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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선 기자의 더 늦기 전에 떠나는 세계여행 10]아이슬란드 레이니스파라, 요쿨살론

2017-11-10 09:48

취재 : 김보선 기자  |  사진(제공) : 김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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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언가 얻고자 여행을 떠난다. 아이슬란드에선 기대한 것 이상의 다양하고 신비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미지의 행성에 홀로 남겨진 듯한 ‘순수한 고독’을 경험한다면 아이슬란드 여행의 또 다른 행운이다. 아이슬란드 남부 해안을 따라가는 링로드 드라이브 두 번째 이야기.
골든 서클을 둘러보고 다시 링로드(1번 국도)를 따라 남부 해안도로를 달린다. 최종 목적지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빙하 호수인 요쿨살론. 레이캬비크에서 쉬지 않고 달린다면 8시간 정도 걸리지만 가는 도중 여행자들이 꼭 둘러봐야할 곳이 곳곳에 있다.

셀랴란드스 폭포와 스코가 폭포처럼 아이슬란드의 멋진 폭포들을 만나고. 이어 비크(Vik) 인근에선 검은 모래가 해변을 덮고 있는 레이니스퍄라와 육각기둥 모양의 현무암 기둥 절벽인 주상절리를 봐야한다. 2010년 화산 폭발을 설명한 화산폭발기념관과 비행기 추락 잔해 지대도 한번쯤 둘러볼 만한 곳이다. 이어 도착하는 곳이 바로 요쿨살론이다. 최소한 1박2일 일정이지만 빼놓을 수 없는 빙하 동굴투어까지 하려면 2박3일 정도로 일정을 잡는 게 좋다.
 

셀랴란드스 폭포Seljalndsfoss, 스코가 폭포Skogafoss

레이캬비크에서 1시간 정도 달리면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거대한 폭포다. 2차선 링로드에서 약간 벗어난 길로 들어서야 한다. 길가에 작은 이정표도 있지만 차들이 대부분 이곳을 들러 찾기는 쉽다. 셀랴란드스 폭포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 모습이 마치 춤을 추듯 우아하다. 그러나 이 폭포의 진짜 매력은 앞이 아니라 뒤다. 폭포 옆 작은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중간 높이 정도에 뒤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폭포 안쪽에서 폭포를 바라보는 환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일몰일 때 모습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지가 되고 있다. 우비는 필수다. 세찬 폭포수가 우비로 마구 떨어진다. 우비가 없으면 홀딱 다 젖는다.

셀랴란드스 폭포에서 조금 더 가다보면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폭포와 마주하게 된다. 스코가 폭포다. 높이는 60m, 너비는 25m인 이 폭포는 멀리서 보면 아이슬란드에서 쉽게 마주치는 흔한 폭포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규모에 놀라게 된다. 규모만큼이나 물보라가 많이 생겨 화창한 날에는 무지개를 여러 개 만날 수 있다.

스코가 폭포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폭포 옆 계단을 따라 절벽 정상까지 올라보기를 추천한다. 생각보다 높아 계단을 오르기가 쉽지 않다. 중도에 포기하는 이도 많지만 그래도 그런 고생을 충분히 만회할 정도의 선택이다. 정상 전망대에선 폭포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좋지만 폭포 앞으로 멀리 바다까지 이어진 드넓은 대지의 풍경도 매력적이다.
 

레이니스파라 해변Reynisfjara, 디르홀레이Dyrholaey

주상절리와 검은 해변으로 유명한 레이니스파라는 비크(Vik)에 도착하기 직전에 만날 수 있다. 인구 300명 정도의 작은 마을인 비크는 남부 해안도로의 여행 중간에 만나는 작은 휴식 같은 곳이다.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의 배경 마을이다. 마을 도로 옆의 레스토랑과 작은 마트는 남부 해안도로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여유와 휴식을 주는 곳이다. 이곳에는 유명한 레스토랑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트돌스가피(Halldorskaffi) 레스토랑이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에 등장한 곳이다. 레스토랑 길 건너편 마을 언덕에는 작은 교회가 하나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예쁜 마을이라는 비크의 모습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뷰 포인트다.

비크 인근 레이니스파라 해변은 까맣다 못해 시커먼 모래자갈이 바다만큼 넓게 펼쳐져 있고 거대한 주상절리 동굴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이었다. 주상절리 지역은 규모가 커서 산 전체가 주상절리로 이루어져 있다.

해변으로 바로 이어진 이곳은 굵고 곧게 생성된 주상절리가 절벽 위까지 수직으로 이어진다. 위로 갈수록 좌로 우로 다양하게 물결치듯 생성된 다양한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다. 다만 순식간에 사람도 집어 삼킬 수 있는 거친 파도를 조심해야한다. 비바람이 치는 날이면 그 파도의 규모가 공포스러울 정도다. 실제로 이 해변에서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는 관광객이 종종 있다고 한다.

이곳 해변 파도의 공포를 체험하고 싶다면 레이니스파라와 마주한 디르홀레이(Dyrholaey)에 오르면 된다. 디르홀레이는 약 120m 높이 아치형 바위로, 아이슬란드 남부 끄트머리에서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일종의 곶이다. 유명한 퍼핀 서식지로,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곳  절벽 끝에는 1927년에 세워진 작은 등대가 홀로 서 있다.
 

페허 비행기, 더글라스 슈퍼 DC-3

누구에겐 허탈한 곳일 수 있지만 또 누구에겐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다. 지구 아닌 또 다른 행성에 혼자 던져진 듯한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레이니스파라 해변에 이르기 전 도로 옆에 제법 큰 주차장이 있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척박한 허허벌판을 8㎞ 이상 걷다보면 검은 모래언덕 사이에 비상 착륙해 페허로 방치되어 있는 작은 비행기를 만날 수 있다. 검은 모래언덕 위에 홀로 있는 이 비행기는 아이슬란드 풍경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비행기다. 지평선 너머 있는 이 비행기를 보기 위해선 30~40분 넘게 한참을 걸어야 한다. 곧 닿을 듯하지만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막상 도착해보면 시커먼 검은 해변에 달랑 폐허가 된 비행기 하나만 놓여 있을 뿐이다. 이 비행기의 공식 명칭은 더글라스 슈퍼 DC-3. 미 해군 소속 수송기로 1973년 11월 비상 착륙한 뒤로 방치되어 있다. 이제 뼈대만 앙상히 남은 페허가 된 이 비행기를 보려 사람들은 매서운 바닷바람을 견디며 이곳을 찾는다. 아마 이미 경험한 사람은 말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그러나 막 출발한 여행객이 “어느 정도 걸리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이제 곧”이라고만 답하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걷다보면 거친 대지 위에 아무것도 없다보니 곧 우리만 남는 것을 알게 된다. 함께하는 이가 연인이든, 부부든, 친구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다. 만약 혼자라면 ‘순수한 고독’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본문이미지
1, 4 얼음동굴 투어. 2 스포가 폭포. 3 더글라스 슈퍼 DC-3. 5 요쿨살론. 6 레이니스파라. 7 빅크.

요쿨살론Jokulsarlon

아이슬란드 여행의 백미는 요쿨살론이다. 요쿨은 빙하란 뜻이고, 살론은 호수란 뜻으로 빙하에서 떠내려온 빙하 조각들이 바다로 가기 전에 호수 표면에 머물며 빛나는 곳이다. 거대한 빙하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은 캐나다나 스위스, 노르웨이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능하지만 아이슬란드 남부 해안처럼 다양하고 직접적인 체험을 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바다의 거친 파도에 부딪치는 거대한 빙하를 직접 만져보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비크에서 2시간 정도 더 달려 초록 이끼지대를 지나면 이때부터는 거대한 빙하들과 만나게 된다. 빙하는 요쿨살론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요쿨살론에 도착하기 전에도 서너 개 빙하지대를 지나게 된다. 특이한 것은 막 쏟아져 내려올 듯한 거대한 빙하 바로 앞은 평탄한 목초지다. 말과 순록이 무리지어 뛰어다닌다. 시골 목장의 바로 뒷산이 빙하인 셈이다. 이어 만나는 게 요쿨살론이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놀라운 장소 중 하나인 요쿨살론은 바트나요쿨에서 떨어져 나온 빙하가 호수 위에 둥둥 떠다니는 장관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바로 앞까지 다가가 투명한 호수에 떠있는 빙하를 만질 수 있다.

이 빙하 호수에서 링로드를 건너 걸어서 5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다이아몬드 비치’가 있다. 조각난 빙하들이 빙하 호수에서 떠내려와 바다로 흘러가다 거센 파도를 만나 다시 해변으로 밀려들어온다. 이렇게 밀려온 빙하 조각들이 검은 해변 곳곳에 조각상처럼 자리한다. 이 모습이 마치 검은 모래해변에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심어놓은 듯해 다이아몬드 비치라 불린다.

요쿨살론 호수에서 빙하를 직접 만졌다면 이제 투어를 시작할 차례다. 얼음동굴 투어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어다. 투어는 유럽에서 가장 큰 빙하인 바트나요쿨(vatnajokull, 아이슬란드 영토의 8%를 덮고 있는 대륙 빙하)에서 계곡 사이로 내려온 스카프타펠요쿨(Skaftafell) 빙하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보통은 스카프타펠 안내소 주차장에서 가이드를 만나 슈퍼 지프를 타고 빙하까지 15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한다. 가이드 안내에 따라 빙하 하이킹을 하고 얼음 동굴로 들어가게 된다. 얼음동굴은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생겨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한다. 여름이면 빙하가 조금씩 녹고 이 물이 빙하 아래로 흐르며 얼음동굴을 만들어낸다. 동굴의 위치는 매년 바뀌기 때문에 가이드들이 겨울마다 새로운 동굴을 찾아야만 한다. 얼음동굴 내부는 북유럽 라플란드의 얼음호텔처럼 내부가 깨끗하고 투명한 수정 얼음으로 채워진 건 아니다. 오히려 얼음결 사이로 검은 화산재가 쌓여 마치 물에 석탄 가루를 뿌려 얼려놓은 듯한 모양이다. 얼음동굴 투어는 겨울에만 진행한다. 여름 시즌에는 빙하 트레킹과 빙하 보트 투어를 즐길 수 있다. 

아이슬란드는 지구 같지 않은 풍경 때문에 많은 영화의 배경지로 등장한다. 빙하를 배경으로 한 <인터스텔라>, 아이슬란드 곳곳이 등장하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굴포스를 배경으로 한 SF영화 <프로메테우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보케(Bokeh)>라는 제목의 영화도 있었다. 보케는 ‘초점이 흐려져 뿌옇게 되는 걸 일컫는 말’로 제목처럼 다소 몽환적인 영화다. 영화 내용 자체는 단순한 영화가 아닌 듯하지만 등장하는 배경들은 아이슬란드의 유명 관광지를 생생하게 다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면 내가 가려는 아이슬란드 여행지가 거의 다 등장한다. 과장하면 아이슬란드 관광 가이드 같은 영화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기 전에 이런 영화를 몇 편 미리 챙겨 본다면 더욱 흥미로운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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