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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달얀(Dalyan)에 취해 길을 잃다

2020-02-24 16:09

글·사진 : 이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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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끝이자 유럽이 시작되는 나라. 우리나라보다 8배나 넓은 터키 땅. 흑해, 에게해, 마르마라해, 지중해에 둘러싸여 있는 곳. 고대도시, 그리스, 로마는 물론 13세기 말 오스만투르크 제국(Osman Turk Empire, 1297~1922)의 유적지로 가득 찬 나라. 기기묘묘한 자연환경 등. 터키의 한도 끝도 없는 이색 풍치에 풍덩 빠져 여행 내내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중 ‘달얀(Dalyan)이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에는 그 이유가 있다.

달얀강.JPG

*고대 리키아, 그리스의 문화가 남은 페티예(Fethiye)
‘누군가 좋다’고 추천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카이세리 공항에서 카파도키아 로 가는 버스 안에서 만난 한 은행원 아가씨. 필자는 그녀 앞에 터키 지도를 펼쳐 보이며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친절했다. 여행지를 더 잘 아는 사람에게 일부러 전화까지 해서 내게 ‘달얀(dalian)’이라는 곳을 소개해줬다. 달얀은 그렇게 다가왔다.


달얀은 페티예(Fethiye)라는 곳을 거쳐서 가게 된다. 페티예 또한 바닷가를 끼고 있는 유명 휴양도시다. 국내 여행객 대부분은 인근 울루데니즈(Oludeniz) 바닷가에서 세일링, 패러 글라이딩 등 해양 레포츠를 선호하지만 필자는 페티예의 내륙만 둘러 보기로 한다.


페티예의 옛 이름은 텔메소스(Telmessos). 리키아의 서부, 페티예 만에 위치한 텔메소스는 당시 번영도시였다. 신화에 따르면 태양의 신 아폴론이 피니시아의 막내 딸 아게노르 공주를 흠모했는데 공주가 계속 그를 피해 다니자 아폴론은 예쁜 강아지로 변신해 사랑을 얻었다. 둘 사이에서 생겨난 텔메소스(빛의 땅) 아들이 도시 이름을 유래한다.


‘센터’는 조촐할 정도로 작았고 도시는 오래 묶은 티가 없다. 페티예는 아타튀르트(1923년 터키 대통령) 이후 그리스와 터키의 인구 교환정책 후에 만들어진 신흥도시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내의 작은 박물관에 전시된 유적품은 볼만하다. 고대 그리스 도시였던 리키아(Likya, 지중해 연안 남부 지역) 제국이 남긴 흔적들 일 것이다. 시내 남동쪽 절벽에는 석관 3개(제일 높은 곳에 있는 것은 아민타스 왕(Amintas Kaya Mezarlar)의 무덤)와 작은 무덤들이 남아 있다. 또 주택가 사이에서 만난 석관, 원형경기장, 어시장의 그리스식 건축물 등에서도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좀더 해묵은 모습을 보려면 페티예 시내에서 남쪽으로 7km 떨어진 지점에 ‘카야코이(kayakoy)’로 가면 된다. 대부분 허물어 진채 남아 있는 옛집들이 마을 전체를 감싸듯 모여 있다. 그런데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이름도 끔찍하다. ‘시체마을(Ghost town)’. 그럼에도 입장료를 받고 있다. 산 능선을 따라 지어진 가옥들, 마을의 휴식처가 되었을 교회, 요새 등.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을까? 그리스 사람들이 떠나 버린 ‘터키속의 그리스 마을’은 더 이상의 역사 페이지를 만들지 못한다. 상황이야 어떻든, 빈 유적지는 필자를 전율시켰다. 이런 곳에서 패션 화보를 찍으면 정말 멋진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그 외 샤를르켄트(Saklikent)라는 협곡도 유명하다.

달얀의 거북이.JPG

*에게해 바닷가 작은 마을 달얀(Dalyan)엔 거북이가 멕여 살려?
페티예에서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오르타자(ortaca)로 가서 다시 돌무쉬로 갈아타고 20분 정도 가면 달얀이다. 물라(Muğla)주에 속하는 달얀은 터키 남서 해안의 마르마리스와 페티예 사이에 위치한다. 자그마한 강 마을, 달얀의 첫 느낌이 좋다. 휘어진 달얀강을 따라 걷는다. 지중해성 기후는 초여름에도 눈부시게 맑다. 강 너머의 야트막한 산 절벽에는 석관이 많이도 만들어져 있어 자꾸 눈길을 부여 잡는다. 줄줄이 보트가 매어 있는 강변길에는 아이와 함께 낚시하는 여행객들도 만난다. 

거북샵.JPG
달얀은 터키어로 ‘어업’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배스, 숭어, 도미 등 물고기의 산란기가 되면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쿄이제이즈(Koyceğiz) 호수로 찾아 들었다. 산란하고 바다로 돌아가던 물고기들은 어김없이 어부들의 그물망에 걸려들었다. 갈대를 이용해 복잡하게 만든 어구로 포획했다. 그래서 붙여진 지명일 것이다.


우선, 달얀을 유용하게 여행하기 위해 ‘보트 1일 투어 티켓’을 구입한다. 보트는 강 너머의 고대 카우노스(Kaunos) 시대에 만들어진 석관 쪽으로 가까이 다가서준다. 높이 치솟은 암벽 사이에 만들어진 카우노스 석관들은 달얀을 대표한다. 리키아 석관과 카우노스 석관은 육안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지만 리키아는 집을, 카우노스는 신전을 모방한 차이가 있다. 무덤이 높으면 높을수록 신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현재도 밝혀지지 않은 채(세계 8대 불가사의)로 남아 있다.


이어 보트는 20분 정도 달려 이즈투주(Iztuzu) 해변에서 멈춘다. 달얀강의 민물과 지중해의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 5km 가량 길게 모래사장이 펼쳐지는 해변은 눈으로 보기에는 별 특징이 없다. 그러나 이 해변이 유명한 이유가 있다. 카레타(Caretta)라고 불리는 붉은 바다거북이 때문이다. 붉은바다거북은 수명이 다하는 30살 무렵에는 고향으로 되돌아온다. 바다거북이의 산란기는 매년 5월~9월 사이. 적게는 50개, 많게는 150개까지 알을 낳는다. 거북이 산란기에는 서식을 보호하기 위해 야간 출입은 금지된다.

청게소년.JPG

달얀의 블루크랩.JPG
하지만 산란기 때라도 거북이를 보기란 여간 드물다. 그래서 ‘블루 크랩’으로 거북이를 유인한다. 거북이들이 이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청게’를 잡아 먹는다는 점을 상술로 이용한다. ‘청게’를 낚시 줄에 미끼로 매달아 던지면 거북이는 아주 잠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거북이가 좋아하는 청게는 즉석 주문을 받고 바닷가에서 삶아진채 먹을 수 있다. 청게는 삶아지면 홍게로 변해버린다. 단, 만만치 않은 가격이고 달얀 시내의 식당보다 맛이 덜하다.

 

머드팩.JPG

*클레오파트라도 즐겨했고 헐리우드 배우들도 찾아드는 진흙 목욕탕(Mud Bath)
달얀의 또다른 명물은 진흙 목욕(Mud Bath)이다. 쿄이제이즈 호수 북쪽 끝에는 유황과 진흙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노천온천이 있다. 호수와 강이 만나는 산 아래의 야외 천연 진흙 목욕탕. 제대로 시설을 갖춘 곳이 아니다. 수영복 위에 진흙을 바르고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유황온천탕에 몸을 담그는 게 전부다. 지저분하고 초루하지만 이 곳의 역사는 깊다.

고대부터 치료와 미용에 사용되어 왔다고 전해온다. 특히 2000여년 전, 클레오파트라가 ‘터키 서남단 에게해 인근 물라(Muğla)주의 머드배스에서 자신의 미모를 가꿨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클레오파트라는 진흙 목욕이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달얀의 머드를 직접 이집트로 가져갔다고도 전한다. 그 외, 더스틴 호프만, 잭 니콜슨, 스팅, 데이비드 보위, 스페인 왕자 펠리페 등, 세기적인 유명인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범인(凡人)들은 유명인들이 찾았다는 말에 괜히 더 신뢰감이 생긴다.

몸 씻기.JPG
하여튼 물라 주의 진흙에는 피부노화를 방지하는 천연 미네랄, 칼슘과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단다. 피부병은 물론 비만(cellulite), 류마티스에도 좋단다. 목욕을 일상으로 알고 사는 필필자는 폭우 탓에 제대로 즐기지 못해 하루 더 머물렀다.  이 진흙 목욕만 따로 즐길 수 있는 보트 여행 상품이 있다.

카우노스 유적지 앞.JPG

 

*고대의 번영 도시, 카우노스 유적지가 폐허로 고스란히 남아
달얀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고대도시 카우노스 유적지다. 이곳 역시 보트투어로 접근하는 게 편하다. 카우노스 유적지 근처에 배를 정박한 선장은 1시간 30분정도 관광객들을 기다려준다. 10분 정도 시골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면 매표소다. 유적지를 제어하는 건물은 따로 없다. 그저 표만 구입하고 들어가면 야외 박물관이다. 달얀강에 새겨진 석관은 세발의 피. BC 9세기에 건설된 고대도시 카우노스는 타르벨로스산 기슭에 긴 세월 폐허로 남아 있었다.


카우노스는 아나톨리아(Anactoria)의 카리아(Caria)지역 도시였다. 그리스 로도스의 관할 내에 있었다. 에게해 그리스 도시였던 밀레투스(Miletus)를 건설한 밀레토스와 키아네의 아들 카우노스가 세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카우노스가 고국 밀레투스를 떠난 것은 쌍둥이 여동생 뷔블리스(Byblis)의 엇갈린 사랑 때문이었다. 당시 근친혼이 불법이 아니었음에도 카우노스는 여동생의 사랑을 받아 들일 수 없었나보다. 카우노스는 샘의 요정(Naiad)인 프로노에(Pronoe)를 만났고 카리아를 다스리게 하는 조건으로 같이 살았다. 둘 사이에서 아들 아이기알로스가 태어났고 왕위를 이어 받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 뒤,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카우노스라고 국명을 정했다. 아이기알로스는 딸 힐레비아를 포로네우스의 아들 리르코스와 결혼시켜 사위로 하여금 왕위를 잇게 하였다는 신화가 전해온다.

카우노스의 경기장.JPG
넓고 넓은 카우노스 폐허지를 둘러본다. 원형경기장, 아폴로 신전, 고대 극장들에 있었던 듯한 의자, 목욕탕, 기둥 등을 숨은 그림 찾듯 가늠한다. BC 5세기에 산정위에 조성된 성벽에는 차마 오를 수 없어 눈길만 던질 뿐이다. 앞이 확 트인 곳, 저멀리 호수 물빛이 반짝인다. 당시는 항구로 이용되지 않았을까? 그리스 로도스 방향이었을까?  길고도 긴 세월이 흘러갔고 자료조차 마땅치 않은 유적지. 그러나 돌 하나도 소중하게 다루는 한국인 여행객은 그저 방치되고 있는 듯한 터키의 유적지에 놀라고 또 놀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 나라의 흩어진 유적지는 몇 곳이나 될까? 

 


*Travel data
항공편:한국에서 이스탄불까지는 비행기로 12시간이 소요되며, 터키항공(주 11회), 대한항공(주 5회), 아시아나 항공(주 5회) 등이 직항 편을 취항하고 있다. 물라주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이스탄불을 경유하여 다라만 공항(Dalaman airport)을 이용하면 된다. 달얀은 공항으로부터 30분 정도 떨어져 있어 택시 등으로 이동하면 된다.


현지교통:보트 투어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한다. 그 외는 돌무쉬(Dolmus) 타면 된다.


음식정보:터키는 세계 3대에 꼽히는 나라다. 피자를 터키 지역은 음식이 맛있는 곳 중 하나다. 세계 3대 국가로 통한다. 그렇다고 그 많은 음식을 다 섭렵할 수는 없다. 대충 찾은 것이지만 주로 전통 방식의 화덕을 이용하는 곳을 찾아내라. 이런 집일 수록 보편적으로 요리사들이 나이가 든 경우가 많다. 특히 ‘피데’는 저렴하면서 한국인 입맛에 아주 잘 맞는다. 그 외에도 다양한 케밥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지역에 따라서 해산물도 맛볼 수 있는데 터키에서는 해산물 요리는 육류보다 비싼 편이다.


페티예 버스 터미널에서 호텔 가는 버스를 타려다 만난 sahil lokantası식당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집이다. 빵은 무료이며 한국인이 좋아하는 생고추도 준다. 또 페티예 어시장에서는 즉석 해산물 요리를 먹을 수 있다. 달얀은 레스토랑 마다 멋을 많이 냈다. 피데는 mentin이 분위기도 좋고 맛도 있다. 블루크랩은 가격이 저렴하지 않지만 맛이 좋다. 보트 투어보다는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게 더 낫다. 그 외 스테이크 전문점, 중식당 등. 다 맛이 좋다.


숙박정보:페티예에서는 호텔 바닐라를 예약했는데 가격도 저렴했고 호스탈지기가 직접 영어로 글을 써주는 친절을 보여줬다. 발코니가 있어서 빨래 널기도 좋으며 조식도 포함한다. 달얀의 호텔 팔메덴(palmeden)은 외따로 떨어져 있지만 시설이 고급스럽고 조용하다.


여행포인트:달얀보트조합이 보트 투어로 소문난 업체다. 또 진흙목욕만 즐길 수 있는 데일리 달얀 머드배스투어(Daily Dalyan Mud Bath Tour)가 운영된다. 터키는 여행 곳곳에서 바가지 상흔이 깊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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