벽을 가득 메우기도 하고, 작품들을 올려놓는 선반으로도 사용하며, 삼각 모양으로 쌓아 아트 오브제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루이비통 빈티지 트렁크를 모으면서 이와 관련된 책도 많이 읽고 공부했다. 그 역사를 알게 되면 수집의 즐거움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100년이 지나도 보존이 잘되고 튼튼하며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만들지 않은 완벽함이 감동을 주죠. 이렇게 내 마음을 끄는 그 물건으로 인해 일상에서 영감을 받고 위로가 되는 수집은 마치 항상 곁에 있는 친한 친구처럼 든든해요. 한 분야를 수집하고자 한다면 우선 내가 먼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수집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재미가 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잖아요.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가치 있는 물건을 꾸준히 찾고 공부하며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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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수집가, 노혜령
“그릇을 수집하고 전시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60대 주부이자 주얼리 사업을 하는 워킹우먼 노혜령 씨는 중학생 시절부터 50여 년간 갖은 이야기가 담긴 다양한 국내외 그릇 500여 점을 수집해왔다.

“어린 시절 문경에서 자랐어요. 중학교 때 학교에서 골동품 전시회가 열렸는데 그때 친정어머니의 찬장 속에 고이 보관된 일본 도자기 찬합을 가지고 갔죠. 생각보다 친구들이 찬합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었고 그 경험이 저에게는 그릇을 수집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어요. 그 어머니의 찬합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관리하며 잘 보관하고 있어요.”

그의 아버지 역시 동양화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 모습을 따라 비록 오래되고 낡았지만 그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그릇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20대 때 결혼해 서울에 신혼집을 꾸릴 때 어머니의 보석 같은 도자기 찬합과 몇 대째 내려온다는 아버지의 재떨이 그 외 몇 점의 귀한 소장품을 가져와 신혼집 찬장에 보관했어요. 그때 당시 주변 어르신들께서 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젊은 새댁이 오래된 물건을 소중히 아낀다고 칭찬해주셨죠.”

그리고 그 주변 지인들은 그에게 그들이 소중히 아끼던 물건들을 선물했다.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그릇과 그림, 손수 만든 밥상보, 일본에서 구입했다는 커피 잔과 자신이 모시는 스승이 그린 매화 그림 등을 그에게 건넸고 물건을 모으는 재미와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다양한 그릇들에 관심을 갖고 수집하게 되었으며, 하나둘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멋진 그릇들이 모아지니 점점 일상에도 자신감도 생기고, 물건을 보는 안목 또한 높아지게 됐다. 단순히 값비싼 그릇이 아닌, 그 그릇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가치가 있는 그릇들을 발견할 때 그 기쁨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 당시 비록 가난한 서울 생활이었지만 그릇장에 그릇들을 가득 채우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어요. 그 뒤 세 달에 한 번씩은 제가 좋아하는 그릇들을 구입하거나 얻어 왔죠. 해외나 국내 등 어디든 여행을 가도 늘 그 나라의 이야기가 담긴 그릇들을 구입했어요. 큰돈을 들이기보다는 내 취향에 맞는,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특별한 접시들을 모아왔고 그림이 그려진 쟁반부터 그릇들 그리고 차츰 미니어처 그릇들까지 모으게 됐죠.”

그렇게 그릇을 모으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소비는 줄이게 됐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그릇들만 보였다. 처음에는 다양한 그릇들을 모아오다 점차 접시만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접시에 그려진 그림은 마치 액자처럼 그에게 보는 즐거움과 마음의 안식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의 집 한쪽 벽면은 접시 갤러리라고 불릴 정도로 그가 모아온 특별한 접시들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50여 년간 이어온 그의 접시 사랑은 입소문을 탔고 서울생활사박물관 시민 참여 개관특별전 <수집가의 방>에 전시도 하게 됐다.

“그릇은 사소하지만 큰 아름다움이 담겨 있어요. 그릇을 하나하나 모으면 그 순간의 행복감이 차곡차곡 쌓이죠. 그 힘으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평범한 주부인 제가 그릇으로 전시회까지 연 것도 그릇이 가져다준 선물인 것 같아요. 앞으로는 더 많은 이들과 그릇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 제가 모아온 그릇들을 소개하는 쇼룸을 오픈할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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