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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한 달 살기 3]이토록 다채로운 대만 느긋하고 여유롭게 한 달 살기

2018-11-18 10:43

취재 : 황혜진 프리랜서  |  사진(제공) : 황혜진, 곽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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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탓에 다채로운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나라다. 아직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명소가 많아 느긋하게 머물며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빡빡하게 설계된 패키지 여행보다 내 취향, 내 호흡으로 거니는 자유여행, 촉박한 시간에 늘 아쉬움이 남는 단기여행보다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장기여행이 인기다. 이른바 ‘한 달 살기’ ‘롱스테이(long-stay)’는 나이와 국경을 초월해 인생의 선물과 같은 한 달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로망이 되고 있다.

필자 역시 그랬다. 여행할 기회가 생기면 하루라도 더 머물 방법을 강구했다. 되도록 한 도시에 진득하니 머물며 그 지역의 진가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자 했다. 하루하루 시간에 쫓기는 도시 생활을 잠시 멈추고 대만으로 떠나왔다. 친절하기로 유명한 대만인들의 따뜻함을 가까이서 느끼고, 대만 본토·중국·일본·네덜란드·스페인 등의 다채로운 문화가 조화를 이룬 이국적인 정취를 만끽하며 느린 삶을 살고 있다.

혼자라면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가족과 함께라면 낯선 땅에서 서로를 더 알아가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지난 4개월간 대만 생활을 바탕으로 대만에서 장기 체류할 때 팁과 롱스테이 하기 좋은 도시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Part 1
대만, 너의 매력을 보여줘

대만과 우리나라는 수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아 물리적으로 가깝지만 먼 나라이기도 하다. 양국을 여행하는 관광객 수가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몇몇 주요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한국인에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명소가 많다.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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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만의 거리와 공원에는 ‘반야트리’라고도 불리는 용나무 롱수(榕樹)가 굉장히 많다. 용나무는 보통 100년 이상 사는데 한 그루만으로 숲을 이루는 듯해 커다란 그늘 아래서 운동을 하거나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을 곧잘 만날 수 있다.
2) 대만인들은 다양한 민속신앙을 갖고 있다. 신이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사원 밖으로 나와 마을을 돈다고 믿으며 이때 다양한 의식을 거행한다.
3) 대만은 미식 천국이라는 별명 외에 과일 천국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제철 과일을 썰어 접시에 담아 내놓는 과일 가게도 많다.

볼수록 다채로운 대만!

대만은 포르투갈어로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포르모사(Formosa)’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그만큼 빼어난 자연경관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산지의 순수한 대자연의 모습은 물론이고 에메랄드 그린색과 터콰이즈 블루색으로 빛나는 태평양, 본섬과는 또 다른 풍광을 자아내는 섬들까지 다채로운 풍경을 둘러볼 수 있다. 면적이 남한의 3분의 1 정도이고 고속철이 발달해 장기 체류하며 방방곡곡을 둘러보기에 편리하다.

자연경관만 다채로운 것이 아니다. 풍부한 역사적 배경이 대만 문화를 다채롭게 꾸려놓았다. 과거 네덜란드·스페인·일본 등의 통치를 받았고 초기 중국 대륙에서 넘어온 이민족과 토착민 등 다양한 지역과 출신의 사람들이 한데 공존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대만 사람들은 언어, 종교, 건축, 생활습관, 음식문화 할 것 없이 각각의 관습과 전통을 함께 보전해왔다. 그 덕에 여행자들은 대만 토착 문화는 물론 중국 문화, 심지어 네덜란드와 일본에 의해서 남겨진 자취까지 발견할 수 있다.
 

친절하고 질서정연한 대만 사람들

다양성 때문일까.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며 살아가는 대만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대만을 여행한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대만의 인상에 대해 대만 사람들의 친절을 가장 많이 얘기한다.

대만의 4대 온천 중 하나로 꼽히는 관쯔링(關子嶺) 온천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을 때다. 작은 마을이라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적고, 필자도 중국어라곤 ‘니하오(你好)’ ‘씨에씨에(謝謝)’ 정도의 인사말밖에 할 수 없어 길을 찾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한 중년 여성을 만났는데 필자가 차에 올라 내릴 때까지 혹시나 길을 잘못 들지 않을까 염려하며 살뜰하게 챙겨준 덕에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당장 전할 수 있는 감사의 선물이 없어 아쉬울 만큼 따뜻한 인상을 받았다. 대만에서는 언어가 통하든 통하지 않든 거리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자신의 일처럼 도움을 주는 대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많을 때면 늘 줄을 서서 차분히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만 사람들은 질서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 한다. 거리는 깨끗하고, 사람들 말씨는 조곤조곤 부드러워 듣기 좋다. 치안이 안정돼 있고 음주 문화가 보편적이지 않아 취객으로 인한 소란이나 주취 폭력 같은 범죄 발생도 적은 편이다.
 

맛집 탐험만으로도 충분한 ‘미식 천국’

대만에서 ‘한 달 살기’를 계획한다면 체중이 느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좀처럼 음식 사진은 잘 찍지 않는 필자도 대만에 와서는 휴대전화 사진첩을 먹거리 사진으로 가득 채웠을 만큼 대만은 미식 천국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딘타이펑’으로 대표되는 샤오롱바오(小籠包)부터 개운한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가 일품인 우육면(牛肉麵), 달콤하고 푸짐한 망고 빙수(芒果冰), 입안이 얼얼하니 중독성 있는 사천식 훠궈(火鍋)까지 대만에서는 매일 맛집을 탐험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대만이 전 세계 미식가들이 사랑하는 나라가 된 것은 다양한 문화의 결합과 공존이 음식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대만 각 지방의 특성을 살린 토속음식은 물론이고 후난(湖南), 광둥(廣東), 상하이(上海), 쓰촨(四川) 등 중국 여러 지방의 요리, 홍콩·일본·서양 요리와 퓨전 요리까지 없는 음식이 없다.

게다가 섬나라 특성상 해산물이 풍부해 식재료가 다양하고, 아열대 기후와 천혜의 환경으로 신선하고 맛있는 제철 과일이 1년 365일 내내 배턴 터치해 좀체 입맛 잃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고급 레스토랑 정찬부터 현지인들이 매일 먹는 평범한 한 끼, 다양한 식감과 다양한 맛의 간식 빙깐(餠乾), 시끌벅적한 야시장에서 즐기는 샤오츠(小吃)까지 모두 즐기려면 아침, 브런치, 점심, 간식, 저녁, 야식까지 ‘육시여섯끼’ 정도는 먹어줘야 할 정도. 대만에서 롱스테이를 한다면 여행자들이 꼭 먹고 돌아가는 유명 음식은 물론 대만인들만 아는 현지 미식까지 천천히 맛볼 수 있다.
 
 

Part 2
언제 어디로 어떻게 갈까

대만은 인천공항 기준으로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어 가까운 여행지라는 점도 매력이다. 언제, 어디로, 어떻게 가면 좋을지 롱스테이 여행 팁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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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7월 유령의 달에는 한 달간 지옥의 문이 열린다. 인간 세계로 온 귀신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집집마다 제사상을 차리고 종이로 만든 돈과 차, 옷, 가구 등을 태운다.

머물기 좋은 시기, 피해야 할 시기는?

대만은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봄-여름-여름-가을’ 날씨를 보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낮 시간에도 바깥 활동을 많이 하는 여행자에게 여름 시즌은 조금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대만에서 오랜 기간 여행할 계획이라면 10월부터 4월 사이가 가장 좋은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10~11월은 날씨가 화창하고 맑은 날이 계속되기 때문에 최적의 방문 시기다.

다만 2월, 대만의 설날인 춘절(春節)이 낀 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특별 연휴기간이라 대부분의 상점과 식당이 영업을 하지 않는 데다 귀경·귀향길에 오른 차들로 도로 정체가 심하기 때문이다. 숙박비도 배로 오를 수 있어 여행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마땅치 않다.

조금 덥더라도 여름에 대만을 찾고 싶다면 음력 7월을 추천한다. 대만에서는 음력 7월을 유령의 달(鬼月)이라고 부른다. 한 달간 지옥의 문이 열린다. 대만 사람들은 인간 세계로 온 귀신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곳곳에서 제사상을 차리고 종이로 만든 돈과 차, 옷, 가구 등을 태운다. 특히 음력 7월 15일에는 모든 집 앞과 상점 앞에서 음식과 간식을 잔뜩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기간에는 ‘귀신’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할 만큼 여러모로 조심하기 때문에 현지인들은 이 시기에 여행도 거의 하지 않는다. 외국인 여행자 입장에서는 경비도 적게 들고 한 달 동안 방방곡곡에서 거행하는 전통 축제나 종교의식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항공편은 타이베이보다 가오슝?

대만에는 4개의 국제공항이 있다. 타이베이 송산 국제공항, 타오위엔 국제공항, 타이중 국제공항, 가오슝 국제공항으로, 34개 국제 항공사가 전 세계 56개국으로 국제선을 운행하고 있다. 국제선 전용 공항인 타오위엔 공항에서 한국의 인천공항까지 에바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직항편을 운항한다. 인천뿐 아니라 김포, 부산, 제주, 대구, 무안을 오가는 항공편도 있어 편리하다. 어디서 출발하든 약 2시간 30분이면 대만에 도착한다.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면 10만원 후반대에서 20만원 초반대에도 항공권을 구할 수 있다. 날짜에 따라 상이하지만 타오위엔보다는 가오슝으로 가는 항공편이 조금 더 저렴하다.
 

무비자 3개월, 자동 출입국으로 더 편리하게

6년 전 대만과 우리나라 사이에 사증면제협정이 체결됐다. 덕분에 3개월 미만 체류는 비자 없이도 가능하다. 다만, 여권의 잔여기간이 최소한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입국이 가능하다. 무비자 입국 시에는 돌아오는 항공권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 귀국 항공권을 소지해야 한다. 입국 신고서를 작성할 때는 여행 목적을 명확히 기재하고, 일정 금액의 현금이나 카드를 소지해 신분과 여행 목적을 입증해야 한다.

올해 6월 28일부터는 한국-대만 자동 출입국 심사가 가능해져 양국 출입국 심사 절차가 크게 편리해졌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 후 심사관과 대면할 필요 없이 여권과 지문, 얼굴 정보로 빠르게 출입국 심사를 마칠 수 있다. 신청은 대만에 있는 4개 국제공항에서 1분 정도면 완료할 수 있다. 다만 대만에 입국하기 전에 이민서 홈페이지에서 입국신고서를 사전에 작성해야 한다.
 

롱스테이라면 대도시보다는 중소 도시로

한 달 살기, 두 달 살기 등 롱스테이 여행을 계획한다면 대만의 대도시보다는 중소 도시로 떠날 것을 추천한다. 수도인 타이베이나 두 번째로 큰 도시인 가오슝은 서울이나 부산과 마찬가지로 생동감 넘치는 매력적인 여행지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여유롭게 현지 문화와 자연을 즐기며 힐링을 한다는 개념의 한 달 살기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서남부 타이난(台南)과 대만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휴가지로 꼽는 동북부의 화롄(花蓮), 섬에서 또 다른 아기자기한 섬으로 여행하는 재미가 있는 서쪽 섬 펑후(澎湖)까지, 한국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중소 도시의 매력은 앞으로 더 자세히 소개하겠다.
 

단기는 공유숙박, 장기는 월세 얻기

대만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전세 개념이 없다. 롱스테이를 계획한다면 숙박업소에 장기 투숙하거나 단기 월세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처럼 1~2개월 단기 월세방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적어도 3개월은 지내야 임대를 내준다.

3개월 이상 장기체류를 계획한다면 대만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부동산 중개 사이트인 591닷컴(www.591.com.tw)에서 방을 찾아볼 수 있다. 보통 2개월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미리 지불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보증금 부담이 덜하다. 필자도 이 방법으로 집을 구했는데 흥정해서 계약기간 동안 월세를 한꺼번에 지급했다.

3개월 미만 체류를 계획한다면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원하는 숙소를 찾은 후 호스트와 흥정을 해보는 방법도 있다. 호스트들은 대부분 공실을 꺼리기 때문에 장기 투숙자를 환영한다.

대만 대학의 어학당에서 중국어를 배우며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방법도 있다. 네이버나 다음 카페 등 대만 관련 커뮤니티도 살펴볼 만하다. 대만에 거주하지만 잠시 귀국하는 한국인들이 비는 방을 올리거나 계약기간이 얼마 안 남은 방을 양도하는 글이 종종 올라오기 때문에 시간과 조건만 맞는다면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대만은 외국인이 자신의 명의로 아파트나 주택을 매매할 수 있기 때문에 대만을 자주 방문해 머무는 시간이 길다면 집을 아예 사는 것도 방법이다.
 
 

Part 3
타이난, 너로 정했다!

대만의 롱스테이 여행지로 추천하는 첫 번째 도시는 필자가 머물고 있는 대만 서남부의 타이난(台南)이다. 19세기 말까지 대만의 수도였기 때문에 대만의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게다가 한국인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매력적인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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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이난에는 오래된 거리인 라오지에(老街)가 많이 남아 있다. 츠칸러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션농지에(神農街)에는 아기자기한 소품점과 가구점, 트렌디한 카페와 펍이 있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2) 하야시 백화점은 1932년에 문을 연 대만 최초의 백화점이자 가장 오래된 백화점이다. 펑리수와 망고젤리 등 대만 대표 간식은 물론 아기자기한 소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타이난에서는 하야시 백화점 같은 일본식 건물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대만의 진짜 멋과 맛은 타이난에

서쪽으로는 대만해협, 북쪽으로는 자이(嘉義), 남쪽으로는 가오슝(高雄)을 마주하고 있는 타이난은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네 번째로 큰 도시다. 한국인이 대만을 여행하며 타이난을 찾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관광코스가 타이베이를 기점으로 한 북부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트와이스의 쯔위의 고향이자 세계적 영화감독인 이안이 성장한 도시라고 소개하면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타이난은 대만이 네덜란드의 통치를 받던 시절부터 타이베이로 수도가 옮겨지기 전까지 200여 년간 대만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천년 고도 경주처럼 역사문화 유적지가 많아 볼거리가 풍부하고, 맛의 고장 전주처럼 전국에서 음식이 가장 맛있기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대만의 진짜 멋과 맛은 타이난에서 만끽할 수 있다고들 한다.

타이난이 고향인 한 대만인은 “타이난 사람들은 타지나 해외에서 온 방문자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기꺼이 가이드를 자청해 볼거리 먹거리를 소개하는 데 적극적이다”고 전했다.
 

어디를 둘러볼까

타이난 곳곳에는 300개가 넘는 사원이 있어 수천 년에 걸친 대만과 중국 문화와의 관계를 가늠케 한다. 오래된 일본식 가옥과 아기자기한 골목은 잠시 일본에 와 있는 듯한 인상을 받게 한다. 문화 유적지마다 대만 500년 역사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작은 아마존이라는 별명을 가진 스차오(四草)에서 배를 타고 맹그로브 나무가 만든 녹색터널(綠色隧道)을 지나거나 치구(七股) 습지의 저어새 보호구역을 찾아 자연을 만끽할 수도 있다.

타이난의 도심은 차와 오토바이가 많아 활기찬 느낌을 주지만 고층 빌딩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도심을 벗어나면 농경지의 느긋한 풍경과 해변의 한적한 풍경이 펼쳐져 평화롭다. 어느 거리를 거닐어도, 굳이 고개를 높이 쳐들지 않아도 하늘을 볼 수 있어 바쁜 삶의 쉼표를 찍기에 좋다. 거리나 공원에서 쉽게 지나치게 되는 야자나무는 여행의 낭만을 더하고, 100년을 넘게 사는 용나무 롱수(榕樹, Banyan tree)는 시간의 덧없음을 느끼게 해 인생을 천천히 살아도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타이난에 진득하니 머물며 둘러보기 좋은 명소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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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년에 한 번 타이난 콩미아오에서는 공자탄신일 기념의식이 거행된다. 지역 학교 아이들도 참여해 전 세대가 함께하는 행사다.
4) 안핑구바오는 17세기 네덜란드인들이 대만을 점령하고 지은 첫 번째 성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광활한 대만해협을 조망할 수 있다.
5) 치메이박물관은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큰 서양미술 박물관이다. 오후 9시까지 조명을 켜놓아 저녁 산책을 겸해 들러보기에 좋다. 사진은 박물관 앞 분수대.

다텐허우궁(大天后宮, Tainan Grand Matsu Temple)

타이난 다텐허후궁은 대만의 민속신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바다의 여신 마주(媽祖)를 기리기 위해 1684년에 세워졌다. 대만인들에게 마주는 모든 종교를 뛰어넘어 문화이자 생활이다. 집 안에 마주를 위한 신당을 마련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 매년 음력 3월 23일에는 마주의 생일을 축하하는 화려한 축제도 열린다. 다텐허우궁의 두 번째 신은 사랑의 신으로 일종의 중매신에 해당하는 월하노인이다. 다텐허우궁은 대만에서 월하노인을 모시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으로 전해진다. 화장용 하얀색 가루인 연분(緣粉)이 남녀의 인연을 뜻하는 연분(緣分)과 발음이 같아서 미혼남녀가 연분을 월하노인에게 바치면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주소 중서구 영복로 227항18호(中西區永福路227巷18號)
문의 +886-6-2211178
개방시간 09:00~17:00
 

츠칸러우(赤崁樓, Chikan Tower)

타이난에서 가장 오래된 고적이다. 네덜란드인들이 행정을 보기 위한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1653년에 세웠다. 네덜란드 통치시대 당시 유물을 전시하는 조그마한 박물관이 있으며, 앞에는 청나라 때 제조된 9개의 돌로 된 거북이 등 위에 세워 만든 비석들이 있다. 다리가 잘린 단족석마(斷足石馬)도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말은 밤만 되면 악마로 변하여 시골 백성들을 괴롭히곤 했는데, 나중에 벌을 받아 다리가 잘린 후에서야 나쁜 짓을 중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츠칸러우에 있는 두 개 건물 중 하나인 원창거(文昌閣)의 2층에는 시험의 신인 퀘신예(魁星爺)가 모셔져 있어 수많은 학생과 부모들이 시험을 앞두고 이곳을 찾는다. 기념품 상점에서는 시험에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연필도 구매할 수 있다.

주소 중서구 민족로 2단 212호(中西區民族路2段212號)
문의 +886-6-2205647
개방시간 09:00~17:00
 
 
콩미아오(臺南孔子廟, Tainan Confucius Temple)

대만으로 이주한 공자의 후손이 1655년에 지은 대만의 첫 번째 공자사원이자 최초의 학교다. 우아하고 소박한 느낌의 사원에 총 15개 건축물이 자리해 있는데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은 학교, 오른쪽은 사원 건물이다. 명나라를 재건하겠다는 정성공(鄭成功)의 뜻에 따라 콩미아오는 인재를 양성하는 대만 최고의 교육기관 역할을 했다. 실제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대만 최고의 학교라는 뜻의 ‘전대수학(全臺首學)’으로 불렸다. 매년 9월 28일엔 다청디엔(大成殿) 앞에서 공자탄신일을 기리는 성대한 의식이 거행된다. 이제 거의 사라져 타이난에만 남아 있다는 공자묘의 제례악 바이우(八佾舞)를 들을 수 있다.

주소 중서구 남문로 2호(中西區南門路2號)
문의 +886-6-2214647
개방시간 08:30~17:30
 

안핑구바오(安平古堡, Anping Old Fort)

‘대만 역사는 타이난 안핑구(安平古)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안핑구바오는 네덜란드인들이 대만을 점령하고 17세기 중엽에 지은 첫 번째 성이다. 지금은 보루 대부분이 없어지고 빨간 벽돌로 된 장벽만 남아 있는데 용나무 뿌리가 벽면에 자라고 있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광활한 대만해협 위에 떠 있는 고기잡이배도 구경할 수 있고 저녁노을도 감상할 수 있다. 옛날에는 이 광경이 ‘대만 팔대 미경’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주소 안평구 국승로 82호(安平區國勝路82號)
문의 +886-6-2267348
개방시간 08:30~17:30
 

치메이박물관(奇美博物館, Chimei Museum)

10만㎡(약 2만8700평)에 이르는 치메이박물관은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큰 서양미술 박물관이다. 타이난 출신인 대만 대기업 치메이그룹 창업자 쉬원룽(許文龍)이 오랜 시간 수집한 서양미술은 물론 동서양 악기, 무기, 동물 표본 등 소장품을 전시해 종합 박물관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쉬원룽은 당시 타이난에 하나밖에 없던 조그마한 박물관에 자주 들러 꿈을 키웠고, 대만의 100대 기업 중 하나이자 섬유분야 1위를 차지하는 그룹을 일궜다. 성공하면 박물관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다짐을 실현해 사재를 들여 박물관을 건립했다. “좋은 문물은 혼자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는 철학으로 박물관을 타이난시에 기증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서양미술의 발전사를 볼 수 있는 ‘예술관’도 훌륭하지만 전 세계 5대 주의 동물 표본과 화석 소장품을 전시한 ‘동물관’과 전 세계 바이올린 장인들이 제작한 최고 바이올린, 각종 고악기들이 전시된 ‘악기관’도 엄청나다. 박물관 바깥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드넓게 펼쳐진 잔디와 호수, 하늘을 바라보며 힐링의 시간을 갖기에 좋다.

주소 인덕구 문화로 2단 66호(仁德區文華路二段66號)
문의 +886-6-2660808
개방시간 09:30~17:30(매주 수요일, 공휴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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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슬기  ( 2019-02-23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0   반대 : 0
HSR 역에서 저녁에 내려 타이난 시내로 오는 길에 노란 라이트를 쬐고 있는 큰 건물을 보면서 그 크기에 놀라 구글지도를 봤는데 치메이 박물관이었는데 여기서 설명을 보니 너무 좋네요ㅎ

내일 타이난 관광 일정에 개인 가이드처럼 설명을 미리 들은것 같아서 감사드립니다^^
  유방  ( 2018-12-02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0   반대 : 0
정말 좋은 팁입니다. 타이완은 여행하기에 정말 좋은 곳 입니다...여유를 가지고 지방을 돌아보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