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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 맞벌이 부부의 달라진 일상

2018-09-26 09:47

취재 : 박지현 기자  |  사진(제공)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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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가 도입 2개월을 훌쩍 넘겼다. 원래 법정근로 시간은 주 68시간이었다.
1주에 16시간, 매일 평균 3시간여 여가 시간이 생긴 셈이다. 변화한 집안 풍경을 들여다봤다.
근로시간을 단축한다는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당장 모두 적용받는 건 아니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시행 시기가 다르다. 300인 이상 기업은 7월부터 시행 중이다. 50~299인 기업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받는다. 업종에 따라서도 다르다. 물품판매 및 보관업, 도매 및 상품중개업, 금융업 등 기존 ‘특례업종’이었던 21개 업종은 2019년 7월부터 단축이 적용된다. 개정안과 관련이 없는 업종도 있다.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 보건업은 공익적 요소 등의 이유로 여전히 특례업종으로 남아 있다.

적용을 받는 업계 전반에서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켜나가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장 노동시간을 어겨도 처벌을 받진 않는다. 올 연말까지는 계도기간이다. 그때까진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최장 6개월의 시정기간을 부여한다. 위반 사실 적발 시 우선 3개월의 시정기간을 주고, 필요에 따라 추가로 3개월을 부여하는 식이다. 직간접적으로 ‘근무 단축’ 영향을 받는 맞벌이 부부의 달라진 집안 풍경을 살펴봤다.
 

어린이집 등하원, 엄마가 직접!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박형철(42), 김소정(38) 씨는 맞벌이 부부다. 둘 다 단축근무 대상자다. 슬하엔 5살 딸을 뒀다.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이 부부는 오전 8시 30분 출근,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한다. 이전까지는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6시 30분에 퇴근했었다. 딸의 어린이집 등하원은 도우미를 썼었다. 형철 씨 부부는 “회사와 집이 가까운데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지 못 했었는데, 이제는 셋이 함께 집을 나오고, 함께 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자연히 등하원 도우미에게 주던 100만원가량 지출도 없어졌다. 실제로 단축근무 시행 후 조부모나 도우미가 아이를 등하원시키는 모습이 소폭 줄었다는 게 어린이집 관계자의 설명이다. 어린이집 교사 박현미(37) 씨는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혼부부, 다시 연애하는 기분

광주광역시 동구에 사는 이동현(32), 박다정(29) 씨는 신혼부부다. 2017년 결혼했고, 아직 아이는 없다. 제조회사에 근무하는 동현 씨는 “퇴근 30분 전 PC에서 알람이 뜨고, 30분 뒤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기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동호회에서 만난 둘은 평소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불규칙적인 야근과 회식 등으로 무언가를 정기적으로 배우기 어려웠다고 한다. 다정 씨는 “남편과 함께 동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가을학기 우쿨렐레 강좌를 배우고 있다”면서 “가끔 땡땡이 치고 영화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둘은 “마치 다시 연애하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실제로 각 백화점에서는 가을학기 저녁 강좌를 대폭 확대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가을학기 워라밸 강좌를 150% 이상 확대했다. 이마트 또한 저녁 강좌를 기존보다 30% 늘렸으며, 현대백화점도 직장인을 위한 ‘원데이 특강’을 개설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야근과 회식을 줄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52시간 근무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면서 정시 퇴근하는 직장인을 잡기 위한 유인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무 장소 바뀌었을 뿐, 업무 시간 똑같아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김일영(가명, 37) 씨는 “여건상 주 52시간 근무로는 일을 다 소화하지 못해 결국 집에서 근무를 이어가거나 ‘자발적으로’ 아침 일찍 출근하기도 한다”면서 “퇴근 후 인근 카페는 잔업을 위해 노트북을 켠 직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편하게 사무실에서 일할 때가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잔업수당이 줄어 자녀 학원비를 걱정하는 아빠도 있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일하는 권오형(가명, 42) 씨는 “7월 1일 이전까지는 매주 15시간 정도 초과 근무를 해 월 100만원 정도 더 받았다”면서 “단축근무 이후 명세서를 보니 아이 피아노 학원비만큼 덜 나왔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수당 감소 대책에 관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취업 사이트가 직장인 55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주 52시간’ 실시 이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임금 감소(18.1%)’를 꼽은 답변이 가장 많았다.
 

또 다른 족쇄? 집으로 또 출근하는 기분

워킹맘 안선화(가명, 38) 씨는 되레 한숨이 늘었다. 단축근무 이후 부부갈등이 오히려 잦아졌기 때문이다. 선화 씨는 한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남편은 자영업자로, 근로시간 단축에 해당사항이 없다. 2016년부터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선화 씨는 “시어머니가 주 52시간 근무로 퇴근 후 바라는 게 많아졌다”면서 “야근과 회식 등으로 어느 정도 면피하던 가사일이 고스란히 내 몫이 됐다”고 한탄했다.

선화 씨에 따르면 시어머니와 남편은 ‘단축근무’를 곧 ‘가사일의 연장’으로 생각한다고. 그는 “게다가 남편 휴무일에는 ‘간만에 식구들이 둘러앉아 저녁이 있는 삶을 실현해보자’면서 가세하는 덕에 요즘은 현관문을 여는 순간, 또다시 출근하는 기분이 든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직장 외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부부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역할도 함께 늘어났다”며 “서로에게 주어진 역할 기대가 적절히 충족될 수 있도록 부부간에 충분한 대화가 추가로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주 52시간 근무! 워킹맘의 생각은?

시행 초기답게 현재까지는 근무단축에 대한 목소리가 다양하게 혼재하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럼에도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조금 더 많았다. 지난 9월 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성인 남녀 1515명을 대상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63%)이며, ‘일자리가 늘 것’(48.7%)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새로운 변화에 대해 ‘취미생활,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이 늘어날 것(70.4%)’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것(70.2%)’ ‘불필요한 야근 관행이 줄어들 것(67.7%)’ ‘업무 시간에 더 집중해서 일할 것(63.6%)’ 등의 기대와 함께 ‘급여가 줄어들 것(80.0%)’ ‘실질적인 노동시간은 줄어들지 않을 것(63.1%)’ 등의 우려도 드러냈다. 워킹맘 5인의 생각을 들어봤다.
 
 
# 삶의 질 서서히 높아질 것
“단축근무제로 당장 삶의 질이 극적으로 높아지진 않겠지만 서서히 긍정적으로 변화할 거라는 기대감은 큽니다. 지난 2004년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할 때도 잡음이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경기가 침체될 거라는 우려도 컸고요. 그런데 지금은 잘 정착해 ‘그땐 어떻게 토요일까지 출근했었나’ 싶잖아요?”
- 권보라(38, 대전광역시)
 

# 절대적 시간 감축보다 유연 근무제 필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난감했을 때가 갑자기 아이가 엄마 손을 필요로 할 때였어요. 근로 시간이 단축되면서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절대 시간이 많아져 좋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갑자기 아이를 돌봐야 할 때 마음 편하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워킹맘에겐 더 절실하지 않나 싶습니다.”
- 김선영(37, 대구광역시)
 

#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으면
“300인 이하 사업자로 아직 주 52시간 근무는 적용받지 않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 보면 조금 부럽긴 해요. 연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만큼 이후에는 큰 잡음 없이 정착되길 바랍니다. 근무시간이 준 만큼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 공희연(37, 경기도 고양시)
 

# 아직은 적응 안 돼, 긍정적인 변화 일 길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근처에 사시는 친정엄마가 돌봐주고 있습니다. 퇴근하면서 엄마 댁에 들러 아이를 데려오는데요, 회사에서 집까지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줄었다고는 해도 제가 아이 등하원을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다만 늘 밖에서 먹던 저녁을 이제 집에서 먹어야 하는데…. 장은 뭘 봐야 하나, 하는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네요.”
- 김현정(41, 서울 성북구)
 

# 시급제 워킹맘은 슬퍼요
“저녁이 있는 삶…. 말은 정말 멋져요. 그런데 모두 월급제에만 해당되는 얘기라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낍니다. 저 같은 생산직 노동자는 야근 또는 특근 수당이 그만큼 줄어드는 거라 앞으로 수입 걱정이 앞서네요. 이를 위한 탄력적 방안도 강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민정(48, 경기도 안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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