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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선 기자의 더 늦기 전에 떠나는 세계여행 09]또 다른 지구별, 아이슬란드 골든 서클, 블루 라군

2017-10-20 12:53

취재 : 김보선 기자  |  사진(제공) : 김보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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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는 ‘불과 얼음의 나라’라고 불린다. 이를 주제로 두 번에 나누어 아이슬란드 여행을 소개한다. 아이슬란드는 지질학적으로 유라시아판과 아메리카판이 만나는 경계다. 두 지각의 충돌은 아이슬란드를 ‘불의 나라’로 불리게 하며 경이로운 자연을 만들어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아이슬란드 여행자라면 빠지지 않고 들러야할 골든 서클과 블루 라군이다.
링로드를 달리다 만난 툰드라 지대. 이끼류가 온 대지를 뒤덮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가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 순례길로 여행을 떠날 거라 한다. 800㎞, 한 달이 넘는 걷기 여행이다. 사업에 승승장구하던 그는 얼마 전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던 새 사업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접었다.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경제적 손실도 그렇지만 “시장이 내가 그동안 알았던 기존 질서와는 완전히 달라진 걸 뒤늦게 알게 된 것”에 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마디로 ‘게임 체인지’된 시장이었다는 것이다. 더 깊이 들어보니, 자신이 익숙하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분야에서 어느 순간 구세대로 전락해버린 현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의기소침해 있었지만 한편으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이참에 오랜 로망이었던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난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한동안 중단했던 운동도 다시 시작했고 등산화도 새로 장만했단다. 

산티아고 순례길 도보여행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걷기 여행 최고의 로망이다. 따지고 보면  사서 하는 고생길이다. 하루에 25여㎞를 걷다보면 틀림없이 신발 안창과 양말 사이가 미끄러울 지경에 이를 것이다. 녹초가 되어 ‘알베르게’(순례자 전용 숙소)에 겨우 몸을 눕혀도 동료 순례객들의 땀 냄새로 온 방안이 진동할 게 틀림없다. 고난의 길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마음은 뭘까?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또 뭐가 달라질까? 여행이란 항상 뭔가 달라질 거라는 기대를 품게 하지만, 현실은 오랜 경험상 딱히 달라지는 건 없다. 여행의 고수들은 “그래도 또 배낭을 챙기는 게 여행”이라 말하지만.

걷기 여행의 로망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면, 자동차 여행의 로망은 단연 아이슬란드의 링로드다. 누구는 ‘자유여행 끝판 왕’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불과 몇 년 전 만 해도 우리에겐 다가가기 힘든 먼 여행지였다. 유럽에서도 한참 북쪽인, 물리적인 거리가 멀기도 하거니와 비싼 물가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선택지다. 아이슬란드가 우리에게 친근해진 건 순전히 지난해 새해 벽두부터 방영된 tvN의 <꽃보다 청춘> 때문일 것이다. 방송을 탄 이후 아이슬란드를 찾는 여행객도 급속히 늘었고 관련된 여행 가이드북도 수없이 쏟아졌다.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인기 여행지다. 특히 지구별이 아닌 것 같은 아이슬란드의 경이로운 자연을 만끽할 수 여름 시즌에는 전 세계에서 여행객이 몰려온다.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가 33만 명인 데 반해 몰려드는 여행객은 그보다 10배 가까운 3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아이슬란드는 북유럽 끝에 있는 섬나라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영국, 그린란드 사이에 있는 바다에 위치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에 대해 흔히 오해하는 것은 이름처럼 엄청 추울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내륙의 일부분은 1년 내내 빙하로 덮여 있다. 그러나 멕시코 난류의 영향으로 아이슬란드 주요 관광지는 생각하는 것보다는 덜 춥다. 겨울에도 홋카이도나 북유럽의 핀란드보다 훨씬 따뜻하다.

추위보다는 경이로운 지형이 아이슬란드를 설명하는 말이다. 차가운 얼음과 뜨거운 용암이 공존하는, 태초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어 지금껏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또 다른 별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아이슬란드다.
 

세련된 디자인 도시, 레이캬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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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전망대에서 바라본 레이캬비크 시내. 중앙 끝부분에 하르파가 보인다.
2,3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인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4 하르파의 실내. 주상절리를 모티브로한 유리 외벽은 어디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5 싱벨리어 국립공원의 지구대. 유라시아판과 아메리카판이 만나 협곡을 이루고 있다. 해마다 2cm 정도 벌어진다.

아이슬란드 여행은 세계 최북단의 수도인 레이캬비크(Reykjavik)에서 시작한다. 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거리인 레이캬비크는 아이슬란드 인구 대부분이 살고 있는 수도이자 거의 유일한 ‘도시다운 도시’다. 레이캬비크는 크지 않지만 사방이 눈 덮인 산과 피오르드 해안으로 둘러싸인 데다 시내 곳곳에서 북유럽의 세련되고 실용적인 감각의 디자인 작품과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레이캬비크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명소는 트외르닌 호수, 할그림스키르캬, 뢰이가베구르 거리, 콘서트홀인 하르파를 꼽는다. 그중 할그림스키르캬(Hallgrmskirkja) 교회는 레이캬비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시내 어디에서나 눈에 잘 보인다. 세계 10대 아름다운 교회로 꼽히는 이곳은 화려한 외부에 비해 내부는 특별한 장식없이 소박해 오히려 경건하다. 5천7백여 개에 이르는 파이프오르간이 눈에 띌 뿐이다. 교회 안쪽에서 입장료를 내고 높이 74.5m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오르면 시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종탑에 이른다. 이곳은 레이캬비크 최고의 뷰 포인트로 시내 사방을 조망할 수 있다. 교회 앞 광장의 동상은 알싱기(Althingi, 아이슬란드 야외 의회로 세계 최초 의회로 알려져 있다.) 1000주년을 기념해 1930년 미국이 기증한 레이프 에이릭손(Leifur Eiriksson) 동상이다. 탐험가인 그는 바이킹 시대인 서기 1000년경 북아메리카를 발견한 최초의 유럽인이다. 교회 정문 앞은 레이캬비크의 아름다운 숍들과 음식점들이 몰려있는 뢰이가베구르 거리로 이어진다.

레이캬비크를 대표하는 또 다른 건축물은 항구 인근의 콘서트홀이자 컨퍼런스홀로 쓰이는 하르파(Harpa)다. 2011년 완공된 이 건물은 레이캬비크 시내를 구경한다면 꼭 빼놓지 않고 찾아봐야할 곳이다. 아이슬란드 남부도시 비크(Vik)의 블랙비치에 있는 주상절리를 본뜬 수많은 유리 패널로 장식한  건축물이다. 겉모양도 특이하지만 내부에서 보면 그 기하학적인 디자인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서로 다른 컬러의 유리 패널을 이어 만든 이 건물은 어디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 보인다. 가이드와 함께 내부를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내부 기념품 가게에는 유럽의 다른 여행지에선 쉽게 찾을 수 없는 수준 높은 디자인의 기념품이 많다. 물론 아이슬란드의 비싼 물가를 고려해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아이슬란드 자연의 축소판, 골든 서클

레이캬비크 시내를 다 둘러봤다면 이제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35㎞ 거리에 위치한 골든 서클(Golden Circle)로 향할 차례다. 골든 서클은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빼놓지 않고 찾는 인기 관광지다. 지각변동의 근원지로 잘 알려진 ‘싱벨리어 국립공원(Þingvellir National Park)’, 온천수를 뿜어내는 간헐천 ‘게이시르(Geysir)’, 황금폭포라 불리는 거대한 ‘굴포스(Gullfoss)’로 이어지는 세 곳을 아우르는 말이다. 골든 서클은 화산대와 간헐천과 폭포를 모두 하루에 볼 수 있는, 아이슬란드의 다양하고 이색적인 지형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골든 서클 투어의 시작은 세계문화유적으로 지정된 싱벨리어 국립공원이다. 이곳은 지질학적으로 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싱벨리어 지구대 주변을 말하는데 판구조론을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생생한 현장이다. 지구 표면을 구성하는 10여 개 판 중 대표적인 것이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다. 이들 두 개 판이 대서양 한가운데에서 만나고 그 경계에 해저 산맥이 발달해 있는데 그 끝에서 해수면 위로 솟아난 곳이 바로 아이슬란드다. 싱벨리어 지구대를 중심으로 서쪽은 북아메리카판, 동쪽은 유라시아판으로 나뉜다. 두 판이 만난 이곳은 지구 최대의 활단층 지대로 현재도 매년 몇 센티미터씩 두 판이 벌어지고 있는 불안전한 상태로 존재한다. 관광객들은 갈라진 골짜기 사이를 탐방로를 따라 걷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두 판의 충돌 현장을 보다 생생히 체험하고 싶다면, 아이슬란드 최대 담수호인 싱발라반 호수에서 스킨스쿠버를 즐기면 된다. 실제로 전 세계 스킨스쿠버 애호가들이 두 판이 만나는 협곡을 호수 속에서 확인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기 위해 몰려든다. 판의 균열 사이에는 맑고 깨끗한 물이 고여 있는데, 이 물은 지열로 인해 연평균 3~5℃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한겨울에도 스킨스쿠버를 할 수 있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에는 10세기 무렵 시작된 아이슬란드의 야외 의회인 알싱기가 세워진 곳으로도 유명한데 당시 현장은 관광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곳은 웅장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아이슬란드 국민의 성지와 같은 상징적인 지위를 가진 장소다.

두 판의 출동은 또한 황금폭포라는 뜻의 굴포스(Gullfoss)를 만들어냈다. 폭포는 세계 10대 폭포 가운데 하나로 불릴 정도로 그 웅장함이 압권이다. 빙하수가 녹은 물이 협곡을 따라 3단 계단형으로 굽이쳐 흐르다가 갑자기 32m 깊이도 수직으로 떨어진다. 협곡은 너비가 20m 정도이며 2.5㎞까지 이어지는데, 떨어진 폭포수가 그 반동으로 수증기가 되어 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라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골든 서클의 하이라이트는 게이시르(Geysir)다. 우리말로 간헐천이라는 뜻의 영어 표현인 가이자(Geyser)의 어원이 된 곳이다. 간헐천은 화산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형으로 100℃에 이르는 뜨거운 물, 증기, 가스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분출하는 걸 말한다. 아이슬란드의 게이시르가 특히 유명한 것은 물기둥의 높이 때문이다. 진흙 웅덩이의 물이 수증기를 내며 부글부글 끓다가 갑자기 몇십 미터 높이의 물기둥이 되어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는 장관을 연출한다. 게이시르 일대에는 크고 작은 간헐천이 여럿 있다. 그중 제일 규모가 큰 것을 그레이트 게이시르라 불리는 곳이다. 이 게이시르는 1294년에 처음 발견되었는데 당시에는 몇 분마다 뜨거운 물기둥을 쏘아 올렸고 매번 물기둥의 높이가 올라가더니 최고 60m에 다다랐다고 한다. 현재는 그 활동이 예전만 못하다. 대신 게이시르보다 규모가 작지만 스트로쿠르(Strokkur)라는 간헐천이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현재도 몇 분마다 10~30m 높이의 물기둥을 쏘아 올리는 장관을 끊임없이 연출한다. 게이시르나 스토로쿠르 이외에도 이곳 일대는 크고 작은 간헐천이 수증기를 끊임없이 뿜어대고 있다. 

아이슬란드 곳곳에는 크고 작은 작은 간헐천과 온천이 많다. 링로드를 따라가다 보면 이끼 긴 들판 곳곳에서 유황 냄새가 짙게 밴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이슬란드의 화산활동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증거다. 실제로 지난 2010년에는 대규모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의 영향으로 당시 유럽 비행 노선 대부분이 마비되는 항공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푸른빛의 해수 온천, 블루 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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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싱벨리어 지구대는 판구조론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생생한 현장이다.
7 게이시르 일대에는 크고 작은 간헐천이 수증기를 끊임없이 뿜어댄다.
8 최근에는 게이시르보다 규모가 작지만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스트로쿠르가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몇 분마다 10~30미터 높이의 물기둥을 계속 쏘아올리고 있다.
9 황금폭포라는 뜻의 굴포스. 빙하수가 녹은 물이 협곡을 따라 3단 계단 형으로 굽이쳐 흐르다가 갑자기 32m 깊이로 수직으로 떨어진다.
10 검은 색 현무암 지대도 둘러싸인 블루 라군 주변에도 지열이 끊임없이 분출하고 있다.
11 어른 어깨까지 차오른 블루 라군의 푸른 온천물에 몸을 담근 체 생맥주나 칵테일 한 잔을을 마시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화산활동으로 인한 온천의 발달은 당연한 결과다. 아이슬란드에도 곳곳에 크고 작은 자연 온천이 있다. 그중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온천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는 블루 라군(Blue Lagoon)은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 코스다. 레이캬비크에서 39㎞, 케플라비크 국제공항(레이캬비크에도 작은 레이캬비크 공항이 있다. 레이캬비크를 연결하는 국제공항은 케플라비크 공항이다)에서 약 13㎞ 떨어진 이곳은 면적이 약 5000㎡(1500평)에 달하는 거대한 노천 해수 온천이다. 이곳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유는 그 규모와 푸른색 온천수 때문이기도 하지만 검은색 현무암 지대로 둘러싸인 온천 주변의 특별한 분위기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수증기가 뿌옇게 피어오르는 푸른 물은 그 온도가 40℃에 이르며, 한번 들어가면 도저히 나오고 싶지 않다. 주변이 온통 눈으로 뒤덮인 한겨울 차가운 날씨에는 더욱 그렇다. 온천 중간에 있는 노천 바에는 맥주와 음료수를 팔고 있는데, 어른 어깨까지 차오른 온천물에 몸을 담근 채 생맥주나 칵테일 한 잔을 마시는 신선한 경험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블루 라군은 천연 무기염류와 수초가 풍부하며, 특히 마른버짐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천 온천 중간에 있는, 무료인 하얀색 실리카(Silica) 머드를 얼굴과 몸에 바르고 온천을 즐기는데 이 머드를 물로 씻어내면 각질이 말끔히 없어진다. 이곳 기념품 숍이나 공항 면세점에는 머드를 상품화한 제품들을 팔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모든 공산품이 그렇듯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기념품으로 꽤 인기가 높다. 

블루 라군은 공항에서 가까워 여행의 피로를 풀 겸 아이슬란드 마지막 일정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입장객이 제한되어 있어 블루 라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예약하지 않으면 신비한 푸른빛을 감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낮이 짧은 겨울에는 항상 일찍 마감된다. 깜깜한 저녁 늦게까지 오픈하지만, 온 주위가 어두워 그 신비한 옥빛을 제대로 감상할 수는 없다. 물론 여름에는 백야이기 때문에 밤늦게까지도 상관없다. 예약은 수영복을 입고 스파만 즐기는 기본 코스와 타월과 음료를 제공하는 코스, 레스토랑까지 이용할 수 있는 코스가 있지만 개별 여행객은 대부분 타월과 음료를 이용하는 코스를 택한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기에 좋은 시즌은 해가 길어지고 눈이 녹아 도로 통행이 가능해지는 6~9월이 가장 좋다. 특히 내륙 지역은 6월 말~8월 말에만 도로가 개방된다. 겨울 여행도 매력적이다. 11~3월에는 날이 춥고 눈이 많이 오는데다 일출 역시 짧지만 오로라와 빙하 동굴 투어가 기다리고 있다.

덧붙이자면,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이슬란드는 필자에겐 그리 기억하고 싶은 여행지는 아니다. 그 좋은 경치를 배경으로 아이들과 싸웠기 때문이다. 경이로운 자연이고 뭐고 하루라도 빨리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정도였다. 항상 부모의 뜻대로 따라줄 거라, 어리기만 할 거라 생각했던 아이들이 아빠에게 반항한 첫 여행이었다.

생각해보면, 앞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려는 그 선배의 심정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알던, 의레 그럴 거라, 잘 알고 있다고 믿던 그런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난 ‘게임 체인지’ 상황과 마주했을 때의 당황스러움! ‘그동안 이런 방식으로 잘됐는데 왜 이젠 안 통하지?’ 시장에 일격을 당한 그가 느낀, ‘허탈하고 구시대로 몰린 인정하기 힘든 상황 변화’를 필자에겐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마주한 셈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여행은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내게 익숙하던 길이 어느 순간 오래되고 낡은 길이 될 수 있다’는 걸 일깨워준 소중한 여행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음 회는 아이슬란드 여행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요쿨살론 빙하투어와 오로라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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