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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아니 단풍을 보라

2018-10-02 16:44

취재 : 이창희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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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더웠던 올해 여름이 드디어 작별을 고했다. 억울해서라도 200% 즐겨야만 하는 이번 가을이 아닐 수 없다. 따뜻한 음식의 풍미, 스산한 바람에 스치는 옛 추억도 좋지만 모름지기 가을의 아이콘은 단풍 아니던가.
올가을 단풍은 역대급 무더위 후유증으로 상당히 뒤늦게 찾아온다는 소식이다.
학창 시절 항상 지각만 하던 당신에게 어울릴 법한 이번 단풍, 짧고 굵고 진하게 즐겨보자.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아무 걱정 마시라. 포털 검색창 띄워놓고 결정 장애에 시달릴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사진(제공) 양양주전골, 홍천군청, 고양시청, 천안독립기념관, 내장산국립공원, 속리산국립공원, 전등사스토니, 제주관광정보센터
Part 1
여긴 몰랐을 거다!
알았다고 해도 이 정도는 몰랐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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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주전골

양양 주전골

가을 단풍을 사랑하는 이들은 대부분 내장산과 속리산을 첫손에 꼽는다. 반면 바위가 주를 이루는 설악산은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양양 주전골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의 섣부른 착각이다. 남설악 오색약수에서 3㎞ 지점에 이르면 용소폭포, 12폭포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있는데 이곳에서 12폭포까지 계곡이 주전골이다. 옛날 도둑 무리가 숨어들어 위조 엽전을 만들었던 곳이라 하여 주전골이란 이름이 붙었다. 산 초입에서 오색약수를 들이킨 뒤 걷다 보면 비릿함이 입안에서 사라질 즈음 단풍이 당신을 반길 터다. 등산로 양옆으로 설악산의 상징과도 같은 기암괴석이 웅장하게 버티고 있고, 그 사이사이 단풍나무가 고개를 내미나 싶더니 이내 시야에는 풍성한 단풍만 남게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실 주전골은 엄연히 지명이 존재하는 곳임에도 설악산을 찾는 많은 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분명히 설악산에서 단풍을 즐기고 돌아왔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정확히 어디라고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다. 주전골이란 이름을 꼭 기억하자.

editor's tip* 오색약수에서 용소폭포를 지나 주전골을 둘러보는 동안 뒤를 돌아보지 말자. 아, 무언가와 눈이 마주쳐 석고상이 되고 마는 그런 것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전골에서 뒤돌아 오색약수로 내려가는 길은 ‘내가 걸어온 길이 맞는지’ 싶을 정도로 또 다른 비경을 선사한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참지 못할 정도로 궁금하더라도 절대 뒤돌아보면 안 된다.

주소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0
문의 033-672-2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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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은행나무숲

홍천 은행나무숲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 즉 한정판 제품은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마련이다. 어쩌면 단풍도 1년 중 가을 한철에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기적 가치가 올라가는 것 아닐까.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홍천 은행나무숲은 오직 10월에만 문을 연다. 2000여 그루 은행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찬 이 숲의 10월은 온통 노란색이다. 눈앞엔 노란 도화지가, 발밑엔 노란 카펫이 끝없이 펼쳐진다. 길 가다 발에 차이는 아무 낙엽이나 주워 들어도 훌륭한 책갈피 혹은 편지지가 된다. 철 지난 광고에서처럼 야속한 연인에게 소리치며 낙엽을 집어던지고 싶다면 이곳만한 곳도 없다. 은행 열매 냄새가 질색이라고? 걱정할 필요 없다. 이곳 은행나무는 대부분 수나무다. 당연히 경쟁적으로 열매를 줍느라 분위기를 해치는 이들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홍천 은행나무숲은 관광지도, 국립공원도 아니다. 30년 전 이곳으로 낙향한 한 부부가 은행나무 묘목을 하나 둘 심다 보니 숲이 됐다. 사유지이고 관광지가 아닌 까닭에 입장료가 없다. 그렇지만 홍천 은행나무숲을 찾는다면 최소한 예의는 지키도록 하자.

editor's tip* 최근 들어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많아졌다. 입장료 부담이 없는 것도 한몫했다. 차량을 이용해 방문할 경우 몇 ㎞ 남겨놓은 상황에서 주차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과감히 차를 세운 뒤 도보로 이동할 것을 권한다. 화장실은 숲 초입에 있는 것이 유일하다. 미리 해결한 뒤 들어가자.

주소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686-4
문의 033-430-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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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누리길

고양 누리길

만약 당신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면, 단풍 구경은 마음 좀 먹어야 하는 미션일 터다. 주말을 통으로 비운 뒤 차편을 마련하고 숙박과 맛집을 알아봐야 한다. 물론 한눈팔면 순식간에 흘러가버리는 단풍 시즌을 즐기기 위해 그 정도 투자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불행히도 당신의 상황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손꼽히는 절경까진 아니더라도 무더기 ‘좋아요’를 받아낼 수 있는 인증샷 한 컷 남기기에는 충분한 곳이 여기 있다. 바로 고양 누리길이다. 고양시는 지속적인 누리길 조성 사업을 벌인 결과 현재까지 무려 14개 코스를 확보했다. 각 누리길은 짧게는 6㎞에서 길게는 12㎞로, 급경사 없이 완만한 길이 주를 이루고 있어 편안히 단풍을 즐길 수 있다. 풍경은 소소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까지 소소해지진 않을 거다. 더구나 고양시의 슬로건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이고, 매년 꽃 박람회를 개최할 정도의 ‘식물 친화’ 도시다. 기본적으로 현대 도시지만 당신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단풍은 충분하단 이야기다.

editor's tip* 단풍만 있었다면 리스트에 넣지 않았을 터다. 서삼릉누리길에서 만나볼 수 있는 원당 종마목장에서는 말들이 드넓은 초원 위를 질주한다. 고양동누리길의 경우 마야·잉카·아즈텍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남미 문화원이 자리 잡고 있다. 송강누리길을 찾는다면 공릉천 물줄기를 따라 늘어선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를 볼 수 있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대
문의 031-8075-4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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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독립기념관

천안 독립기념관

소풍으로 혹은 수학여행으로, 아니면 부모님 손을 잡고 누구나 어릴 적 한 번쯤 다녀온 경험이 있는 천안 독립기념관. 35년의 일제 강점기 독립을 쟁취한 역사를 기념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이곳이 역사의식을 고취함과 동시에 그 어느 곳 못지않은 단풍을 자랑하는 명소란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했다면 본관으로 직진하지 말고 겨레의 탑 우측에 무슨 입구가 하나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보자. 자그마한 길의 입구에 팻말이 보일 것이다. 바로 단풍나무길로 당신을 인도할 시그널이다. 2000여 그루 단풍나무가 4.3㎞에 걸쳐 늘어선 숲길은 좁아지기도, 넓어지기도 하며 당신을 반갑게 맞아준다. 단풍 색감 역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며 다채로운 운치를 선사한다. 당신이 할 일은 그저 천천히 걸으며 풍경에 감탄하거나 사색에 잠기는 것뿐이다. 그다음엔 독립기념관 본관을 둘러보며 이 같은 풍경을 마음 편히 만끽할 수 있는 오늘을 만들어준 순국선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도록 하자.

editor's tip* 당신의 남자친구 혹은 동생이 현역 국군 병사라면 멱살을 잡아끌어서라도 이곳에 데려가자. 휴가증을 들고 방문해 교육을 받으면 그다음 휴가에 무려 하루를 더 붙여 쓸 수 있다. 역사의식을 함양하고 만추의 단풍을 즐기며 덤으로 휴가까지, 진정한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삼방로 95
문의 041-560-0114
 
 

Part 2
구관이 명관,
사람들이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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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

내장산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봄꽃 구경의 성지가 여의도 윤중로라면, 단풍 명소 0순위는 단연 내장산이다. 가을이면 저녁 뉴스에서 단풍 절정 시기를 알려주며 첫 번째로 소개하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사계절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명산이지만 극강의 가을철 풍경으로 인해 다른 세 계절은 의문의 패배를 거두곤 하는 곳. 오죽하면 38도선 이북에 금강산이 있다면 이남엔 내장산이 있다고 이르겠는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당신의 눈앞에 내장산의 아홉 봉우리가 천혜의 절경을 선사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단풍의 모든 색감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붉고 누르스름한 빛깔들이 마치 모자이크처럼 모여 가을의 색을 이룬다. 등산이 부담스럽다고 해도 문제없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신비롭게 피어오르는 호수길부터 신선들이 바둑을 두었다는 신선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총 9개 탐방 코스가 1시간에서 7시간까지 소요시간과 난이도에 따라 다양하게 마련돼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길을 선택해 떠나보자.

editor's tip* 여러 코스가 있지만 가을 단풍을 충분히 즐기려면 서래봉 코스(5.9㎞/약 4시간)를 추천한다. 물론 정상인 신선봉을 오르는 것도 좋지만 보다 긴 시간과 강한 체력을 요하기 때문에서다. 피로도가 너무 높으면 단풍 절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니까.

주소 전남 정읍시 내장산로 936
문의 063-538-7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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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속리산

어릴 적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가을이면 옷을 갈아입는 산이 있다고. 단풍 시즌이면 내장산 못지않게 주목받는 곳, 바로 속리산이다. 백두대간 허리쯤에 해당하는 위치에 자리 잡은 까닭에 전국 8도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어느 곳에 있어도 수려한 경관이 펼쳐지지만, 50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커다란 바위가 위치한 문장대의 경치는 산행 피로와 허기마저 잊게 만든다. 속리산에는 그 유명한 법주사가 있고, 법주사 안에는 그보다 더 유명한 정이품 소나무가 있다. 금강산으로 가려다 눌러앉은 바위가 설악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걸방바위 역시 때를 놓쳐 속리산에 터를 잡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단풍만 즐기기엔 심심한 당신을 위해 지역 축제도 열린다. 올해로 23회를 맞는 속리산단풍가요제가 그것. 총상금 1600만원 규모로 전국에서 모여든 쟁쟁한 실력자들이 겨루는 나름 권위 있는 가요제다. 이번 가을엔 속리산에서 눈과 귀를 모두 호강해보시길.

editor's tip* 등산을 마치고 먹는 산채비빔밥은 사실 어지간하면 다 맛있다. 하지만 속리산의 그것은 스케일이 다르다. 속리산 시외버스정류장에서부터 줄잡아 100여 곳의 비빔밥집이 늘어서 있다. 12가지 갖가지 산나물이 들어간 비빔밥을 한입 떠 넣는 순간,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주소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문의 043-540-3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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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전등사 & 고려궁지

강화도 전등사 & 고려궁지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강화도. 그만큼 명소가 많은 강화도에서도 가을 시즌 첫손에 꼽는 곳은 전등사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사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데, 그래서인지 매년 절 안팎을 물들이는 단풍의 내공 역시 남다르다. 전등사 경내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단풍나무가 이를 대표한다. 이 단풍나무는 높이가 18m, 둘레가 5.2m에 달할 만큼 거대하며, 두 그루가 합쳐진 형태라 잎의 무성함이 여느 나무와는 비교 불가다. 수령 500년을 넘긴 은행나무도 두 그루나 있다. 이 은행나무에 얽힌 전설이 흥미롭다. 조선 후기, 관아에서 공물로 은행 열매를 과도하게 요구하자 이에 격분한 전등사 주지스님이 저주를 내렸다. 이후로 이 은행나무들은 열매를 맺지 않게 됐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실제로 가서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등사 한 곳으로 부족하다면 인근에 있는 고려궁지를 찾아가보자. 고려시대 몽고의 침입을 피해 왕이 피란했던 곳으로, 고풍스러운 건물과 단풍의 색감이 황홀한 조화를 이룬다. 가지에 매달려 있는 단풍잎은 물론이고 땅에 떨어진 낙엽마저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editor's tip* 전등사에 간다면 대웅전 처마를 유심히 관찰해보자. 여인의 형태를 한 작은 조각이 처마를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도 슬픈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 옛적 대웅전을 세울 당시 어떤 도편수가 한 여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하고 자신이 버는 모든 돈을 그녀에게 선사했다. 하지만 여인은 어느 날 돈을 들고 사라져버렸다. 이에 분노한 도편수는 나체로 대웅전 처마를 받치고 있는 조각을 만들어 그녀를 저주했다.

주소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635
문의 032-93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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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려니숲길

제주 사려니숲길

한국인이 사랑하는 섬, 제주도에는 맑은 바다와 높은 한라산이 있다. 하지만 가을 제주의 단풍이야말로 진정한 매력 포인트라는 것을 알고 계시는가. 제주의 ‘단풍 1번지’는 단연 사려니숲길이다. ‘사려니’는 신성하다는 뜻의 ‘살안이’ 또는 ‘솔안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제주시 봉개동 비자림로에서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의 사려니 오름까지 15㎞에 이른다. 이 울창한 숲길은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기분 좋아지는 곳이지만, 온통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에 이르러 그 진면목을 드러낸다. 스산하게 부는 바람에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고, 그 낙엽을 밟으며 걷노라면 적막을 가르는 가을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editor's tip* 렌터카 혹은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사려니숲길 주차장’을 검색해 찾아가면 되며, 주차장에서 3㎞에 이르는 ‘조릿대숲길’을 따라가면 숲길 입구에 다다를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201-2번. 220-2번, 230-2번 버스 중 하나를 타고 ‘비자림로 교래입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주소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137-1
문의 064-900-8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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