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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의 첫사랑은 책으로 기억된다

연휴의 마지막은 공유

2017-01-30 13:38

기획 : 임언영 기자  |  취재 : 황유영  |  사진(제공) : 조선일보DB,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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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 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아름다운 캐나다의 가을 풍광이 펼쳐지고 활짝 웃으며 달려오는 제비꽃 같은 소녀의 얼굴 위로 나지막한 내레이션이 흐른다. 900년을 넘도록 살아오며 처음으로 느낀 사랑의 감정을 담담히 읊조리는 공유의 목소리가 선사한 임팩트는 강렬했다.

tvN <도깨비>가 안방극장을 휩쓸고 있다면 서점은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이하 <어쩌면 별들이…>) 열풍이다. 앞서 소개한 장면에서 공유가 읽어 내려간 시는 필사를 콘셉트로 김용택 시인이 101편의 시를 골라 엮은 책 <어쩌면 별들이…> 중 김인육의 시 ‘사랑의 물리학’이다. 지난해 7월 출간한 <어쩌면 별들이…>는 해당 장면이 포함된 4회 방송 직후인 12월 7일부터 13일까지 이루어진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집계에서 단숨에 5위에 오르더니 이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어쩌면 별들이…>는 인기에 힘입어 6월 출간된 버전에 읽을거리와 볼거리, 즐길 거리를 더한 플러스 버전이 새로 나왔고, 2012년 <잘가라, 여우>라는 제목으로 선을 보였던 김인육 시인의 시집은 4년 만에 <사랑의 물리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개정판을 냈다. 5분여, 도깨비의 찰나가 만들어낸 나비효과다.
 
 
그 남자는 왜 “애기야 가자” 대신 시를 읽었을까?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장인 대열에 오른 최고의 스타 작가 김은숙은 시청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캐릭터, 맛깔스러운 대사로 드라마마다 흥행력을 인정받는다. 이뿐만 아니라 PPL(Product Placement; 간접광고)을 잘 쓰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제작비 충당을 위해 PPL이 꼭 필요한 장치라는 점을 완벽히 이해하고 드라마의 흐름에 맞게 적절히 녹여내며 스토리에 감칠맛을 낸다. 그런 김은숙 작가가 매 드라마 잊지 않는 PPL이 바로 책이다. 다독가로 알려진 김 작가는 특유의 명대사 한 줄을 위해 수십 권의 책을 읽고, 평소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정도다.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눈여겨본 책을 드라마 소재나 모티브로 활용한다. <도깨비>에 실린 ‘사랑의 물리학’ 역시 직접 골라 대본에 반영했고 원작자와의 사전 협의를 거쳤다. 일종의 자발적인 PPL인 셈이다. PPL의 달인 김은숙 작가가 마음먹고 쓴 것이니 얼마나 드라마 속에 제대로 녹아들겠는가.

방송 전부터 김은숙 작가의 역량이 담뿍 담겼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대로 자자했던 <도깨비>는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김신(공유)과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의 운명을 넘어선 사랑을 낭만적이고도 신비롭게 그려내고 있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사랑스럽고 유쾌한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서로에게 비극일 수밖에 없는 설화적 설정은 기존의 작품과 사뭇 다른 아련하고 애수 어린 감성이 어려 있다.

이런 분위기를 고조시킨 장면이 바로 ‘사랑의 물리학’이었다. 김은숙 작가 작품 속 남자 주인공들은 단시간에 여주인공에게 반하고 직설적으로 이를 표현해왔지만 <도깨비>의 김신은 다르다. 자신의 존재를 무로 돌려보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지은탁을 향한 감정이 조금 더 복잡한 것. 지난했던 삶을 끝낼 기회이자 그 삶을 더 오래도록 영위하고픈 마음을 문득문득 들게 하는 미련의 다른 이름이다. 스스로도 뭐라 정의내리기 어려웠던 마음을 명징하게 깨닫는 순간 흐른 ‘사랑의 물리학’은 애틋하고 애절한 로맨스의 시작을 알렸다. “애기야 가자”를 시작으로 매 드라마 탄생했던 특유의 달달한 명대사 대신 은유적이고 압축적인 시적 언어로 그 효과를 배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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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만들기? 그 어려운 걸 매번 해냅니다

김은숙 작가가 처음으로 드라마에 책을 녹여낸 것은 SBS <시크릿 가든>이다.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극 전반의 모티브로 차용됐다. ‘사회지도층’을 자처하는 재벌가 자제 김주원(현빈)과 가난한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의 세상은 서로에게 너무 다른 나라였다. 게다가 두 사람은 몸이 바뀌는 경험을 통해 그 이상한 나라로 빠져든다. 김주원은 망원경을 거꾸로 보는 것 같은 시각적 환영을 겪는 앨리스 증후군을 언급하며 “내가 그 증후군에 걸린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왜 아무것도 아닌 저 여자와 있는 모든 순간이 동화가 되는 걸까?”라고 독백했고, 길라임은 김주원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서재에서 봤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사서 읽는다. 몸이 뒤바뀐 채 죽기로 결심한 김주원이 <인어공주>의 결말을 바꾼 편지를 넣어둔 책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책의 제목을 엮어 새로운 명대사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김주원의 서재에 나란히 꽂힌 다섯 권의 시집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너는 잘못 날아왔다>는 길라임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김주원의 상태를 가장 적절히 표현해냈다. 책 제목을 이어 만들었기에 완벽한 문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이질적이면서도 로맨틱한 사랑의 미스터리를 부각시켰다. 이 외에도 김주원은 자신의 화장실보다 작은 방에 사는 길라임을 이해하기 위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었고, 거품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인어공주>를 꺼내 들었다.

2010년 PPL이 허용됐지만 정작 <시크릿 가든>의 경우 책이 정식 PPL은 아니었다고 한다. 김주원은 거대한 저택 1층 전체를 거대한 서재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서재를 꾸미기 위해 민음사에서 책 3천 권 분량을 협찬했고 대박이 터지면서 ‘김주원의 서재’라는 기획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시크릿 가든> 이후 김은숙 작가는 <태양의 후예>를 제외한 모든 작품에서 책을 활용했다. <상속자들>에서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시크릿 가든>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역할을 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위대한 사랑을 그린 <위대한 개츠비>가 지속적으로 등장해 신분을 뛰어넘은 첫사랑을 앓고 있는 김탄(이민호)과 차은상(박신혜)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차은상을 만나지 못하도록 집에 감금당한 김탄이 읽은 책은 임현정 시인의 시집 <꼭 같이 사는 것처럼>이었다. 구체적인 시가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제목만으로도 떨어져 있으나 함께 있는 것같이 지내자는 고백의 다른 표현이었다. 이후 김탄은 시집 제목을 ‘꼭 같이 자는 것처럼’이라고 바꿔 SNS를 통해 차은상에게 전달했다. 운명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을까. 결국 두 사람은 <위대한 개츠비>와 달리 첫사랑을 이어갔다.

<신사의 품격>에서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매개체는 인연을 의미하는 붉은 실이었다. 김도진(장동건)과 서이수(김하늘)가 처음 만난 날 서이수의 옷이 김도진의 가방에 걸려 올이 풀리면서 두 사람 사이에 붉은 실이 연결된다. 김은숙이 선택한 책도 이 붉은 실과 관련이 있다. 서이수는 김도진의 이별 통보 후 서점을 찾아 다비드 칼리의 동화 <나는 기다립니다>를 집어 들었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붉은 실을 중심으로 사랑의 기다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의 표지에 새겨진 붉은 실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대사에도 차용됐다. 오랫동안 자신을 짝사랑한 친구의 동생 임메아리(윤진이)를 마음에 두고도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최윤(김민종)의 마음을 읽은 서이수는 이 책을 선물한다. 에필로그 타이틀 ‘내가 그쪽으로 갈게’에 시선이 한참이나 머물던 최윤은 횡단보도 맞은편의 임메아리에게 달려가며 “내가 그쪽으로 갈게”라고 고백했다. 수년 동안 자신을 향하는 마음을 받기만 했던 최윤의 달라진 심경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김삼순>이 만든 모모 신드롬부터
이종석·한효주 연애지침서까지

‘드라마셀러’의 원조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가 1970년 집필한 <모모>가 2005년 갑자기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는데, 여기에는 그 해 최고의 히트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공이 컸다. 최고 시청률 49.1%를 기록했던 이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김삼순(김선아)이 사랑했던 책이 <모모>였다. 김삼순은 실어증을 겪던 현진헌(현빈)의 조카 현미주(서지희)에게 모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모는 말을 안 해. 못해서가 아니야. 마을 사람들은 다 모모를 사랑한다. 귀를 기울여서 들어줄 줄 알기 때문이야”라는 말은 현미주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위로를 전했다. 1999년 국내에 소개됐던 <모모>는 드라마의 영향으로 발간 30여 년, 국내 소개 7년 만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적도의 남자>는 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첫 시도였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여자로 등장한 한지원(이보영)과 시력을 잃은 김선우(엄태웅)는 고전문학을 통해 서로를 이해해나간다. 한지원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책을 녹음하는 장면도 다수 등장했다. 김선우의 이름을 모르던 한지원은 이름 대신 ‘헤밍 씨’라고 불렀다. <노인과 바다>의 작가 헤밍웨이에서 따온 것. <적도의 남자>에는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마키아벨리 <군주론>, 페트리시아 하이스미스 <태양은 가득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한비 <한비자> 등 고전이 자주 등장했는데, 판매량은 도합 1만 부에 그쳤지만 모두 중쇄에 들어가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드라마가 가진 밀도 있는 분위기와 고전이 가진 묵직함이 절묘하게 매치되면서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PPL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송승헌·신세경 주연의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도 책을 적절히 활용해 극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여주인공 서미도(신세경)의 아버지는 책방을 운영하는데, 책방 현관 알림판을 통해 책 속 글귀를 주고받으며 심경을 대변하는 코드로 활용했다. 김연수의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한태상과 서미도가 첫 키스를 할 때 한태상이 들고 있던 책이다. 임팩트 있는 장면에서 등장한 책이 시청자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박지은 작가의 <별에서 온 그대>에서 외계인 도민준(김수현)의 외로움을 표현하는 장치로도 책이 활용됐다. 도민준은 여러 회에 걸쳐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하 <신기한 여행>)을 읽는다. 사랑받는 데 익숙했으나 신기한 여행을 통해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알아가는 도자기 토끼 인형 에드워드는 불시착한 지구에서 천송이(전지현)를 만나 사랑을 알아가는 도민준의 메타포였으며, 결말 예측의 복선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종석에게 연기대상을 안긴 에는 일러스트레이터 퍼엉의 글과 그림을 엮은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가 등장했다. 강철(이종석)과 오연주(한효주)는 이 책을 보며 함께 할 일들을 꼽는다. 만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자신이 좋아했던 만화 주인공과 연애를 한다는 드라마틱한 설정 안에서 일상의 소소하고 따뜻한 연애 이야기를 그린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는 커플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높여줬다.
 
 
드라마 속 책, 스토리와 궁합 맞아야 효과

<주군의 태양>에는 기무라 유이치가 글을 쓰고 아베 히로시가 그림을 그린 <폭풍우 치는 밤에>가 메인 테마 도서로 등장했다. 정식 PPL은 아니었고 제작사의 요청으로 책을 보낸 후 대박을 터진 경우다. 먹이사슬 관계인 늑대 가부와 염소 메이의 우정을 그린 <폭풍우 치는 밤에>는 주중원(소지섭)이 태공실(공효진)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결정적 장면에 등장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주중원이 가부, 태공실이 메이에 비교됐고, 두 사람의 인연을 암시하는 책으로 관심을 받았다. 주중원을 납치한 한나(황선희)의 대사에서도 이 책이 언급됐다. 한나는 주중원의 고모 조성란(김미경)에게 “늑대와 염소 중 염소를 더 좋아했던 늑대가 죽는다”고 설명했고, 이 말처럼 주중원이 살해 위기에 처한 태공실을 구한 후 귀신의 모습으로 나타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늑대가 염소를 구하고 죽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 책과 달리 드라마는 해피엔딩을 맞으며 결말에 대한 관심을 끝까지 고조시켰다.

이처럼 미리 기획을 했건 아니건 드라마에 등장하는 책은 드라마 스토리에 적절히 녹아들어야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 <상속자들>과 동 시간대에 방송되며 시청률에서 뒷심을 발휘했던 <비밀>은 깜짝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 종영을 앞둔 15회에서 조민혁(지성)과 강유정(황정음)이 함께 밤을 보낸 직후 침대에 기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읽는 장면이 노출되면서 이 책이 단숨에 베스트셀러 차트에 진입한 것. 드라마 <비밀>은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사랑이 없다고 믿으며 살아온 남자 조민혁과 사랑에 배신당하고 억울한 누명까지 쓴 강유정의 지독한 사랑을 그린 정통 멜로. 서로를 위해 이별을 하기로 결심한 후 이별 여행을 가서 두 사람이 읽은 책이 <자기 앞의 생>이라는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모모의 성장담을 그려낸 <자기 앞의 생>에서는 사랑에 대한 성찰을 엿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읽은 대목도 바로 이런 구절이다.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가 할아버지에게 “사람들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라고 묻는 구절을 읽은 강유정은 대답 대신 “내가 간 다음에 답을 읽으라”고 말했다. 홀로 남겨진 조민혁이 읽은 구절은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였다. 이어 손과 눈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구절을 더듬어 내려갔다. 사랑을 믿지 못하던, 사랑에 배신당한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사랑을 회복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당시 출판사 측은 책이 드라마에 나오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주문이 밀려오는 바람에 수천 권을 급히 출고했다는 후문이다.

모든 상처와 장애를 끌어안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슬아슬 외줄 타기를 하는 두 부부의 갈등을 리얼하게 다룬 <따뜻한 말 한마디>에는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 등장해 시선을 모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수십 년을 이어가는 플로렌티노와 페르미나의 사랑과 삶을 통해 모든 장애를 넘는 영원한 사랑의 힘을 이야기한다. 드라마에서 송미경(김지수)이 남편 유재학(지진희)의 서재를 정리하던 중 내연녀 나은진(한혜진)에게 주려던 책 <콜레라 시대의 사랑>과 메모를 발견하고 분노하게 된다. “사랑은 하나의 색깔을 내지 않습니다. 육체를 포함하지 않고 사랑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라는 유재학의 메시지와 원하지 않는 결혼 후 50년이 지나서 사랑을 이루는 플로렌티노와 페르미나의 이야기가 담긴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송미경으로 하여금 유재학과 나은진의 관계가 단순한 육체적 욕망이나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결혼의 여신>에 등장했던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역시 드라마의 시작과 결말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소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젊은 나이에 사망했는데, 그는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를 극진히 사랑한 로맨티시스트로도 유명하다. ‘남쪽에서 온 덕이 많은 여자’라는 의미로 남덕이라는 한국 이름까지 붙여줬지만, 한국전쟁을 거치며 건강이 나빠진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갔고 죽을 때까지 다시 만나지 못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묻어 나오는 그의 편지와 그림을 엮은 책이 바로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이다.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송지혜(남상미)와 김현우(이상우)는 책을 매개로 인연을 쌓고, 이중섭이 머물렀던 제주도 집에도 방문한다. 결혼을 앞두고 고민하던 송지혜에게 김현우는 “이중섭과 이중섭 부인의 사랑은 이 시대에 없는 사랑이니까 기념으로 남았다”고 말한다. 최종회에서 두 사람의 재회도 제주도에서 이뤄지는데, 이때 서로를 향한 마음은 책 속 이중섭이 아내와 나눈 편지로 대신했다. “나는 당신이 보고 싶고 오래오래 입 맞추고 싶습니다”라는 이중섭의 편지와 “어리석은 전 지금 이렇게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야 얼마나 몸과 마음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절실히 깨달았습니다”라는 아내의 글은 사랑하면서도 함께하지 못했던 상황과 절묘하게 매치되며 재회를 더욱 아련하고 애틋하게 만들었다.
 

드라마 속에 빠진 책, PPL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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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에 등장한 <모모>는 그 해에만 50만 권이 팔리고 꾸준히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더니 2010년 밀리언셀러 대열에 올라섰다. <시크릿 가든>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20만 권이 팔렸고, <인어공주>도 1만2천 부, 드라마에 나온 책을 묶은 기획세트도 시·소설·동화가 섞인 구성임에도 7천 세트나 판매됐다.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의 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이상한 여행>은 한 달 만에 5만 부가 팔렸다. 퍼엉의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도 노출로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15만 부를 넘어섰다. 판매량은 조금씩 다르지만 효과만은 확실하다. 1만 부 미만의 판매량을 보이던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은 <결혼의 여신> 방영 당시 6만 부가 팔렸고, <폭풍우가 치는 밤에>가 포함된 ‘가부와 메이 이야기’ 시리즈도 6권 세트임에도 2만 세트가 판매됐다. 원래는 매년 1천 세트가량 팔리던 책이다. <신사의 품격>은 2010년 발간돼 이미 30만 부나 판매됐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베스트셀러 반열에 재진입시켰다. 적게는 3~4배, 많게는 30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실패 사례도 있다. <천일의 약속>은 이서연(수애)이 출판사 편집자로 등장한다는 점에 착안해 김진명의 <고구려>를 등장시켰지만 정통 멜로에 어울리지 않는 역사소설이라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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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가리따  ( 2017-02-02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3   반대 : 0
재밌네요.
시기적절
명대사 속 메타포.
각인되지요.
도깨비. 뭘 해도 다 되는 드라마.
그리고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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