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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 시대 거스르는 공감 육아

2019-05-21 13:29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김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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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이에게 건네는 말을 떠올려보자. ‘안 돼’ ‘공부해’를 빼고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엄마가 얼마나 될까? ‘이수 엄마’ 김나윤 씨는 다르다.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라는 말을 더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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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나윤 씨가 이수와 함께 이불을 뒤집어쓰고 일출을 보고 있다.
2) 김나윤 씨와 네 명의 아이들.
3) 지붕 위에서 아이들과 함께 봉싸움을 하는 김나윤 씨.
4) 전이수 작품 <떠오르는 꽃>. 이수는 “넘실거리는 파도가 모두의 아픔, 슬픔을 삼키고 새로이 피는 사랑은 꽃이 돼 다시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5)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전이수가 그린 <올챙이떼>. 형, 누나들을 떠올리며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올챙이를 한 마리씩 그렸다. 이수는 이 그림을 세월호 유가족에게 선물했다.

아이들은 누구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그런데 전이수는 그런 또래 친구들과 조금 다르다. 큰 캔버스에 선을 하나하나 넣더니 서로 얼굴을 부비고 있는 사자와 사슴이 완성됐다. 그림 제목을 묻자 “사랑”이란다. 어째서 ‘사랑’이라고 붙였을까?

“원래 사자는 사슴을 잡아먹어. 이 그림은 불가능한 거야. 사랑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아.”

이수는 감수성과 생각이 남다른 아이다. 조그만 머리와 가슴에 품은 걸 풀어놓은 글이나 그림을 보면 놀랍기까지 하다. 그걸 정리해서 낸 동화책이 세 권, 그림 에세이집도 한 권 있다. <꼬마악어 타코> <걸어가는 늑대들> <새로운 가족>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 이제 열한 살인데 베테랑 작가가 됐다. 이수는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후 꾸준히 작품을 내놓고 전시도 열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럼 이수는 어떻게 자라서 이런 재미난 생각을 쏟아낼까? 이수 엄마 김나윤 씨는 그가 낸 책 제목처럼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라는 말이 영향을 줬을 것” 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는 공감하는 마음이 담겼다. 나윤 씨는 아이 시선으로 아이 마음을 헤아린다.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기만 해도 스스로 자란다고 믿는다.

“아이는 마음을 알아주지 않으면 입을 닫아요. 말을 안 하고 등을 돌리죠. 그러면 엄마는 속이 터져서 말 좀 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아이가 성질이 못돼서 엄마가 소리를 지르는 거라고 원인을 돌려요. 그럼 아이는 ‘나는 못난 아이야’라고 생각하고 자존감이 낮아지죠. 저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슬퍼 보이면 먼저 물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이수의 막냇동생 유담이에게 마음 상하는 일이 있어 보인다. 그러면 엄마가 먼저 다가가서 “유담아! 너 눈빛이 슬퍼 보이는데 엄마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걸까?” 하고 묻는다. 아이는 조금씩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들어보면 엄마가 듣기에 별 게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에게는 마음이 상할 만큼 큰일이다. 아이 마음이 상했을 때 나윤 씨는 오히려 더 호들갑을 떤다.

“진짜? 뭐 그런 게 다 있어. 진짜 나빠, 정말 나빠. 나라도 화날 것 같아.”

그러면 아이는 오히려 엄마를 달랜다. “엄마 괜찮아. 내가 마음이 넓으니까 참을 수 있어.” 엄마의 폭풍 리액션이 유담이를 마음 넓은 아이로 만든다.
 

마음만 보듬어도 아이는 스스로 답을 찾는다

나윤 씨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이수와 우태는 대안학교를 다니다가 각각 3학년,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선택했다. ‘나윤 씨 학교’는 오전 9시면 수업을 시작한다. 한자, 산수처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부부터 영상 보기, 책 읽기, 그림 그리기 같은 수업도 있다. 수업 내용은 이수가 스스로 찾는다. 엄마에게 “그림 창작을 하자” “우리 수학여행은 어떻게 하지?” 식이다. 이수는 엄마와 함께 공부하면서 궁금한 걸 배우고 어떻게 표현하는지 스스로 알아낸다. 이것이 지금의 꼬마 동화작가 전이수를 만든 힘이 아닐까.

늘 배우고 싶고 궁금한 게 많으니 공부가 재미있다. 친척 형이 공부가 힘들다는 말을 듣고 이수가 “왜 공부가 힘들어?”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친척 형과 이수의 공부에 대한 개념이 달라서이기도 하지만 이수에게는 공부가 그만큼 즐거운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윤 씨가 이런 가치관을 가진 데는 이유가 있다. 어릴 때 엄마가 마음을 너무 몰라줘서 슬펐던 기억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그럴 때마다 나중에 엄마가 되면 아이들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는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아이의 눈빛만 봐도 어떤 기분인지 안다.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어른들이 아이 마음을 모르고 오해할 때 참 속상하다. 버릇없다, 안 된다는 말로 아이 마음에 상처 주지 말고 왜 그런지 이유를 찾으면 아이들은 저절로 자기만의 답을 낸다.

아이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엄마 권위를 지키는 것이다. 권위의식과 권위는 다르다. 그가 말하는 권위는 엄마를 향한 아이의 신뢰다. 나윤 씨도 권위의식을 버리는 게 쉽지 않다. 사람이 변하려면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한다는 말처럼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스스로 다스리면서 고치려 노력한다.

“권위를 버리고 아이와 친구가 되면 엄마는 나약해져요. 권위 없는 엄마는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어요. 아이들에게 믿음을 주려면 한결같아야 해요. 저는 아이들 앞에서 한 말은 무조건 지켜요. 부모와 자식 사이에 신뢰가 있어야 아이가 믿고 자라요. 그러는 과정에서 집안 질서도 유지되더라고요.”

나윤 씨네 집도 여느 집처럼 바람 잘 날이 없긴 마찬가지다. 나윤 씨는 이수, 우태, 유정, 유담이 네 아이를 둔 엄마다. 셋째 유정이는 공개 입양한 아이인데 지적장애가 있다. 나윤 씨는 결혼 전부터 입양에 관심이 많았다. 장애가 있는 유정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데는 유정이를 보듬어서 행복하게 살게 하고 마음이 컸다. 아이들을 위한 마음도 있다. 유정이가 가족에서 차지하는 비율만큼 지구상에는 장애인이 있고 그 사람들과 서로 배려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걸 아이들이 배우길 바란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다르게 아이들은 혼란에 빠졌다. 아이들이 새로운 형제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다툼이 생기고 고성이 오갔다.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1년 정도 아이들을 힘들게 했다는 죄책감이 컸다. 아침에 일어나서 괴로워하고 울면서 잠드는 날이 많았다. 아이들이 유정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진행 중이다. 인터뷰 전날에도 유정이가 유담이 허벅지에 뜨거운 차를 쏟아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수는 유정이와 가족이 되는 과정을 동화책으로 썼다. 세 번째 동화책 <새로운 가족>이다. 이수는 책의 말미에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많은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사랑이다”라고 썼다. 바람은 계속 불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뜻을 따라가는 것 같다.

“제가 생각하는 교육은 아이가 바른 마음을 갖도록 인도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측은지심을 갖고 컸으면 좋겠어요. 착한 마음이 남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라면, 측은지심은 길을 가다가 마음이 안 돼서 저절로 돌아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생각하고 자라면 더 바랄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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