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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책 한 권 내볼까? 글 쓰는 즐거움에 빠진 사람들

2018-09-29 07:51

기획 : 임언영 기자  |  취재 : 윤수은  |  사진(제공) : 조지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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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글쓰기가 붐이다.
글쓰기 강좌의 숙제로 글을 쓰는 것으로 모자라 아예 책을 펴내는 사람도 있다.
글쓰기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글쓰기 강좌도 소개한다.

취재협조 북하우스 디어라이프 아카데미(www.bookhouse.co.kr)
어느 목요일 오전, 서울 서교동의 럭셔리한 라운지 바와 아늑한 도서관을 절묘하게 믹스한 듯한 북카페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출판사 북하우스의 지하 북카페 ‘디어라이프(Dear Life)’에서 열리는 글쓰기 강좌에 온 사람들이다. 돌도 채 안 된 아이를 업고 온 주부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소셜미디어가 활발해지면서 본인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점가에는 글쓰기 관련 책이 연일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일반인 대상 글쓰기를 가르치는 강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글을 쓰면서 지난날을 복기하고, 그를 통해 현재 자신의 삶을 확장하는 데 힘을 받는다. 북하우스 디어라이프 아카데미의 글쓰기 프로그램 ‘나를 위한 My Life Story 쓰기’ 강좌를 기획한 김새롬 팀장 역시 글쓰기를 통해 힘을 얻은 케이스다.

“애초에 이 북카페가 ‘당신의 삶을 응원합니다’라는 모토로 열렸어요. 그래서 북카페 이름이 디어라이프가 되었고요.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시기 제가 연년생 아이를 낳았어요. 결혼생활과 육아 고충을 싸이월드에 온전히 풀어놨죠. 그때 그 글들을 본 친구들이 ‘내 이야기를 네가 다 쓰고 있네’라면서 댓글로 응원해주었습니다. 지금 큰아이가 중학생인데요. 우리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나 생각이 들면서 정말 오랜만에 싸이월드를 갔거든요. 그런데 저의 30대 초반 역사가 거기 고스란히 있는 거예요. 그 기록들을 읽는데 ‘아~ 내가 그때 그랬었지, 잘 버텼네’ 하면서 현재의 저에게 자신감을 주고 있더라고요.”

김새롬 팀장이 떠올린 ‘누군가 내 삶의 기록을 보고 감동을 느낀다? 그렇다면 내 삶을 기록해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 하나가 글쓰기 프로그램 기획의 시작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소중하다. 그리고 한 인간의 인생을 기록하는 것은 너무나 의미 있다’는 사실에 저희 출판사 사람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고요. 그렇게 해서 내놓은 것이 디어라이프 아카데미 글쓰기 프로그램입니다.”

전업주부로 또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는 워킹맘으로 열심히 살고 있지만 무언가 내 ‘이름’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디어라이프 글쓰기 프로그램의 첫 번째 타깃 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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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기록해보는 건 어떨까?
‘나를 위한 My Life Story 쓰기’ 강좌

취재차 방문한 지난 9월 13일은 ‘나를 위한 My Life Story 쓰기’ 시즌2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8주 과정 한 강좌가 진행되고 이어진 강좌다.

강좌의 첫 시간에는 자기소개를 한다. 1기를 수료한 ‘2학년’ 수강생과 새로운 클래스가 열리기를 기다려온 ‘신입생들’ 눈빛은 어린아이처럼 생기가 넘친다. 사정상 결석한 수강생은 있어도 아무도 지각하지 않았다. 수강생 전원이 여성인데도 마치 단체미팅 자리처럼 훈훈한 긴장감이 교실을 가득 채운다.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 71세인 양정모 씨는 딸이 등록을 해줘서 얼떨결에 글쓰기 1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2기 강좌를 듣는 지금, 이제는 글쓰기가 평생 친구가 되었다고 말한다. 어릴 적 동네에 처음으로 변소가 집 안에 있는 친구 집을 다녀오고 나서 병환으로 누워 계신 할아버지-19세기에 태어난 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집 안에 화장실이 있다는 손녀 이야기를 믿지 않으셨단다-에게 ‘신기한’ 경험을 이야기한 내용을 글로 써서 클래스에서 글쓰기 신동이라는 소리를 듣는 분이다.

미국에 있는 딸에게 보여주겠다고 시작한 글쓰기가 이제는 글을 안 쓰는 하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평생 일이 됐다는 70대 사정수 씨. 어르신은 소녀처럼 눈을 반짝이더니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었어요”라며 글쓰기의 즐거움에 대해 말한다. 늦은 밤까지 글쓰기 숙제를 하며 ‘전업작가’처럼 글쓰기에 매진하는 주인공이다. 1기 프로그램을 수강할 때만 해도 자필로 쓴 숙제를 출판사 팀장이 워드로 쳐서 도와줬었는데, 지금은 컴퓨터를 배워 숙제를 선생님께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올해 42세인 최선아 씨는 생후 6개월인 둘째 아이를 데리고 글쓰기 교실에 나왔다. 글쓰기 강좌를 듣고 온 첫날, 남편에게 “글을 쓰러 가니까 예쁜 옷이 입고 싶어졌어. 예쁜 옷 좀 사줘”라고 말했더니 남편이 행복해하더란다. 공문서를 많이 쓰는 공무원인 데다공모전에도 참가할 만큼 원래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었다. 경력 단절과 육아 스트레스로 지친 일상을 보내다 글쓰기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함께 쓰면서 자신이 얼마나 글짓기에 교만했는지 반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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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롬 팀장

내가 쓴 글을 책으로 출판까지
이 재미있는 걸 왜 안 해요?

2기 글쓰기 강좌 첫 수업이 있던 날, 옆 세미나실에서는 마침 출판과정 수강생들의 책표지와 초고가 나왔다. 지난 8월에 후속 프로그램으로 ‘My Life Story Book 출판과정’ 강좌가 있었다. 디어라이프 아카데미에서 글쓰기 과정을 수료한 3명의 수강생이 출판과정 수업을 통해 책으로 묶을 수 있을 만큼 글을 써서 ‘작품’을 내는 기쁨을 맛보았다. 모두 중년의 가정주부들이다. 육아 휴직 중인 40대 약사, 그림을 그리는 50대 그리고 팟캐스트로 자녀들과 소통하는 60대 여성이 그들이다.

과거의 자신을 온전히 마주할 때 현재의 자신도 단단해진다. 무엇보다 기록해보지 않고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디어라이프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만난 수강생들은 마치 짠 듯이 도돌이표처럼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글을 쓰면서 제 삶을 정말로 ‘확장’하는 기쁨을 맛보았어요. 무엇보다 글쓰기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 재미있는 걸 왜 안 해요? 같이 써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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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글 쓰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
“제 노년의 삶이 점점 확장되어가는 느낌이 좋아요”
조혜원

60대의 글쓰기 수강생. 외국에 사는 가족들과 소통하기 위해 팟캐스트 <안나의 백지편지>를 운영하는 ‘신세대’ 어른이다. 디어라이프 글쓰기 강좌를 통해 <세상의 한 자락을 배우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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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팟캐스트 채널을 운영하신다고요. 팟캐스트는 외국에 사는 자식들과 소통할 목적으로 시작한 거예요. 팟캐스트도 방송처럼 대본이 있어야 하거든요.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주제를 잡다 보니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 싶어 지역 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좌를 들었는데, 그때 지금 강사이신 강진 선생님을 만났어요. 강의가 마음에 들어서 디어라이프 글쓰기 강좌도 이어서 듣게 됐고요.

팟캐스트 덕분에 글쓰기 강좌를 듣게 됐군요. 한 달에 한 번 팟캐스트를 진행하는데요. 처음에는 저희 아이들만 제 방송을 들었는데, 하다 보니 구독자 수가 수백 명으로 늘어났어요. 그래서 대본 작업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고요. 대본을 직접 쓰다 보니 글쓰기에 갈급이 있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글쓰기 수업을 들었어요. 이번에 나온 책도 제 팟캐스트 대본을 에세이 형식으로 바꾸면서 나온 겁니다.

팟캐스트에, 책 출간에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두려움이 없으신가 봐요. 올해 60인데, 환갑을 맞이해서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일찍 결혼해서 벌써 손주가 7명인데요. 아이들이 바라는 ‘엄마’로서 저의 역할은 자기들을 도와주는 사람이겠지만 저도 저 나름의 삶이 있잖아요. 그리고 요즘 고령화 시대 아닙니까. 스스로 삶을 정리하는 시간이 늘어난 거죠. 그래서 글쓰기를 통해서 하나씩 삶을 정리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50대 접어들면서 동네 미디어센터에서 시나리오며 소설 쓰기를 배웠습니다. 소설을 쓴 것도 이 나이에 소설가가 되겠다는 야망보다는 저를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소설 형식을 빌려 시어머니와 저의 수십 년 관계를 차분히 정리했어요.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치유되더라고요. 그런 다음에 친정어머니 그리고 살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글쓰기를 통해 정리했어요. 처음에는 있는 그대로 글을 쓰다가 나중에는 소설 한 편, 한 편을 제가 마음속에 떠올리는 분을 위한 ‘헌사’라는 느낌으로 글을 지었어요.

소설도 쓰고, 책을 엮은 과정이 자연스럽습니다. 글은 꾸준히 썼지만 책 제작 과정은 전혀 몰랐어요. 디어라이프 프로그램에 출판과정이 생겼는데 궁금하더군요. 아이들 글을 제본한 경험은 있었지만 책을 만들어본 적은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출판사에서 기획한 출판 프로그램이라 믿음이 갔어요.

자신의 책을 만들어보니 어떤 점이 좋던가요? 출판 강좌 결과물로 제 책을 얻은 게 가장 기쁘고요. 출판과정에 관한 강의도 재미있었어요. 무엇보다 제 노년의 삶이 점점 확장되어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이걸 하나 배웠더니 그다음 가야 할 길이 보이는 거죠. 팟캐스트와 글쓰기를 하다 보니 영상에도 욕심이 생겨 그동안 찍은 사진과 에세이를 엮어 영상으로 올리고 싶어요. 글쓰기의 영감을 얻기 위해 영화제 관객단 신청도 하고, 독서모임도 나가다 보니 점점 제가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면 ‘아, 오늘도 세상의 한 자락을 배웠다’ 싶으면서 하루를 충실히 보낸 느낌이 들어 참 좋아요.

글쓰기를 통해 점점 더 ‘거인’이 되어가시는군요. 며칠 뒤면 또 손주가 세상에 나와서 산바라지를 하러 가야 해요. 그런데 짬짬이 틈을 내서 팟캐스트도 운영하고 책도 쓰고 했더니 아이들이 깜짝 놀라면서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훗날 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은 저의 방송과 책을 보면서 엄마는 그때 이런 생각을 하셨구나, 하고 기억할 테니 의미 있고 뿌듯합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두 가지 ‘영생’을 얻은 거네요. 요즘에는 자식들보다 친구들이 제 팟캐스트를 더 열심히 들어요. 원래는 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남기려 오픈한 채널인데, 아이들보다 주변 지인들이 제 방송을 더 기다리더라고요. 우리 또래도 이렇게 살 수 있구나, 하는 아이디어를 캐치한 것 같아요. 사실 책이라는 결과물도 이렇게 빨리 얻게 될 줄 몰랐어요. 그리고 편집이 이런 거구나, 디자인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새삼 출판과정을 통해 배운 게 너무 의미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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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글 쓰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
“글쓰기를 통해 아버지 향한 그리움 달랬죠”
서성혜
 
4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을 달래던 중 글쓰기 프로그램을 만난 50대 수강생. 그림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글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뒤 본격적으로 글쓰기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책 <아버지의 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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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강좌를 듣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10년 정도 그림을 그렸는데요. 4년 전에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캔버스에 아버지를 그리면서 마음을 달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그러다 작년에 노무현재단 글쓰기 강좌에서 강진 작가님을 만났어요. 디어라이프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신다기에 선생님을 따라와서 강좌를 들었어요.

글쓰기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통로를 또 하나 만드신 거네요. 돌아가신 아버지와 사이가 좋았거든요. 계속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는데 황망한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리운 감정을 계속 쌓기만 해서 마음이 더 힘들어졌죠. 그런데 이곳에 와서 글을 쓰다 보니 아버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정리되더라고요. 강진 선생님이 늘 강조하시는 게 감정을 간결하게 버리는 작업을 하라고 하세요. 무조건 깔끔하게 쓰라고 하시고요. 글을 쓰면서 아버지는 내가 이렇게 감정적으로 방황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진정으로 아버지를 위하는 건 그 마음을 기록으로 남기는 거라는 결론을 내렸죠. 글쓰기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드디어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점은 뭔가요? 절대 총으로 한 방 쏘려고 하지 마라. 바늘로 콕콕 찔러라. 글을 읽는 독자에게 한 방 임팩트를 주기 위해 글을 쓰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바늘로 점을 찍어 선을 그리듯, 은은한 감동을 주는 글을 써야 한다고 말이죠. 글쓰기를 하면서 다른 작가들 책을 열심히 읽고 공부를 하다 보니 선생님의 ‘바늘이론’이 진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꾸준히 쓰라, 무조건 쓰라고 하신 선생님 말씀도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하루에 얼마나 글을 쓰셨나요? 글쓰기 루틴을 만들고 싶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안일을 끝내고 오전 8시 즈음 시작해서 1시간씩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썼어요. 그렇게 일과를 보내다 생각이 나면 집에 가서 퇴고를 하고요. 친구들에게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달라고 메일을 보내기도 했어요.

글쓰기의 교본이신데요. 선생님이 ‘절대 한 아이템으로 길게 쓰지 말 라’고 말씀하셨어요. 길게 쓴다는 말은, 다시 고쳐 써도 그 정도 수준이니 항상 30분 안에 글을 마무리하려고 마음먹었어요. 대신 10번 이상 수정하기로 목표를 세웠죠. 그렇게 쓰다 보니 글이 차곡차곡 모이고 어느새 책으로 엮을 만큼 쌓였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뭐가 제일 좋던가요? 일단 책을 많이 읽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눈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책을 멀리 했는데요. 글을 쓰기 시작하고 보니 독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어요. 그렇게 니즈가 확실해서인지 예전에는 책을 읽으면 그렇게 눈이 피곤했는데, 요즘에는 독서할 때 별로 눈이 피로하지 않아요(웃음). 눈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도 챙겨 먹게 되고요. 글쓰기 덕에 동네 도서관에 가서 하루에 서너 권의 책을 읽는 수준까지 왔어요. 제대로 책을 읽다 보니 저의 글쓰기의 한계도 느껴지더라고요.

어떤 한계를 느끼셨나요? 추억에만 의존해서 글을 쓰는 건 무미건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 만든 제 책은 아버지와의 추억에 오롯이 의존한 책인데요. 지금은 어머니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똑같이 추억에만 기대는 글은 쓰기 싫더라고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템플 스테이에 대한 글을 쓰는데요. 예전 같으면 어머님이 구인사 템플 스테이를 경험하고 싶어하셨다, 오랫동안 아프셨다 등 기억에만 의존해 글을 썼을 거예요. 하지만 이젠 구인사와 템플 스테이 정보도 찾아보고, 정신과 치료에 대해서도 공부하면서 글을 쓰다 보니 글이 전보다 ‘단단’해졌어요.

앞으로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그림을 10년 동안 그렸는데요. 글쓰기도 강진 선생님을 따라다니면서 10년 정도 배우고 쓸 생각입니다. 고등학교 친구가 대전에서 노인 복지 사업을 하고 있어요. 우연히 그 친구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노년층을 위한 프로그램 중에 노인들 자서전 쓰기가 있더라고요. 그걸 보는 순간 ‘이건 내가 할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노인들 이야기를 듣고, 그걸 자서전으로 만들어주는 일에 내 능력을 나누자는 꿈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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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글 쓰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
“육아휴직 중 방황하던 자존감을 회복해줬어요”
이영주

40대 글쓰기 수강생.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약사이자 공무원으로 육아 휴직 중이다. 글쓰기 강좌를 듣고 자신의 책 <어떤 길도 괜찮아>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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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수업을 듣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올해 마흔인데요. 마흔이 되기 전에는 지금 즈음이면 삶의 큰 방향을 잡고 거침없이 나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정작 이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방황’하고 있더라고요. 약사이자 식약처 공무원으로 일했어요. 대학원에서 공부도 하고요. 출퇴근 시간이 왕복 4시간이 넘다 보니 아이들은 이모님이 맡아 키우다시피 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집안 갈등도 있었죠. 육아 휴직을 하면서 가정에는 평화가 왔는데, 정작 저는 빨리 일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다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치고 올라오면서 자존감도 떨어졌고요. 일은 적성에 맞는데 아이들 키우는 데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보니 생각이 많았죠. 무언가 돌파구를 찾던 차에 디어라이프 글쓰기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글을 쓰면서 드디어 결심이 섰죠. 복직은 해야겠다는 마음이요. 지금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죠. 글쓰기로 인생의 방향을 잡은 건가요? 지방으로 출퇴근하던 빡빡한 생활에서 벗어나 처음에는 쉬니까 편하고 좋았어요. 그런데 계속 쉬니까 내 이름으로 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점점 불안해졌어요. 그러다 글쓰기를 시작했고, 식약처에 근무하기 전 약국에 다니던 이야기를 쓰면서 자기 성찰을 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걱정만 하던 마음이 ‘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안정되더라고요. 위로가 되었습니다.

글을 매일 쓰셨나요? 그렇진 않아요. 마감이 중요하더라고요. 선생님이 숙제 검사하는 날은 전날 새벽까지 글을 써요. 그런데 평소에는 애들 챙기고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니까 핑계가 늘더라고요. 애들이 집에 오면 글을 쓰는 데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지고요.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 아침에 쓸까 하다가도 피곤하니까 행동으로 잘 옮겨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수요일과 목요일에만 글을 썼습니다. 수요일에는 무조건 노트북을 독서실에 들고 가서 쓰고요. 목요일은 글쓰기 강좌가 있는 날이니까 여기 와서 글을 쓰고요.

글쓰기를 시작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선생님이 글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어요. 이제까지 썼던 일기를 다시 읽어봤죠. 일기 쓰는 습관이 없었다면 오늘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10년치 일기를 보면서 제 기억과 다른 일도 있고, 제 삶의 궤적을 다시 되짚어보면서 책까지 쓰게 된 거죠.

일기란 형식으로 글을 계속 쓰고 있었네요. 매일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왔어요. 일기를 쓰면 스트레스가 풀려서요. 화날 때마다 일기를 쓰다 보니 우울한 내용이 많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책 내용에도 영향을 받았고요. 책이 나오기 전에 남편이 책의 목차를 훑어봤는데요. 우울한 내용이 많다면서 “네 책 별로 보고 싶지 않다”고 그러는 거예요(웃음).

자신의 책을 내니 기분이 어떤가요? 일단 신기하고 좋아요. 책 작업을 마무리하자 당분간 글쓰기는 좀 쉬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하. 여하튼 내 책이고, 나를 위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이기적으로(?) 글을 쓰고, 하고 싶은 대로 책을 만들었어요. 그게 위로가 된 것 같고요.
출판과정 첫 시간에 편집자님이 고객을 정하고 글을 쓰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고객이 애매하더라고요. 그러다 두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으로 정했어요. 그러자 편집자님이 그럼 두 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추가로 넣어보는 게 어떠냐고 조언해주셨어요. 디자인도 그 부분을 달리해주시고요. 딸들아, 결혼은 안 해도 된다 같은 말에 색깔 디자인도 달리해주시고요(웃음).
글쓰기 프로그램에 등록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해이해질 즈음 만나면 다시 글쓰기에 대한 의욕을 얻고 또 쓰고 이렇게 책이라는 결과물도 얻어서 좋아요.

앞으로 글쓰기 계획이 궁금합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규칙적으로 블로깅을 하는 게 습관이 안 잡혔었어요. 이번에 나온 책을 조금씩 나누어서 다시 블로깅을 하면 규칙적인 블로그 업데이트 습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선생님이 공모전에 응모해보라고 말씀하셨어요. 상금이 있는 공모전이요. 노력하다 보면 상도 받을 수 있고, 글쓰기 강좌의 글과는 다른 ‘글쓰기’ 경험이 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공모전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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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글 쓰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
“글 잘 쓰는 법이요? 많이 쓰시고, 전문가와 함께 쓰세요.”
글쓰기 강좌 진행하는 <손바닥 자서전 특강> 강진 작가

<손바닥 자서전 특강>의 저자이자 디어라이프 아카데미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소설가 강진. 북하우스 디어라이프 아카데미의 1기 글쓰기 강좌에 이어 2기 강좌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글쓰기 푸시맨”이라 소개하며 “변곡점과 바늘로 점찍기”라는 두 가지 비밀병기(?)가 글쓰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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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의 글쓰기 수업인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 궁금합니다. 이곳 글쓰기 프로그램은 ‘쓰기’ 위주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8회 정도 강의를 들으면 수강생들이 글쓰기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아시는 것 같더라고요.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 6편의 글이 나옵니다. 교실에서는 항상 글을 써요. 여기서 20분 동안 초고를 씁니다. 20분인 건 이유가 있어요. 글쓰기 훈련이 안 된 일반인이 20분 넘게 글을 쓰는 건 힘들거든요. 물론 20분 안에 완성은 안 됩니다. 대신 어떤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가닥은 잡혀요. 집에 가서 퇴고를 하는 거죠. 수강생이 워드로 써서 제게 이메일로 보내면 제가 첨삭을 합니다. 다음 시간에 제가 받은 글 중 하나를 스크린에 띄워서 공개 첨삭을 해요.

공개 첨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요. 글쓰기 이론 수업을 하는 곳은 많아요. 하지만 이렇게 수업마다 공개 첨삭을 통해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글쓰기가 실질적으로 향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공개 첨삭이라고 굳게 믿어요. 다른 사람 글을 보면서 ‘아 저건 저렇게 쓰면 좋구나’ ‘이렇게 고치면 되겠네’ 하면서 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다 보면 자신의 글의 아쉬운 점이 보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글이 느는 속도가 스스로 놀랄 만큼 빨라집니다.

글쓰기 강좌 수강생이 모두 여성인데, 분위기는 어떤가요? 10월에 저녁반이 개설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 글쓰기 강좌 수강생들은 모두 여성이에요.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글쓰기 강의를 많이 진행하는데, 이렇게 여성 수강생들로만 이루어진 경우는 저도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여성의 삶에 대해서 생생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여자들끼리 있다 보니 공감대도 훨씬 깊고요. 또 세대 간 격차가 있는 그룹이다 보니 서로 몰랐던 세대 간 이야기를 글을 통해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지난 1기 종강 때 한 분씩 자신이 그동안 썼던 글 중 하나를 골라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한 분씩 나와서 발표할 때마다 다 같이 울고 웃으면서 진정한 동지애를 느꼈습니다.

수강생들이 입을 모아 ‘변곡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던데요. 변곡점은 수학용어인데 글쓰기와 어떤 관계가 있나요? 변곡점은 함수에서 증감 추세가 바뀌는 지점을 말하는데요. 어떤 일에서 무언가 중대한 전환점이 왔을 때 이 수학 용어를 비유적으로 쓰기도 해요. 글, 특히 자전적 에세이를 쓸 생각이라면, 우선 자신의 ‘변곡점’을 먼저 찾으라고 항상 강조해요. 글쓰기에서 ‘첫 문장’ ‘첫 단어’를 찾는 게 정말 중요하잖아요. 어떤 사람에게 마음으로 글이 다가가려면, 그런 큰 이야기를 하면 안 되거든요. 작은 이야기로 시작해야 해요. 저 사람의 심장을 내가 화살로 뚫어야지, 하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바늘로 뚫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해야 해요. 살아오면서 누구나 삶의 굴곡을 겪잖아요. 그 변하는 지점인 ‘변곡점’을 찾아서 거기서부터 바늘로 점을 찍듯이 이야기를 촘촘히 이어가라고 조언합니다. 모든 기적은 사소한 데서 시작한다, 일단 저질러라, 무조건 쓰라고 말씀드리죠.

글쓰기를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여기서 쓰는 글은 몇 편 안 되지만 생각은 정말 많이 하게 되거든요. 우리가 아무 목적 없이 사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잖아요? 전업주부로 사신 분들, 그리고 경력이 단절된 분들 모두 글쓰기 강좌를 듣고 자신의 삶을 제대로 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현재 그리고 다가올 삶을 더욱 즐기는 계기도 만들고요. 1기 마지막 글쓰기 수업이 끝나고 다 같이 식사를 했는데요. 수강생 한 분이 선생님, 오늘이 제 인생의 변곡점인 것 같습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저는 수강생들에게 글을 좀 더 잘 쓰도록 살짝 푸시한 것밖에 없는데 말이죠. 개인적으로 가슴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잘 쓰고 싶은 분들에게 조언 부탁합니다. 일단은, 많이 써야 하고요. 쓴 글은 꼭 전문가에게 첨삭 지도를 받는 게 좋아요. 혼자서 쓰기만 해도 의미가 있지만 전문가와 함께 장단점을 파악하면서 쓰는 작업을 병행하면 스스로도 놀랄 만큼 글쓰기 실력이 향상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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