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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가을 이야기가 있는 서재

2008-08-27 17:51

가을 햇살은 꿀처럼 달다. 파란 하늘 아래 방 안 가득 고이는 햇살 속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보람된 일, 바로 독서가 아닐까. 자타가 공인하는 각 분야의 독서광들. 그들의 서재는 어떤 모습일까? 그들이 재미를 얻고 지식을 쌓고 지혜를 빌리는 행복한 공간에 살짝 스며들어가 보았다. 

1  ‘TV, 책을 말하다’
 왕상한의 딸과 함께하는 서재

취재 박주선 기자  사진 안호성
‘TV, 책을 말하다’의 진행자 왕상한 교수. 매주 월요일 밤 그의 나긋한 목소리와 여러 패널들이 전하는 책 이야기는 많은 독서애호가들을 즐겁게 해준다.
“방송 때문에라도 매주 최소 세 권은 읽어야 해요.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보기 위해 리뷰를 살피죠. 또 그것과 관련해서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도 찾아보는 게 방송을 위해 준비하는 제 일입니다.”
비단 방송이 아니더라도 그와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와 깊은 인연으로 잘 알려진 법정 스님이 생애 처음으로 선 주례에서 내준 ‘평생의 숙제’ 때문에라도 말이다. 지난 2002년 변우영 아나운서와 결혼에 골인한 그에게 법정 스님은 ‘매달 함께 서점에 가서 산문집과 시집을 사서 보고 서로 바꿔 보라’는 내용의 당부를 했다.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그것만큼 좋은 게 없다는 스님의 깊은 의도일 것이다. 그렇게 그는 책과 기분 좋은 구속 관계에 놓여 있다.
“일 때문에 해외 출장을 좀 많이 가는 편인데, 아무래도 내 집보다는 불편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곳의 서점에 갔을 때는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또한 너무나 좋은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머리가 쭈뼛 서면서 엔도르핀이 올라가는 기분. 좋은 책을 만난다는 건 정말 운명 같아요.”
요즘 들어 그가 가진 새로운 취미는 바로 딸을 위한 책을 고르는 것이다. 이제 막 세 살이 된 큰딸 민이는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존재. 그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딸을 위한 책을 고르고 매일같이 무릎에 앉혀 그것을 읽어주는 일이다. 해외로 출장 갔을 때도 그곳의 예쁜 책들을 사오는 탓에 하나였던 트렁크가 두 개로 늘어나는 일도 종종 있을 정도다.
누구보다도 책이 가지는 좋은 의미를 알고 있기에 그것을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아빠의 심정이리라.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에요. 책을 읽는 것은 일종의 의무이지만 또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해요. 그런 면에서 전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지금을 준비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2 ‘시골의사’ 박경철의  지혜가 전해지는 서재
취재 박주선 기자  사진 이맹호
시골의사 박경철은 참 바쁘다. 본업인 의사 외에도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유명 강연가, 각종 방송에서 패널 및 진행자로 활약하는 방송인이자 경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많은 분야에 걸친 그의 활약에는 모두 책이 밑바탕이 되어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그는 최근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이후 재테크의 실용적인 방법론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이것저것 모으다 보니 서울 충정로에 마련한 작은 집필실이 하나의 서재가 된 셈. 그는 자신의 병원과 집이 있는 안동의 서재로 초대하지 못함을 미안해했다.
“책을 쓰다 보면 제 말이 맞는지 틀린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해요. 여기에 있는 책들은 참고용으로 보고 있는 것들입니다. 안동 병원에는 아무래도 의료, 건강 등에 대한 전문서적이 많겠죠. 가장 많은 책이 있는 본가 서재에는 그간 저를 만들어 온 책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대략 1만1500권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이래저래 뒤죽박죽 쌓여 있어서 정확한 양은 모르겠어요. 그래도 제 눈에는 어느 책이 어디에 있는지 훤히 다 보이더라고요.”
남들 다 하는 음주가무도 즐기지 않고 운동에도 취미가 없는 그에게 책 읽기란 유일한 여가활동이다. 그가 이렇게 책에 빠지게 된 것은 어릴 적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당시 말단 경찰관이었지만 책 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으셨습니다. 전공이 사학이라서 그런지 늘 책 읽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봤었죠. 다른 아버지들이 ‘선데이 서울’ 같은 재밋거리를 찾을 때도 당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이들에게 서재는 어떤 의미일까. 처음 서재를 마련한 후 세월의 흐름과 함께 채워져 가는 책들을 보는 마음은 곳간에 양식이 쌓여가는 것만큼이나 든든한 일일 터. 하지만 그는 이미 그 경지를 넘어선 듯하다.
그에게 서재는 애증의 관계다. 사랑해서 읽은 책들이지만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다시 만나서는 안 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늘도 또 다른 영양을 섭취하고 있는 그이다.
“제가 필요해서이기도 하고 나중에 아이들을 위해서도 의미 있는 책들 앞에는 간단한 메모를 했어요.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 책을 펼쳤을 때 그 당시의 아버지 생각을 알 수 있잖아요.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고 말하기보다는 제 생각과 느낌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본 것처럼 아이들도 제 뒷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3 탤런트 조여정의 세상에서 가장 큰 서재
취재 박혜전 기자  사진 안호성  장소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02-6002-6002)
강남의 한 대형 서점에서 탤런트 조여정을 만났다. 그녀는 평소에도 틈만 나면 대형 서점에 들른다고 했다. 촬영을 위해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자, 그녀는 금방 카메라의 존재를 잊은 채 책 속에 빠져들었다. 어느새 입술은 약간 벌어지고 눈동자는 글자의 고랑을 바삐 쫓아가고 있었다.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TV 보기보다는 책을 읽는 시간이 더 많았어요. 세 살 터울 나는 언니가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는 부모님이 TV를 아예 없애셨죠. 그래서 더더욱 책을 많이 읽었어요. 학기 중에 읽고 싶은 책을 리스트에 죽 적어 놓았다가 방학이면 몰아서 읽곤 했어요. 그렇게 습관이 들어서인지 지금도 집에 TV가 있지만 DVD로 영화를 볼 때만 가끔 틀 뿐이에요. 그 외의 시간엔 책을 읽죠.”
책을 빨리 읽기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편이라 한달 독서량은 서너 권 정도. 고등학교 때는 한비야와 무라카미 하루키, 파트리크 쥐스킨트 등의 책을 많이 읽었다. 우연히 읽게 된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모두 찾아 읽는 것이 독서 습관. 최근엔 파울로 코엘료의 책들을 재미있게 읽었고, 프랑스 작가 뮈리엔 바르베리의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라는 책도 인상 깊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작품으로는 소설가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처럼 기발한 소재와 상상력으로 발랄하게 써내려가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 관심이 많다. 한마디로 ‘상상력을 긁는’ 작품들을 좋아한다고.
그녀는 주로 아침에 책을 읽는다고 했다. 일찍 일어나 가볍게 운동을 한 후 아침식사를 하고 읽던 책을 집어드는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고 한다. 늦게 일어나면 오전이 참 허무하다고. 늦게 자더라도 일찍 일어나 책을 읽다가 다시 스르르 잠에 빠진다는 것이다.
비가 내리면 책이 더 잘 읽힌다고도 했다. 작년 장마철에는 아예 마음먹고 휴대폰까지 끈 채 ‘독서 잠수’를 탔다. 창밖엔 주룩주룩 비가 오는데 뽀송한 이불 속에 폭 파묻혀 책읽는 재미가 그리 좋을 수 없었다고. 열 권도 넘는 책을 읽고 휴대폰을 켜니 이미 일주일이 흘러 버렸단다. 옥주현, 박예진과는 서로 재미있는 책을 권하기도 하고 선물도 하는 친한 친구 사이.
동그란 이마와 귀여운 인상 때문에 그녀를 마냥 어리게만 보는 이들이 많지만 조여정은 올해 스물여덟. 슬슬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나이가 아닌가. 이상형을 물었더니 애교스럽게 눈을 찌푸리며 “다들 저보고 눈이 높대요”한다.
“경제적인 능력이나 집안 배경, 외모는 그저 평범했으면 해요. 너무 나빠도 곤란하겠지만 너무 뛰어나도 부담스러울 것 같고요. 다만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이렇게 말하면 친구들이 ‘그런 사람 찾기 제일 어렵다’며 눈이 높다던데요(웃음)?”
인터뷰를 마치며 여름휴가는 다녀왔느냐고 묻자 그녀는 “아직…”이라며 “그냥 책이나 ‘한판’ 읽을까 생각 중이에요”라며 밝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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