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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마다 열리는 뮌스터 조각 축제

2017-08-19 09:58

글 : 김진녕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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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마다 열리는 현대 조각 축제의 대명사

독일 북서부의 작은 도시 뮌스터에서 10년마다 한 번씩 벌어지는 조각 축제로 올해에는 6월 10일부터 10월 1일까지 판을 벌이고 있다. 처음으로 열린 1977년에는 작은 미술계 행사였지만 다섯 번째 행사가 열리는 올해는 이탈리아의 베니스 비엔날레(2년 주기)와 독일 카셀 도큐멘타(5년 주기)가 동시에 열리는 ‘그랜드 아트 투어의 해’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거명될 만큼 현대미술의 축제로 인정받고 있다.

뮌스터 조각 축제에서는 뮌스터 시의 원도심을 중심으로 도심과 숲길, 호숫가 곳곳에 작품을 설치했다. 관람객은 자전거를 빌리거나 도보로 작품이 설치된 각 사이트를 찾아다니면서 순례를 다닌다. 물론 가이드가 있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전용 앱을 스마트폰에 깔면 각 사이트의 지도와 주소, 작품 정보가 제공된다. 다만 지도의 정확성이나 응답성은 구글맵보다 떨어지기에 작품 정보와 주소 확인은 전용 앱, 이동 동선은 구글맵을 이용하는 게 낫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순례는 원도심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엘베엘미술관(LWL) 앞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미술관 앞뒤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작품이 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안 7~8곳에 작품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술관 정면에 놓인 모더니즘의 거장 헨리 무어의 작품과 그 앞에 설치된 대형 트레일러트럭은 뮌스터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과 현대 조각예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지금이야 천문학적인 가격표를 달고 있는 헨리 무어의 조각 작품이지만 1970년대 독일, 그것도 작은 지방도시 뮌스터 주민들은 무어 특유의 ‘기괴하게 덩어리진’ 형태가 탐탁하지 않은 듯했다. 그래서 주민들은 이 작품의 설치를 반대했다. 지금 관점으로 보면 ‘기괴한 반대’지만 당시에는 그게 주류 의견이었다. 그때 엘베엘미술관 관장이던 클라우스 부스만(Klaus Bussman)은 현대미술을 지역주민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안으로서 야외 조각 미술전을 생각해냈고, 초대 큐레이터로 카스퍼 쾨니히를 발탁했다. 쾨니히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뮌스터 조각 축제의 큐레이터로 40년째 봉직 중인데, 이 축제를 세계적인 미술제로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헨리 무어의 조각상 앞은 뮌스터 시의 핫스팟으로 자리 잡았다.
 

뮌스터 1번지에 전시된 보닌과 버의 작품

이번 축제에서는 헨리 무어의 작품 앞을 검은색 대형 트레일러가 가로막고 있다. 미술관 건너편에서 보면 트레일러 짐칸 위에 불뚝 솟은 헨리 무어의 작품이 마치 방금 하차했거나 상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작품이다. 독일 작가 코지마 폰 보닌과 미국 작가 톰 버가 공동 제작한 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보닌과 버는 빌렸을 뿐, 그들이 직접 제작한 것은 고정용 안전 로프와 운송용 대형 나무 상자 정도이다. 이 작품의 제작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이 대형 나무 상자와 트레일러의 설치 장소를 바로 헨리 무어의 작품 앞으로 골랐다는 점일 것이다.

보닌과 버의 작품과 무어의 작품이 중첩되는 장소적 특수성으로 인해 작품에 여러 가지 의미가 발생한다. ‘이동을 위한 준비’ 또는 ‘하차 작업 중’이라는 오해를 통해 작품의 의미가 발생할 수도 있고, 헨리 무어의 작품 설치를 둘러싼 소동을 알았다면 또 다른 의미가 발생한다. 이와 같이 작가가 의도한 모호하고 중첩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뉘앙스를 복기하는 과정 자체가 현대미술을 둘러싼 모든 담론과 테크닉을 더듬어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보닌과 버의 작품은 뮌스터 1번지에 전시될 만한 작품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이것도 조각이야’ 현대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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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뮌스터 조각 축제는 대중이 ‘이것도 조각이야’라고 의문을 던질 만한 현대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앞장서서 수용했다. 경계 돌파나 조각의 새로운 영역 실험이라는 점에서 뮌스터는 올해도 타투(마이클 스미스)와 셰어 하우스 및 그 경험을 영상으로 기록(다나카 코기)한 작품의 설치, 실제로 음료를 팔기도 하는 90년대풍 술집과 음악에 대한 기록과 재현(바그너/드 부르카), 작품이 설치된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즉흥적인 육체의 움직임을 선보이는 퍼포먼스(자비에르 르 로이/스칼렛 여) 등 ‘조각’이란 말에 들어 있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많이 수용하고 있었다. 다만 이런 여러 시도를 하는 작품의 공통적인 태도라고 한다면 엄숙하거나 권위적이지 않은 대신 진지하고 위트를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참가작 중에서 관람객이 가장 즐거워한 작품은 터키 출신의 아이제 에르크만이 거의 용도 폐기가 된 운하에 컨테이너를 가라앉혀 물 아래 다리를 놓고 참여자들이 마치 ‘물 위를 걷는’ 신화적인 경험을 하게 만든 라는 작품이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기꺼이 신발을 벗고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아이들처럼 즐거워했고, 이게 소문이 나면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또 다른 매력은 작품을 찾아다니다 보면 작은 도시를 둘러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며, 40년이라는 시간의 나이테 속에서 시민 생활에 안착한 역대 참가 작품을 확인하며 공공미술이라는 게 뭔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엘베엘미술관 뒷문은 뮌스터 성당 광장으로 연결된다. 이 광장은 지역민들의 정기 장터로 이용되는데 인근에서 생산한 채소와 치즈, 꽃, 생선과 달걀 등이 팔린다. 뮌스터 시는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이 광장의 지하 화장실을 시민에게 선물했다. 화장실 인심이 야박한 문화를 지닌 유럽에서 예술로 치장한 쾌적한 공짜 화장실은 큰 선물이다. 이 화장실은 한스 페터 펠드만의 2007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참가작이기도 하다.

이 광장으로 통하는 여러 갈림길 중 한 곳의 관문은 색띠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다니엘 뷔랑의 작품이며 이 작품 역시 1987년 뮌스터 참가작이다.
 

영구보존 결정된 초등학교 앞 ‘버스 정류장’ 작품

공공미술이 빛나는 또 다른 장르는 버스 정류장이다. 덴마크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페르 키르케비는 1997년 초등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붉은 벽돌로 조각해냈다. 미국 작가 데니스 아담스는 1987년 엘베엘미술관 근처의 대학교 건물로 쓰이는 건물 앞 버스 정류장에 알루미늄과 나무, 아크릴 유리로 만든 버스 대기소를 만들었다. 두 작품은 모두 뮌스터 시가 영구보존을 결정해 현장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같은 기능에 대한 키르케비와 아담스의 접근 방법이나 재료는 완전히 달랐다. 특히 아담스의 작품()은 만든 지 30년이 지난 작품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인 ‘시설’이기도 했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40년의 역사는 뮌스터 시민의 휴식처이자 도심의 명소인 아(Aa) 호수에서도 빛난다. 물놀이 보트가 있는 평범한 호수였던 이곳은 호숫가 곳곳에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이 곳곳에 널려 있는 세계적인 조각 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루아침에 세워진 게 아니라 40년이란 시간을 거치면서 10년마다 한 번씩 설치되는 작품 중 엄선에 엄선을 거듭한 작품으로 채워진 공원이다. 우리에겐 청계천 광장의 ‘소라’로 유명한 클래스 올덴버그나 도날드 저드, 일리아 카바코프의 작품도 만날 수 있고 물가라는 장소를 반영한 쿠바 작가 호르헤 파드로의 나 수잔 필립스의 소리 설치 작업인 <노래하는 다리(Lost Reflection)> 등 다양한 갈래의 20세기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뮌스터까지 찾아가는 열성이라면 뮌스터에서 60㎞ 정도 떨어진 마를(Marl) 시의 조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프로그램의 하나인 전시도 같이 보는 게 좋다. 1977년부터 2007년까지 30년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 출품됐던 작품의 모델링 작업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뮌스터 시내를 무심히 지나다가 지나쳤을지 모를 기존 출품작들에 어떤 게 있었고 그 원형이 어떤 것이었는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30년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특히 1층에 전시된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에스터의 작품 <뮌스터의 로망>은 2007년 뮌스터 조각 축제에 출품된 작품으로 1977~1997까지 출품된 작품을 다시 미니어처처럼 제작한, 조각을 조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재미있는 작품이다.
 
 
뒤셀도르프의 20세기 미술관(K20)과 21세기 미술관(K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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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스터가 작은 지역도시라는 점이 여행자에게는 낯설고 부담스러운 점이기도 하지만, 인근의 비교적 큰 도시인 도르트문트나 뒤셀도르프를 거점으로 활용하면 좀 더 완벽한 미술투어를 할 수 있다. 뮌스터에서 기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뒤셀도르프를 거점으로 활용하면 독일을 중심으로 한 현대미술의 거의 모든 범위를 다 볼 수 있다. 뒤셀도르프에 20세기 미술관(K20)과 21세기 미술관(K21)이 있기 때문이다. K20에는 피카소나 베이컨, 몬드리안 등 20세기 대가들의 작품이 즐비한데 특히 파울 클레의 컬렉션이 화려하다.

K21은 말 그대로 21세기 미술, 토마스 허쉬혼의 급진적이고 강렬한 작업부터 뮌스터에 화장실 프로젝트를 선보였던 한스 페터 펠드만의 그림자를 이용한 설치 작업이나 평면 회화 작업까지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의 하이라이트는 토마스 사라세노의 이다. K21 건물 한가운데는 중정 형식으로 뻥 뚫려 있다. 토마스 사라세노는 건물 옥상인 4층에 금속 그물로 짠 거대한 공을 허공에 띄우고 와이어로 고정시켰다. 관람객은 원한다면, 거대한 공으로 인해 휘어진 공간을 걸어볼 수 있다. 물론 안전하지만 약간의 스릴을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오락프로그램이다.

뮌스터의 조각 작품이나 K21의 전시 작품이 현대미술의 전부일 수는 없다. 다만 현대미술 시장에서 발언권이 큰 독일의 미술 시스템이 걸러낸 현대미술의 현재형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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