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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김태원 부인 이현주의 필리핀 살이 8

한국의 산티아고, 전주 순례길 체험

2013-01-22 15:29

오늘은 저의 신앙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희 가족은 모두 독실한 천주교 신자입니다. 물론 제가 가장 중심에 있지요. 신앙 안에서 인생을 살아가려고 해요. 전주에서 순례길 체험이 있다고 해서 온 가족이 나섰습니다. 산티아고보다 좋은 길이 있다고 하는데 당연히 함께 가야죠.

전동성당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죠. 제 옆에는 태원 씨와 서현이가 있고요. 제 앞에는 저의 정신적인 지주, 이병호 주교님이 서계십니다. 주교님 뒤에는 제가 믿고 의지하는 주님이 계시네요. 우현이는 빠졌지만, 그래서 미안하지만, 이렇게 가족이 나란히 앉아서 경건하게 미사를 드리니 감회가 무척 새롭습니다. 솔직히 무지무지 좋아요. 저는 성당에서 많은 치유를 받거든요. 남편과 딸도 저와 같은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남편과 딸과 저, ‘바오로’와 ‘글라라’와 ‘바울리나라’는 이름으로 나란히 예배를 드립니다. 



아름다운 순례길
‘세계순례대회’라고 들어보셨나요? 전주에 있는 아름다운 순례길을 걷는 행사인데요. 태원 씨와 홍보대사의 인연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전주 교구에서 진행하는 행사인 만큼 저희 가족이 모른 척할 수는 없지요. 한국에 머무는 서현이와 저희 부부가 출동했습니다. 지난여름 우현이와 함께 가려고 계획했던 산티아고행이 물거품이 되어서 순례길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전주에서 기회가 주어졌네요. 

전주의 순례길은 4대 종교가 함께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기독교와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대 종교의 신도들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을 들르면서 각 종교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랍니다. 전주에는 천주교 성지, 절 등 종교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가 많거든요. 각 종교의 지도자들과 함께 순례길을 걸으면서 종교적인 의미도 되짚어보고, 개인적으로는 성찰의 시간도 가질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예요. 천주교 신자인 저는, 제가 평소에 무척 존경하는 주교님께서 마련하신 자리라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참가했습니다. 주교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쉽게 주어지는 시간은 아니니까요. 

순례길의 코스는 숲정이 성지를 출발해서 전주천의 억새와 갈대숲을 지나 풍남문, 전동성당, 한옥마을, 교구청을 거쳐 산길을 올라 치명자산 성지까지 10㎞를 걷는 코스예요. 조용하고 아름다운 전주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네요. 

록 스피릿이 충만한 아티스트 부녀님이 활동을 두려워하는 시간인 오후 2시부터 순례가 시작되었습니다. 걷기도 전부터 이들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지만, 조금 걷기 시작하니 금세 다른 사람들과 페이스를 맞추고 즐거워하네요. 

전주를 걷다
전주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인 것 같아요. 전동성당도 정말 예쁘고, 치명자산 성지는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천국같은 곳이에요. 수도 없이 자주 다녔던 곳인데 주교님, 서현이, 남편 그리고 신도들과 함께 오니 더욱 좋은 것 같아요. 

두 발로 걸으며 보는 전주의 풍경은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절대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걷다 보니까 죄다 눈에 들어오네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정말 사랑스러워서 걸음이 아쉬울 정도예요. 오늘의 목표는 10㎞를 걷는 것입니다. 

걸어서 도착한 전동성당에서 다 같이 예배를 드렸습니다. 치명자산은 주교님이 평소에 산책하시는 오솔길을 걸어서 갔죠.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다리에 근육이 뭉쳐서 한 걸음을 떼는 것도 어려웠지만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이 있네요. 

언덕 두 개를 지나서 만난 치명자산은 정말 감격이었습니다. 그 감격은 말 한마디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던 과정이 있어서 더욱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 땀을 흘리며 도착한 그곳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천주교 성지예요. 주교님께서 치명자산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전주 시내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굉장히 좋네요. 

남편도 생각보다 잘 걷습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국민약골이 어떻게 걸을 수 있겠느냐”고 말을 걸어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남편 은근 체력이 좋아요. 사실 예전에는 요즘보다 체구도 좋고 되게 듬직한 스타일이었거든요.

주교님과의 인연
저희를 진두지휘한 주교님은 정말 인기가 많으세요. 오늘 모인 신도님들이 주교님을 바라보는 눈에서 그야말로 하트가 쏟아집니다. 저 역시 주교님의 왕팬이에요. 태원 씨도 주교님과 코드가 잘 맞는 편이고요. 

필리핀에 있으면 피정 오시는 신부님들을 모시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몇 년 전 주교님께서 필리핀에 오셨는데, 마침 그때는 태원 씨도 필리핀에 머물고 있었어요. 저희 부부와 주교님은 그 자리에서 내리 6시간동안 이야기했습니다. 당시는 저희 가족의 이야기들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는데요. 주교님은 대화를 이끌어가는 달란트를 가지고 계세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술술 나오더라고요. 그런 주교님께서 저희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완전히 감동을 받으셨어요. 그 세월을 어떻게 견뎠느냐며 신기해하시고 재미있어 하셨죠. 저희 역시 주교님과 대화하면서 굉장히 많은 마음의 치유를 경험했고요. 그때를 계기로 주교님과 저희 가족은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주교님은 특히 태원 씨와 잘 통하셨어요. 두 분은 만나면 그렇게 이야기가 끊임이 없어요. 재미있는 건, 그때 남편이 주교님께 저에게도 하지 않았던 말을 많이 했다는 거예요. 제 눈을 보면 다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다고 했다며 닭살 멘트도 곧잘 했대요.

지금은 주교님이 남편과 대화를 많이 나누시지만 사실 저와의 인연이 먼저였죠. 저희가 한때 전주에 살았던 것도 주교님 때문이에요. 주교님이 우현이를 보고 굉장히 안타까워하셨거든요. 좋은 환경에서 지내보라고 권유해주셔서, 우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저는 우현이, 서현이를 데리고 전주에서 살았었습니다. 남편은 그때도 기러기 신세였네요.^^  아무튼 그때 개인적으로는 종교적인 믿음의 깊이가 더해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치료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평화롭지 못한 시간이었어요. 그땐 두 아이들을 데리고 매일 성당에만 다녔어요. 순례길 마지막 코스였던 치명자산 성지는 하루에 두 번도 올라갔던 곳입니다. 바닥에 착 붙어 주님 앞에서 기도를 드렸어요. 아이들도 함께 엎드려서 기도를 하고. 그런 시절도 보냈었죠.

새벽 미사도 매일 드렸어요. 주교님을 만나는 것이 좋아서 완전 열심이었어요. 주교님은 성서를 한 페이지 외워 오는 신도들에게 특별히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는데요. 그렇지 않으면 많은 신도들을 상대할 수가 없으시거든요. 제가 매일 그걸 해냈었어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성서를 외우고 주교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죠. 다른 분들은 개인적인 일로 힘들어서 못 해내는데, 저는 상대적으로 여건이 되었어요. 남편 뒷바라지할 일이 없었잖아요.^^

미사가 7시경이면 끝나는데, 그때 성서를 외우고 주교님과 치명자산 쪽으로 넘어와서 함께 걸으며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거의 매일을 몇 개월 동안 만난 거예요.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귀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잘 아시겠지만, 주교님은 일반 신자가 절대 가까이 할 수 없는 존재거든요. 이현주 특유의 친화력과 애교가 이런 곳에서도 힘을 발휘하는 걸 보고 놀랐답니다. 



필리핀에서 받은 세례
제가 아무리 천주교 신자로 독실한 삶을 살고 있어도, 신앙생활을 남편에게 강요할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본인만의 세계가 너무나 뚜렷한 태원 씨니까 더더욱이요. 좀 의외일 수도 있겠지만 태원 씨는 필리핀에서 세례를 받았어요. 본인이 ‘김태원이 김태원이 아니던 시절’이라고 설명하는 그 시절이에요. 이제 갓 필리핀에 자리를 잡았을 때였죠. 제가 아무리 성당에 다녀도 본인의 세계를 더 사랑했던 남편인데, 신앙을 받아들이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놀랍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방송활동 많지 않을 때 태원 씨는 필리핀에 오래 머무르곤 했어요. 필리핀에 피정 오신 신부님들과 만날 기회도 많았죠. 제가 신앙생활을 너무 열심히 하니까, 남편도 동행하지 않을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고 할까요.^^  

태원 씨는 신부님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주교님과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태원 씨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우주에 관한 이야기인데, 주교님이나 신부님들과는 그런 대화가 가능해서 평소에 느꼈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소개로 맺어진 인연인데, 태원 씨와 신부님들이 더 잘 지내는 걸 보면 기분이 좋기도 하고 살짝 질투도 나고 그렇답니다.

중도 탈락자 서현이
저와 태원 씨는 이렇게 감격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순례길을 걷고 있는데, 우리 딸 서현이의 컨디션은 무지 나쁩니다. 뮤지션의 길을 걷기 시작한 리틀 김태원 서현 양은 밤낮이 바뀌었거든요. 잠잘 시간인데 순례길 걸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한가 봐요. 아빠 판박이인 서현이는 평소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도 꼭 닮았거든요.^^  

총 10㎞인 오늘의 코스 중 꼭 절반을 걸었습니다.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서현이는 혼자 호텔 방으로 돌아갔어요. 일단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원하는 만큼만 하도록 하는 것이 제 교육 원칙입니다. 남편을 그렇게 키운 시아버지에게 들은 귀한 말씀을 항상 명심합니다. 

순례길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남편도 서현이도, 각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이 많이 고마웠어요. 특히 남편이 순례길에 함께 오른 건 저를 위한 배려예요. 평소에 표현을 잘 안 하는 사람이거든요. 말보다는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는 스타일의 남편 덕분에 매 순간 행복을 느낍니다. 

김태원의 부인 이현주는…
부활 김태원의 사랑스러운 아내. 필리핀 기러기 생활 8년 차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 천천히 자라고 있는 아들, 항상 돌봄이 필요한 남편 덕분에 늘 바쁘지만, 현재 본인의 삶을 사랑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 평화로운 필리핀의 풍경과 아들의 보조개, 딸의 눈웃음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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