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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쓰고 싶으면 예열하라 전해라

드라마틱 백여사의 백세인생_3

2016-04-08 10:00

글 : 유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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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마트에 장을 보러 간 백여사. 계산대로 향하려는데 카트 안에 담긴 물건을 본 남편이 폭풍 잔소리를 시작했다.
“아니 이게 뭐야? 프라이팬이잖아? 프라이팬을 또 사? 당신! 내가 올해 연봉 동결이니까 아껴 써야 한다고 대체 몇 번이나 말했어? 엉?”
순간 백여사의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 하나 ‘수도꼭지’. 남편의 별명이다. 틀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처럼 남편은 입만 열면 잔소리가 줄줄 나온다. 그중 으뜸은 돈을 아끼라는 말. 정말 지긋지긋하다. 백여사의 반격이 시작됐다.
“나도 알아. 절약해야 한다는 거 잘 안다구. 월급은 제자리걸음인데 물가는 높이뛰기 중이라서 쓰려고 해봐야 쓸 돈도 없어. 그래도 프라이팬은 사야 돼. 이거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이란 말이야. 코팅 프라이팬은 코팅 벗겨지면 유해물질 나온다잖아. 다른 건 다 아껴도 식구들 건강을 위한 건데 좀 사자 엉?”
남편이 눈을 부라리며 되물었다. “그럼 코팅 프라이팬 코팅이 안 벗겨지게 쓰면 되잖아?”
백여사가 흥분했다.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 쓰다 보면 대부분 벗겨진다구. 그리고 요즘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이 대세야. TV 쿡방에서 셰프들이 손에 들고 휙휙 휘두르는 거 못 봤어? 멋있잖아? 게다가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은 반영구적이야. 처음 살 땐 좀 비싸다 싶어도 오래 쓸 수 있으니까 본전 뽑는 거야. 이 짠돌이 남편아!”
우격다짐으로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을 사 들고 집으로 온 백여사. ‘어렵게 샀으니 개시를 해야지.’
백여사는 스테인리스 프라이팬 위에 야심차게 생선 한 마리를 척 올리고 가스불을 켜서 강불로 올렸다. 강불에 후딱 구워 내야 맛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생선이 지글지글 익어갈 거라는 꿈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스테인리스 프라이팬 위에 있던 생선이 옷을 홀딱 벗으며 누드쇼를 시작한 것이다.
‘이게 뭐야? 생선 껍질이 프라이팬 바닥에 눌어붙어서 다 벗겨진다면 누가 비싼 돈 내고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을 사서 쓰겠어? 어? 혹시 이거 불량품 아냐?’
그때 뒤에서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이그, 이 답답한 마누라야. 30초 정도 예열을 하고 나서 생선을 올려놨어야지. 예열 안 하면 재료가 눌어붙는 건 당연한 거잖아. 그리고 새 프라이팬을 샀으면 오래 써야 할 거 아냐? 프라이팬 오래 쓰는 방법 몰라?”
백여사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프라이팬을 오래 쓰는 비법이 있다구?”
“당연히 있지. 프라이팬을 오래 쓰려면 초기에 길들이기도 해주고 예열도 꼭 해줘야 해. 예열을 하면 프라이팬의 수명도 늘어나지만 음식 맛도 좋아져. 재료를 올려놓은 순간부터 일정한 온도로 익기 때문이지. 그것도 몰랐냐? 아이구 속터져. 어째 여자가 취사병 출신인 나보다 프라이팬에 대해 모르냐?”
남편의 잔소리는 언제나 속사포처럼 쏟아진다. 예고편도 없이 예열도 없이.
부부간에 싫은 소리를 할 때도 예열이 필요할지 모른다.
감정을 덜 상하게 해주는 준비운동 같은 예열.
프라이팬을 오래 쓰기 위해 예열이 필수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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