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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 향기 진동하는 달마티아의 섬, ‘흐바르’

2020-06-03 15:08

글·사진 : 이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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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흐바르(Hvar)는 유명 여행 잡지 등에 ‘세계에서 아름다운 섬’으로 자주 오르내린다. 흐바르 올드 타운은 2008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 이 섬은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가 자주 찾았다는 기록도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과 일반인의 여행 시각이 뭐가 다를까? 그저 살아 생전 찾아왔으니 행운아라는 생각을 할 따름. 흐바르 섬의 아름다움은 찾아간 자가 오롯이 차지한다.

요새에서의 풍경.JPG

*라벤더 진한 향기가 머금은 스타리 그라드의 골목 산책
스플리트에서 배를 타고 2시간 거리. 여객선은 흐바르의 ‘스타리 그라드(Stari Grad)’로 다가선다. 한 눈에도 볼 수 있는, 작은 섬이 눈 앞에 있다. 선착장에 멈춘 거대한 배에서 우르르 사람들이 내린다. 하선하는 관광객과 다시 배를 타고 이 섬을 나가려는 상선 인파로 복잡한 선착장 주변이다.

맛있는 과일주스.JPG

맛있는 과일주스

 배에서 내리니 라벤더의 강한 향기가 코 끝를 ‘훅’ 자극시킨다. 난전 두어 개에서 펼쳐 놓은 라벤더 오일의 향이 이 도시의 첫 인상이다. 간단하게 피자로 요기를 하고 지중해풍을 맞은 맛있는 주스를 한 잔 사들고 돌아갈 배편을 미리 구입한다. 사람들이 제각각 떠난 버린 후 천천히 섬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해안 길(riva)을 피해 일부러 주택가의 계단으로 올라선다. 해묵은 느낌이 가득한 골목엔 치즈 빛 담 벽과 반질반질한 돌 길이 이어진다.

골목에서 만난 맛있는 빵집.JPG

골목에서 만난 맛있는 빵집

 골목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좁은 골목에는 앙증맞은 샵, 여행사, 호스텔 등의 간판이 보인다. 강한 향내를 풍기며 유혹하는 라벤더 판매 샵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샵은 금발 머리칼을 생머리로 내려 뜨리고 딱 붙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어 가슴 골이 다 들여다보이는 스탈리쉬하고 날씬한 판매원을 닮은 듯, 예쁘고 현혹적이다. 라벤더 오일, 건제품들은 예뻐서 꼭 사가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흐바르는 ‘라벤더 섬’으로 불릴 만큼 라벤더 재배가 성행한다. 

하니발 루치치 동상.JPG

하니발 루치치 동상

 *수녀들만 만드는 알로에 레이스 공예와 하니발 루치치 동상
이 골목에는 11세기 베네딕트회 수도원이 있다. 그저 유럽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수도원이라서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지만 이 수도원은 ‘알로에 레이스(Aloe Lacemaking Skill)’를 만드는 곳이다.

알로에.JPG

알로에

 그걸 알려주려는 듯, 알로에 화분이 놓여 있고 건물에는 레이스 그림을 새긴 팻말이 있다. 유럽 마을마다 흔히 볼 수 있는 레이스 공예지만 흐바르는 색다르다. ‘알로에 레이스’는 흐바르에 거주하는 베네딕트회 수도원의 수녀들만 만든다. 생 알로에 잎의 심에서 나오는 얇은 흰색 실을 이용해 보드지 뒤에서 망이나 다른 패턴을 짠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레이스 작품은 흐바르 지방을 상징한다.

 

베네틱드 수도원.JPG

베네틱드 수도원

 또 수도원 앞에는 르네상스 때의 위대한 작가인 하니발 루치치(Hanibal Lucic)의 동상이 있다. 15~16세기의 크로아티아 대표적인 작가인 하니발 루치치는 ‘로비냐’ 라는 서사시를 썼다. 멀지 않은 곳에 르네상스의 시인 페타르 헤크토로비치(Petar Hektorović, 1487~1572)의 요새와 트브르달리(Tvrdalj) 성의 안내 팻말이 붙어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시인이었던 그는 이곳에서 나고 죽었다. 그는 어부의 노래를 수집했고, 기행담 등을 친구와 서신으로 대화를 즐겼다. 그가 기록한 해상 및 동물원 용어들은 크로아티아 표준 언어에 통합 되었다. 요새와 성은 직접 설계했는데 현재는 숙소로 이용되고 있다.

흐바르 u자형 항구.JPG

흐바르 u자형 항구

흐바르 골목.JPG

흐바르 골목

 흐바르 섬의 첫 정착자는 고대 그리스 인들이었다. 아드리아 해안 달마티아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정착지다. 현재 요새, 고대 석담, 건물 골조, 돌로 만든 작은 대피소 등이 그리스 시대의 흔적들이다. 또한 고대 그리스의 토지 구획 체계인 ‘코라(chora)’는 24세기 동안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후엔 로마인들에 의해 식민지화 된다. 그때 파리아(Pharia, Faria)라는 새 도시 이름이 붙여졌고, 아우구스투스(Augustus)와 티베리우스(Tiberius) 통치 기간에는 자치도시의 지위를 획득했다. 몇몇 로마식 무덤이 만들어지고, 물탱크가 축조되기도 했다.

 

파리아는 그리스 시대보다는 좀 더 작은 경계로 다시 요새화되었다. 이후 12세기에는 기독교 주교의 관할권 아래 있었고, 13세기 중반부터는 베네치아 인들에게 정복 당해 1797년까지 정치적인 통제를 당했다. 베네치아 왕국 시대(14~16세기)때 교통, 군사상 요지로서 번영했다.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지배를 받던 19세기 말, 포도나무 뿌리를 썩게 만드는 필록세라(phylloxera) 병이 돌면서 이 섬의 경제는 흔들거렸다. 많은 농부들은 농지를 포기했고 20세기에는 이 섬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포도를 경작하던 남부 마을들은 부분적으로 사라지고, 토지와 도로 대장 체계도 관리 부족으로 명맥만 유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이후 에는 새로운 위협에 맞닥뜨렸다. 집단농장과 농업의 기계화가 그 원인. 그래도 지금은 다시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조금씩 떠난 농부들이 돌아오고 있다.

요새.JPG

요새

 *흐바르 요새는 천국의 자리
흐바르 스타리 그라드의 백미는 흐바르 요새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는 전망이다. 스페인 요새, 베네치아 요새(Spanjola Fortica, Spanol Fortress)라고 불린다. 스테판 광장에서 북쪽의 산 언덕으로 오르면 된다.

흐바르 요새에서 바라본 풍경.JPG

흐바르 요새에서 바라본 풍경

 10여분 걸음 끝에 만나는 요새는 중세 때, 오스만 투르크 족으로부터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요새 안 박물관에는 부서진 유적들이 있지만 딱히 볼만한 것은 없다. 대신 앞이 환하게 트인 성벽에서 바라보는 발밑 풍경에 넋이 빠진다. 흐바르 타운과 쪽빛 바다와 점점히 떠 있는 섬들을 조망하면서 위치를 가늠해 본다. 흐바르 해협을 사이에 두고 브라치(Brač)섬, 비스(Vis) 해협을 사이에 두고 비스섬, 코르출라(Korčula) 해협을 사이에 두고 코르출라 섬, 네레트바(Neretva) 해협을 사이에 두고 펠제샤츠(Pelješac) 섬이 마주 보고 있다.

요새 관람객.JPG

요새 관람객

 아름다움에 힘든 구석도 사라졌나보다. 오를 때의 무겁던 발걸음은 몇 십 배 가벼워진 하산 길이다. 다시 선착장을 기점으로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물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맑은 쪽빛 바다에는 물놀이 즐기는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이 울려퍼진다. 생선 굽는 냄새에 코끝을 킁킁대며 굴 전문 식당을 기웃거리고 와인 숍도 돌아본다.

프란체스코 수도원.JPG

프란체스코 수도원

 이어 바다 한 켠에서 프란체스코(Franciscan) 수도원을 만난다. 15세기, 코르출라 출신의 유명 석공 가문이 건설한 이 수도원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포인트를 준다. 수도원 내부는 박물관으로 이용되는데, 특히 마테오 이그놀리의 “최후의 만찬” 등이 눈여겨 볼 그림들이다. 흐바르는 겨우 하루의 여행이었지만 눈 시리게 아름다운 풍광과 코끝을 파고드는 라벤더 향기는 아직도 가슴 속에 선연하게 박혔다.


*Travel data
찾아 가는 법
항공편:크로아티아로 바로 가는 직항 편은 없다. 일단 유럽의 주요 도시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크로아티아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일 뮌헨, 오스트리아 잘츠부르그, 헝가리 부다페스트, 슬로베니아 루블라냐,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등의 국제선을 이용해 자그레브 공항으로 갈 수 있다. 근교 도시에서는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면 된다. 필자는 슬로베니아에서 기차로 이동했다.
배편:스플리트에서 페리를 이용하면 된다. 페리는 스플리트 항구, 타운 버스터미널 맞은편에서 일반 페리가 매일 3회 출발한다. 쾌속선은 1시간5분 정도 소요되지만 보편적으로 2시간 예상하면 된다. 단 시기에 따라서 페리 스케줄이 다르다. 정확한 스케줄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는 게 좋다. 날씨에 따라 출발이 결정되므로 여유있게 여행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크로아티아 페리 스케줄 홈페이지:www.jadrolinija.hr/en/문의:+385 51 666 111
와인:크로아티아의 2대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남쪽은 적포도주, 스타리그라드와 젤사 사이 중앙 평원은 백포도주 산지다.
먹거리:해물 스파게티와 신선한 새우요리, 그릴에 구운 생선구이 등 바닷가라서 해산물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많다. 바닷가 옆이나 스테판 광장 쪽에 식당이 많으며 아시안 음식점도 있다. 또 골목 속에 박혀 있는, 작은 레스토랑이나 선술집(konoer)들도 많다.
특산물:흐바르는 라벤더의 섬이다. 난전은 물론 골목에 샵들이 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크로아티아 추천 여행 코스:수도 자그레브를 시작해서 플리트비체-시베니크-자다르-트로기르-스플리트-흐바르-두브로브니크 순으로 여행을 즐기면 된다.
*여행유의점:크로아티아는 한국인이 가보고 싶은 여행지 1위란다. 현지에서도 한국인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일부에서는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짐 값은 당연히 받고 택시기사의 바가지 상흔도 아주 흔하다. 국내 여행사 상품이 여러 군데 나와 있으니 패키지를 이용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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