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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현장을 가다

세계 최대의 격년제 미술쇼, 주제는 '예술 만세

2017-07-01 10:20

글·사진 : 김진녕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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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격년제 미술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제57회 이탈리아의 베니스비엔날레(5.13~11.26)가 문을 열었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51개국이 참가했다. 국가관 전시는 한국을 포함한 베니스 자르디니(정원) 내 30개 상설 국가관에서 열렸고 대만, 중국 등이 포함된 비상설 국가관 전시와 전시 감독이 주관한 본전시(아르세날레)로 구성된다.
여성주의 작가 키키 스미스 작품
이번 비엔날레 주제는 ‘예술 만세’

올해 전시 총감독인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선임 큐레이터 크리스틴 마셀은 ‘예술 만세’를 뜻하는 ‘비바 아르테 비바’(Viva Arte Viva)라는 주제를 자르디니 참가국과 아르세날레 참가 작가에게 고지했다.

요즘 현대미술은 평면이나 조각 같은 전통적인 시각예술은 물론 정치·사회·군사 이슈와 국경을 넘어서 국가 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난민과 테러 이슈도 적극적으로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회화와 영상, 설치, 사진, 현장 퍼포먼스, 봉제, 용접, 건축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표현 수단을 동원해 작가들은 ‘오늘의 예술’을 시각화하고 있다. 직전 대회인 지난 2015년 비엔날레에선 임흥순 작가가 젊은 작가에게 주는 은사장상을 수상해 더욱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한국관 참여 작가는 50대의 코디최 작가와 30대의 이완 작가로 둘은 협업을 통해 한국의 현대 사회가 잉태한 오늘의 미술을 보여줬다. 크리스틴 마셀 예술 총감독은 본전시 참여 작가 중 한국 작가로 이수경과 김승환 작가를 호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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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의 최코디 <생각하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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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스트리아관의 <트럭 망루> 2 아르헨티나관의 <말의 문제>

한국관 아트 전문지들로부터 호평받아

한국의 국가관은 본상을 타지는 못했지만 <아트시닷넷>이나 <아트리뷴> <아트뉴스페이퍼> 등 전문지로부터 이번 비엔날레에서 꼭 봐야 할 전시로 꼽히며 호평을 받았다.

한국관의 예술감독 이대형은 이번 전시 제목이자 주제를 ‘카운터밸런스: 돌과 산’으로 정하고 전시를 진행했다. 코디최와 이완 작가는 한국의 정치 상황과 전 세계적인 이민자 붐 그리고 경제적·문화적 불균형을 작품 속에 포함시켰다. 한국관 건물 외관에 설치된 네온 설치 작품은 코디최의 작품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카지노’와 ‘핍쇼’ 같은 단어와 호랑이 같은 상징적 이미지를 결합시켜 현대 사회와 한국 사회의 동시대적 고민을 시각화시켰다. 색채감이 넘치는 이 네온 설치 작품은 독일관과 일본관 뒤에 있어 관람객의 메인 동선에서 벗어나 있던 한국관의 존재를 관람객에게 충분히 고지시킬 정도로 위력적이기도 하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의 최대 수확자는 독일과 독일 작가이다.

국가관으로서 독일관이 황금사자상을 탔고, 본전시(아르세날레) ‘비바 아르테 비바’에 참가한 작가 중에서 선정하는 개인별 황금사자상도 독일의 프란츠 에르하르트 발터가 수상했다. 유럽에서 경제적인 분야나 외교·군사 부분의 유럽 최강국으로 올라선 독일이 문화 부분에서도 최강국으로 공인받은 격이다. 클래식 연주나 오페라, 발레, 현대무용, 연극, 영화 분야 등 공연예술이나 대중문화 분야에서도 독일산 프로덕션이 최고라고 회자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제적 부의 축적과 이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경제적 지원,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대중의 향유가 어우러지면서 독일이 현대문화 분야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굳히고 있는 것이고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의 성과는 그 작은 예인 것이다.

이 외에도 마크 브래드포드를 앞세운 미국관이나 음악을 만드는 스튜디오 내부와 현직 음악인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시각화시킨 프랑스관, 죽음에 관한 충격과 공포, 허무를 공포 영화에 비길 만한 비주얼로 풀어낸 이탈리아관,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이유를 충분히 보여주는 데 성공한 스위스관 등이 여러 전문 매체와 미디어로부터 반응을 끌어냈다.

베니스비엔날레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전시가 비엔날레 바깥에서 열리는 비엔날레 협력전시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미술계 종사자와 작가, 애호가를 겨냥한 전시가 베니스 전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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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관의 신시아 마르셀레 영상 설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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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브라질관의 신시아 마르셀레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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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파브르 <유리와 뼈 조각>

세계 ‘최고가’의 상업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컴백

데미안 허스트나 얀 파브르 같은 대중성과 파격성을 겸비한 현대미술의 스타와 필립 거스톤 같은 20세기의 대가, 30세 미만의 전 세계 젊은 작가를 가려내서 시상하는 이벤트 등 수많은 전시가 베니스 시내를 파고드는 수로처럼 전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특히 미디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이는 세계 ‘최고가’의 상업 작가로 불리는 데미안 허스트이다. 몇 년간 신작을 발표하지 않았던 허스트는 세계 최대의 미술 쇼인 베니스비엔날레를 자신의 컴백 무대로 정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베니스비엔날레의 화제성을 끌어올리는 스타성을 과시했다. 데미안 허스트는 제프 쿤스와 함께 유럽과 미국의 대형 상업 화랑의 간판스타로 군림하며 미술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제프 쿤스와 달리 최근 몇 년간 소식이 뜸했다. 그러던 차에 그가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이란 대규모 전시를 베니스에 몰려든 세계 미술시장 참가자들 앞에서 공개한 것이다. 제작 원가만 7백억원이 넘게 들었다는 허스트의 신작은 영상부터 19m가 넘는 대형 청동 조각과 대리석 조각, 반짝이는 보석 같은 소품 등까지 수백 개의 작품이 출품됐다.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디즈니 스튜디오와 손잡고 디즈니의 놀이공원을 위한 프랜차이즈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을 만들었듯이 허스트도 상업 화랑의 ‘지속가능한 대형 거래’를 위해 이 시리즈를 만들었다는 ‘오해를 사겠다’ 싶을 만큼 이 작품에는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만큼 화려하고 새로운 스토리가 잔뜩 들어 있다.

허스트는 ‘시프 아모탄 2세’라는 2세기에 살았다는 인물과 그 시절 보물을 싣고 인도양에 가라앉은 배 ‘아피스토스’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 난파선이 지난 2008년 발굴됐다고 말한다. 허스트는 이 ‘이야기’가 자신이 지어낸 거짓말이라는 점을 관객에게 명확히 인식시키고 이 ‘거짓말 놀이’에 초대한다. 보다 완벽한 거짓말을 위해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에 맞추어 해저 난파선을 인양하고 그 배에 실렸던 유물을 전시한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알리바이를 위해 7백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그는 3가지 에디션을 만들어냈다. 마치 방금 바닷속에서 발견한 것처럼 산호가 들러붙은 산호 에디션, 이를 공들여 복원했다는 복원판, 그리고 미술관 전시를 위한 복제본 등이 바로 그것이고, 이 세 에디션 중 일부는 벌써 팔렸다고 전해진다.

허스트는 전시장에 산호 에디션과 복원판, 복제본을 나란히 전시하고 ‘발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풍 영화까지 만들었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의 보다 완벽한 ‘거짓말 스토리 부여’를 위해 허스트와 하청공장의 장인들은 청동이나 대리석 조각을 바다에 넣고 패류나 산호, 물때를 묻히는 시도를 했다.

상어를 조각내 포름알데히드 욕조에 넣어 ‘작품’을 만들고 두개골에 다이아몬드를 붙여 다이아몬드 가격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초고가 해골’이라는 현대미술의 마케팅 신화를 만들어낸 데미안 허스트이기에 그의 새로운 프랜차이즈 형태의 거짓말 시리즈는 순식간에 화제를 모았다.
 
허스트의 신작 전시회는 ‘화제성’에 동참한다는 의미만으로도 호사가의 관심을 모으는 전시회이다. 어쩌면 2~3년 뒤에 전 세계의 아동들은 부모 손을 잡고 세계 순회전을 하는 데미안 허스트 쇼를 보거나, 수족관에 스토리텔링을 팔면서 그 조건으로 극장의 돌비마크처럼 수족관 유리창에 ‘licensed by Damien Hirst’라는 문구가 붙게 된 대형 수족관을 구경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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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거스톤과 시-아카데미아 전시

얀 파브르, 파격적이고 금기에 도전하는 전시

화제성과 선정성을 따지면 전방위 예술가인 얀 파브르도 데미안 허스트에 못지않다. 얀 파브르는 2000년대 초반 현대무용과 연극을 섞은 퍼포먼스 <눈물의 역사>를 연출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그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그가 이번엔 베니스비엔날레의 연계전시인 <유리와 뼈 조각, 1977~2017>을 베니스 시내 성 그레고리오 수도원에서 열고 있다. 파격적이고 금기에 도전하는 충격적인 요소를 주저 없이 쓰는 그답게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로 만든 뼈가 수북이 쌓인 뼈무덤 위에 남녀의 성기를 올려놓거나 유리로 만든 해골을 수십 개 만들어 수도원 복도를 장식했다.

20세기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가인 필립 거스톤과 유명 문인의 시를 나란히 병치시킨 <필립 거스톤과 시>(아카데미아 미술관) 전시는 거스톤의 팬이라면 관심이 갈 만한 전시다. 거스톤의 50점의 회화와 25점의 드로잉이 나온 이번 전시에는 D.H 로렌스와 예이츠, 월러스 스티븐즈, 유제니오 몬탈레, T.S.엘리엇의 시가 거스톤의 작품과 나란히 걸려 이해를 돕고 있다.

프라다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 3인의 협업전시인 의 전시 연출은 충격적이고 대담한 소재를 사용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섬세한 전시 연출을 통해 재미있는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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