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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대로 꿈 펼친 당찬 아이들

정해진 틀이 싫었어요

2016-10-14 09:52

글 : 임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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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초등학교는 6년 동안 공부를 해야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해 수능을 봐서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야구는 남자만 할 수 있는 운동일까. 학교 교육이라는 정해진 틀에 반기를 들고 본인의 소신대로 꿈을 펼치는 당찬 젊은이들을 만났다.
수능 대신 세계일주 떠난
발칙한 고3
박웅
 
수학능력시험을 2주 앞두고 학교를 그만뒀다.
두 달 뒤에는 호주로 떠나 시급 24호주달러를 받는 외국인 노동자 신분이 됐다.
그로부터 1년여 후, 통장 잔고가 1천9백만원이 됐을 때 세계일주에 나섰다.
호주, 아메리카,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24개국을 도는 702일간의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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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자신감과 밝고 긍정적인 기운은 여행이 누구에게나 주는 공평한 선물이다. 긴 시간 혼자 넓은 세계를 만나고 돌아온 박웅 군 역시 여행자 특유의 밝은 기운을 가지고 인터뷰 장소에 왔다.

긴 여행이 끝나자마자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여행에세이 <수능대신 세계일주>가 세상에 나왔고, 본인의 여행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기저기 강연 자리에도 선다. 그는 요즘 태어나 처음 접해보는 경험들로 즐거워하는 중이다. 인터뷰를 해본 적은 있지만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 온 것은 처음이라며 재미있어하는 모습에서 갓 세상에 발을 내디딘 청년 특유의 건강함이 느껴진다.
“어제 숭실대학교에서 강연이 있었어요. 저는 대학에 안 갔으니까 캠퍼스란 게 신기하고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각자 자기 인생이 있으니까 서로 부럽고 뭐고 할 필요는 없는데, 신기했어요. 청춘의 기운도 느껴지고요.”

또래 친구들처럼 대학생도, 본격적인 사회인도 아닌 그이지만 이렇게 본인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채워가는 일상이 나쁘지 않다.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가 못 겪어본 이야기를 나눈다. 박 군은 쿠바, 아르헨티나, 멕시코 이야기를 하고 친구들은 대학생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가 신기해하는 풍경. 서로 접점은 없지만 각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 수능 2주 전, 자퇴 결심
수능 2주 전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특별하게 여겨질 이 일이 박웅 군과 그의 부모님에겐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외동아들인 박 군은 기본적으로 본인이 할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었다. 어려서부터 앞가림을 잘하는 스타일이라 기본적으로 부모와 자식 간에 신뢰가 있었다고 한다.

“부모님 설득은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반대가 없어서 설득할 일도 없었어요. 제가 스스로 한 결정이고 부모님은 옆에서 지켜보셨죠. 제 스토리를 듣고 금수저라는 비난과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정말 평범한 분들이세요.”

다만 박 군의 어머니가 보통의 엄마들과 다른 지점은 있었던 것 같다. 평소에는 굉장히 알뜰한 주부인데, 책 사는 돈은 아끼지 말라고 하는 분이셨다고 한다. 영혼이 살찌는 행위이니 책은 꼭 사서 읽고, 유명 뮤지션의 내한공연이나 좋은 오페라 공연 등은 비싸도 꼭 직접 가서 보라고 가르쳤다. 이런 어머니의 태도가 박 군에게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쳤다.

그의 스토리가 알려지자 돈뭉치를 들고 떠난 부잣집 금수저 아들의 여행일 것이라는 반응이 꽤 있었다고 한다. 박 군은 세계여행 경비를 위해서 전 세계에서 비정규직의 시급이 가장 높은 호주를 목표로 정했고, 호주로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서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로 종잣돈을 만들었다.

평범하게 자란 박 군이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방송국에서 진행한 토론 배틀에 참가해서 상금 300만원을 받았던 일은 특별한 에피소드다. 상금을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었던 박 군은 그 돈으로 혼자 9박 10일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첫 해외여행이었어요. 영화 <러브레터>를 인상적으로 봤을 때라서 오타루로 목적지를 정했어요. 고등학교 때 떠난 그 여행이 제 인생에서 유일하게 돈을 안 아낀 여행이었어요. 먹고 싶은 거 사서 먹어보고, 호텔에서도 자보고, 관광 느낌으로요.”(웃음)
 
# 호주 어학연수 그리고 세계일주
일본 여행을 통해 혼자 힘으로 여행하는 기분을 알게 된 박 군은 그렇게 혼자만의 호주생활을 만들었다. 최저임금이 높아서 선택하게 된 호주에서 정말 ‘빡센’ 시간을 보냈다. 아무런 경력도 재주도 없던 열아홉 살 청춘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루 종일 청소를 했다. 9개월 동안 매일 새벽 4시부터 일을 시작해야 했는데, 호주 북부 카카두 국립공원에서는 하루에 14시간씩 일을 할 때도 있었단다. 청소부 생활 1년여 만에 그는 1천9백만원을 모았다.

“요즘은 여행 자체가 보편화된 것 같긴 해요. 페루에 가면 ‘꽃청춘 왔다 갔습니다’라는 한글 팻말이 많이 있어요.”(웃음)

24개국을 돌고 온 여행자답게, 여행 주제로 넘어오니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702일 동안의 시간은 그렇게 가슴속에 살아 있고, 그 구체적인 에피소드와 이야기들은 <수능대신 세계일주>라는 그의 첫 책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책을 낸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렇게 들뜨지 않으려고 해요. 부모님께서 특히 기뻐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책 나온다고 해서 인생 바뀌는 거 하나 없다고 초를 쳐요.”(웃음)

박 군은 여행을 다니는 동안 본인의 여행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를 눈여겨본 출판사들이 책을 내자고 제안했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6개월 동안 본격적으로 원고 작업에 들어갔다.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골랐다.

“저는 수십 개국을 다녔는데, 어머니는 한 번도 해외에 안 가보셨어요. 책 인세가 나왔거든요. 그 돈으로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갈 계획이에요. 연말쯤 계획을 잡고 있어요. 그게 가장 돈을 잘 쓰는 방법 같더라고요.”
 
# 여행이 남긴 것은…
“고등학교 때 영화를 정말 사랑했어요. 그래서 영화로 밥을 벌어먹으면서 살고 싶었어요. 지금도 영화를 좋아하는데 오늘의 저는 <수능대신 세계일주>가 중심인 삶을 살고 있어요.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요, 확실한 것은 없다는 거예요. 앞일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어요. 평균수명이 80이라고 봤을 때 제가 지금 22살이니 60년 가까이 남은 거거든요.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 <수능대신 세계일주>를 버려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다는 거였어요. 여기에 너무 얽매여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박 군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바로 진짜 대학에 안 갈 거냐는 것이다. 박 군은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현명한 답일 것 같단다. 이것 역시 여행으로 얻은 지혜 중 하나다. 여행을 통해 넓은 세상을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미래는 불확실하다는 것이 가장 확실한 것임을 크게 느꼈다. 세계를 한 바퀴 돌고 한국에 와 있지만, 도전하는 젊은 청년의 머리와 가슴은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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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공인회계사 합격한
조만석
 
초등학교 4년이 정규학력의 전부인 10대가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18세인 조만석 씨는 초등학교를 2번의 월반으로 4년 만에 졸업하고 중·고교 과정은 검정고시로 마쳤다.
2011년부터 경영학 독학사를 시작해 2014년 경영학 학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2년 6개월 만에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낸 그의 별난 스토리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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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라는 어린 나이에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조만석 씨는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초등학교를 두 번 월반해서 4년 만에 졸업하고 중·고등학교는 검정고시로 마친 수재다. 정규교육을 순서대로 거치지 않았지만 15세라는 어린 나이에 자격증을 17개나 땄다.

그중에는 회계 및 세법 관련 실무 자격증도 여럿 있다. 재경관리사, 전산세무1급, 기업회계1급, 세무회계2급 등 회계 및 세법 관련 실무자격증 여러 개를 취득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재미가 붙어서 자금관리사, 파생상품 투자상담사 등 금융 관련 자격증에도 도전했다.

경영학 독학사를 하면서 회계를 처음 접해봤는데, 회계가 참 재미있더란다. 가장 흥미를 끈 것은 세법이었다. 이것이 그가 공인회계사에 도전하게 된 계기다. 2년 6개월 만에 어렵다고 소문난 공인회계사 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했고,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업을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찾을 수 있었다.

효율적인 학습 위해 정규교육 과감히 포기
“초등학교 저학년 때 EBS로 중학교 과정을 공부했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도 저와 같은 생각이셨고요. 처음에는 걱정하셨지만 제 소신을 믿어주셨고, 저 역시도 제 선택을 믿었어요.”

조만석 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초등학교 6학년 수학경시대회에서 동상을 받았다. 일곱 살에는 한자2급 자격을 따고 신문을 읽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중학교 교과과정까지 모두 이해했지만 졸업까지는 4년의 시간이 걸렸다. 두 번 넘게 월반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서, 4년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그의 선택이 옳았지만 학교생활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인지라, 혼자 공부를 하다가 힘들 때는 그냥 제대로 학교를 다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생활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어린 나이에 회사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등 주변 사람들의 진심 어린 조언을 들으면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시간관리도 어렵고, 남들은 그룹스터디로 정보를 공유하는데 혼자 해야 하니 정보력도 많이 떨어졌다. 하나를 이해하는 데 남들보다 시간이 몇 배로 드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해서 알아낼 때의 짜릿함은 혼자 공부하는 자만의 특권이었다. 당연히 기억에도 더 잘 남고, 학습효과는 높았다.

“혼자 하는 공부는 컨디션 관리가 필수예요. 체력과 건강 관리도 할 겸 수영을 하고, 혼자서 쉽게 할 수 있는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매일 했어요. TV로 여행프로그램도 자주 봤는데요, 생계를 걱정하는 친구들을 보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규교육을 벗어나 혼자의 길을 선택한 조 씨는 슬럼프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법도 잘 터득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목표를 위해 자기관리를 하는 것이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부모님은 이런 조만석 씨를 옆에서 지켜보는 든든한 한편이자 지원군이었다. 결혼 후 15년 만에 얻은 외동아들인 조만석 씨는 각별한 애정과 신뢰로 지켜보는 부모님 덕분에 본인의 목표를 위해서 더욱 매진할 수 있었다.
 
목표만 확실하다면 조금 다른 길이라도 OK
“공부는 끝난 게 아니에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영어회화에 집중하려고 해요.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에 편입해서 민법 등 다른 법도 익힐 예정이고, 업무에 필요한 지식이 있다면 또 추가적으로 배울 생각입니다.”

최연소 공인회계사 합격이라는 근사한 타이틀을 얻었지만, 조만석 씨 역시 시험을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과 갈등을 했다. 잘못 선택한 길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많았다. 혼자 공부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해낸 지금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말은,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는 말이다.

“회계사 합격 발표가 났을 때의 기분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제 힘만으로 해내서 더 기뻤죠. 제가 최연소 기록을 세웠는데, 또 누군가가 이 기록을 깨주기를 바랍니다.”

조 씨의 이야기를 통해 목표와 소신만 확실하다면 남들과 같은 길을 걸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남들과 똑같은 속도로 살아가는 것에도 의미가 있겠지만, 본인의 꿈을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목표를 달성해가는 것도 소중한 일이 될 것이다.

조 씨는 어린 나이지만 당당하게 회계법인에 입사하게 됐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됐다. 감사업무를 숙달한 다음 재무자문 쪽으로 영역을 넓혀서 멀티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공부를 하면서 힘들 때가 정말 많았어요. 회계법인에 들어갈 날  만을 기다리면서 참고 견뎌왔습니다. 지금 그 목표를 달성해서 기쁩니다. 기업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서 우리나라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 회계사 합격 발표가
났을 때의 기분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제 힘만으로 해내서
더 기뻤죠. 제가
최연소 기록을 세웠는데,
또 누군가가 이 기록을
깨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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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라 불리는 야구 소녀
김라경
 
부산 기장군에서 국내 최초로 열린 ‘LG후원 WBSC 2016 기장여자야구월드컵’에서 여자야구대표팀의
막내인 김라경 양이 화제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구속 110㎞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 인상적인 모습을 연출해 천재라고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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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매력이요? 멋있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하고. 슬플 때는 슬프고 좋을 때는 좋고. 한 팀의 9명이라는 선수가 마음을 맞춰서 사인도 하고 팀워크를 이루면서 시합을 해나가는 것이 정말 재미있고 멋있는 것 같아요. 이기거나 지더라도 팀워크를 이루면서 하니까 동료애도 생기고,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고요. 야구를 배운다고 기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생관이나 배려심까지 배울 수 있어요.”
앳된 얼굴과는 다르게 터프한 목소리를 가진 김라경 양은 야구의 매력을 말해보라는 주문에 1초의 고민도 없이 대답을 줄줄 이어갔다. 여자 프로야구팀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지만, 그저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스스로 야구인의 삶을 선택한 대찬 고등학생답다.
 
여자가 야구 해서 뭐하냐고?
부산 기장에서 국내 최초로 열린 여자야구월드컵에서 대표팀 소속으로 두드러진 활약을 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김라경 양은 야구계에서 이미 유명인사였다. 프로야구선수인 오빠(김병근, 한화 이글스 소속)를 응원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함께 야구장에 다니다가 본인이 야구의 매력에 푹 빠져 선수생활을 시작했다는 그녀의 스토리가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KBO 리그 경기에서 시구를 한 적도 있다.
“야구장에 가면 그냥 좋았어요. 다섯 살 때 입었던 유니폼을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처음 야구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물론 선수생활을 하는 오빠도 반대를 했어요. 남자가 하기에도 환경이 열악한데, 여자 야구선수가 힘든 것은 빤한 일이니까요.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여자 프로야구팀도 없잖아요.”

워낙에 운동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특히 구기 종목이 그렇게 좋더란다. 오빠가 있어서인지 남자들과 잘 어울렸고, 성격도 남자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남자아이들과 운동장에서 운동을 했는데, 소질이 남달라 여자 축구 감독님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단다.

“저는 야구에만 관심이 있어서 거절했어요.(웃음) 어려서부터 야구장에 자주 가다 보니 오빠들이 기합 소리 내면서 야구 하는 것이 멋져 보이고, 유니폼도 입고 싶었거든요. 야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떼를 써서 시작했어요. 결국 리틀 야구단에 들어가서 야구를 했어요.”

열정과 재능을 겸비했지만 야구선수로서의 삶을 살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여자에게는 위험한 운동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국내에 여자 야구선수로서의 길 자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진로 문제가 심각한 걸림돌이 됐다.

“어릴 때는 ‘만약에 내가 남자였으면, 힘도 더 강했을 테고 멋진 길을 많이 갈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 여자 리그는 없을까, 왜 여자만 무시하는 걸까 생각하면서 화가 난 적도 많았고요. 그런데 또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내가 만약에 남자였다면 이렇게 사람들이 인정해줬을까? 내가 남자였다면 평범한 야구선수였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상심을 하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하지, 고민하던 중에 마침 우리나라에서 세계대회가 열려서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됐다. 라경 양의 개인적인 기록도 잘 나왔고, 최종 성적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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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야구에 이바지하는 사람 되는 것이 목표
“저는 여자가 야구를 해서 뭐하냐는 말이 제일 싫었어요.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운동하고, 공부도 더 열심히 했어요. 제가 승부욕 하나는 있거든요.”

라경 양은 학교에서 유명인사다. 곳곳에 라경 양이 나온 신문이 붙어 있고, 사인도 있다. 학업 성적도 좋다. 지난 시험에서는 1등을 차지했다고 한다. 승부욕이 강한 라경 양은 ‘운동을 하면 공부를 못한다’는 말이 듣기 싫어서 공부도 놓지 않고 있다.

“요즘 시험이 얼마 안 남아서 바빠요. 평일에는 학원에 가요. 주중에 3일 정도는 야구를 하러 가는데 개인 운동을 하고 있어요. 학교 끝나고 야구장에 가서 야구 하고, 학원에 갔다가 밥 먹고 아령 들고 운동하고 자요.”

월드컵을 치르면서 일본 선수들이 부러웠다고 한다. 여자 야구팀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서 부럽더란다. 일본유학을 떠나라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있었지만, 라경 양은 국내에서 본인만의 길을 개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단 가장 가까운 목표는 서울대다.

“저도 야구를 하고 싶고, 제대로 된 환경에서 편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게 만들어줄 환경이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저는 피해자이지만, 앞으로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면 안 되잖아요. 그런 마음에서 진로를 결정한 면도 있어요.”

요즘 라경 양은 SNS를 통해 많은 연락을 받는다. ‘본인도 야구를 하고 싶었는데 못 하다가 라경 선수를 보고 꿈을 키우게 됐다’는 사연이 은근 많단다. 그런 이야기를 접하면 누군가에게 꿈을 가지게 해줬다는 사실에, 야구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제가 생각해도 전 욕심이 많아요. 부모님은 이런 제 성격을 잘 아셔서, 스트레스 받을 바에는 그냥 쉬엄쉬엄 하라고 말씀을 해주세요. 그런데 저는 야구선수라서 공부를 소홀히 했다거나 여자라서 야구를 소홀히 했다는 말을 듣는 것이 싫어요. 무엇보다 제 미래를 위해서라도 모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라경 양은 우리나라 여자 야구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아직 여자 야구의 저변이 시작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 미래의 본인이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정해서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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