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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2]모스크바 중심지, 붉은 광장에 서다

2019-12-16 12:13

글·사진 : 이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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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개월 간(123일) 총 12(or 13)개국 71개 도시를 여행했다. 여행 시작점은 키릴 글자를 한 자도 모르는 ‘문맹인’이 러시아 배낭 여행을 떠났다. 목적도 분명치 않았다. 그냥 ‘작가의 고향’을 찾는다는 것을 테마로 삼았다. 그렇게 목적하지 않으면 워낙 큰 러시아 여행은 더욱더 막연했으니까. 그때의 배낭여행을 에세이로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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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더럽고 가장 무서운 모스크바 숙소

러시아는 두 번째 여행이지만 첫 번째는 단지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맛뵈기로 보고 도망쳤을 뿐이다. 뭐가 아쉬움이 남았는지 난 모스크바 여행을 또 선택한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10시가 넘었다.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29km 떨어진 공항. 늦은 시간이라서 숙소까지는 택시를 이용할 생각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모바일에 ‘심(sim)카드’를 갈아 끼우고 ‘얀덱스(Yandex) 택시 어플을 이용한다. 여행 베테랑은 없다. 그 어디에나 사건, 사고가 생길 수 있으니까. 단지 조금 익숙할 뿐이다. 그럼에도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의 긴장감과 어리버리함은 누구나 갖고 있다. 아닌 척 숨기고 있을 뿐이다. 택시 운전사가 영어를 전혀 못하는 것도 감지하지 못한 채로 주절주절 떠들어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택시 기사가 영어를 전혀 이해 못한다는 생각은 한참 지난 후에야 알았다. 지금 생각이지만 선한 모습을 한 택시기사가 더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분명히 그도 자국민이 아니라 딴 나라 사람이었을 확률이 훨씬 높다. 그래도 그는 젊은이. 핸드폰 택시 어플로 손님을 맞이하는 능력은 갖고 있었다. 숙소까지 잘 데려다 주었으니 말이다.

숙소 간판 불빛을 보고 안으로 들어선다. 복도에는 누군가 음식을 만들어 먹는지 음식 냄새가 진동한다. 체크인은 무척 늦어지고 게스트들만 난리들이다. 그것보다 더한 일이 벌어지는 데는 몇 분 걸리지 않았다. 숙소 방문을 열었을 때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6인용 도미토리 룸 안은 더럽기 짝 없고 어수선하기가 그 정도를 넘었다. 빨래와 속옷가지가 제 멋대로 널브러져 있고 누군가의 침실로 사용될 침대 위에는 머리칼로 뒤엉킨 더러운 빗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노숙자의 삶이 이런 것일까? 고가의 카메라와 컴퓨터 장비들. 거기에 한국에서 이미 환전해 온 많은 러시아 돈 등. 이런 상황에서 그 어떠한 물건도 꺼낼 수 없다. 캐리어는 공항에서 가져온 채로 1층 바닥에 놓을 수밖에 없다. 컴퓨터와 카메라가 든 가방은 침대 위에 놓아야 한다. 2층 침대에 오르니 폭은 좁고 몸을 움직이면 낡은 스프링은 삐걱댄다. 조금만 힘을 주면 금방이라도 철사가 무너져 내릴 것 같다. 카메라와 장비까지 차지하니 몸을 제대로 펼 수도 없다. 일단 도망쳐야 한다. 4일간의 돈을 이미 다 지불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새우잠’을 자고 새벽 4시경, 눈을 뜬다. 문 밖으로 나가려 하니 입구가 잠겨 있다.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두 젊은이가 있다. ‘소치’에서 왔다는 학생은 이 집이 모스크바에서 가장 싼 숙소라고 말한다. 모스크바의 첫 행보는 이렇게 끔찍하게 열렸다. ‘탈출’로 시작된 여행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역사 알아 보기
이른 새벽, 새로 예약한 숙소로 택시가 미끄러져 간다. 어둠이 벗겨진 모스크바의 아름다운 모습이 차창 밖으로 흘러간다. 날씨는 맑고 청아해서 도심 중앙에 들어설 즈음에는 전날의 끔찍한 악몽도 잠시 잊는다. 모스크바 강이 완만한 S자를 그리며 흘러가고 아파트 등의 집단 거주용 건물들이 깨끗하게 보여진다. 모스크바 도시 기원은 여러 설이 전해오나 그중 1147년, 유리 돌고루키(Yuri Vladimirovich Dolgoruki, 1099~1157) 대공이라고 러시아 연대기는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이 지역의 작은 영지인 쿠츠코보를 점령하고 ‘모스크바’로 이름을 바꾼다. 몽골 제국의 바투 칸에게 점령당해 노브고로드로 옮겨 갔다가 1480년 이후부터 모스크바로 옮겨와 대공국이 된다. 그러다 1712년 표트르 1세에 의해 수도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지면서 재정러시아 로마노프 왕조 시대에 돌입한다. 이후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볼셰비키 정부는 1918년 다시 모스크바로 수도를 옮긴다. 1922년, 공식적으로 소련의 수도가 되었다. 1947년 소련에서는 모스크바 800주년 기념 메달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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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쇼이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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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쇼이 극장의 상영작품들

*볼쇼이 극장~굼 백화점~카잔성당을 거치다
바꾼 숙소는 첫 번째보다는 훨씬 좋다. 학생들이라는 젊은 스테프들은 한결같이 영어를 잘 한다. 한잠 늘어지게 자고 숙소에 딸린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행 노선을 짠다. 난 항상 준비없이 여행을 떠나온다. 모스크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붉은 광장(Red Square, Krasnaya ploshchad).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파벨레츠카야 역)에서 붉은 광장 근처인 극장역(플로샤디 레볼루치, Ploschad Revolyutsii 4호선)에서 하차한다. 극장 광장에는 그 유명한 “볼쇼이 극장(http://www.bolshoi.ru/)이 있다.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매표소 안으로 들어서긴 했지만 표 사는 방법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 공연 보기는 포기한다. 극장 광장의 칼 마르크스 거대한 동상과 비탈리 분수대를 보면서 길을 건너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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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광장 주변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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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광장 북쪽 골목

붉은 광장의 북쪽 골목에 발을 내딛었을 때는 인파로 파도를 친다. 거대한 ‘굼(GUM)’ 백화점, 카잔 성당의 멋진 건물들이 눈길을 끈다. 특히 골목 한쪽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굼 백화점 건물은 화려함의 극치다. ‘굼’이란 러시아어로 '종합백화점'이라는 뜻. 제정 러시아 시대인 1893년에 개장한 이 백화점은 당시 유명한 공학자인 블라디미르 슈호프(Vladimir Shukhov, 1853~1939)가 건설했다. 건물 안쪽의 높은 천장과 아치형 구조물은 건설 당시의 모습. 특히 아이스크림 코너에 사람들로 붐빈다. 이 백화점의 아이스크림은 옛 소련 시대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여전히 ‘옛 맛’을 추억하려는 사람들이 찾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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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 성당

굼 백화점을 서둘러 빠져 나와 붉은 광장을 향해 걷는다. 광장을 앞두고 우측 코너에 ‘카잔 성당’이 있다. 러시아 정교회의 건축물 특징인 돔 형태의 탑들이 금색으로 반짝반짝 빛을 낸다. 한 눈에도 역사가 깊어 보이는 카잔 교회. 1612년에 지은 목조교회에서 출발한다. 귀족 드미트리 포자르스키 왕자가 의병대장 쿠즈 마미닌과 함께 모스크바를 침공한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군을 물리친 뒤 사재를 털어 만든 교회다. 소련 시절에는 완전히 철거되는 수모를 겪고 1990년대 초에 재건축된 곳. 새로 지었다지만 옛 향기가 고스란히 남아 매력을 폴폴 풍겨낸다. 절로 매료되어 교회 안으로 발길이 옮겨진다. 작은 경내에는 여느 러시아 정교회처럼 ‘성인’들의 이콘화가 많이도 걸려 있다. 마치 정교회 신도처럼 초를 사서 불을 켠다. 제발 러시아 여행을 잘하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것은 본능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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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 성당

*모스크바 메인 ‘붉은 광장’의 성 바실리 성당
카잔 성당을 나와 붉은 광장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붉은 광장(크라스나야 플로샤디, Krasnaya Ploshchad)은 소련 국기의 ‘빨간색’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다. 옛 러시아 어로 크라스나야(Krasnaya)는 ‘아름답다’라는 의미. 그래서 붉은 광장은 "아름다운 광장"이다. 모두 가보고 싶을 정도로 눈길을 끄는 건물들이 광장을 에워싸고 있다. 벽돌의 붉은 색과 줄무늬처럼 흰색이 배합된 멋드러진 국립역사박물관. 또 니콜스카야 타워 옆 성벽 앞, 가설관중석 뒤에 붉은 화강암으로 피라미드처럼 지은 제단 같은 레닌 묘. 대통령 궁으로 이용되는 크렘린. 그러나 꼼꼼히 다 둘러볼 생각은 없다. 영화, 엽서, 책자 등에서 봤던 성 바실리 대성당을 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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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닌과 포자르스키 청동상

이반 4세(1530~1584)의 명에 따라 1555년~1561년에 건축된 성당은 아름답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아 장엄하진 않다. 바실리 성당 안을 보고 싶지만 그 줄은 너무 길다. 그저 외관 건물에만 셔터를 누른다. 성당 주변의 원형 제단인 로브노예 메스토(Lobnoye Mesto). 이반 4세가가 카잔 칸 국에 대한 승리를 발표한 곳. 주로 공개 연설장으로 이용되었지만 공개 처형장이기도 했다. 1698년, 반란에 참가한 ‘스트렐치’(Streltsy, 황실 친위대) 대원들이 이곳에서 처형당했다. 또 마미닌과 포자르스키(Minin & Pozharsky)의 청동상도 있다. 이 청동상은 모스크바에서는 최초의 비(非) 황제 조각이었고 붉은 광장에서도 유일하다. 17세기 폴란드 연합군이 모스크바를 침공했을 때 의용군을 조직해 폴란드 군을 물리친 영웅들이다. 마미닌은 노브고라드의 정육점 주인이었고, 포자르스키는 수즈달의 대공이었다. 평민과 귀족이라는 조합으로 러시아를 수호하고 로마노프 왕조 시대를 열리게 했다.(계속)

*여행 데이터
*항공편: 러시아의 국적기이자 스카이팀 회원사인 아에로플로트와 대한항공이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취항한다.
 
*현지교통: 지하철 역에는 ‘영문’ 표기가 있다. 지하철 티켓은 타는 횟수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는데 어떤 컬러를 사도 상관없다. 횟수 많은 카드를 산다 해도 가격이 할인되는 것도 아니다. 더 필요하면 충전해서 쓰면 된다.

*환전: 한국 인천 공항에서 루블로 환전해 갔다.

*유심칩: 공항에서 꼭 유심칩을 사야 한다. 러시아는 모스크바 빼고는 영어가 소통이 안된다.

*택시 어플: 얀덱스(Yandex) 택시 어플을 꼭 핸드폰에 깔아라. 중앙아시아 러시아에서는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60-70년대처럼 바가지 상흔이 짙다. 안되는 도시도 있다.

*숙박정보:필자는 트립어드바이저나 부킹 닷컴을 이용한다. 제각각 편한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기타 문의사항: 이메일:nadri97@naver.com
글, 사진:이신화(on the camino의 저자, 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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