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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18]터키의 그리스 마을, 와인의 고장 쉬린제

2020-04-07 12:34

글·사진 : 이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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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즈미르 주 셀주크 시에서 동쪽으로 8km 거리에 쉬린제(Şirince) 마을이 있다. 올리브 나무 숲 속 길을 따라 언덕을 넘어서면 더 이상 찻길은 없다. 마을 뒤, 큰 산이 버티고 있는 깊숙한 곳에 쉬린제 마을이 터전을 잡았다. 15세기 무렵의 낡은 가옥이 산비탈에 오롯이 모여 있고 아기자기한 물품을 파는 숍들이 참으로 어여쁘다. 특히 쉬린제는 ‘와인’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쉬린제 가옥들.JPG

쉬린제 가옥들

*아기자기한 수공예 숍들이 매력적인 쉬린제 마을
셀주크(Selçuk)에서의 첫 여행지는 쉬린제(Şirince) 마을이다. 버스 터미널에서 돌무쉬를 타고 동쪽 산골로 8km만 가면 된다. 마을에 다다를 즈음 제법 높은 구릉의 좁을 길을 따라 버스가 올라선다. 차도 주변의 산 비탈에는 올리브 나무가 지천이다. 고갯길을 넘어서 쉬린제 마을 앞에 버스가 서고 그 버스는 다시 회유한다.


쉬린제 마을의 첫 느낌이 참 좋다. 조약돌이 다닥다닥 박힌 인도를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니 수공예품을 파는 숍들이 연이어 진다. 수제 비누 숍이 많은 것을 보면 이곳 특산품은 확실하다. 색소 첨가물에 따라 색깔도 다르고 크기도 다양한 비누는 충분한 눈요기를 준다. 또 올리브 오일, 꿀, 블루 베리, 스토우 베리 등을 발효 시킨 제품들을 대거 진열한 숍도 있다. 그 것 말고도 터키석으로 만든 액세세리, 가방 등을 파는 가게, 드라이 플라워, 수공예 레이스 등. 아기자기하고 볼거리가 많은 숍 구경에 폭 빠졌다. 쉬린제 마을에는 특히 와인 숍이 많다. ‘쉬린제’ 하면 와인 특산지로 기억하는 것도 그 이유 일 것이다. 포도주 뿐만 아니라 석류, 자두, 복숭아, 체리, 딸기, 오디 등 각종 과일 주가 예쁜 병에 담겨 있다.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지 한국어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쉬린제의 다양한 와인들.JPG

쉬린제의 다양한 와인들

수제 비누.JPG

수제 비누

상가촌을 벗어나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할아버지가 파는 복숭아를 산다. 가격 대비 너무 많은 양을 준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나이든 할아버지에게 제스추어로 ‘과일 씻는 곳이 어디야’라고 물으니 언덕 위로 올라가라는 표시를 한다. 그곳에는 ‘수도’가 있었다. 복숭아는 기대한 만큼 달지는 않았지만 모두 씻어서 비닐 봉지 채 주렁주렁 들고 민가 속으로 들어간다.

각종 발효 잼.JPG

각종 발효 잼

*15세기 그리스 노예들이 정착한 게 기원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 위에서 보면 지중해 풍의 분홍 기와를 얹은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아름답다. 모든 건물에는 흰 회벽이 칠해져 있다. 그리스 스타일의 가옥 구조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가옥들은 많이 초루하고 부서진 곳도 많다. 한마디로 빈민 분위기. 첩첩 산중에 깊숙이 박혀 있는 이 마을은 전혀 개발되지 않은 채로 남은 듯 하다. 주택가에는 몇몇의 가옥들만 펜션 간판이 붙어 있을 뿐이다.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누비고 다니는 동네 아이들도 만나고 엄마와 아들이 부서진 골목으로 걸어가는 모습도 본다. 그리고 더 이상 인기척은 없다. 성난 고양이가 있을 뿐이다.


자료에 따르면 이 마을은 터키 속 그리스인 마을이다. 15세기 무렵, 에페소스(Ephesos) 지역에서 해방된 그리스 인 노예들이 정착한 게 기원이다. 1800년대 이르러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약 200여 개의 가옥들이 들어섰다. 다른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따라 가지 못하도록 마을 이름을 체르킨제(Çirkince, Foully)라고 불렀다. 터키어로 "추악한, 더러운" 뜻이다. 그러다 독립전쟁(1923년)이 끝나고 그리스에 살던 터키인들과 터키에 살던 그리스인 간의 주민교환이 있었다. 그러면서 1926년에서야 마을 이름이 이즈미르 주지사에 의해 쉬린제(즐거운)로 바뀐다. 현재 주민은 약 600명 정도인데 아직도 대부분이 그리스 계다. 그리스 인들이 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는 연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이주된 세월이 길어서 이미 터키인들이 되었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쉬린제 마을은 “터키 속 그리스”라고 칭한다.

쉬린제에서 만나 ㄴ아이들.JPG

쉬린제에서 만난 아이들

가옥과 주변 풍경.JPG

가옥과 주변 풍경

 그러나 민족 교환 사건 이후 쉬린제의 번성은 사그라 들었다. 1993년, 이 마을을 개발 시키겠다는 유명 언어학자이자, 여행작가, 기자였던 아르메니아 출신의 세반 니싼얀(Sevan Nişanyan, 1956~)이 부인(Müjde Tönbekici, 1970년~)과 함께 이곳에 정착했다. 마을을 원래대로 복구하겠다는 신념으로 원 재료와 건축 기술을 사용해 파괴 된 주택을  개조했다. 그들은 이 마을이 국가 유산이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개조된 가옥 중 니싼얀 호텔(Nisanyan Houses)도 있다. 2006년 이후 니싼얀은 유명한 수학자인 알리 네신(Ali Nesin)과 네신 수학 마을(Nesin Mathematics Village)을 공동 개발해 현재도 많은 수학 전공자들이 찾는다. 니싼야 기념도서관(Nisanyan Memorial Library, 2013년)도 있다. 마을은 크지 않아 1~2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짧은 시간에도 무척 정감이 가는 쉬린제다.

아야술루크 언덕의 성.jpg

아야술루크 언덕의 성

 *셀주크 시내에 부서진 유적들
셀주크로 돌아와 복숭아 봉지를 그대로 들은 채로 시내 여행에 나선다. 셀주크의 고대 지명은 그리스어인 아이오스 테올로고스(Ayios Theologos). 현재 지명은 1914년에 붙여졌는데, 이는 12세기 무렵 이 지역에 정착한 셀주크투르크 족에서 유래한다. 셀주크 투르크는 11세기경에서 14세기까지 중앙아시아와 중동 일대를 다스린 수니파 무슬림 왕조를 말한다.

 

도시 안, 부서진 유적들에는 그리스, 기독교, 이슬람 문화가 뒤섞여 있다. 우선 셀주크 아야술루크(Ayasuluk) 언덕에는 셀주크 성이 있다. 성은 셀주크 제국과 오토만 제국 시기에 건축되고, 재건축되고, 확장되었다. 성 입구는 6세기 로마 건축물들의 석재로 건축되었고 15개의 탑이 있으며 1.5km에 이르는 도시 성곽들의 잔해로 둘러싸여 있다.

 

비잔틴 양식의 교회, 작은 모스크, 몇 개의 우물이 성채 안에 있다. 비잔틴 교회는 성 사도 요한 성당이다. 사도 요한(6년경 ~100년경)은 44년 유대인 왕 헤로데 아그리파의 박해를 피해 에페소로 왔다. 예수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를 지키기 위해 이 곳에서 살다가 죽었고, 사후에 아야술루크 언덕에 묻혔다. 아야술루크 언덕은 BC 14세기에는 매장지로 사용되었다. 미케네의 아류시대(Sub Mycenean)의 무덤의 유적지로 밝혀졌다. 6세기, 비잔틴 제국이 이 곳에 성 요한 성당을 세웠다. 요한보다 더 앞서 온 사도 바울(10?~67?)은 기독교를 전파하러 이곳에 왔다가 주민들에게 돌팔매를 맞고 돌아갔다.

이사 베이 모스크.JPG

이사 베이 모스크

 또 시내에는 이사 베이 모스크가 있다. 1304년 셀추크를 점령했던 아이든 올루라르 부족장의 아들인 '이사베이'가 1375년 건축했다. 모스크 내부에는 신전의 기둥으로 사용했던 원형기둥 4개와 미나렛 등이 남아 있다.  또 이사베이 모스크 근처에는 생장 교회와 성 존스 교회터가 발굴 중에 있다. 거기에 19세기의 목욕탕인 하맘 터 7개가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 외에도 시내 기차역 근처에는 로마시대의 수도교(Byzantine acquaducts  Selçuk)의 일부가 남아 있다. 근처의 에페스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상수도 시설인데, 이를 지을 때 아르테미스 신전에서 석재를 가져다 사용했다고 한다.


*Travel data
가는 길:한국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 직항이 운항된다.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스탄불에서 셀주크를 가려면 이즈미르 공항까지 가면 된다. 이즈미르에서 버스로 50분 소요된다. 터키 여행객 대부분은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12시간이나 걸리는 이즈미르까지 곧추 가는 사람은 드물다. 주변 여행지를 경유해 가면 된다.
현지교통:쉬린제는 셀주크 터미널 끝에 돌무쉬(미니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30분 정도 소요된다. 셀주크 시내 여행은 도보로도 가능하다.
맛집정보:셀주크의 마켓 옆에 있는 오쿠무쉬 피데 살로누(okunus pide salonu)는 맛있는 버섯 피데집이다. 화덕에 굽고 가격은 아주 저렴하다. 한국인 정보서에 소개되어 한국인들이 많이 메모를 남겼다. 또 괴프테 전문 식당은 50년 넘게 자리하고 있다. 직접 주문하는 방식이다. 특히 야채 샐러드에는 호두가 들어가 있어 맛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풍성한 장터가 열린다.
숙박정보:쉬린제의 니산얀 호텔이나 펜션들이 있다. 그러나 셀주크 시내에 머무는 것이 이동하는데 훨씬 편리하다.
기타 정보:매년 1월 셋째 주에 낙타 레슬링 축제가, 9월 첫째 주에 셀주크-에페소스 문화·예술·관광 축제가 개최된다.

 

글, 사진:이신화(on the camino의 저자, 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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