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벤트
  • 동영상
  • 카드뉴스
  • 조선뉴스프레스멤버십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RE:CREATION
  1. HOME
  2. RE:CREATION
  3. hobbies

잡화점 주인들의 취향 보따리

2017-10-17 13:35

취재 : 최안나 기자  |  사진(제공) : 신승희

  • 메일보내기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분명한 기호, 발군의 감각으로 무장한 잡화점 주인들을 만났다. 그들이 풀어놓은 흥미로운 물건들과 고감도 취향을 엿봤다.
라탈랑트 지향미 대표
인스타그램 @latalante_official
 
본문이미지

라탈랑트는 그런 곳이다. 책도 읽고, 음악도 감상하고, 저마다 사연 있는 물건을 구경하며 지적 양분을 듬뿍 받는 곳. 가게 이름은 1934년 장 비고의 올드 무비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파리로 나르는 배’라는 뜻이다. 그 배에 미국의 1950년대 빈티지 엽서부터 모로코 사막의 모래폭풍을 뚫고 온 은쟁반까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해온 잡동사니를 가득 실었다. 이 흥미로운 짐을 ‘이고 지고’ 온 주인공은 비주얼 크리에이터 지향미 대표다.

지금의 라탈랑트를 꾸리게 된 데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아지트가 있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 이왕 하는 거 동료 가구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와 셋이 뜻을 모아 여행하며 주섬주섬 모은 것들을 가게에 가져다 놨다. 물건들 틈에 책과 음반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이유는 지 대표의 취향 탓이다. 클래식을 좋아해 FM 라디오 93.1 채널을 즐겨 듣고 피아니스트 조성진, 프랭크 시내트라의 음반을 아낀다. 그녀가 가져온 책은 어릴 적 탐독했던 고전소설부터 바르샤바, 스톡홀름 등 힙한 도시에서 가져온 희귀 도서까지 다채롭다. 스펙트럼이 넓은 취향은 풍부한 여행 덕에 더 단단해졌다. 여행 일정에 반드시 넣는 건 갤러리 방문이다.

“해외에 나가면 그 도시에 있는 갤러리를 꼭 찾아가보세요.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아도 신선한 영감을 얻을 수 있어요. 영감은 구구절절 설명되는 게 아니니까요. 제가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곡 해석이나 애티튜드가 고리타분하지 않아서예요. 오아시스도 오래된 그룹이지만 식상하게 안 느껴지는 이유는 한마디로 그들은 ‘꼰대’가 아니기 때문이죠.(웃음) 늘 신선한 사운드를 들려주잖아요.”  

음악과 책, 물건들 사이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간다. 이곳에 모인 물건들만큼이나 그녀가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도 매력적이다. 듣고 있으면 한 수 배우고 싶다는 맘이 솟는다.
 
본문이미지
1 런던 브릭레인 마켓에서 찾은 가죽 커버 술병, 25만원.
2 사진가 듀안 마이클이 생전의 르네 마그리트를 기록한 포토북, 7만원.
3 독일 베를린에서 바잉한 빈티지 시계, 16만8천원.
 
 
 
오데옹 정세희 대표
인스타그램 @odeongshop
 
본문이미지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훌쩍 파리로 떠났다. 첫 해외여행이었다. 정세희 대표는 오데옹 극장 바로 앞 숙소에 머물렀다. 하루하루가 감동적이고 행복했다.

“여행 마지막 날 극장 계단에 앉아 생각했어요. ‘다시 이곳에 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그 생각을 하니 현실이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어요.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죠. 여행하며 제가 보고 느낀 걸 표현하기 위한 전시장 같은 공간을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오데옹은 그렇게 완성한 공간이다. 실내 디자인을 전공한 센스 있는 주인장이 하나부터 열까지 디자인하고 큐레이팅했다. 파리의 한 골동품 가게가 서울 연희동으로 공간 이동이라도 한 건가 싶을 만큼 완벽한 수준이다. 빈티지 황동 촛대, 100년 된 나무 트레이 등 흙에서 막 건져낸 듯한 유물 같은 물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되어 1920년대 파리로 시간여행을 떠난 느낌이랄까?

“영화를 보면서 감각을 키웠어요. 특히 어릴 적 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좋아해요. 음악, 집, 집안 소품, 의상 모두 좋았죠. 영화 속 특정 장면이나 인물에서 영향을 받기보단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영향을 받는 편이에요.”

오데옹 인테리어는 정 대표가 직접 했다. “남에게 맡기면 원하는 대로 안 나온다”며 고집과 뚝심을 쏟아부은 결과물이다.

“공간을 꾸밀 때 흔히 고민하는 게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아주 작은 부분에서 시작해보세요. 예를 들면 기존 방에 작고 예쁜 탁자 하나를 놓는 거예요. 그 위에 좋아하는 소재의 천과 아끼는 사물을 툭 놔보는 거죠. 지친 하루 끝에 집에 돌아오면 그 장면만 봐도 힐링이 될 거예요.”

오데옹은 상점인 동시에 정 대표 스스로를 표현하는 캔버스다. 상점 한쪽 벽면에는 사진이 전시돼 있다. 여행길에 찍은 사진을 종이로 인화해 붙여놓는다. 9월 중순 파리 출장을 다녀오면 그녀의 신작과 새로운 영감이 다시 채워질 것이다.
 
본문이미지
1 직접 제작한 황동 트레이는 액세서리나 떨어진 단추만 올려놔도 인테리어 효과를 낸다. 3만8천원.
2 드라이플라워용 꽃병, 연필꽂이, 촛대로도 사용 가능한 다용도 꽂이. 4만5천원.
3 우표 대신 반지를 넣어놔도 예쁜 빈티지 우표함. 3만원대.
 
 
 
목화씨 라운지 이현지 대표
인스타그램 @mockwha_c
 
본문이미지

고민 끝에 2년간 운영해온 목화씨 잡화점을 정리하려고 했다.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휴식도 취하고 책 작업을 구상할 작정이었다. 다음 일은 다녀와서 생각하자고 맘먹었다. 헌데 뜻밖의 일이 생겼다. 이사하기 전날 지금 자리를 알게 된 것이다. 햇볕이 널찍이 드는 2층에 자리한 공간이었다. 운명처럼 다시 가게를 이어가게 된 사연이다.

이현지 대표는 도쿄에서 요리전문학교를 졸업했다. 한국에 와서는 요리 잡지 스타일링을 하는 등 10년간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지냈다. 유학시절부터 지금까지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알차게 모은 게 목화씨 잡화점의 시작이다.

“가게를 시작했을 땐 한 달에 한 번씩 도쿄에 갔어요. 재고가 쌓여도 ‘안 팔리면 내가 갖지 뭐’ 하는 마음에 사 모았죠. 다시 푸드 스타일링을 시작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예요.”(웃음)

이름에는 약간 변화를 줬다. 잡화점에서 좀 더 확장된 개념의 ‘목화씨 라운지’다. 문을 사이에 두고 세 공간이 이어져 있는데, 오른쪽이 쿠킹 스튜디오, 가운데가 잡화점, 왼쪽은 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는 다용도 공간이다. 최소한의 것만 가져다 놓은 듯 미니멀한 구성은 일본식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이현지 대표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방과 후 라이프스타일 숍을 돌며 그릇과 주방용품 보는 게 취미였죠. 일본 특유의 섬세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좋아해요. 그때 산 것 중에 지금까지 쓰고 있는 것들을 보면 하나같이 질리지 않는 타입의 그릇이에요. 브랜드는 다 달라도 한 테이블에 놨을 때 어우러지는데, 디자인보다 좋아하는 소재에 집중해서인 것 같아요. 소재나 분위기에 공통분모가 있으면 다른 게 달라도 조화로울 수 있어요.”

세 공간이 결합된 목화씨 라운지는 막 다시 출발점에 섰다. 이 대표는 지금껏 그래왔듯 이곳에서 요리를 하고 아기자기한 잡화들을 소소하게 채워갈 것이다. 사심 좀 보태 여는 클래스도 더 다채로워질 것 같다.
 
본문이미지
1 손수 그려 넣은 제비 프린트가 특징인 밥그릇, 5만6천원.
2 나무 접시와 받침대 세트, 5만8천원.
3 대나무를 엮어 만든 주먹밥 도시락통, 14만8천원.
 
 
 
SLOW.ER 오누리 대표
인스타그램 @0304.1007
 
본문이미지

‘나는 그냥 천천히 갈게요.’ 슬로우어 오누리 대표는 덤덤히 말한다. 나를 잡아당기는 빠른 세상 속에서 나는 내 속도로 가겠다고 한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대문에도 이렇게 적혀 있다. 이 말에 공감하는 여성 팔로어가 제법 된다.

“친구들이 대부분 직장에 다녀요. 매달 꾸준히 저금도 하고, 미래를 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뒤처지고 있는 게 아닐까, 아직 철이 덜 든 건가, 직장에 다녀야 하나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오 대표는 결정을 내렸다. 초조함을 완전히 떨칠 순 없지만 하고자 하는 일을 하기로. ‘나는 그냥 천천히 갈게요’는 그때 생각한 문장이다.

그녀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옷가게를 하던 어머니를 도와 일도 배웠는데, 공간을 꾸미고 그 공간을 채우는 일에 더 흥미를 느꼈다. 시작은 방 꾸미기를 시작하면서였다.

“‘난 내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방 정리였어요. 제로에서 시작하자는 마음이었죠. 버릴 건 미련 없이 싹 다 버리고, 좋아하는 것들로 하나 둘 채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인테리어와 소품의 매력에 빠져버렸네요.”(웃음)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에 방 한구석을 공개하자 반응이 뜨거웠다. 혼자 사는 1인 가구 여성들이 상담을 요청해오기도 했다. 그들이 손님이 되고 단골이 됐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물건들로 채워진 공간은 애착이 안 가잖아요. 내 몸만 가두는 느낌.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미련 없이 버리는 것에서 시작해보세요. 다시 채울 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질 테니까요. 채워지는 것들을 보면 ‘아! 내 취향이 이렇구나’ 알게 되는 뿌듯한 순간이 올 거예요.”

슬로우어는 오 대표 방의 연장선이다. 작지만 질서 있으면서 따뜻한 매력을 지녔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길이 묻어서일지 모른다. 목공이 취미인 남자친구가 만드는 가구가 있고, 오래전 출장길에 사온 아버지의 애장품이 있다. 집 창고를 지키던 엄마 그릇장도 든든하게 자리 잡았다. 손수 만든 초는 이곳에 따스한 분위기를 더한다. 앞으로 아기자기한 소품 외에도 작은 공간을 위한 소가구 제품을 늘릴 예정이란다.
 
본문이미지
1 풀숲향의 천연왁스 필라 캔들 1만2천원, 촛대 8천원.
2 주문 제작이 가능한 우드 수납함(소), 6만8천원.
3 독일에서 공수해온 빈티지 찻잔과 소서, 6만8천원.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글쓴이 :      비밀번호 :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