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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에서는 영웅, 딴 나라에서는 흡혈귀인 드라큘라와 브란성

2020-04-22 17:53

글·사진 : 이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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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로 알려진 드라큘라는 실존 인물이다. 동유럽의 루마니아 중부 아르제슈주 쿠르데아르제슈 시에는 드라큘라 성으로 알려진 ‘브란(Bran) 성’이 있다. 루마니아 여행자들은 ‘브란성’을 빼놓지 않고 찾는다. 루마니아 당국에서도 이미 소설, 영화, 뮤지컬 등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드라큘라’의 유명세를 이용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드라큘라는 루마니아에서는 역사에 기록된 공인 영웅이다. 그 영웅이 어떻게 흡혈귀로 변신해 버렸을까?

브란 성 마을.JPG

브란 성 마을

 

 *동화 속에 나옴직한 멋진 고성, ‘브란 성’
여느 관광지가 그렇듯이 브란성 입구에는 드라큘라와 관련된 기념품 상점들이 열지어 있고 찾아드는 여행객들로 북적댄다. 매표소를 지나 약간 걸어 올라가면 가파른 언덕위에 선, 고성을 만난다. 계단 초입에 감시탑이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서 내부를 관람하게 되어 있다. 뾰족한 성 탑과 지중해 풍의 지붕 벽돌이 에워싸고 있는 멋진 성이다. 건물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양식이 추가되어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양식이 결합되어 있다. 실내는 좁은 계단을 따라 층별로 전시관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살았음직한 물건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벽에는 드라큘라의 사진 대신, 어여쁜 왕비, 공주의 사진이 눈길을 더 잡아끈다. 쇠창살, 철도끼 등의 중세시대의 고문기구 등이 있다지만 몸서리쳐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박물관에 진열된 물건일 뿐이다. 드라큘라라는 선입견을 갖고 ‘으스스’할 준비를 하고 성을 방문하지만 실제로는 동화 속에 나옴직한 멋진 고성이다


그렇다면 이 성이 실제로 드라큘라와 연관이 있을까? 브란성은 독일 기사단의 요새(1212년)로 만들어졌다. 15~16세기에는 트란실바니아와 왈라키아 공국을 잇는 연결지 역할을 하면서 오스만 투르크로부터 헝가리 왕국을 지키는 관문이 되었다. 그 무렵 드라큘라가 이 성에 잠시 머문 것(1450년대)은 사실이지만 그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은 아니다.

브란성 (3).jpg


이후 이 성은 루마니아 공국들의 통일에 기여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 드 여왕에게 헌정(1920년) 되었고, 낭만적인 여름 궁전으로 바뀌었다. 여왕이 죽은 후 일레아나 공주가 성을 물려 받았으나 루마니아가 공산권이 되면서 후손들은 성 소유권을 박탈(1948년) 당했다. 브란성은 방치돼 파손됐고 1956년 루마니아 정부에 의해 국가 문화재로 지정돼 개보수를 거쳐 중세역사미술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2006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후손이 성의 소유권을 되찾았다. 그 후손은 지금 오스트리아에 거주하고 있는데 후손들은 흡혈귀 성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에 기분이 나쁘다고 한다.

드라큘라.JPG

*드라큘라 백작이 흡혈귀가 된 속사정
그렇다면 루마니아의 실존인물이자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유명한 영웅이었던 드라큘라가 왜 흡혈귀가 되어 버렸을까? 드라큘라가 흡혈귀가 된 것은 아일랜드의 소설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 1847~1912)가 쓴 소설 “드라큘라(1897년 작)” 때문이다. 스토커는 ‘드라큘라 삶’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괴기소설을 썼고 크게 명성을 떨쳤다.


우리는 역사를 똑바로 들여다봐야 할 이유가 있다. 드라큘라(1431~1476)의 아버지는 신성 로마 제국의 드래곤 기사단 소속인 왈라키아 공 블라드 드라큘(Vlad  Dracul) 2세다. 아버지가 용의 기사단의 단원이었기에 사용된 문장(紋章)이 ‘드라큘’이다. 루마니아어인 드라쿨(Drakulić)은 용(또는 악마)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어머니는 몰다비아 공국의 공녀 '크네아지아'다.

브란성 내부의 정원.JPG

브란성 내부의 정원

 

드라큘라는 트란실바니아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시기쇼아라(Sighişoara)에서 태어났다. 현재 그곳에는 생가가 변형된 채로 남아 있다. 드라큘라가 태어난 시기쇼아라는 그 당시 루마니아 인이 아닌 게르만족 후손인 색슨족이 장악하고 있었다. 12세기에 이곳으로 이주한 색슨족은 철옹성 같은 성벽을 쌓고 상권을 장악해 부와 지위로 도시를 다졌다. 루마니아 현지민들은 들어가 살 수 없었지만 당시 아버지는 이들과 무역 협정을 맺고 도시 내부에 살 수 있었던 것이다. 형제는 형(미르체아), 본인(블라드), 남동생(라두) 3남이었다.

드라큘라는 어릴적(11살 경) 오스만 제국에 동생(4살)과 함께 볼모로 보내졌다. 드라큘라는  오스만 제국을 탈출해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다른 종족에 의해 암살(1447년, 16살 경)되었고 형은 뜨거운 인두로 눈을 잃고 생매장을 당하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 드라큘라는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왈라키아 공국이 공작이 된다. 아버지 블라드 드라큘이라는 이름을 물려 받았고 왈라키아 타르고비스테(Targoviste)를 수도로 삼는다.

브란성의 고문도구들.JPG

브란성의 고문도구들

 

 *포로들을 꼬챙이에 꽂아 죽여
하지만 사회는 불안정했고 공작 자리는 늘 위태로웠다. 툭하면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켜 공작을 죽여 버리는 하극상은 끊이질 않았다. 드라큘라는 당대의 최고의 왕궁을 만들었다. 난공불락의 요새를 만들고 나서 ‘피의 숙청’이 시작되었다. 정적인 보야르(boyar, 당시 최상층의 귀족) 계급을 제거하는 게 우선이었다. 부활절 날(1457년), 그들을 왕궁으로 초대했고 “지난 50년간 몇 명의 군주를 모셨냐‘고 질문했지만 그들은 너무 많이 갈아치워 답변을 못하자 전부다 죽였다. 대략 500명 정도가 말뚝에 박혀 처형되었다. 그의 처형 방법이 하도 잔혹해 체페시(Ţepeş, 가시, 또는 '꼬챙이)라는 호칭을 얻게 되었다.


이후 사형수들을 다른 방법으로 이용했다. 브란성 근처 산정에 포에나리 요새를 축조할 때 보야르 계급에서 살아남은 귀족들을 인부로 이용했다. 이 포에나리 요새는 아주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었다. 이어 드라큘라는 색슨족에게 전면전을 통보한다. 이 길을 상업로로 이용하려면 자신의 지시에 따르라고 명한다. 하지만 색슨족은 자신의 이권을 위해 블라드의 정적들을 지원했다. 드라큘라는 군대를 이끌고 색슨족의 거점도시였던 브라쇼브(Brasov)로 진격했다. 수천 명을 포로로 잡았다. 그 많은 포로들도 다 꼬챙이에 꽂아 죽였고 그대로 방치했다. 너무 많은 숫자였기에 드라큘라는 그곳에서 식사를 해야 할 정도였다.


드라큘라의 피의 장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스만 제국과도 항쟁을 결심한다. 오스만제국의 사절단이 왔을 때, 터번을 벗지 않는 것은 군주에 대한 모욕이라 했지만 사절단은 관습상 벗지 못한다 하니 그 자리에서 터번 쓴 머리에 못을 박아 죽였다. 1461년, 오스만과 왈라카이는 전면전에 들어갔다. 선전했고 주변 국에게 요청해 이듬해(1462년)에 2000명이 넘는 포로를 잡았다. 그 포로들 전부 코를 잘라 버렸다.


그러자 투르크의 술탄 메메트 2세(드라큘라 포로때 같은 나이)는 3배 이상의 군대를 데리고 쳐들어 왔고 드라큘라는 사력을 다해 싸웠으나 전세는 몰리기 시작했고 결국 패배했다. 향년 45세. 서기 1476년의 일이었다.


브란성 지도.jpg*Travel Data
*항공편:직항은 아직 없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공항으로 이동하면 된다. 또는 독일 프랑크 푸르트 등 유럽 각지를 경유해 가는 방법이 있다. 그 외에 카타르항공을 이용해 도하를 거쳐 부쿠레슈티로 갈 수 있다. 도하까지 약 10시간 소요, 부쿠레슈티까지 약 5시간 소요된다.
*현지 교통:수도 부큐레슈티에서는 지하철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그 외 시외 이동은 기차, 버스 등으로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면 된다. 브란성을 가려면 부큐레슈티에서 기차를 이용해 브라쇼브로 가야 한다. 브라쇼브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12, 16번 버스를 타고 Stadionul Tineretului에서 하차 후 브란성 가는 버스(40분 소요)를 타면 된다. 시기쇼아라는 브라쇼브에서 버스나 기차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시차:한국보다 7시간 늦다.
*화폐정보:레이(LEI)를 쓴다. 1유로에 4.4레이 정도다. 환전할 필요 없이 ATM기를 이용하면 된다.
*추천 음식:음식이 제법 맛이 좋다. 루마니아식 족발인 치올란(Ciolan)이 있다. 그 외 옥수수를 재료로 이용한 음식, 다진 돼지고기를 포도잎으로 싼 ‘사르말레’ 등이 있다. 루마니아 전통 도넛인 파파나스(Papanas)도 있다. 특히 부큐레슈티에는 전통 깊은 건축물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구시가지 왕궁 옆에 있는 마눅 여인숙(hanul lui manuc, 1808년)은 20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또 1879년에 오픈한 카루 쿠 베레(Caru cu Bere)는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홀이다. 원래는 왕족의 만찬장소였던 이곳은 체아우셰스쿠의 큰 아들이 이곳에서 자주 파티를 열던 곳이란다. 현재도 레스토랑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매우 흥미롭다.
*주류 정보:포도주(VIN), 추이카(TUICA)라는 특유의 과실 증류주가 유명한데 자두가 좋다. 포도주는 아주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로 이미 서구에서 크게 사랑받고 있다. 루마니아 포도주 박람회(VIN-EXPO)가 열린다. 포도주는 겨울철에는 ‘뜨거운 포도주(Vin fiert)’를 마신다. 그 외 보드카, 위스키, 럼, 다양한 맥주 등이 생산되고 있다.
*숙박 정보:가격이 비싸지 않고 시설이 좋은 편이다. 유명한 숙박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시니어 포인트:수도는 걸어 다니거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데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도시 간 이동은 시설이 열악한 편이다. 서두르지 말고, 관광도시마나 1-2일 정도 유하면서 천천히 여행을 즐기는 것이 키 포인트다. 물가가 싼 편이라서 원하는 음식과 술은 멋진 레스토랑을 골라 먹도록 하자. 싼값에 기념품을 사오는 것도 방법이다. 관광지는 생각보다 눈요기를 주는 곳들이 아주 많다.

 

브란성 지도

 

글, 사진:이신화(on the camino의 저자, 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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