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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다시없을 1년

2019-10-26 11:08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조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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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기 전 우리는 모두 빛나는 청춘을 누렸다. 커리어를 쌓아가고 취미생활을 하면서 인생을 즐기던 때가 있었다. 화려한 싱글이 유부녀가 되고 아이 엄마가 되면서 나는 사라지고 아이 엄마, 아내, 며느리, 딸 같은 자리만 남았다. 여기에 쉼표를 찍고 싶은 엄마들이 ‘내 인생에 다시없을 1년’을 위해 모였다.

장소 스크렘(070-7675-4050)
양혜영, 이주영, 김여나, 이지영, 오현정 씨(왼쪽부터)
1년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런 기간이다. 엄마에게는 1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해야 할 것도 챙겨야 할 것도 많다. 바쁘게 보내는 1년 안에서 나를 위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아이와 가족을 위해 쓰는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짧을 것이다.

‘내 인생에 다시없을 1년 살기’ 모임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아이가 생기고 경력단절을 겪으면서 불안한 엄마, 스스로 인생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던 엄마, 새로운 커리어를 개발하고 싶은 엄마 등 저마다 사연을 가진 엄마 열다섯 명이 모였다. 사연은 달랐지만 마음은 같았다. 다시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 모임의 시작은 김여나 씨의 블로그였다.

“다국적 기업을 다니다가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그만뒀어요. 처음에는 좋았죠. 그동안 바쁘게 살았고 일을 열심히 했으니까 나를 위한 안식년을 보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졌어요. 뭐든 해야겠다 싶고. 저는 새로운 일을 찾고 싶었는데 혼자서 하기에는 힘들 것 같았어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해서 블로그에 이런 모임을 만들려고 한다는 글을 썼는데 댓글이 100개나 달렸더라고요. 여기서 멤버를 추리려고 회비 5만원에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조찬모임 참석을 조건으로 걸었어요. 그랬더니 정말 변화가 절실했던 열다섯 명이 남았어요. ‘1년 살기’ 멤버들은 이렇게 구성됐죠.”(김여나)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었다.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만나 닉네임으로 서로를 불렀다. 늦잠이 절실한 토요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강남역에 집결했다. 1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그걸 다시 열두 달로 나눠 세부계획을 세웠다. 매번 모임 때마다 목표를 발표하면서 서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또 다른 수확도 있다. 스스로 몰랐던 모습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함께여서 가능했던 변화

“매 시간마다 돌아가면서 나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어요. 보통 자기소개는 출신 학교, 직업, 사는 일 같은 걸 알려주는 거잖아요. 우리는 살아오면서 느꼈던 내 생각과 감정 위주로 자기소개를 했어요. 살면서 한 번도 질문해보지 못한 것들이었죠. 나는 왜 사는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은가, 나는 다른 사람과 무엇이 다른가. 여기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살아왔던 시간을 다 돌아봐야 하는데 그게 엄청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라서 좋았어요. 매번 발표할 때마다 멤버들이 공감해주는 것도 좋았고요.”(이지영)

이주영 씨는 뜻밖의 힐링을 선물받았다.

“그동안 자기 계발을 열심히 했어요. 뭐든지 배워야겠다는 강박이 좀 있었거든요. 돌이켜 보면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고 늘 모자라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1년 살기를 하면서 그런 부분이 많이 좋아졌어요. 어릴 때 미술을 좋아했는데 집안 형편 때문에 미대 진학은 힘들 거라고 지레 겁먹고 포기했었거든요. 그런 것부터 해서 부모님한테 알게 모르게 쌓인 응어리가 있더라고요. 그걸 알게 되고 인정하니까 훨씬 마음이 편해졌어요. 지금 그때 못 했던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어요. 실력이 크게 늘진 않았지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돼서 만족해요.”(이주영)

멤버들은 각자 정한 목표에 다가가는 동시에 공통된 목표도 함께 세웠다. 아줌마의 리즈시절을 기록하는 보디프로필을 찍는 것이다. 보디프로필 프로젝트는 쉽지 않았다. 육아로 단련된 체력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저질 체력을 발견됐다. 그래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 30분씩이라도 아이들이 씽씽이를 타는 동안 옆에서 달리기도 하고 식단도 조절했다. 도전했던 멤버들은 멋지게 보디프로필을 찍었다. 갑작스레 둘째가 들어선 한 멤버만 빼고.

“보디프로필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좋은 기회다 싶어서 덥석 신청했어요. 제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으로 푸는 스타일이거든요. 이 기회에 그 습관을 고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식단을 정해서 먹었는데 몸이 가벼워졌어요.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았는데 둘째를 가지면서 안타깝게 하차하게 됐죠. 대신 개인 목표는 꾸준히 하는 중이에요. 저는 자투리 돈 찾기 같은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어요. 멤버들이 많이 알려주기도 하고 같이 하는 사람도 있어서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양혜영)

양혜영 씨를 포함한 멤버들이 다 같이 완주한 프로젝트도 있다. 바로 책 쓰기 프로젝트다. 주부들이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돼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이야기를 엮어서 책으로 내는 프로젝트였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멤버들끼리 책 내는 법에 대한 강연도 듣고 스스로 글도 써보면서 차츰차츰 내용을 채웠다. 모임의 리더인 김여나 씨는 책을 낼 출판사를 물색했다. 85번 거절당한 끝에 86번째 출판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출판사가 확정되고 멤버들은 모임이 없는 주말에도 만나서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장소는 무조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키즈카페였다.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동안 엄마들은 머리를 맞대고 책을 기획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세상에 책이 나오고 목표를 위해 모였던 1년 살기 멤버들은 함께 작가가 됐다.

“책을 내자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진짜 내겠나 싶었어요. 그런데 일이 점차 진행되고 출판사에서 보내준 계약서를 보니까 정말 우리가 책 내는 작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마감 날짜에 맞춰서 글을 쓰는 게 은근 압박감이 들었지만 결과물이 나오고 나니 뿌듯해요. 남편이요? 남편은 아직 책을 읽지 않았어요. 갑자기 없던 활자거부증이 생겼대요. 자기 흉을 봤을까 봐 무서워서 그러나 봐요.”(웃음)(오현정)

1년 살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보디프로필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는 ‘마라톤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다. 소박하게 3㎞를 완주하는 게 목표다. 각자 새로 시작한 목표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직업을 찾고 싶다는 이야기부터 가족의 좋은 전통 만들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목표를 향해 가는 동료의 이야기를 듣는 그녀들의 눈빛에는 격려와 따스함이 넘쳤다. 그 따스함이 열다섯 명의 1년을 특별하게 바꾼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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