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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단식투쟁 vs 폭식농성. 본질을 잊지 말자

[eye] society 국회의원 하태경

2014-10-07 16:42

‘단식’으로 특별법의 당위성을 알리려는 유가족들과 일부 정치인들, 그리고 ‘폭식’으로 해당 특별법을 요구하는 측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는 사람들까지. 2014년 9월의 광화문 광장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극도의 국론 분열을 거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상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3백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초유의 해난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구조 과정에서 드러난 당국의 실책은 무엇이었는지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구체적인 방식에 있어 주장을 달리하는 세력들 간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일부 정치인들은 해결책을 제시한다며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고,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국정 전반의 마비를 우려하는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라 할 만하다. 



혼란을 가중시킨 새정치민주연합 내 강경파 그리고 새누리당
정치권의 무능이 작금의 혼란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중에서도 국회의 정상적 운영을 가로막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내부 강경세력의 책임은 반드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 내 강경파들은 유가족대책위원회의 요구사항이 협상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원내대표 간 합의를 거부한 채 광화문으로 달려가 단식농성과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사실상 국회를 ‘뇌사 상태’로 만들어버린 것.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제1야당의 발목이 내부 강경세력과 장외세력에 의해 잡혀 있다는 점은 현 상황을 만든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한편 지난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임을 분명히 했는데, 사실 이 말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먼저 분명하게 선언했어야 할 말이었다. 새누리당에 아쉬운 점은, 진상조사위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원칙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뭔가 양보할 게 더 남아 있는 듯한 태도로 야당과의 협상에 임했다는 점이다. 입장을 명확하게 선언하지 않고 유족 대표, 야당 인사들과 협상하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뭔가 더 절충할 게 있다는 생각을 가졌을지 모른다. 

여기서, 먼저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려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유가족들이 당국의 수사가 미진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야당 강경파와 유가족대책위는 ‘사고 발생 당일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의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주장 외에 당국이 진행한 수사의 어느 부분이 미진하다는 것인지 공개적으로 밝힌 바가 없다. 시중에 떠도는 국정원 배후설, 잠수함 충돌설 같은 황당한 추측들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것은 아닐 터. 그렇다면 추가로 조사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야당과 유족들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수사권·기소권’만을 주장함으로써 이들의 특별법 제정 시도가 ‘정권 공격’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시 말해, 세월호 사고가 ‘정치화’된 것이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세월호 정국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대리운전기사 폭행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국회와 국민들이 유가족대책위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자 노력했지만, 대책위의 이런 태도가 계속된다면 결국 여론도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단식이냐 폭식이냐, 그것이 과연 문제일까?
이런 가운데 광화문 광장 인근에는 ‘국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촉구하는 일군의 농성단이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보수 성향 웹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와 보수단체 회원들로 알려진 이들은 유가족대책위가 요구하는 세월호특별법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런데 이들이 행한 소위 ‘폭식 퍼포먼스’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치열한 찬반 논쟁이 이어진 것. 일부에서는 단식 중인 유가족 측 농성단 앞에서 치킨과 맥주, 피자 등을 먹는 이들의 행위에 ‘반인륜적 행태’라는 극단적인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단식’으로 특별법의 당위성을 알리려는 유가족들과 일부 정치인들, 그리고 ‘폭식’으로 해당 특별법을 요구하는 측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는 사람들까지. 2014년 9월의 광화문 광장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극도의 국론 분열을 거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상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세월호특별법 논의가 보다 생산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야당과 유족들이 ‘수사권·기소권’만을 고집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논의에 임해야 한다. 특히 야당은 대책위의 트랩에서 속히 빠져나와 전체 국민을 생각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산적한 민생법안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국회를 향한 국민들의 비난을 언제까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끝으로, 일베 등 ‘폭식 퍼포먼스’를 진행한 청년들에게 국민들과의 공감과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소통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진지한 성찰을 해볼 것을 재차 제안한다. 투쟁 방식을 상식적이고 건전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나를 포함하여 대다수 국민들은,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광화문 광장을 서울 시민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베 회원들과 보수 청년들이 광화문 현장으로 달려간 것 역시 기본적으로 이런 취지의 발로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일베는 일반 시민들이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방식의 퍼포먼스를 고민해야 한다. 가령 침묵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민들과의 공감과 신뢰를 쌓아가며 소통하는 혁신 보수청년 그룹의 탄생을 기대한다. 


하태경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부산시 해운대구 기장군을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북한인권운동가로 활약해왔고, 2011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인권상을 수상했다. 현재 새누리당의 북한인권 및 탈북자·납북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 내에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 <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 <삐라에서 디도스까지-북한 대남 사이버테러의 현재와 미래> 등이 있다.

사진제공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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