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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11]오카 강변의 아름다운 오룔 도시

2020-02-17 13:45

글·사진 : 이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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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룔 400주년 기념동상.JPG

*독수리 도시 오룔
오룔(Orel)에 가는 이유는 ‘이반 투르게네프’의 흔적을 찾기 위함이다. 툴라의 숙소에서 영어 잘하는 건축시공자가 알려준 데로 기차표를 구입한다. 툴라에서 오룔까지는 기차로 2시간이 채 안 걸리는 거리. 굳이 침대 칸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 의자에 앉아 갈 수 있는 표를 구입한다. 기차 안은 완전 최첨단이다. 컴퓨터로 다음 역을 알려주고 영어로도 표기된다. 미디어 강국인 일본 기차 시스템에 버금간다.

오를리크 강변의 은행 건물.JPG

 

오룔의 상징 독수리 상.JPG

오룔 역 밖으로 나오니 ‘독수리’ 상이 보인다. 러시아 어로 오룔은 독수리라는 뜻. 오룔은 16세기, 이반 4세의 명에 의해 크림 타타르 족의 습격을 방어하기 위해 건설된 요새 도시다. 개발당시, 오카 강의 합류 지점에 있던 은행의 참나무를 자르게 되었는데 그때 나무 꼭대기에 앉은 독수리가 날아갔다고 해서 붙여진 도시 명이다. 17세기 후반부터 도시 발달과 함께 인구가 계속 증가하자 1781년 8월 16일에 도시로 인정받았다. 늘 그렇듯이, 새로운 도시에 설 때마다 기대감과 불안감이 함께 교차한다.

오카강변의 사랑의 자물쇠.JPG

 

숙소 건물.JPG

*오룔의 숙소 찾아 삼만리
오룔역에서 숙소까지 멀지 않은 거리. 얀덱스 택시를 불렀는데 바로 앞까지 왔는데도 필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 할 수 없어서 계속 들이대는 노인 기사와 가격을 흥정한다. 기사는 10달러 부른다. 고개를 가로 젓는다. 다시 인터넷 어플을 이용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면 그 사이 가격은 5달러로 내려간다. 기사는 200루블(3달러 정도)까지 내려 부르지만 여전히 고개를 가로 젓는다. 얀덱스 택시 가격은 72루블. 결국 100루블(1.5달러)로 합의한다. 노인 택시기사는 컴퓨터에 익숙치 않아 옛 방식으로 외국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려 하지만 이제는 무용하다는 것을 안다. 거기에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역 앞에서 할 일 없이 애꿎은 담배나 피워대는 것보다는 나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숙소까지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마치 상가 건물처럼, 볼품없는 시멘트 5층 건물이다. 건물을 연결하는  둥근 문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공원이 있고 입구가 건물 뒤쪽이다. 숙소 입구에는 ‘웰컴(welcom)’이라는 작은 간판이 있다. 기사는 그곳에 내려주고 떠나려 한다. 여행을 많이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숙소를 확실히 알기 전까지는 절대 택시비를 주면 안된다. 엉뚱한 곳에 내려주고 떠난 택시기사가 한둘이 아니어서 낭패를 본 적이 많았다. 숙소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계단이다. 무거운 짐을 들고 올라갔다가 잘못되어 또 다시 내려올 일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숙소 전화번호를 기사에게 보여준다. 그런데 웬일, 택시기사는 이곳이 아니라는 것. 이름 같은 곳이 두 곳이란다. 그 노 기사는 자신 있는 듯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그곳도 아니다. 다시 원점회귀다(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숙소 스태프와 통화를 했는데 왜 자꾸만 틀린 곳으로 가게 되었을까?).

탱크광장.JPG

*숙소 앞에 있는 탱크 광장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5층까지 올라갈 일이 끔찍하다. 가격이 저렴했고 평가 좋은 곳이라서 4일을 덜컥 예약했는데 당장 돈 포기하고 떠나고 싶다. 모스크바 첫 숙소의 악몽이 떠오른다. 기사가 또 전화를 하니 그제서야 부리나케 스태프가 내려온다. 표정이 시니컬해 보이는 중년 아주머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데는 필자나 그녀나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결국 공원에서 서성이는 소년에게 도움을 청한다. 소년 또한 낑낑 대는 모습이 안타깝다. 숙소는 5층을 통 채로 쓰고 있다. 낯선 도시의 첫날이니 이것저것 물어봐야 할 것들이 많은데 스태프는 영어 한마디 못하고 그 흔한 관광지도도 없다. 설상가상 오룔에는 여행 안내소도 없단다. 맥 빠지고, 진 다 빠지는 오룔의 첫날. 툴라와 비교할 수 없이 실망스러운 도시다. 일단 주린 배라도 채워야 한다. 기차 안에서 초컬릿 간식을 먹은 게 전부이니 허기가 밀려 온다. 스태프에게 구글 지도를 프린터 해달라고 하니 온통 검정색. 무용한 프린트 한 장과 배터리가 다 방전된 휴대전화를 들고 일단 숙소를 빠져 나온다. 숙소 앞 모스코프스카야 차도(Moskovskaya St) 안쪽에 작은 탱크 광장이 있다. 배고픈 여행자에게는 탱크광장이 무심할 뿐이었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나름 의미가 있다. 이 광장은 1941년까지는 그저 시민들의 휴식 공원이었다. 1941~1943년, 세계2차 대전 때 독일군들은 공원의 나무에 오룔의 저항세력들을 매달아 죽였다. 22개월 동안 지속되던 ‘오룔 전투’가 1943년 8월 5일에 끝나고 오룔은 해방을 맞았다. 이내 교수형 나무들은 모두 잘려지고 8월 5일은 오룔의 시민의 날이 된다. 1968년, 소련 군인들의 무덤 위에 T-34 탱크 기념탑을 받침대로 놓았다.

 

강변 여인들.JPG

*조각 피자 먹으며 만난 음대생
차도를 따라 조금 걷다보니 우측에 멋진 오카(Oka) 강변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름대로 아름다운 풍치를 갖고 있는 오룔은 오카 강 지류의 주요 큰 항구도시다. 오래전부터 페름의 솔리캄스크(Solikamsk)부터 우크라이나까지 소금, 빵의 무역 주요 중심지였다.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를 겨우 찾고서야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선다. 바텐더가 있고 야외 자리가 있는 곳. 저녁 때에야 샤슬릭(타타르식 고기 꼬치 구이)을 굽는 곳이다. 마땅히 요기할 수 있는 음식이 없어서 인스턴트 조각 피자 두 쪽을 시킨다. 허기가 몰려 허겁지겁 먹다가 아르바이트 음대생을 만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약간의 영어를 구사하는 그녀를 붙들고 정보를 캐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때 한 남자가 테이블로 다가온다.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그 남자는 분명히 ‘구세주’일 것이다. 그러나 그 기대는 곧바로 무너진다. 그의 얼굴은 구겨져 있었고 말투에는 짜증이 뒤섞여 있다. ‘라쟌’으로 가는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서 못 간다는 말과 함께 ‘인터넷으로 찾아 다녀라’였다. 그의 무신경한 말이 괜희 서럽다. 그에게 ‘난 이 도시에 막 도착했다’, ‘너의 도움 필요치 않다’고 말하자 그 남자는 떠났다. 음대 여대생에게 ‘오룔의 첫 인상이 참 좋지 않다’고 말한다. 그녀 또한 기분 좋을 리 없다. 그녀, 구겨진 내 심정처럼 입을 삐죽된다.

 

오카강.JPG

*아름다운 오를리크 강변 따라 멋진 건물 즐비
주린 배를 겨우 채우고 어슬렁어슬렁 강 다리 쪽으로 다가선다. 마음은 무겁지만 오카 강의 지류인 오를리크(orlik) 강을 사이에 두고 멋진 건물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어진다. 그중 흰색의 에피파니 성당과 붉은색 건물이 유독 눈에 띈다. 붉은 건물은 19세기(1897~1899)에 세워진 곳으로 현재는 러시아 중앙 은행의 중앙 지역 사무소다. 은행은 총 2개의 건물로 나뉜 3층 건물로, 1920~1926년에는 콤소몰(Komsomol, 소련의 공산주의 청년 정치조직)이었다. 세계2차 대전(1941~1943)에는 게쉬타포(나치 독일의 국가비밀경찰)가 점령했다. 작은 다리를 건너자 또 큰 알렉산드로브스키 다리(Alexandrovsky Bridge)를 만난다. 다리 끝에는 오룔의 상징인 독수리 상이 장엄하게 버티고 있다. 다리를 건너자 양 옆으로 카페, 레스토랑이 이어지고 레닌 광장까지 일직선이다. 누군가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오룔의 중심가일 것이다. 레닌 광장 주변에는 투르게네프 아카데미 극장, 음악당, 영화관, 관공소, 시청사, 은행 등이 포진하고 있다. 주마간산으로 들여다보면서 ‘어린이 공원’으로 들어선다. 공원 안쪽에서 ‘투르게네프 동상’을 만난다. 이 동상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흔적을 처음 만난 순간이라서 기분이 좋아진다.

오카강의 석양.JPG

*오카 강을 적시는 석양
공원을 비껴 오카 강변을 향해 언덕 아래로 내려선다. 작은 징검다리를 건너 오룔 400주년 기념동상으로 다가선다. 삼각주처럼 툭 튀어 나온 이 곳은 오카 강의 지류인 오를리크 강이 나뉘는 지점. 기념탑 주변으로는 강변 산책로, 벤치,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강변의 소로를 따라 차도 쪽으로 걸어 나오니 이반 4세의 기마상, 에피파니 성당, 알렉세이 페트로치 예몰로프(1777~1861) 기념비와 동상 등이 있다. 오를리크 지류에서 봤던 흰색 건물인 에피파니 성당이 정면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17세기 중반에 지어진 오룔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건물 중 하나. 또 예몰로프는 1812년 보로디노 전투에서 유명해진 전쟁 영웅이자 정치가다. 그는 말년에 30년 동안 이곳에서 살았다. 모스크바에서 죽었지만 그의 유해는 오룔의 트리니티 교회에 안장되었다. 숙소로 발길을 옮기는 시간. 오카강에 석양이 지고 있다. 오카 강과 강 너머의 건물들, 거슬러 내려오던 언덕의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강을 낀 도시 풍경은 여행자의 심란한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름답기만 하다.(계속)

에피파니 성당 공원.JPG
*Data
가는 방법:모스크바 쿠르스크 역에서 기차를 이용하면 된다.
현재 교통 정보:오룔 시내는 걷거나 버스보다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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