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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홈스쿨링’인가

2019-09-10 09:57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조지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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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는 게 꼭 정답은 아닌 시대다. 당연하다는 듯 여겨온 틀을 벗어던져도 괜찮다. 홈스쿨링을 한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사람들이 느는 까닭이다. 홈스쿨링은 단어 그대로 가정에서 이뤄지는 교육이다. 전문 교육가가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배경은 여기에 있다. 마냥 긍정적이지 않은 사회적 시선도 한몫한다. 법적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에서는 자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쳐야 하는 절차도 간단치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3개월 이상 결석할 때 정원외관리대상자로 분류돼 검정고시를 치를 자격(연령조건은 시행 전년도 기준 만 11세 이상)이 주어진다. 이후 검정고시 합격증 사본을 제출하면 ‘의무취학 면제 신청’이 가능하다. 결코 쉽지 않은 조건임에도 왜 홈스쿨링을 선택해야만 했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더 궁금해졌다. 홈스쿨러 가족들과 아동청소년 전문가가 홈스쿨링에 대해 말한다.
part 1
우리는 홈스쿨러다!
홈스쿨링에는 흔한 선입견이 있다. ‘특별한 가정일 것이다’, ‘아이의 사회성이 부족할 것이다’ 등등. 저마다의 이유로 홈스쿨링을 시작한 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선입견에 답한다.
 

01
4년 차 홈스쿨러 준규네
“학습은 홈스쿨링의 일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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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아이돌 못지않은 피지컬이다”라는 칭찬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던 준규는 딱 그 나이대 아이였다. SBS 프로그램 <영재 발굴단>에 출연한 아이라 사뭇 특별하지 않을까 한 건 어설픈 예단이었다. 열세 살 준규가 평범하지 않을 게 있다면 딱 하나, 평일 오전에도 학교가 아닌 장소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8월의 어느 수요일 오전 경복궁역 인근 카페에서 준규와 엄마 김지현 씨를 만났다. 여느 초등생이라면 학교에 있을 법한 시간이지만 준규는 집에서 나온 길이었다. 이런 생활이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들었다.

열 살 아들이 학교를 “지옥”이라 표현했다. 학교에 가는 건 곧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라 했다. 교과서 위주 학습에서 느낀 지루함, 선생님을 향한 부정적 감정, 친구들에 대한 반감 등이 얽히고설켰다. 2년 전 “엄마, 학교는 왜 다니는 것이냐”고 묻던 아이를 모른 척 덮어둔 게 곪았던가 보다. 얼굴이 벌게져선 학교생활의 고통을 토로하는 아이에게 그 어떤 위로도 설득도 불가능했다. 새장 속에 갇혀 울고 있는 어린 새를 지금 꺼내주지 않으면 정말 날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이미 2년 동안 대안을 찾아봤지만 정답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던 때다. ‘유학’은 금전적인 부분과 아빠의 부재가 아이에게 미칠 영향이 문제였고, ‘대안학교’는 부모 커뮤니티 성격이 강한 터라 공립학교보다 적응하기 어려울 부분이 우려됐다. 그렇다고 아이를 그대로 두었다간 밝음을 영영 잃을까 두려워 ‘홈스쿨링’을 결심했다.

“생각해보면 그때 제겐 다른 교육환경에 대한 정보보다 나를 넘어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을지도 몰라요. 그간 살아온 방식의 틀을 벗어던질 수 있는 용기요.”

막상 학교 대신 집에 있으니 아이도 엄마도 혼란스러웠다. 집이 학교가 된다는 어색함은 물론이거니와 ‘어떻게 공부를 시켜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홈스쿨링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학교를 벗어나 일주일째 되던 날 비로소 세 가족은 머리를 맞대고 학습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우선 준규가 1년 동안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부모의 입장에서 준규가 했으면 하는 게 무엇인지 적어 내려갔다. 아이로니컬하게도 1년짜리 계획은 5년 후, 나아가 아이가 그리는 삶의 계획으로 이어졌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느낀 거예요. 홈스쿨링을 해보기 전엔 학습이 전부라 여겼는데 아뇨, 그건 3분의 1도 안 되더라고요. 사교육이 잘돼 있는 우리나라에선 학습적인 부분보다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아는 게 더 크고 중요해요. 준규더러 좋아하는 게 뭔지, 뭘 하며 살고 싶은지 계속 물었어요. 그러고 나니 아이가 해야 할 부분, 부모가 해야 할 혹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나눠지더라고요.”
 

적절한 사교육 병행하기도

크게 세 가지. 준규의 학습 방법은 ‘스스로 하기’, ‘엄마 아빠와 하기’, ‘사교육’이다. 혹자는 홈스쿨링이 오롯이 부모가 집에서 아이를 교육하는 것이라 보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김지현 씨는 혼자 학습이 불가능한 과목이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과목, 부모가 도와줄 수 없는 과목, 또래와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은 과목은 학원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준규는 실습 위주의 수업환경이 갖춰진 사설학원에서 과학교육을 받고 있다. 부모와는 ‘신문 읽고 토론하기’, ‘잠자리 독서하기’를 위주로 한다.

지난 3년간 홈스쿨링을 하면서 엄마의 역할은 아이를 붙들고 공부시키는 게 아니라 아이의 계획을 도와주는 것임을 깨달았다. 정해진 등교시간이 없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다 큰 어른도 옆에 누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앉는 태도가 다르잖아요. 준규는 애니까 더 그럴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침에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그냥 사부작사부작 소리를 내요. 준규 입장에선 늦게 일어났는데 엄마가 그러고 있으면 약간 무안하죠. 준규가 저한테 말하길 그게 더 무섭다고.(웃음) 왜 안 일어나느냐고 하는 것보다 무섭대요.”

준규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종이를 접는다. 좋아하는 것을 표출하는 도구 중 하나다. 이날도 갈색 종이로 만든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말을 타고 있는 기사”라고 설명했다. 고작 한 장의 종이로 3D 입체물을 만들었다. 엄청난 숙련도를 요구하는 ‘로봇’을 뚝딱 접어내기도 한다. 로봇공학자가 꿈이라는 준규답다.

창작로봇대회인 STEAM CUP 온라인대회에 IoT(사물인터넷) 계열의 로봇을 출품해 상을 받은 적이 다수다. 궁극적으론 100만원짜리 로봇 키트를 사고 싶어 참가한 대회였지만, 준규의 동기와 노력이 더해진 값진 결과물이었다. 지난해에는 <영재 발굴단>에 출연해 로봇공학 전문가와 꿈을 나누는 값진 경험도 했다. 흔히 말하는 ‘머리가 비상한 아이’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아이의 기질을 끌어내는 데 부모의 영향이 컸다는 사실이다.

“자기 의견과 호불호가 워낙 강한 아이예요. 학교를 나온 것도 그래서고요. 준규가 계속 브레이크를 거니까 저도 남편도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알겠더라고요. ‘아, 얘는 똑똑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나보다 그릇이 훨씬 큰 아이구나.’ 기질적으로 센 아이를 부모가 어느 정도 맞춰주고 알아주니까 재능이 발현되지 않았나 싶어요. 준규가 자기는 원석으로 태어났는데 엄마 같은 사람을 만나서 다이아몬드로 세공되고 있는 것 같대요. 그 말을 듣는데… 엄청난 찬사죠.”

때로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아이를 또 엄마를 괴롭히기도 한다. 홈스쿨링 성과에 대한 주변 기대치도 부담이다.

“준규에게도 슬픈 날, 속상한 날이 있겠죠. 그렇지만 적어도 학교에 다니면서 지낸 시간보다 행복해하는 건 확실해요. 아이가 즐겁고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만 있다면 저도 충분해요.”

언젠가 ‘메르스’를 너무 궁금해하던 준규에게 엄마가 이유를 묻자 준규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저는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해서 메르스 같은 병에 걸려 죽을 수는 없거든요. 요즘이 제 인생의 황금기 같아요. 매일이 신나는데 지금 그런 병에 걸리면 너무 억울할 거예요.”
 

02
서울대 졸업생 아빠와 초등학교 중퇴 아들
“사회성 결여? 걱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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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받으면 아빠는 아들에게 시선부터 돌렸다. 아이가 할 말이 있겠다 싶으면, 먼저 답하게 하고서야 자신도 말했다. 내내 지켜보고 기다렸다. 아빠 김용성 씨는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김용성 씨는 열여덟 살, 열다섯 살, 열세 살 세 아들을 홈스쿨링으로 키우고 있다. 인터뷰 당일 그는 7년 차 홈스쿨러 큰아들 현민이와 함께했다. 서울대 졸업생 아빠와 초등학교 중퇴 아들의 조합은 꽤 신선했다. “나는 초등생 시절 내내 개근을 하고 공부하는 게 당연한 모범생이었다”고 회상하는 아빠와 “학습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어 학교에 가는 게 싫었다”고 말하는 아들이니 말이다.

7년 전 그날 아빠는 버럭 화를 냈었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집에서 학교까지 고작 200m. 정문에 들어서는 모습까지 보이는 학교를, 심지어 아빠도 졸업한 그곳을 왜 못 가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이가 없었어요. 아파도 학교 가서 아파야 하는데.(웃음) 초등학교도 못 다니면 앞으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할까 싶어서 (학교에 안 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그랬어요. 근데 아내가 말하길 아이가 학교를 그저 견디는 게 맞는 거냐고…. 대책이 필요했죠. 대안학교도 알아보고 다른 방안도 찾아보고 1년 정도 지나니까 알겠더라고요. ‘아, 학교에 가야만 공부를 하는 게 아니구나!’”

김용성식 홈스쿨링의 근간은 ‘아빠가 제1양육자’라는 것이다. 그는 홈스쿨링에서 부모 특히, 아빠의 자세를 중요한 요소라 여긴다. 홈스쿨링 커뮤니티를 살피다 보면 엄마 혼자 주도하면서 버거워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직장을 뒤로하고 온종일 아이들에게 붙어 있는 건 아니다. 대신 근무하는 시간 외에는 철저히 가족과 보낸다.

세 아들의 학습은 저마다 관심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종이접기를 좋아하는 첫째는 종이접기 전문가가 되기 위해 일본 유학을 준비하고 있고, 둘째는 수학과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학원에서 코딩 수업을 받고 있다. 어린 막내는 운동을 좋아하는 터라 매일 두 시간씩 운동에 투자하는 게 주다. 또래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도 공부한다. 다만 천천히, 아이가 적성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정도에 따라 배운다.

“결국 공부해서 직장생활을 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게 목적이라면 그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봐요. 하고 싶은 것 잘해서 생계를 꾸릴 수 있으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 애들이 자유롭게 인생을 경험하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다행히 현민이는 종이접기를 생업으로 삼고자 준비하고 있어요. 열여섯 살 때 이미 종이접기 자격증을 따서 학원을 낼 수 있는 자격을 갖췄고 올해엔 진짜 사업자등록증을 낼 수 있는 나이가 됐죠.”
 

아이 재능, 관심사 위주의 홈스쿨링

아이의 재능은 부모가 아무것도 시키지 않을 때 찾아낼 수 있다고 했다. 부모가 자꾸 무언가를 강요하기 때문에 발현되려던 재능도 막히는 것이란다. 이를테면 현민이는 식당에 갔을 때 가만히 두면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를 계속 접곤 했는데, 소질이 보였다. ‘이 아이는 종이접기를 제대로 하겠구나’ 싶었다.

그가 교육에 가장 무게를 싣는 과정은 독서다. ‘공부근육’을 단련시키는 힘이라 했다. 아빠의 이야기를 듣던 현민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려운 책을 읽으면 문장 파악 능력이 확실히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아이들에게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좋은 책을 여러 번 읽으라고 권한다. 여기서 전제조건은 부모도 독서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른이 가진 사전 지식은 다르잖아요. 저도 읽어보고 아이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살짝 괴롭혀주는.(웃음) 흔히 홈스쿨링은 부모가 교사가 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그게 아닙니다. 부모도 다시 학생이 되는 거예요. 일종의 학습 파트너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고 하면 사회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그도 홈스쿨링을 시작할 때 고민한 부분이었다. ‘홈스쿨러 공동체’에 가입한 이유도 그래서다. 김 씨에 따르면 국내 홈스쿨러 공동체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신앙을 토대로 모인 홈스쿨러들, 또 다른 하나는 환경운동가가 주도하는 공동체다. 현민이네는 전자에 속한다. 1년 중 30주, 매주 두 번씩 약 70개의 홈스쿨링 가정이 모인다.

“동갑이 거의 없어서 나이 차가 있는 형, 동생들과 어울려서 놀아요. 재미난 건 공동체에 오는 부모들도 많으니까 애들이 어른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어른 대하길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 것 같아요. 현민이는 명절 때 어른들 사이에서 얘기하는 걸 정말로 즐기더라고요. 오히려 홈스쿨링을 하면서 사회성이 자란 거죠.”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 부자 모두 빠르게 대답하는 걸로 보아, 홈스쿨링의 모든 부분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하지만 결핍점을 알고 있기에 채울 줄도 아는 두 사람이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교과목을 학습할 기회가 줄어든 건 사실이에요. 대표적으로 과학이요. 학교에는 실험과 같은 지속적인 가르침이 있어서 억지로라도 공부할 수 있지만, 집에서 하는 과학 공부는 진입 장벽이 꽤 높아요. 아버지가 가르쳐주시긴 했는데 전문가는 아니니까. 그 외에 체육 교과목도 혼자 할 수 없지만 그건 홈스쿨러 공동체에서 극복했어요.”

아들의 대답을 들은 아빠도 곧장 답했다.

“제가 생각하는 결핍은 부당한 대우를 당해볼 기회가 없다는 것. 정의는 절대 공짜로 오는 게 아닌데 우리 애들은 부당한 대우를 거의 못 받아봐서 잘 모를 거예요. 깨어 있어야 한다고 늘 말해준다지만 실제로 경험하지 않는 한 실감이 안 나겠죠.”

김용성 씨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줄곧 핀잔을 준다. “나는 너를 서울대까지 공부시켰는데 너는 왜 아들 공부를 안 시키느냐”고. 그럼에도 흔들림 없는 아빠 김용성이다.

“제 부모님의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예요. 요즘 기준으로 하면 초저학력자 집에서 대학 졸업한 아들이 나온 거니까, 대학 졸업한 아버지 밑에서 중퇴자가 나와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나요? 고학력자 부모가 가진 스트레스 중 하나가 ‘왜 내 아이는 내가 다닌 학교에 못 들어가지’래요. 그건 아이까지 괴롭게 할 텐데…. 그러면 되는 거죠.”(웃음)
 

03
여섯 살, 두 살 아이의 홈스쿨링
“아이도 엄마도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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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는 집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서툰 글씨체가 적힌 종잇장이 벽면 곳곳에 붙어 있고, 그림책들은 바닥에 널려 있다. 어린아이들을 둔 가정이니 그럴 만도 하다. 더욱이 집이 곧 유치원이고 어린이집인 지에스더 씨네다.

지에스더 씨의 하루는 여섯 살 아들, 두 살 딸과 함께 흐른다. 초등특수교사인 그는 지난해 둘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내면서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이면 일터로 가던 엄마가 이제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 첫아이가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했다. 이전에도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종종 얘기하던 아이였다. 그러나 이번엔 말하는 눈빛과 말투부터 달랐다. 결연하다 못해 훨씬 큰 아이처럼 얘기했다. 단순히 넘길 상황이 아님을 직감했다.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길 바라왔지만 정작 언제 행복한지 깊게 알아채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이는 적응할 게 너무 많은 낯선 환경에서 겨우 버티고 있었다.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홈스쿨링을 결심한 계기다.

같이 보내는 모든 시간이 아이에겐 배움이고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아이의 생활습관을 길러주는 것, ‘집안일’은 가정에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방법인 것 같았다. 홈스쿨링 전에도 집안일을 할 때 아이를 자주 참여시켰다. 언젠가 아이가 건강하게 독립할 수 있도록 키우려는 마음이다.

“어릴 때부터 혼자 할 줄 알아야 해요. 여섯 살 하민이는 밥도 할 줄 알고 빵도 만들고 청소기도 돌릴 줄 알아요. 분리수거도 하고요. 그걸 가르쳤으니까. 과정을 하나하나 아주 세부적으로 나눠서 계속 연습을 시켰어요. 이야기나 게임처럼 바꿔서 반복 연습을 시키는 거예요. 곧잘 따라오더라고요.”

오빠를 보고 자란 딸 지민이는 만 두 살도 채 안 됐지만 정리정돈을 할 줄 안다. 일종의 관찰학습 효과다. 예를 들어 블록 통을 앞에 놓아주면 아이는 블록을 집어 그 안에 넣는다. ‘놀이’라고 여기는지 끊임없이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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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독서’ 가르치는 홈스쿨링?

두 번째로 중요한 건 ‘독서’다. 독서량과 관계없이 책을 읽는 데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하민이가 13개월 때부터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는데 홈스쿨링을 하면서는 매주 한 번 ‘도서관 가는 날’을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은 중고서점에도 간다. 더 이상 읽지 않는 책을 기부하는 동시에 아이에게 돈 만원을 쥐여 주며 책을 사게끔 한다. 책 사는 과정을 자연스레 익히게 하기 위함이다.

“아이를 관찰해보면 뭘 좋아하는지 눈에 잡혀요. 하민이 같은 경우는 공룡이거든요. 요샌 인터넷이 잘돼 있어서 공룡 관련 책을 찾으면 금방 나와요. 블로그를 잘하는 엄마들이 주제별로 정리도 잘해두셨더라고요. 그 책들을 골라서 하민이에게 매일 읽어줘요. 나중에 학교에 갔을 때 선생님 말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기도 해요.”

책을 끊임없이 읽어준 덕일까. 하민이는 글자를 배운 적이 없음에도 웬만한 한글은 읽을 줄 알고 최근엔 쓰는 연습에도 한창이다. 하민이 엄마는 이날 아침, ‘엄마 사랑해요’라고 삐뚤빼뚤하게 적은 쪽지에 코끝이 시렸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되기 전에 한글을 떼는 게 흔한 일이다. 영어는 물론이고 한문까지 배우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 하민이는 사교육 대신 ‘엄마표 영어’를 배우는 중이다. 알파벳을 능숙하게 적는다거나 영어를 유창하게 발음하는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언젠가 혼자서 외국에 나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그저 영어에 거부감이 들지 않으면 된다.

“처음에는 영어 동요를 자주 틀어줬어요. 잠자기 전엔 영어책 한 권을 읽어줬고요. 애가 제대로 앉아서 듣지 않았는데 ‘자꾸 읽어주면 언젠가는 듣겠지’ 하면서 지난 게 6년이에요. 지금은 자기 전에 엄마가 영어책 읽어주는 걸 당연하게 여겨요.”

아이의 행복을 위해 홈스쿨링을 결정했다지만, 미취학아동 둘과 온종일 붙어 있기란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쉽지 않다. 아이가 말을 너무 안 듣는다 싶으면 평정심을 잃을 때도 있다.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했다.

“화나면 우선 쉬어요.(웃음) 대자로 누워서 뻗어버려요. 그렇게 잠시 있다가 애들을 데리고 나가요. 카페든 어디든. 감정 조절을 하는 연습이랄까. 교육현장에 다시 돌아가도 웬만한 것에는 화도 안 올라올 것 같아요.”(웃음)

남편과 친정 부모님, 시댁 부모님 모두 그의 육아철학을 지지하면서도 우려를 표한 게 있다면 ‘사회성’이다. ‘사회성이 좋다’는 의미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헤아리는 것이라면 하민이는 충분한 사회성을 갖췄다고 했다.

“엄마랑 단둘이 외딴 곳에서 살면 (사회성이) 문제가 돼요. 근데 아니니까. 하민이는 처음 본 사람들이랑 말도 잘하고 동생한테 양보도 잘하고 잘 놀아줘요. 교회 친구들과도 자주 어울리고요. 유치원에 가야만 사회성을 기른다? 글쎄요, 아이가 가정에서 완전히 이해받았다고 느낄 때 사회성이 자라는 것 같아요.”

홈스쿨링을 한 지 2년이 되어간다. 아이들은 그새 컸고 엄마는 단단해졌다.

“저는 사실 다른 사람 눈치를 너무 많이 보고 소신 있게 무언가 밀고 나가는 걸 두려워하던 사람이에요. 근데 두 아이가 자라는 걸 보면서 저도 같이 성장해버렸어요. 안에 박혀 있던 강단, 얘들이 그걸 꺼내줬어요. 그리고 빛내주네요. 아휴, 눈물이….”
 

part 2
아동청소년 전문가가 바라본 홈스쿨링
자녀교육에 정답은 없다. ‘학교’와 ‘홈스쿨링’ 중 무엇이 맞는다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다. 전문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서울아동청소년상담센터(이하 ‘센터’) 이영민 소장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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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러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체감하나. 이전보다 적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 분위기가 학교를 가는 것만이 교육과정이라 생각하지 않게 됐다. 실제로 과거엔 학교 가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었지만 이제는 다양하지 않은가.

학교 가는 것만이 방법이 아니라고 여기는 배경은. 일단 교육과정도 대학입시 방식도 다양해져서다. 예를 들어 수능을 볼 때 내신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면 내신을 포기하고 수능체제 중심으로만 공부하겠다는 애들에겐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게 편할 수도 있다. 공부 좀 한다는 애들 중에 그런 선택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부모들의 인식 변화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그렇다. 부모 또한 학교가 아이들이 꼭 거쳐야만 하는 코스는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홈스쿨링을 바라보는 시각도 예전과 달라졌다.

홈스쿨링을 결정하는 배경으로 학습방식, 교우 관계 등이 다수 꼽힌다. 센터를 찾는 아이들 중 이러한 고민을 안은 경우가 많은지. 초등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학교 거부증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자꾸 반복돼 중학교까지 이어지면 실제로 등교를 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해진다. 그건 학교 부적응이다. 학업 형태, 또래 관계, 선생님과의 관계가 가장 큰 원인이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친구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데 이때 본인이 생각했던 것만큼 관계 유지가 안 되면 학교를 거부한다. 고등학생의 경우 친구 관계보다는 학업 문제가 더 크다.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건 기질적인 부분인가. 갖고 태어난 성향이 좀 짙은 아이들이 있다. 최근엔 더 많아진 느낌도 든다.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방향이 정서적, 사회적인 것보다 지적인 데 치우친 결과다. 공부를 너무 일찍 시켜서 그런 것 같다.

아이들의 성장에서 ‘학교생활’과 ‘홈스쿨링’의 장단점이 궁금하다. 학교생활은 아이가 사회를 준비하는 1차적 경험이라는 게 장점이다. 그 안에 사회적 규율이 있고 그걸 어느 정도 따르는 걸 배우는 거니까. 단점은 일괄적이라는 것. 특히 우리나라는 아이들의 개성이 무시되는 부분이 크다. 반면에 홈스쿨링은 자유롭다. 아이의 선택, 책임이 훨씬 부각되면서 개인이 더욱 존중받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회라는 구조 안에서 살아가는 훈련은 부족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는 외로움이 단점이다. 홈스쿨링을 선택한 많은 아이들이 결국 혼자 겪는 게 힘들다고 호소한다.

홈스쿨러 공동체나 커뮤니티를 통해 채울 수 있지 않나. 그렇게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주변에 홈스쿨러들이 많아서 같은 방향을 고민하면 다행인데 지역마다 형성되는 게 쉽지 않을 거다.

일종의 ‘사회성 결여’라고 볼 수 있다. 사회성이 좋다는 건 사회적 관계 능력을 기본적으로 잘 가지고 있다는 거다.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부분을 이해하고. 그렇다고 사회성 좋은 아이들은 친구 숫자가 많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남들이 봤을 때 친구가 없는 듯해도 당사자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아니라면 상관없다.

홈스쿨링을 하면 아이가 부모 혹은 어른과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데 괜찮나. 또래한테 너무 상처를 받은 아이들, 관계 형성에 실패한 아이들은 아이든 어른이든 상관없이 누군가를 통해서 지지를 받는 게 도움이 된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관계를 맺는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 어른도 부모가 아닌 또 다른 어른, 이웃이 될 수도 있고 멘토 같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홈스쿨러 아이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울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들의 자율성을 길러주는 건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아이더러 모든 걸 결정하라는 건 어렵다. 어른도 자기 의지대로 자율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홈스쿨링을 잘하려면 정확한 이해는 물론이고 가이드 역할을 해줄 어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이한테 맡길 부분이 아니다. 홈스쿨링은 말 그대로 ‘홈(Home)’이 중요하다. 가족들이 함께 나름의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서 규칙적으로 아이에게 잘 가이드를 시키느냐의 문제다.

어떤 성향의 아이들이 홈스쿨링을 해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자기 결정이 강한 아이들, 학교에서 선생님이 무조건 하라고 했을 때 정말 싫어하는 애들이다. 그런 애들은 유난히 자기 의견이 존중받길 바라고 제 생각대로 하려는 경향이 세다. 홈스쿨링 장점과 맞물리는 부분이다. 다만 아이가 홈스쿨링과 맞아도 부모가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의미가 없다. 학교가 해줄 걸 집에서 하는 셈이니, 홈스쿨링에 대한 부모의 이해도를 절대 간과하지 말라.

결국 부모의 몫이다. 홈스쿨링이지 않나. 신애라 씨네를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안 하면 홈스쿨링은 힘들다. 다만 고등학생 중엔 학업을 본인 방식대로 하고 싶다고 홈스쿨링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애들은 서포트할 수 있는 시스템만 지원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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