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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죽을 권리

2019-04-09 18:49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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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제도, 일명 존엄사법을 시행한 지 1년이 지났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사전의향서’)를 작성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2월 말 기준으로 11만 명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부부가 나란히 사전의향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6년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2014년 5월 자택에서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응급실로 실려간 뒤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긴 이 회장은 심장혈관을 넓히는 수술을 받고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이 회장은 주로 병상에 누워 지내며 자가호흡을 하고 있고, 의식은 없지만 자극이나 소리에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재벌 회장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6년 한 해 우리나라 총사망자는 28만 명이었고, 이 중 75%인 21만 명은 병원에서 사망했다.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의학적으로 소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도 생명 연장을 위한 다양한 시술과 처치를 받으면서 삶의 마지막 시간을 채운다.

2016년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단계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고, 2018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된 데는 일명 김 할머니 사건이 있었다.

76세의 김 할머니는 폐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진행하던 중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할머니는 인공호흡기 등 생명 연장 장치에 의존해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가족들은 평소 할머니의 뜻을 전하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병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족들은 연명치료 중단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진입했고,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해당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후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됐다. 2013년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논의하고, 법 제정이 이루어졌다.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작년 2월 4일 법 시행 이후 1년 만인 올해 2월 3일까지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3만6224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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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용)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어떻게 작성하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지난 1년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1만5259명이었다. 60세 이상 연령층이 84.6%를 차지했다. 부부가 나란히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작성 가능하다. 자신이 향후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연명의료에 관한 의향을 작성해둘 수 있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연명의료 중단 등을 결정하는 구체적인 항목을 선택할 수 있고, 호스피스 이용 계획도 지정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보건복지부 지정을 받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통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한다. 작성 가능 기관은 전국에 290곳이 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확인할 수 있다. 등록기관을 통해 작성·등록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해야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본인이 직접 작성해야 하므로 신분증 확인이 필요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언제든지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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