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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박사’ 임영주 엄마의 이 말, 득일까? 독일까?

2018-12-12 05:49

취재 : 박지현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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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말이면 다야?”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말이 전부”라고 말한다. 자분자분 할 말은 다했다. 뼈 있는 말도 듣기 편하게 하는 기술이 있었다. 과연 ‘말 박사’다웠다. 엄마들의 필독서 <하루 5분 엄마의 말 습관>을 쓴 그를 만나 말의 씀씀이를 들어봤다.
베스트셀러 <하루 5분, 엄마의 말습관>을 펴낸 임영주 대표가 최근 저서 <이쁘게 말하는 당신이 좋다>를 들고 있다.
‘미운 7살’을 키우는 주부 A씨. 그는 요즘 고민이 있다. 아이의 말대꾸 수위가 날로 높아진다는 것.

“밥 먹으며 TV를 보기에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 ‘엄마도 밥 먹으면서 TV 봤잖아’라고 합니다. 차분하게 ‘어른과 어린이는 달라’라고 하자 ‘엄마도 할머니한텐 어린이잖아’라고 하네요.”

한번 생각해보자. 이럴 땐 어떡할까. 우선 참을 인자를 새겨본다. 그다음엔? 뭐라도 한마디해야 할 것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 게 좋을까. 임 대표의 답은 명쾌했다.

“우선 밥 먹으면서 TV를 튼 게 잘못이죠. 아이가 그러지 않길 바란다면 엄마도 그래선 안 되겠죠?(웃음) 그 말을 ‘말대꾸’로 여기지 마세요. 그러는 순간 휘말려서 결국 ‘어디서 어른한테 따박따박’이란 말이 나올 거예요. 아이는 그저 그렇게 생각한 것이고, 대답했을 뿐입니다. ‘엄마가 그랬어? 습관이 됐나 보다. 앞으론 엄마도 그러지 않을게’라고 해보세요.”

아이 앞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말, 부모로서 위신이 떨어지진 않을까. 그는 “외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이 받아들여졌다는 데서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엄마를 존중하고 사랑한다. 그 믿음을 버리지 말아야 ‘고운 말’이 오갈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 앞에선 혼잣말도 주의해야

20년 이상 대학에서 언어 교육과 아동문학을 가르쳤다. 말과 자녀 교육, 아동문학 등 저서만도 약 30권. 임 대표는 부모교육연구소를 운영하며 다양한 부모들의 고민 상담도 해오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각기 다른 고민을 갖고 있다. 뿌리에는 전부 ‘말’이 있더란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일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거기엔 그 사람이 한 말이 남아 있죠. 수많은 부모를 만나며 상담을 해요. 부모와 자녀, 부부 사이, 고부간, 갈등 사례는 각양각색이지만 그걸 흔들어 섞어보면 결국 앙금에는 말이 있어요.”

‘말이 전부’라 주장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잘 말하는 방법은? 이는 결코 ‘내용’만의 문제는 아니다. 들어보면 구구절절 다 맞는 얘기인데, 납득은커녕 묘하게 기분 나쁜 경우가 있다. 바로 말투와 표정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 때문이다. 임 대표는 “같은 말이라도 ‘왜?’ ‘왜에~’ ‘왜!’는 천지 차이”라면서 “말과 동반되는 눈빛과 손짓이 그만큼 중요한데, 부드러운 경우 ‘눈길’ ‘손길’이지만, 째려보는 건 ‘눈독’, 낚아채는 건 ‘손독’이라 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고 말한다.

부드러운 손길, 눈길과 말투를 갖췄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엄마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가 있단다. 아이에게 하는 말만 신경 쓴다는 것.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는데, 아이는 자기에게 하는 말뿐만 아니라 엄마의 혼잣말, 부부간의 대화, 이웃과의 대화를 모두 듣고 성장해요. 습관처럼 뱉는 한숨도 모두 듣고 자랍니다. 정신의학자 엘미게이스의 ‘분노의 침전물’ 실험에서 한숨만으로 생쥐가 죽잖아요. 피톤치드 북유럽 가구로 아무리 아이 방을 꾸며도 한숨 한 번 쉬면 소용없는 겁니다. 한숨은 ‘숨결’이 아니라 ‘숨독’인 거죠. 한숨이 나오면 조용히 화장실로 가서 내뱉고, 변기물을 내리세요.(웃음)”
 

아이에게 한 말, 20년 후 부메랑 돼 돌아온다

결국 ‘고운 말’을 하려면 선행해야 하는 게 있다. 스스로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 말을 담고 있는 그릇, 결국 ‘나’를 먼저 다스려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

“아이와 대화를 잘하려면 우선 부부간 대화가 잘돼야 하고, 그러려면 나를 먼저 돌봐야 하죠. 아이를 잘 키우려면 자기계발이 먼저라는 거예요. 아이가 ‘엄마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세요. ‘애들 앞에서 엄마가 책을 읽으면 아이도 자연스레 책을 읽는대서 매일같이 독서를 했는데, 왜 우리 애는 책을 안 볼까요?’라는 엄마들 있어요. 엄마 아빠가 독서광이라도 아이는 책을 싫어할 수 있어요. 육아책을 대각선으로 읽어도 문제이지만, 꼼꼼하게 공식처럼 외워도 문제예요. 일류 셰프의 레시피대로 했는데, 왜 그 맛이 안 나지? 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아이를 하나의 개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부터 가져보세요.”

임 대표가 강연할 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지금 3살 아이가, 영원히 3살로 남아 있지 않는다는 것.

“아이가 스무 살이 돼서 3살 때 엄마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들려준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아이에게 하는 말 하나하나 신경 쓸 수밖에 없어요. ‘힘들어 죽겠다’는 엄마의 혼잣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나중에 그 말을 그대로 합니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머지않아 나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인 거예요.”
 
 

 
아이와 대화, 이럴 땐 어떻게?

Q 한창 입시 시즌이에요. 예민한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걸면 좋을까요?
아이가 먼저 말을 걸어오도록 하는 게 좋아요. ‘우리 애는 워낙 말이 없는데요?’ 하신다면, ‘비언어적 요소’로 먼저 말을 걸어보세요. 말로써 채근하지 말고요. 엄마는 필요하면 언제든 들어줄 수 있다, 고민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예요.

Q <하루 5분 엄마의 말 습관>에서 예시로 제시한 대화법이 대부분 아이 감정을 공감해주고, ‘네 생각은 어때?’라고 의견을 구하는 방식인데요. 항상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면 강박관념이 생기지 않을까요?
열린 질문을 할 때는 조건이 있어요. 아이가 기분 좋거나 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해요. 엄한 말투로 ‘그럼 앞으로 어떡할 건데?!’라고 하면 아이가 답을 할 수 없죠? 엄마가 이미 답을 쥐고 아이 의견을 물어서도 안 돼요. 시쳇말로 엄마가 ‘답정너’로 나오면, 아이는 의견을 말하고 싶지 않을 거예요.

Q 아이가 말하는 중간에 판단하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건 네가 잘못했네’ 식으로요. ‘정말 잘했네’와 같은 긍정 판단도 안 좋은가요?
기본적으로 말허리를 자르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아이 말을 끝까지 듣는 게 중요해요. 아무리 긍정적인 것이라도 ‘판단’이라는 건 옳고 그름을 엄마 잣대로 정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긍정적 판단을 하는 사람은 언젠가 부정적 판단을 할 수 있겠죠. 엄마가 판사가 되려 하지 마세요. 판소리에서 고수가 되시고, 아이가 명창이 되도록 끝까지 들어주세요. ‘긍정 판단’이 아닌 ‘긍정 추임새’ 정도로 수정하면 좋겠어요.

Q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존댓말을 쓰도록 하는 건 어떨까요?
존댓말은 문법적으로 어려운 말이고 우리말만의 고유성이기도 하죠. <아이의 뇌를 깨우는 존댓말>에서도 썼지만, ‘요’만 붙인다고 다 존댓말이 아니거든요. 도끼눈을 뜨고 ‘엄마가 하지 말랬지요!’라고 하는 건 존댓말이 아니에요. 말의 형태에 인품이 따라 붙어야 해요. 아이가 멀리 있다가 가까이 다가와서 ‘엄마~’라고 부르는 것. 저는 그것도 존댓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엄마 아빠의 철학이 그렇다면, 권장해요. 중요한 건 ‘아이에게 존댓말을 쓰라고 하는 의도가 뭔지’예요.

Q 책에 다양한 사례와 대응법이 나와 있지만 이걸 끼고 다닐 순 없잖아요. ‘급할 때는 이것 하나만 기억해라’ 하는 게 있다면요?
흔히 ‘호흡(呼吸)’이라고 하잖아요. 내쉴 호, 들이마실 흡인데, 저는 ‘흡호’ 하라고 해요. 아이와 대화할 때 먼저 들이마시고, 뱉으세요. 생각하고 말하면 실수가 없습니다. 그걸 깊게 하면 복식호흡이 돼요. 화가 날 땐 한번 삭일 수 있죠. 기쁠 때도 마찬가지예요. 한번 해보세요. 기쁜 소식이 있을 때 ‘흡’ 하면, 감탄사가 나옵니다. 칭찬할 때는 상대를 주어로 하는 ‘네 덕분에’와 같은 ‘You-message’를 쓰고요, 화가 날 때는 ‘내 생각에는’이라는 ‘I-message’를 쓴다는 거예요. 보통은 화가 날 때 ‘너 때문에 못살아’ 같은 You-message가 나오게 마련인데, 이것만 기억해도 상황에 따라 예쁜 말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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