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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에서 등단 수필가로, 김순희 씨

10년차 주부들의 반란_1

2016-06-09 09:33

글 :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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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10년 이상 아내이자 엄마로만 살던 이들에게 어느 날 ‘꿈틀’하며 도전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글을 쓰고 싶었고,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었고, 비누공예를 하고 싶었다.
도전했고, 이뤘다.10년 차 주부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01.jpg


10년 차 주부들의 반란 ①
전업주부에서 등단 수필가로, 김순희 씨
팬 대신 펜 잡은 엄마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10년간 숫자만 보며 살았다. 그러다 외환위기로 명예퇴직. 낙오자가 된 기분이었다. 집에선 그래도 좋은 아내인데, 사회에선 쓸모가 없나 보다 싶었다. 아이가 생겼다. 전업주부 생활이 시작됐다. 열두 해가 지났다. 이젠 복귀하고 싶어도 일을 다 까먹었다. 엎친 데 덮친 격. 계단에서 발을 삐끗해 양쪽 무릎을 다쳤다. 목발 생활을 하던 때. 아이가 들고 온 작은 전단지 하나가 계기가 됐다. 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등단까지 했다. 문단 구조도 모른 채 글을 배운 지 3년 만의 일이다.

12년간 전업주부 생활
순희 씨(49)의 고향은 영월이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되고 싶단 생각은 추호도 안 했다. 다만 동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1996년께 결혼해 인천에 둥지를 틀었다. 회계경리 업무를 보며 신혼생활을 보냈다. 이후 두 아이가 생겼고, 12년을 전업주부로 살았다. 육아에 전념하던 지난 10여 년의 삶? 그것도 나름대로 좋았다. 언젠가 다시 회사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달력을 보며 말만 할 뿐이었다. 벌써 5년이 흘렀네, 10년이 흘렀네, 이제는 가물가물하구나….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양쪽 무릎 연골이 찢어져 집에만 있던 시간. 작은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지 싶다.
“아이가 학교에서 전단지 하나를 들고 왔더라고요.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어요. 한번 가볼까. 글을 쓰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좋은 책을 선별할 눈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집에만 있어 찌뿌드드하던 차였다. 바람도 쐴 겸, 하며 등록을 했다. 그런데 웬걸.
“진짜 문예창작을 해야 했어요. 숙제도 너무 많고요.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써본 적이 있어야죠. 그저 낙서 수준으로 끄적이기만 했었지, 문장구조 자체를 몰랐어요.”
선생님은 호됐다. 고군분투해서 숙제를 해 가면, 호통이 돌아왔다. “순희 씨! 문단이라는 개념 몰라요? 아무 데서나 들여 쓰고 끊어 쓰고, 이러면 안 됩니다!” 자꾸만 혼이 나니, 속으론 항상 내일 그만둬야지 했다. 그즈음 선생님의 한마디. “여러분들, 이런 데 교육 받으러 와서 두어 달 배워놓고 어디 가서 글쓰기 배웠단 소리 하면 안 됩니다~.”
속내를 들킨 것 같은 느낌. 그만두질 못하겠더란다. 울며 겨자 먹기로 다녔다. 그렇게 3학기를 열심히 혼나고, 열심히 숙제하다 보니 차츰 재미가 들렸다. 어느 날 짧은 수필을 더듬더듬 써 갔더니 선생님이 말했다. 글을 참 잘 썼다고.

책 많이 읽었던 게 도움, 등단까지 3년
그때부터 물꼬가 트였다. 하나둘 그의 글을 본 사람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같은 해인 지난 2011년 인천시민문예대전 수필부문에 응시를 해봤다.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상 소식이 알려지자,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 성화였다. 문학회에 들어가라, 등단을 하라고.
“굴포문학회라고 있어요. 올해로 22주년이 됐고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계시는 곳이죠. 들어가 보니까 제가 막내예요. 알 수 없는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제 세대가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요. 그래서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3년 후. 인천에서 발행하는 계간지인 <학산문학>에 원고를 냈다. ‘낯설게 보기’라는 글이었다. 그때만 해도 설마, 하는 생각이었다. 1년에 단 한 명만을 뽑는다는데. 설마가 사람 잡았다. 등단이 됐다. 문단구조부터 배워 3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순희 씨는 그간 써 내려간 글을 엮어 작년 10월, 산문집 <순희야, 순희야>를 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주부들에게 그는 “몰라서 시작을 못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했다.
“글을 본격적으로 쓰고 싶다면 우선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합니다. 그러려면 교육기관을 잘 선택해야겠지요. 요즘은 소소하게나마 글을 가르치는 문화센터나 평생교육원이 많으니 우선 한 걸음 내디뎌보시길 바랍니다.”
펜을 잡고 나선 삶이 달라졌다. 한 번도 삶이 무료하다고 느낀 적은 없지만, 말하기 힘든 욕망, 결핍, 갈증이 있었다. 순희 씨에게 그건 바로 글이었다.
“제 수필에 보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제가 눈을 핥아줬다는 내용이 나와요. 그간 비밀이라서 이 얘기를 안 하고 살았던 건 아니거든요. 그저 누구한테 말해야 할지 모르니까 가슴 속에 담아둔 거죠. 이렇듯 웅크리고 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니 자연히 갈증이 해소되더라고요.”
화가 나는 일, 슬픈 일을 겪어도 예전과는 다르다.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글로 연결이 되니까요. 안 좋은 감정일지라도 결국 글의 ‘소재’가 되니까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달까요.”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글을 쓴다는 것. 아이들과 남편의 지원이 없었으면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쓴다는 게 만만치 않은 작업이잖아요.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도 있었어요.(웃음) 고맙게도 아이들은 이제 다 커서 제몫을 스스로 찾고요. 무엇보다 제가 쓴 글을 남편이 가장 먼저 읽어줄 때 제일 기쁩니다.”

나도 반란하고 싶다!
 
전업주부의 수가 점차 줄고 있다. 지난 3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사’ 및 ‘육아’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는 7백8만5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에 비해 5만8천 명이 줄어든 수치다. 전업주부 수는 관련 통계가 만들어진 2000년, 6백38만4천 명을 기록한 이후 2010년 7백만 명대(7백6만5천명)를 넘어섰다. 2013년에는 최고치인 7백29만8천 명을 찍었으나 다음 해인 2014년 7백14만3천 명으로 떨어졌다. 역대 최초로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인데 그 후 2년 연속 하향세를 띠고 있다.
왜일까. 전업주부들이 점차 돈을 벌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아쉽지만 그런 이유는 아니다. 단지 20~30대 여성들이 전업주부로 전향하는 경우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녀를 둔 여성들의 고용률은 여전히 낮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자녀 연령이 만 2세 미만일 경우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32.4%로 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자녀 연령이 만 3~5세인 구간에서는 35.8%로 꼴찌다. 주부들의 사회참여가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전업주부 경력이 늘어갈수록 더 그렇다.

작은 것부터 한 걸음씩 시도해보라
비단 재취업의 경우뿐만이 아니다. 주부들은 항상 생각한다. 언제, 어떻게,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하지만 막상 ‘선택의 순간’에 이르면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 이래저래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앞서 만나본 주부 3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인근 교육기관에서 무언가를 배웠다는 것.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저 아주 작은 시도였다. 작은 시도가 도전이 됐고, 돌이켜 보면 그 도전이 반란을 일으켰다. 우선은 뭐라도 배우는 게 좋겠다. 가장 먼저 본인이 하고 싶은 게 뭔지, 어디에 재능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막연히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하는 건 지속력이 없다. 되도록 간절히 바랐던 것, 혹은 본인이 흥미와 재능을 가진 분야를 배우자. 굳이 수강료를 지불하지 않고, 밖에 나가지 않고도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오픈코스웨어(www.kocw.net)’에 가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포함한 전국 20개 대학에서 실제로 진행되는 강의를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다. 교수진과 강의내용, 커리큘럼까지 모두 재학생과 동일하다. 물론 학점과 학위, 졸업장 취득은 불가능하지만 강의료는 무료다. 로그인을 할 필요도 없다. 사이트에 접속한 후, 대학별 혹은 전공별로 강의를 선택해 재생 버튼만 누르면 곧장 시청이 가능하다. 각 대학별로 들을 수 있는 강의의 종류는 약 100가지. 맘먹고 다 듣는다고 하면 정말 4년이 걸릴지도 모를 양이다. 해외의 오픈코스웨어 사이트에 접속하면 아이비리그 대학교의 강의도 들을 수 있다. 노벨상 수상자와 같은 세계적인 석학을 스승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오프라인 무료교육도 있다. 여성에 특화된 교육기관에서는 정기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틈틈이 스케줄만 확인하면 양질의 강좌를 무료로 수강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오프라인 수강을 하면, 비슷한 상황에 놓인 주부들과 정보와 애로사항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이점도 누릴 수 있다.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02-460-2300)’에서는 다양한 경력개발프로그램과 중장기 전문 아카데미 등을 마련해놓고 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1544-1199)’는 가사 및 육아 부담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직업상담, 구인·구직 관리, 직업교육훈련, 인턴십, 취업지원, 취업 후 사후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그리고 ‘여성인력개발센터(02-318-5880)’는 주부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초적인 직업훈련 및 전문 직업훈련을 제공한다. 전국 51개 지역센터로 운영되고 있으니 거주지와 가까운 곳을 찾아 필요한 교육훈련을 골라 수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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