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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25]볼가 강변의 천년고도 트베리

2020-05-28 19:16

글·사진 : 이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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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가 말년에 머물렀다는 ‘클린’에서 꼭 가고자 하는 ‘토르조크’로 가려면 ‘트베리’를 거쳐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트베리’를 여행하게 된다. 필자의 여행 스타일대로 ‘목적’이 없으니 ‘그 목적’은 자주 바뀌게 된다. ‘관광’과 ‘여행’의 차이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항상 어떤 곳인지, 어떤 일이 생길 지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을 안고 트베리에 도착한다.

 

 

트베리 기차안.jpg

트베리 기차안

 

 *트베리 역에서 택시로 숙소로 이동
클린에서 기차를 타고 트베리(Tver)로 간다. 트베리 기차역에 내려 짐 때문에 낑낑 대면서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 한 젊은이가 다가와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한국인’이라고 말했더니 그는 교환학생으로 한국 용인시의 강남대에서 한국어 배웠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의 한국어 실력은 엉망이다. 벌써 4년 전 일이라서 다 잊었단다. 그래도 한국어 한마디라도 할 줄 아는 사람 만났으니 반갑다. 그는 친구들과 여름 휴가 여행을 떠나는 중이라 매우 바쁜 듯하다. 그와 헤어짐의 인사를 하자마자 그 사이 또 영어 유창한 젊은이가 다가선다. 외모가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준다. 도와주려는 마음은 러시안들의 속깊은 ‘인정’일 것이다.

트베리기차역에서 만난 한국어전공.jpg

트베리기차역에서 만난 한국어전공 청년

 

 택시로 숙소로 간다. 러시아는 한국에 비해 환율이 낮아서 택시를 타도 큰 부담이 없다. 글자도 읽을 줄 모르고 말 한마디도 못하는데 굳이 대중교통을 고집할 이유 없다. 무거운 짐을 들고 애써 고생할 필요 없다는 것도 여행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다. 모스크바에서 트베리까지, 러시아 여행하는 동안 얻은 노하우는 택시기사에게  ‘러시아 어’ 주소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 그걸 깨닫고 나서는 택시 기사와 인상 구길 필요가 없어졌다. 기사는 목적지까지 능숙하게 안내를 한다. 숙소는 막다른 골목에 있는 듯 기사는 어느새 숙소 앞에서 차를 돌리고 있다. 간판을 확실히 발견하기 전까지 절대 택시비를 주면 안된다. 글자를 모르기 때문에 문 앞에 내려 주더라도 ‘낫 놓고 기역자 모르는 상황’은 수태 생긴다. 필자가 머무는 호스텔은 다행히 ‘칼리닌 호스텔’이라는 영어 팻말이 있었기에 안심하고 택시기사를 보낸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굵은 장대비가 쏟아져 내린다.

 

*장대비가 내리는 날 트베리 숙소 도착
그런데 숙소 문 앞에 난관이 생긴다. 입구의 문을 열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어 숙소에 전화를 해보지만 영어 불능. 몇 번을 물어봤는데도 리셉션 스태프는 밖으로 내려올 생각을 안한다. 결국 누군가가 문을 열거나 골목에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항상 해결 방법은 생긴다. 크게 당황하지 않은 채로 기다리니 한 사람이 골목에 나타난다. 그 남자는 문 앞에 써 있는 ‘18’이라는 번호 누른다. 언어 불통은 참 많은 것을 불편하게 만든다.


문이 열리자 계단이다. 장소 옮길 때마다 겪어야 하는 짐 옮기기가 벌써 힘겨워진다. 허리가 빠개져 온다. 대부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무거운 짐은 늘 스트레스로 가중된다. 안으로 들어서니 가정집을 개조한 평범한 호스텔이다(첫 느낌은, 여느 곳과 별다르지 않은 호스텔이라고 생각했는데 머물러 보니 가성비가 높은 숙소였다. 숙소이야기는 뒤편으로 넘긴다).


6인용 도미토리 룸의 침대 한 칸을 배정받고 주방에 소금과 후추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삶은 달걀을 꺼낸다. 클린의 첫 날, 숙소에서 삶았던 달걀 10개 중 두 개를 갖고 다녔다. 먹는 음식조차 짐이 되기에 늘 뱃 속에 채워야 했지만, 달걀은 가벼워서 가능했다. 달걀을 먹으면서 머리는 계속 생각을 거듭한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시작되는 고민. 가장 큰 고민은 숙소 찾기인데 그것은 해결했다. 두 번째 고민은 여행 안내소를 찾아내야 하는 일이다. 필자는 문맹인인데 러시안들은 영어에 문맹인이다. 특히 싼 값의 숙소에서 만난 스태프들은 영어를 거의 할 줄 몰랐고 대도시가 아닌, 지방에서는 그런 현상이 훨씬 두드러졌다. 역시나 트베리 숙소의 게스트와 스테프들 중 영어를 할 줄 아는 이가 없다.

 

어쨌든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해도 숙소에만 있을 수 없다. 숙소를 벗어나 여행 안내소만이라도 찾아내야 한다. 스태프들이 지도를 보면서 알려준 관광 안내소의 위치를 대충 가늠하고 숙소를 빠져 나온다. 어떻게 되겠지. 밖에는 장대비가 더 굵어졌다.

 

도서관내의 여행 안내소.jpg

도서관내의 여행 안내소

 

*지방 공공 도서관에서 만난 구세주
쉽지 않았지만 도심 중심부에 있는 관광안내소를 찾아낸다. 예사롭지 않은, 멋진 건축 형태를 가진 지방 정부 공공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1860년, 작가 살티코프 시체드린(Saltykov-Shchedrin, 1826~1889)이 트베리의 부지사(1860년~1962년)로 재임할 때 그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막심고리키 도서관이었는데 1941년, 독일 침공으로 건물이 파괴되었다. 1954년, 시티 공원 맞은 편의 황폐한 교회 자리에 새롭게 건축한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웅장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여행 안내소를 알리는 ’I’자 표시와 함께 부스가 있다. 그런데 담당 아주머니의 태도가 시쿤둥하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달랑 지도 한 장을 건네준다.  그런 태도가 몹시 거슬린다.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설명이라도 해주려고 애를 써야 하는 것 아닐까? ‘랴잔’의 관광 안내소 스태프는 영어를 전혀 못했지만 번역기를 돌려서라도 정보를 알려주려고 애쓰지 않았던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따져 댄다. 그녀는 뭔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해도 상대방이 화내고 있다는 것은 알 것이다. 그냥 물러날 것 같지 않은 여행자에게 기다리라는 신호를 준다.


한참 후 한 여인이 나타난다. 유창한 영어에 친절한 제스추어를 하는 그 여성은 도서관에서 영어 번역가 일을 한다는 알요나(Alyona)다. 본인의 성은 동화(fairytale)에서 비롯되었다는데 그녀의 표정과 말투는 어린 요정 같은 분위기다. 그녀를 통해 트베리의 베스트 관광지 5곳 뿐 아니라 토르조크 여행 정보까지 얻어낸다. 일단 원하는 정보를 얻으니 긴장이 쑥 풀린다. 그제서야 허기가 몰려온다.

여행 안내소의 알요나.jpg

여행 안내소의 알요나

 

 몇 번이나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도서관을 벗어나 여행 안내소에서 추천 해준 레스토랑을 찾았으나 문이 잠겨 있다. 어쩔 수 없어서 길 건너편에 있는 ‘밀라노’라는 영문 상호가 있는 피자집으로 들어간다. 피자 종류만도 20여 가지. 새우피자를 시켰는데 한 커플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미카엘(41세), 마리아(33세)는 부부인데 출판사를 운영한다. 문학과 역사 책이 주류란다. 그들과 피자를 앞에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길을 안내해주겠다고 나선다. 그들이 안내한 곳은 예카테리나 2세 궁전. 입장료 500루블에 사진 찍는데 200루블. 그러나 관람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친절함은 좋으나 때로는 과잉 친절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외국인 여행자에게 친절을 베푼 그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좋은 글과 좋은 책을 출간하기를 기원해본다.

 

왕궁 입구.JPG

왕궁 입구

 

*트베리 궁전과 박물관
트베리의 궁전 건물은 2개의 파빌론을 가진 바로크와 고전 스타일이 뒤섞여 있다. 궁전을 보면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에르테미주 미술관을 떠올린다. 현저하게 규모는 작지만 느낌이 엇비슷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1763년, 트베리는 큰 화재가 났다. 당시 재정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1729~1796)가 도시 복원 차원에서 이 궁전을 만들게 된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황실 가족의 거점지로 이용할 목적이었다. 건축가 니코틴이 2년(1764~1766)에 걸쳐 완공했다. 궁전이 완공된 이듬해인 1767년, 예카테리나 여제는 직접 방문해 지역 귀족들을 초대해 저녁 식사를 했다. 여제는 당시 궁전의 동쪽에서 숙박했다고 한다.


그러다 19세기에 또 한 번 화려하게 재단장 된다. 그 당시 집권 왕인 파벨 1세(1754~1801, 예카테리나 아들)의 넷째 딸인 예카테리나 파블로프나(Ekaterina Pavlovna, 일명 캐서린, 1788~1819)에 의해서다. 그녀는 당시 사촌인 게오르그 올덴부르크 왕자(1784~1812)와 결혼했다. 남편 게오르그는 트베리, 노브고라드의 총독이었다. 캐서린은 트베리에 "작은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만들겠다는 야망에 불탔다. 건축가 카를로 로시(Carlo di Giovanni Rossi, 1775~1849)를 선택했다. 카를로는 이탈리아 나폴리 태생으로 발레리나였던 부모를 따라 이른 나이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정착하면서 후에 이름난 건축가가 되었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제국의 궁정의 형태로 트베리 궁전을 설계한다.

캐서린 왕궁.JPG

캐서린 왕궁

 

 캐서린은 이 궁전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트베리의 귀족, 모스크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유명 인사들이 궁전을 방문했다. 캐서린은 특히 많은 작가들을 지원했는데 그중 역사 작가로 유명한 니콜라이 카람진(Nikolay Karamzin, 1766~1826)에게는 이 궁전에 머물면서 “러시아 국가의 역사서”를 쓰도록 했다. 그러나 캐서린의 꿈은 남편이 죽고 사라진다. 남편은 캐서린을 사랑했지만 결혼 3년(1809~1812)만에 장티푸스로 사망하고 만다. 캐서린은 당시 24세였고 어린 두 아들이 있었다. 캐서린은 4년 후인 1816년(28세)에 그의 친정어머니의 고향인 독일 뷔르템 베르크의 빌헴름(1781~1864) 왕세자와 재혼한다. 그러나 31세에 아이 4명을 남기고 죽는다. 부언하자면 이 궁전에는 러시아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스 2세(캐서린의 막내동생)가 죽기 직전에 방문했다고 한다.

강변에서의 왕궁.JPG
역사만 남은 궁전은 다시 재건되어 현재는 전시관으로 이용된다. 18~20세기의 도해, 14~20세기의 작품들, 15세기의 트베리 프레스코, 고고학적 발굴 자료 장식, 러시아와 서유럽 회화, 조각 등이 전시되어 있다. 복원된 구세주 대성당도 함께 있다. 황화는 사라졌지만 19세기의 화려한 러시아 황실을 꿈꾸던 한 젊은 공작 부인의 숨결이 남은 곳이니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궁전을 비껴나면 곧바로아름다운 볼가강변으로 이어진다.(계속)

 

볼가강변.JPG

볼가강변

 

 *Data
교통정보:1850년부터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연결 하는 철도가 이 도시를 거친다.  모스크바에서 북서 지역으로 지나가는 대부분의 열차는 트베리에 정차한다. 모스크바 레닌그라드스키 역에서 교외 열차 이용하면 된다. 클린을 거쳐 오게 된다. 고속도로는 M10을 이용하면 된다.
기차역:주소:Tver, st. Comintern, 18/전화:7 (4822) 413338
버스터미널:주소:Tver, st. 코민테른, 10/웹 사이트:http://www.tverautotrans.ru/전화:7(4822) 343590
유람선:주소:Tver, nab. Afanasy Nikitin, 1/전화:7 (4822) 314436
현지교통:트베리 주를 잇는 로컬 버스 정류장이 있다. 시내는 트롤리 버스, 트램, 시내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대부분 관광지가 볼가 강변이나 아르바트 거리 쪽에 몰려 있어 걸어 다니면 된다.
트베리주 박물관:주소:Tver, st. Sovetskaya, 5/웹 사이트 :  http://www.tvermuzeum.ru/
왕궁:Sovetskaya St., 3, Tver, Russia/웹사이트:https://gallery.tver.ru/
트베리 웹사이트:http://www.tver.ru//, https://en.wikipedia.org/wiki/T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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